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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직업을 설명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먼저 ‘직장인’이 아니고, ‘프리랜서’ 치고도 여러 종류의 일을 동시에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요즘 하는 작업들을 몇 가지 생각해보았다. 무신사(Musinsa)와 함께 만드는 연재 기사 ‘브랜드 인덱스(Brand Index)’네 번째 원고를 막 마무리했다. ’사운즈라이프(SOUNDSLIFE)’라는 패션 브랜드와 내가 만드는 모바일 매거진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의 협업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다. 열 가지 남짓한 옷과 모자와 일회용 카메라를 오는 3월 안에 출시한다. 다음 주에는 네이밍과 브랜딩 작업을 한 여성복 브랜드 ‘아위(ahwe)’의 2021년도 봄/여름 시즌 캠페인 사진 촬영을 한다. 애뉴얼 리포트 작업을 한 어느 대학교의 25주년 웹사이트 기획안 회의도 다음 주에 있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서울 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회의도 어제 마쳤다. 정리해보면 요즘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브랜딩 혹은 컨설팅으로 출발하는 일이 섞여 있다. 아, 그리고 너무 ‘일’에 몰두하지 않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재미의 균형을 찾기 위하여 진행하는 수필집 편집 작업도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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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직업을 설명하기가 조금 까다롭다. 먼저 ‘직장인’이 아니고, ‘프리랜서’ 치고도 여러 종류의 일을 동시에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요즘 하는 작업들을 몇 가지 생각해보았다. 무신사(Musinsa)와 함께 만드는 연재 기사 ‘브랜드 인덱스(Brand Index)’네 번째 원고를 막 마무리했다. ’사운즈라이프(SOUNDSLIFE)’라는 패션 브랜드와 내가 만드는 모바일 매거진 <더 네이비 매거진 The NAVY Magazine>의 협업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다. 열 가지 남짓한 옷과 모자와 일회용 카메라를 오는 3월 안에 출시한다. 다음 주에는 네이밍과 브랜딩 작업을 한 여성복 브랜드 ‘아위(ahwe)’의 2021년도 봄/여름 시즌 캠페인 사진 촬영을 한다. 애뉴얼 리포트 작업을 한 어느 대학교의 25주년 웹사이트 기획안 회의도 다음 주에 있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서울 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회의도 어제 마쳤다. 정리해보면 요즘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과 브랜딩 혹은 컨설팅으로 출발하는 일이 섞여 있다. 아, 그리고 너무 ‘일’에 몰두하지 않고 개인의 자아실현과 재미의 균형을 찾기 위하여 진행하는 수필집 편집 작업도 하나 있다.
나는 2006년 경부터 애플(Apple) 생태계의 충실한 일원이다. 새하얗고 간결한 디자인 때문에 산 맥북( MacBook)이후,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 시리즈를 하나둘 추가하면서 거의 15년 가까이 맥북-아이폰-아이패드 세 가지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동이 잦은 직업이라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업무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키노트를 만들고, 원고를 쓰고, 기획과 생각을 정리하여 구현해내는 데는 항상 ‘맥북’을 썼다. 지금은 2018년식 맥북 프로(MacBook Pro) 15형 모델을 주력으로 사용하는데, 얼마 전 애플의 독자적인 시스템온칩(SoC·System on Chip)을 단 ‘M1’ 맥북 에어(MacBook Air)를 샀다. 써보니 흥미로운 점과 아쉬운 점이 동시에 있었다. 뻔한 리뷰는 이곳저곳에 많을 테니, 지극히 주관적으로 M1 맥북 에어를 구매하기 전, 구매한 과정 그리고 사용하고 느낀 바를 시간 순으로 적어보려 한다. 글이 꽤 긴 편이라 두 번에 나누어서 올린다.
2020년11월12일
© Apple M1 MacBook Pro
소문만 무성한 채 아이폰 12에 비해 실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애플 실리콘’ 탑재 맥북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애플 실리콘이 뭔가 하면, 쉽게 말해서 '애플이 설계한 자체 프로세서'의 총칭이다. 여느 프로세서 설계 회사들과 달리 애플은 자신들이 직접 설계한 프로세서를 자신들의 제품에만 넣는다(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각하면 쉽다). 단 하나의 예외가 '맥북'을 비롯한 맥 Mac 제품군이었으나, 이번에 맥에도 자체 프로세서를 넣은 그야말로 큰 결단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꽤 많은 이가 기다린 신형 맥북 프로 13형 모델과 맥북 에어가 함께 공개되었다(맥미니도 함께였지만, 개인적으로 관심 밖이다). 이번 맥북 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도 그렇지만, 애플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먼저 10년 넘게 협업해온 인텔 Intel 대신 처음으로 애플이 오롯이 개발한 M1이라는 이름의 독자 칩을 내세웠다. M1 칩은 '시스템 온 칩'으로 칭하는데, 칩 하나에 CPU와 GPU, 뉴럴 엔진 Neural Engine 등 컴퓨터에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한데 통합했다는 뜻이다. 가령 맥북 프로 13형 모델은 애플이 공개한 최대 배터리 사용 시간이 20시간(!)이다. 지금까지 맥북 시리즈의 평균 구동 시간이 열 시간 정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큰 변화이다. 파이널 컷 프로 같은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기존 맥북 프로 16형 모델보다 더 월등하게 빠른 편집 시간을 보여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M1 칩이 이 새로운 맥에 이론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그대로 지원한다는 점이다(개발자는 맥에 공개할 것인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유니버설 앱의 개념이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 상태 그대로 맥에서 실행할 수 있다. 올해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를 출시하면서 웬만한 아이패드 앱이 트랙패드 기능을 적용하고 있는데, 어찌 보면 애플의 큰 그림 아닌가 싶다. 애플 생태계의 장점은 부드러운 연속성인데, 앞으로 상당한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번 애플 실리콘 맥북 제품군은 맥북 시리즈의 '보급형' 혹은 '일반형' 모델 판올림이다. 인텔 칩을 단 13인치 맥북 프로 고급형을 남겨두고, 메모리의 최대 증설량은 16GB로 제한을 두었다. 더 얇은 베젤의 맥북 프로 14형 모델 소문은 약 2년 전부터 돌았는데, 15인치 맥북 프로가 16인치로 바뀌었으니 완전한 헛소문은 아닐 거다.
나는 2018년에 나온 맥북 프로 15형 모델을 쓴다. 얼마 전 배터리 스웰링 현상으로 하판 전체를 갈아서 당분간 바꿀 일은 없다. 그러나 때가 되면, 아마도 새 맥북 프로 13형 고급 모델이 나오면 추가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 아쉬운 점은 남들이 지적하듯이, 폼팩터와 디자인 변화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무게조차 같다). 아직 실제 리뷰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정보를 보면 성능 발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참으로 한국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던 맥북에 처음 입문한 계기가 플라스틱 흰둥이 맥북이었는데, 세월 참 빠르다. 15년 정도 만에 애플은 탈 인텔을 선언했고, 성능은 이미 뛰어넘었으니 말이다(인텔 본사 지하에 있던 외계인들이 애플로 모두 옮겼다는 얘기도 있다).
추측하건대 내년 봄, M1 칩을 단 맥북 프로 16형 모델이 나올 때 13형의 고급형 모델 혹은 새로운 14형 모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주변에 누가 사면 프로그램을 좀 돌려보고 싶기는 하다. 궁금하니까.
2020년11월23일
© Apple M1 MacBook Air, Images Courtesy of The Verge, 2020
애플의 시스템온칩 ‘Apple M1’을 탑재한 첫 맥 시리즈가 나온 후, 외국에는 벌써 사용자와 유튜버 리뷰가 넘쳐난다. 아직 호환성 문제가 있지만, 각 개발사가 생각보다 더 호의적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기존 인텔 칩 맥북 시리즈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성능은 놀랍다. 인텔이 그간 일을 하지 않은 건지, 인텔 지하에 있던 외계인들이 애플 지하로 이직을 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보통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함께 나오면 자연스럽게 맥북 프로에 눈이 간다. 개발하거나 영상을 주로 편집하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창과 프로그램을 켜고, 5K 모니터에 연결하여 꽤 심하게 컴퓨터를 굴리기 때문이다. 대강 M1 맥북 시리즈 성능을 찾아보니 지금 일할 때 쓰는 2018년형 맥북 프로 15형보다 훨씬 뛰어나 보인다. 맥북 에어 기준 발열이 전혀 없다고 하고, 팬을 단 맥북 프로는 소음이 없다고 한다. 키보드가 차가워서 기분 나쁘다는 얘기도 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새로운 M1 맥북 시리즈는 간단히 말해서 기존 인텔 맥과 구동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애플이 만든 앱들은 새로운 체계에 최적화하여 작동하고, 아닌 것들은 로제타 2라는 애플 에뮬레이터로 구동한다. 여기서 맥북 애호가(?)와 아닌 사람들의 충돌 지점이 있다. 나는 MS 오피스 대신 맥의 키노트(Keynote)와 페이지스(Pages)를 주로 쓰고, 라이트룸(Lightroom)과 포토샵(Photoshop)등 어도비(Adobe) 프로그램을 빼면 주력 웹 브라우징도 사파리(Safari)로 한다. 이를테면 애플이 만든 프로그램 위주로 쓰는 사람들에게 M1 맥북의 변화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맥북의 또 다른 특징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인데, 개발자들이 허용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다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은 터치 제스처에 기반을 두는 데다 아직 완벽하게 호환성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의 움직임은 애플이 의도한 것이고, 새 맥북의 점유율이 유의미해진다면 세 기기의 통합 움직임도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Apple M1 MacBook Air, Image Courtesy of PC Mag Asia, 2020
이러니 내년에 출시한다는 맥북 프로 고급형 모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M1 칩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M1X’ 칩이 (썬더볼트 Thunderbolt 3 두 개를 포함한) USB-C 포트 네 개짜리 고급형 맥북 프로에 들어갈 것이다. 13인치 맥북 프로가 14인치로 완전히 바뀐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의 유니바디 폼팩터를 꽤 오래 우려먹었는데, SoC 맥북은 거의 아이패드 수준의 저전력 모델이라서 성능을 올린 모델도 지금보다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집에서는 2016년에 산 맥북 12형 모델을 쓴다. 이제 거의 모든 작업이 버벅대긴 해도, 간단한 인터넷 서핑과 문서 작업 정도는 괜찮다. 개인적으로 최근 5년간 나온 맥북 시리즈 중 ‘성능’을 빼면 가장 애정 가는 모델이다. 집과 밖에서 쓸 전천후 모델로 맥북을 교체하며, 이번에 나온 ‘M1 맥북 에어’를 사볼까 한다. 내년 하반기에 디자인을 교체한 후속 모델이 (아마도) 나오겠지만, 팬이 없는 맥북 에어가 기존 고급형 맥북 프로 정도 성능을 낸다면 13형 맥북 프로보다 100g 정도 가벼운 ‘무게’로 일찍 써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 M1 맥북 시리즈는 잠든 상태에서 깨어나는 화면을 키 비주얼로 쓴다. 컴퓨터가 아니라 아이패드와 아이폰 수준으로 빠르게 깨어나고, 앱을 실행한다. ‘내가 뭘 본 거지?’ 수준이다. 맥북 에어 기준, 열 시간이 아니라 열다섯 시간 정도 된다는 배터리 시간도 멋지다.
M1 맥북 에어에는 썬더볼트 3와 USB-C형 3.1 2세대 포트가 하나씩 왼쪽에 달려 있다. 양쪽 네 개가 아닌 게 아쉽지만, 두 개 정도면 문제는 없다. 12월에는 이 새로운 맥 시리즈가 한국에 발매한다는 소문이다. 무언가 살 시간조차 없었는데, 새 맥북 에어를 얼른 손에 넣어서 써보고 싶다.
2020년12월3일
© Order to MacBook Air, M1, Late 2020
새로 출시하는 모 서비스 브랜딩 관련 작업 의뢰가 들어와서 종일 그 일을 하고 일단 넘겼다. 중간에는 ‘아위’의 영상 작업 의견을 주고받고, 다른 신규 출시 브랜드의 사진과 영상 후반 작업 관련 전화 회의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M1 칩을 단 맥북 에어를 주문했다. 아래는 주문 사양이다.
13형 MacBook Air - 스페이스 그레이
Apple M1 칩(8코어 CPU, 8코어 GPU, 16코어 Neural Engine)
16GB 통합 메모리
2TB SSD 저장 장치
백라이트 Magic Keyboard - 한국어
맥북 에어 고급형에 메모리를 16GB로 올리고, SSD는 (좀 무리해서) 2TB로 맞췄다. 가격은 '에어' 수준을 아득하게 넘어섰다. 혹시라도 중고로 판다면 정말로 안 팔릴 조합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로 쾌적하고 빠른가 보자는 마음으로 좀 '질렀다'.
아, 그리고 애플케어플러스(AppleCare+)를 들었다. 지금껏 10년 넘게 애플 제품을 쓰면서 애플케어를 든 적은 거의 없다(한국에는 애플케어+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사용 중인 맥북 프로와 에어팟 프로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Mac을 위한 AppleCare+’를 구매하면, 보증 기간이 AppleCare+ 구매일로부터 3년까지 연장되고, 12개월당 최대 두 건의 우발적인 손상에 대한 보장이 추가로 제공된다. '우발적인 손상의 경우, 화면 손상 또는 외부 인클로저 손상은 건당 120,000원, 기타 손상은 건당 370,000원의 본인 부담금이 부과'된다. 이 정도면 249,000원이 그렇게 아깝지 않다. 말 그대로 막 쓰면 된다.
예상 출고일이 너무 늦어진다는 게 문제인데, 만약 쿠팡(Coupang)에 풀린다면, 취소하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2020년12월22일
© MacBook Air, M1, Late 2020
맥북 에어가 도착했다. M1 칩을 달고 나온 ‘Late 2020’ 모델. 2011년 이후 첫 맥북 에어 구매. 2020년 12월 3일에 주문과 결제를 마치고, 12월 24일 도착 예정이었다가 23일로 바뀌더니, 오늘 오전에 도착했다. DHL 성수 서비스 센터가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아니겠지).
바로 뜯고 싶지만, 맥북 프로 15인치에서 마이그레이션 할 예정이라서 지금까지 미룬 MacOS 빅서 Big Sur 업데이트를 먼저 해야 한다. 평소 사파리와 크롬 브라우저 창을 꽤 많이 열어둔 채로 여섯 개에서 열 개 사이의 프로그램을 켜 두고, 5K 보조 디스플레이를 함께 사용한다. 거의 매일 여러 사용기를 봤으나 당연하게도 내가 쓰는 환경에 딱 맞는 사용기를 찾을 수 없었다. 15형 맥북 프로는 물론 계속 쓸 생각이지만, 정말로 그 정도 성능이 나오는지(혹은 진짜로 뛰어넘는지) 궁금하다.
오늘 중 초기 세팅을 마치면, 며칠 써보며 첫인상을 파악해보려고 한다.
2020년12월24일
M1 칩을 탑재한 맥북 에어 모델을 며칠 써보고 있다. 간단한 첫인상을 몇 가지 남겨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맥북도 ‘마이그레이션’을 지원한다. 기존에 쓰던 2018년도 맥북 프로 15형 모델의 설정과 응용 프로그램, 파일을 모두 새 맥북 에어로 옮길 수 있다. 스팟라이트에서 '마이그레이션 지원' 앱을 두 대의 맥북에 모두 켠 다음, 보통 동일한 와이파이(Wi-Fi)상태에서 진행한다.
이번 맥북도 처음에 그렇게 연결했는데, 기존 맥북 프로의 파일 용량이 너무 커서 한 시간이 지나도 마이그레이션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였다. 웹 서핑하다 보니 ‘썬더볼트 3’ 연결선으로 하면 훨씬 더 빠르다고 하여 쿠팡 로켓 배송으로 검색하던 찰나, 내가 쓰는 LG 울트라파인(UltraFine) 5K 모니터 연결선이 썬더볼트 3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바본가).
바로 빼서 맥북끼리 연결하고,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하니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체감상 30분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린 정도. 기존 맥북 프로는 1TB 용량 중 800GB 정도를 사용했고, 2TB짜리 아이클라우드(iCloud)의 데스크탑 공유 기능으로 보관한 수백 GB의 파일이 맥북 프로 안에 있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처음 마이그레이션 할 때 위의 사진처럼 오류 화면이 나와서 조금 속을 썩였다. 알고 보니 기존 15인치 맥북 프로 MacOS가 빅서 11.1 버전이었고, 새 맥북 에어는 11.01 버전이었다. 맥북 에어 초기 설정을 마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운영체제 버전을 동일하게 판올림 하니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100% 매끄럽게 마이그레이션이 완료되는 건 아니다. 아이클라우드 기능 등은 보안 문제로 전부 다시 로그인해야 한다(이건 넘어가자). 이유는 모르지만 '재배치한 항목'이라는 폴더도 하나 생겼다. 그 안에 위와 같은 PDF 문서가 있고, 자잘한 파일이 든 폴더가 여럿 있다. 문서를 읽어봐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일단 그대로 놔두었다. 아마도 인텔 프로세서 맥북에서 새로운 애플 실리콘 맥북 에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호환성이 변경된 파일을 따로 모은 듯한데, 기본적인 사용에 문제는 없다.
여전히 스튜디오에서 2018년형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을 쓴다. 아직 '성능'을 체감할 정도의 작업을 새 맥북 에어로 하지 않았다. 며칠 써보니, 수많은 M1 맥북 에어 리뷰의 칭찬과 나의 경험은 일부 차이가 있다. 먼저 웬만한 앱과 사파리(Safari) 구동 속도는 세간의 호평처럼 상당히 쾌적하다. 기존에 느낀 '지연' 상황이 전혀 없지는 않아도 속도가 빨라졌다는 체감은 확실하다.
기본 ‘메모’, ‘사진’, ‘페이지스’ 앱처럼 애플이 직접 만든 앱은 새로운 애플 실리콘에 최적화하여, 훨씬 비싼 기존 맥북 프로와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아직 모든 서드파티 앱이 M1 칩에 대응하는 건 아니다. M1 미대응 앱은 애플이 만든 ‘로제타 2’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텔 칩 기반의 앱을 변환하여 돌린다. 이러한 앱의 경우 처음 열 때 상대적으로 조금 더 지연을 보인다. 그러나 불편한 수준은 아니며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원래 쓰던 2018년도 맥북 프로 15형 모델은 2.6 GHz 6 코어 Intel Core i7 모델을 단 고급형으로, 1TB SSD와 32GB 2400 MHz DDR4 메모리를 장착한 CTO 모델이다. 새로운 맥북 에어는 애플 M1 칩과 16GB 메모리로 올린 CTO 모델이다. 지금 나온 맥북 에어는 애플식 제품 구분으로 보면,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 모델이며 맥북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축에 든다(내 경우 CTO를 최고 한도로 높여서 저렴하지 않다). 이 정도 차이라면 보통 조금이라도 버벅댄다든지 성능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차이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
하나만 더. 어찌 보면 중요하고 아니면 사소할 수 있는데, M1 맥북 에어를 닫은 상태에서 다시 열면 즉각 화면이 켜진다. ‘모든 맥북이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키보드에 먼저 백라이트가 들어오고, 조금 있다가 화면이 켜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먼저 사용해본 사람들이 말하는 ‘아이패드(혹은 아이폰) 같은 반응 속도’는 이런 부분에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최근 사진 작업이 늘어서 어도비 '라이트룸'을 자주 쓴다. 기존 맥북 프로는 라이트룸을 쓸 때 거의 항상 팬이 돌며 비행기 이륙 소리가 났다. 어도비는 보통 이런 지원에 꽤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구독제 서비스인 ‘라이트룸 CC’는 거의 즉각 4.1 버전으로 판올림 하며 M1 프로세서 맥 시리즈와 호환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라이트룸 CC로 사진 몇 장 정도 가벼운 편집을 해보니, 기존 맥북 프로와 차이를 보이거나 더 느리지 않다. 이 부분은 아직 수십 장 이상의 사진 편집 작업을 하지 않아서,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라이트룸 안에서 보정을 적용할 때 미세한 수준으로 조금 더 빠르게 작업하는 게 느껴진다.
편집만큼 중요한 '내보내기'에는 엄청난 속도 향상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한두 장 내보내는 정도로는 기존 맥북 프로와 비교하기 어려웠고 추출 속도도 비슷했다. 이 부분도 더 시험해볼 생각이다.
맥북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맥북 프로 모델의 ‘터치 바(Touch Bar)’가 쓸모없다는 사람이 많다. 주로 물리 키를 자주 쓰는 개발자들이 그런 듯한데, 나는 맥북 프로 15인치 모델의 터치바가 꽤 마음에 들었다. 스크린 캡처, 음량과 밝기 조절 그리고 가끔 인터넷상에 정보를 입력할 때 대체로 맞춰서 제안해주는 기능을 주로 쓴다. 터치 바 탑재 맥북 에어가 버전이 있었다면, 고민 없이 샀을 거다.
맥북 에어는 터치 바가 없다. 대신 일반적인 F키 배열에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담은 물리 키가 있다. 이 부분은 아직 크게 사용해보지 않았으나, 맥북 프로와 다른 위치에 밝기 조절 등의 기능이 있다. 배열 자체는 딱 필요한 기능만 있고 사용자가 바꿀 수도 있지만, F4 키의 ‘스팟라이트’는 보통 화면 우측 상단을 이용하고, F5 키의 ‘받아쓰기’는 거의 단 한 번도 써보지 않아서 굳이 따로 적용할 필요가 있나 싶다(시험 삼아서 받아쓰기 기능을 써보니, 말하는 걸 꽤 정확하게 한국어로 적는다).
애플이 실패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는 ‘나비식’ 키보드는 다시 ‘가위식’으로 돌아왔다. 눈으로 봐도 맥북 프로보다 키가 높다. 나비식 키보드가 '너무 낮아서' 타건감이 나쁘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별로 힘들이지 않고 긴 글을 쓰기 쉬워서 키보드 자체 결함만 아니라면 오히려 편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가위식 키보드가 불편한 건 아니지만, 의식적으로 더 힘을 쓰며 키를 두드리게 되어서 이 부분 역시 적응이 필요하다(사람들은 대체로 바뀐 키보드가 훌륭하다는 평이다).
가장 체감하는 장점은 배터리와 발열이다. 보통 맥북 프로는 열 시간 정도 사용 시간을 내세웠고, 맥북 에어는 무게와 부피가 줄어든 만큼 배터리 용량도 적어서 더 짧은 배터리 시간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M1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는 각각 무선 인터넷 사용 기준, 열다섯 시간과 열일곱 시간의 배터리 사용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써보니 정말로 배터리가 상당히 천천히 줄어든다. 한 10% 썼겠지, 하고 보면 3% 정도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외부에서 일하게 되더라도 굳이 충전기와 충전 선을 챙길 필요는 없다. 맥북 에어의 장점 중 하나가 30W의 작고 가벼운 충전기에 있지만 말이다.
처음 마이그레이션 할 때 조금 따뜻한 정도였을 뿐, 평소 사용하면서는 발열이 거의 없다. 따로 발열 확인 앱을 쓰지 않지만, 신기할 정도다. 평소 많은 창을 띄우고, 5K 외장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로 작업하는데 한 번쯤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볼 것이다.
맥북 프로 15형 모델을 쓰다 보니 눈에 보이는 단점이긴 하나, 당연히 13인치가 15인치 화면보다 정보량이 적다. 사진도 그렇고 묘하게 답답하다. 여전히 맥북 프로 15형을 LG 울트라파인 5K 모니터에 연결하여 주 작업 도구로 쓰는데, 아무리 맥북 에어가 쾌적하다고 해도 모니터 크기에서 오는 한계는 뛰어넘기는 어렵다.
모든 맥북 모니터의 색감과 품질은 현존 노트북 컴퓨터 중 최상급이다. 실제로 2018년도 맥북 프로 15형과 새 맥북 에어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맥북 에어를 주문하면서 마음에 걸린 부분은 맥북 프로보다 한 단계 낮은 화면 밝기였다(맥북 프로는 500 니트, 맥북 에어는 400 니트 밝기). 그러나 일반 상황에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더 선명한 느낌도 있다. 미묘한 색감 차이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화면에 불량 화소나 빛샘 현상 등이 없는지는 여기서 시험해볼 수 있다. 설명에는 F11 버튼을 누르라고 되어 있는데, 맥북 에어에 ‘음량’ 기능이 배정되어 있어서 fn + control + F11 버튼으로 전체 화면을 만든 후 시험했다. 다행히 양품이다.
이 정도가 이틀 M1 맥북 에어를 사용하며 느낀 첫인상이다. 앞으로 M1 칩의 장점이라는 아이패드와 아이폰 앱을 몇 가지 내려받고, 실제 일하며 쓰는 프로그램을 돌리며 더 파악해보려고 한다.
섣부른 결론을 말하자면 — 내 경우 CTO 모델을 사서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 현재 공식 판매하는 맥북 시리즈 중 가장 가볍고, 팬이 없기에 소음도 없으며, 그런데도 발열을 느끼기 어렵고 쾌적하게 돌아가는 데다 배터리 시간마저 아주 긴, 거의 최초의 맥북 에어라는 점이다.
여러 사용기가 권하는 것처럼 가볍게 쓴다면 기본형 ‘깡통’ 맥북 에어를 사는 게 좋을 것이고, 그래도 일하는 데 사용하고 오래 쓸 생각이라면 (마음의 안정을 위하여) 16GB 램 업그레이드와 512GB 이상 SSD 혹은 아예 기본형 M1 맥북 프로를 추천한다(나는 맥북 프로 13형보다 100g 정도 가벼운 무게 때문에 맥북 에어를 골랐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라는 말처럼 새 맥북 에어로 새로운 작업을 어디서나 간편하게 하자,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설득하며)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