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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12시간에서 16시간이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평일은 약 58%, 주말에는 64%가 집에 더 머무른다고 응답[1]했습니다. 재택근무에 만족하며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며 온라인 쇼핑과 홈트가 일상이 된 라이프 스타일은 ‘뉴노멀’이 아니라 ‘노멀’, 일상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벽과 창으로 가로막힌 공간에 축소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제한된 공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확장하려는 서비스, 새로운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해외여행 좀 가고 싶다”. 혼잣말처럼 하는 말은 근래에 빈도가 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블라인드를 걷어내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늘어났죠. 평소에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움직이느라 해가 뜨고 지는 풍경을 가만히 감상할 여유가 없었는데 재택근무로 통근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니 창밖을 바라볼 순간이 생겼습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에서 답답함을 견디게 해주는 서비스들도 주목받고 있어요.
던더 미플린(Dunder Mifflin)은 미국 CBS에서 방영된 시트콤 <The Office>에 등장하는 가상의 회사입니다. 2009년까지는 쿠팡이 최근 상장을 추진하면서 익숙해진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되었고, 2010년 초에는 종합가전회사 세이버에 매각된 설정으로 나오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드라마로 익숙해진 던더 미플린에서 직접 일을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기존에 개발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새로운 일 방식에 적용하는 좋은 사례입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면 I Miss My Bar에 접속해보세요. 바에 앉아서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낮술 하고 싶을 때, 비가 오는 바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싶을 때, 낯선 배경음악을 들으며 "이 노래 뭐지?"라며 Shazam을 켜고 싶을 때 I Miss My Bar에 다녀와도 좋겠네요.
WindowSwap은 세계 어딘가의 창밖 풍경을 보여줍니다. 직접 자신의 창밖 풍경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에 참여할 수도 있죠.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든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가 셧다운으로 봉쇄되었을 때 각자 집에 있는 악기를 가지고 테라스에 모여 즉흥 합주를 하거나 춤을 추던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물리적인 경계를 벗어나 눈으로 볼 수 있는 일상을 모르는 사람과 공유하면서 답답함을 조금 더 견딜 수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은 디지털 서비스를 넘어 건축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Framelab을 설립한 건축가 안드레아 젤드플라트(Andreas Tjeldflaat)는 현재의 주거 환경은 주택의 사회적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의 아파트 구조는 임대율을 높이기 위해 주거 공간에 머무는 사용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고려하지 않았는데요. 앞으로의 주택은 공용 공간으로 분류되는 복도와 계단, 현관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해서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도록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공간 구획에 따른 이동, 접근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스스로 환경을 통제할 수 있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필요에 따라 개인화할 수 있다고 학습하는 순간 도시가 봉쇄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에서도 통제감[2]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아는 유연한 파티션 개념을 적용해서 입주민의 니즈에 따라 공용공간을 확대할 수도, 거꾸로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공간을 늘릴 수도 있다는 오픈하우스 모형을 공개했습니다.
공간이 주는 경험은 디지털 환경과 물리적 환경에서도 모두 유효합니다. 근사한 풍경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여행지에 가서 겪는 많은 경험들이 소중한 이유는 낯선 장면이 주는 새로움,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니까요. 이스라엘 역사학 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1년의 교훈은 "팬데믹이 자연 재앙에서 기술과 정치 문제화되었다"라며 "과학기술 밖의 것들이 백신, 봉쇄 등을 좌우하고 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밝혔습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서 변하지 않는 건 '답답함', '답답함을 견디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백색소음이 생산성을 높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관건은 "내가 원하는 백색소음을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냐?"라는 통제감이 주는 안정감입니다.
[1] 메조미디어,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 라이프의 변화⟩, 20201125.
[2] 통제감(sense of control)이란 자신의 능력으로 주변 환경이나 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