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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명의 영웅들: IT업계 최고의 승부사, 손정의

올해 2021년 초, 쿠팡의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었습니다. 쿠팡은 상장 첫날 49.25달러에 마감하며, 시가총액이 886.5억 달러, 원화로 100조라는 엄청난 기록을 올렸습니다.

 

연일 언론의 화제가 된 덕에 쿠팡의 최대 주주가 누구인지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는데 바로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최대 IT기업이며, 동시에 세계적인 투자 회사이기도 합니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 지분율 3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쿠팡의 상장을 계기로 약 33조 원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3조를 투자하여 1,100%의 투자수익률을 올리며, 30조를 거머쥐게 된 것입니다.

 

손정의 회장은 세계 최대 IT 투자 회사인 비전펀드를 설립하여 무려 1000곳이 넘는 세계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고,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한화로 300조가 넘습니다. 2020년 1분기, 분기 최대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과감한 자산매각과 투자 전략 다변화를 통해 유동성 확보와 실적 상승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작년 2021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창사 이래 최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야후 재팬과 네이버 라인의 합병을 추진하고,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앞서 언급했던 쿠팡을 비롯하여 한국 스타트업에도 꾸준히 투자하면서 한국 IT산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세계 최대 IT 펀드의 수장 손정의 회장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미지 출처: 쿠팡

 

 

속도전의 제왕

손정의 회장은 1957년 8월 11일 일본 큐슈의 사가현 도스시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한국 대구로, 탄광 노동자였던 그는 18세에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다고 전해집니다. 돼지를 기르는 가난한 판자촌에서 태어난 손정의는 빈민가의 자식이면서 한국인이라는 혈통 때문에 예상 가능한 숱한 차별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손정의가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아버지 손삼헌이 실내낚시터, 파칭코, 부동산 사업 등등이 크게 성공하면서 넉넉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손삼헌은 아들에게 경제적인 풍요뿐만 아니라 강력한 자신감이라는 정신적 유산도 남겨주었습니다.

 

아들을 한 번도 혼낸 적이 없고, 너는 천재기 때문에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손정의가 가진 때로는 몽상가라고 할만한 거대한 꿈과 야망, 자신감과 열정은 이러한 아버지의 교육에 기인한 바가 크며, 손정의 역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언제나 망설임 없이 아버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손정의는 실제로 10대 시절부터 영웅적인 사업가의 괴력을 십분 발휘하며 아버지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몸소 입증하였습니다. 당시 구루메 대학 부설고등학교라는 명문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학원에 다닐 필요가 있었는데, 성적이 부족하여 학원에서 받아주질 않자, 우등생인 친구의 어머니를 동원하여 기어이 학원에 들어갔고, 원하는 명문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미국 어학연수를 갔을 때 미국의 도심을 둘러보고, 버클리 대학을 방문한 후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와 교육 시스템에 완전히 매료된 손정의는 유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당시 아버지가 병원에 몸져누워있던 상황인지라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의사 선생님께 알아보니 아버지가 죽을병은 아니라고 하셨다면서 자퇴를 하고, 1974년 2월 고집스럽게 유학을 떠납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미국의 4년제 고등학교에 입학한 손정의는 수업이 쉽다면서 계속 월반을 합니다. 한 달만에 4학년이 된 손정의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원했지만 학교에서 들어주지 않았고, 중퇴를 한 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치르게 됩니다. 이렇게 손정의는 단 3주 만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홀리네임즈 칼리지에 입학하였습니다. 2년간 홀리네임즈 칼리지를 다니다 본래 목표로 했던 버클리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에 입학하면서 끝내 자신이 처음 버클리 대학교를 밟았을 때 가졌던 꿈을 이뤘습니다.

 

손정의는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성취해내고야 마는 집념과 함께 때로는 비정상적으로 생각될 만큼 속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속도에 집착하는 것은, 무어의 법칙이나, 빌 게이츠가 역설했던 생각의 속도에서 비추어봐도 알 수 있듯이 IT업계에서는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 때 IT업계에서는 최초가 전부를 가진다는 말이 성행할 정도로 속도전이 중요했고, 손정의는 여기에 최적화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집념의 승부사

버클리 대학에 들어간 손정의는 식사 시간에도 한 손에는 포크를 쥐고, 한 손에는 책을 들고 공부할 정도로 학업에 열의를 쏟았습니다. 스스로 자신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집착하여 매일 하나씩 발명을 할 정도였습니다. 상자에 여러 가지 글자를 쓴 쪽지들을 많이 넣어두고, 그중 손에 잡히는 두 가지를 엮어서 새로운 것을 창안해내는 손정의 특유의 유명한 아이템 발상법도 이때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정의는 전자 번역기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특정한 단어를 입력하면 각국의 언어로 번역하여 스피커로 번역된 말이 나오는 음성인식 전자 번역기입니다. 이 상품의 성공을 확신한 손정의는 무작정 해당 분야의 최고 실력자인 같은 대학의 모더 교수를 찾아가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이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합니다.

 

성공하면 보수를 주겠다는 몽상가다운 약속을 하였는데, 손정의의 열의에 감복한 교수는 이 제품을 개발했고, 시제품이 완성되자 다시 일본으로 가서는 샤프 전자의 사사키 전무를 찾아가 이 제품을 판매해 달라고 합니다. 손정의의 당돌함과 천재성에 역시 매료된 사사키 전무는 계약을 성사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손정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불과 23세의 나이에 번역기를 통해서 벌어들인 10억의 자본금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온 손정의는 1981년 소프트뱅크를 창업합니다.

 

손정의가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첫날 직원 두 명을 앉혀 놓고, 귤 상자 위에 올라서서 했다는 연설은 역시 전설처럼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소프트뱅크 회의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귤 상자는 소프트뱅크가 나아가고자 하는 꿈과 희망의 상징처럼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손정의는 직원 두 명을 앞에 두고 IT산업의 비전을 거창하게 이야기하면서 30년 후 소프트뱅크는 조 단위로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공언한 것입니다. 그 약속은 30년이 채 되기도 전에 현실이 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때 직원 두 사람은 사장의 정신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둘 다 다음날 출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981년 손정의는 천만 엔 밖에 남지 않은 자본금 중 8백만 엔을 투자하여, 일본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중 가장 비싼 부스를 구매하여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우려를 사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회사 이름을 알린 덕분에 허드슨이라는 일본 최고의 소트웨어 회사와 조신전기라는 대형 컴퓨터 유통업체와 계약을 따내며 창업 1년 만에 가맹점 4600개를 설립하고 35억 엔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이룹니다.

 

이미지 출처: 로이터

이후 컴퓨터 잡지 출판업에 진출하여 1985년에 해당 분야에서 25억 엔의 매출을 올렸고, 1995년에는 일본 일렉트로닉쇼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계 최대 컴퓨터 전시회 컴덱스의 운영권을 인수하여 미국 IT업계를 놀라게 합니다. 더불어 IT 미디어 출판업체인 지프데이비스를 인수한 후, 그렇게 확보한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 유통망을 바탕으로 1995년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에 투자를 합니다. 1996년에는 야후 주식 35%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야후의 성공을 발판으로 IT 유통회사에 투자회사로 탈바꿈합니다. 그렇게 성공가도를 달리다 2000년에는 760억 달러의 재산으로 빌 게이츠의 뒤를 바짝 쫓는 세계 2위의 IT 부호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을 사는 지혜

2001년 세계적인 IT버블 붕괴로 한때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100분의 1로 떨어지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지만, 손정의는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 이동통신사업, 스티브 잡스와 손잡은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승승장구하였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협조가 부진한 일본 행정당국을 찾아가 분신을 하겠다는 협박까지 해야만 했던 피땀 어린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그러한 성취의 결과물로 2016년에는 세계 최대의 기술 펀드, 무려 1,000억 달러의 규모를 가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설립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망한 비상장 회사들이 비전펀드의 투자를 발판으로 실적을 올리고 상장을 하게 되면 비전펀드 역시 큰 수익을 올리는 상생 시스템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알리바바로 1999년 창업자 마윈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2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2014년 알리바바가 상장했을 때 6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3천 배의 차익을 얻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역시 이 비전펀드를 통해 많은 투자를 받았고 앞서 언급했던 쿠팡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큰 성장을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바이두

손정의 회장이 이렇게 세계적인 거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도 인정했듯이 버클리 대학의 모더 교수, 사사키 전무, 스티브 잡스 등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심으로 도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손정의 회장 특유의 집념과 열정이 그러한 업계의 거물들을 매료시킨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2016년 나이 60이 되면 은퇴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하면서 여전히 사업가의 혼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회장 자리를 내려놓고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하였지만, 여전히 창업자 이사직에 남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1983년 치명적인 간염으로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으면서 죽을 뻔한 고비가 있었지만, 손정의 회장은 병원에서 무려 4천여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꼭 퇴원해서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새로운 간염 치료법이 나와 퇴원했을 때 그가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에 빠져서 세월을 허비하지 않고 읽었던 책들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 가장 매력적이고, 열정에 빠져 있는 사람은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까지 동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법입니다. 손정의 회장은 우리에게 내가 인덕이 없고,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탓하며 세월을 흘려보내기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 자신의 환경과 삶을 바꿀 수 있는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자신의 인생 역전을 통해서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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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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