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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혁명의 영웅들: 세계 최초의 범용 컴퓨터 에니악의 개발자, 에커트와 모클리

세계 최초의 컴퓨터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세계 최초 컴퓨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집채만 한 크기에 엄청나게 많은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에니악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 세계 최초의 컴퓨터는 에니악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에니악이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는 명예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에니악이 컴퓨터의 어원인 단순히 계산하는 사람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대적인 의미의 소위 ‘범용(汎用)’ 컴퓨터였기 때문입니다.

 

1946년에 개발된 에니악 이전의 컴퓨터로는 1941년 개발된 Z3, 1944년 개발된 하버드 대학의 마크Ⅰ이 있었지만 이들은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이었습니다. 그리고 1942년 아이오와 대학에서 개발한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ABC가 있었지만, 이것은 프로그래밍이 불가능한 단순한 계산기였고, 1944년에 제작된 콜러서스(콜로서스를 최초의 컴퓨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는 암호 해독에 특화된 특수목적용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에니악은 수소폭탄의 설계, 사격 거리 측정, 교각 설계, 기업의 회계 관리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최초의 범용 컴퓨터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 개념에 가장 부합하는 에니악을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하는 것입니다.

 

에니악은 17,468개의 진공관을 사용하였는데, 사격의 궤적을 계산하는데 기존의 계산기가 40시간이 걸린데 비해, 에니악은 10초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당시로는 획기적인 기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범용 컴퓨터인 이 에니악을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에니악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빼앗긴 아이디어

바로 존 윌리엄 모클리(John William Mauchly, 1907~1980)와 존 프레스퍼 에커트(John Presper Eckert Jr, 1919~1995)입니다. 모클리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어시너스 대학에서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모클리는 주로 에니악의 설계를 담당했고, 에커트는 타고난 공학자의 기질로 에니악의 실물을 제작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모클리는 풍부한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기상 예측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전자 기술 강좌에 참석하면서 에커트를 만났고, 교수직 제안을 받으면서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기상예측을 위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펼쳐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교수 활동을 하던 중, 골드스타인이라는 군 장교를 만나 전쟁에 사용될 사격표를 제작하는 기계를 만드는 일을 맡게 되었고, 이것이 에니악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한편, 존 프레스퍼 에커트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동산 사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후일 공학으로 전공을 변경하였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무어스쿨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였는데, 대학 재학 중에 진공관을 이용하여 레이더 장치를 개조하는 일을 해낼 정도로 공학자로서의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클리 교수를 만나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군에 납품할 고속 계산 장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에니악 개발에 착수합니다. 그렇게 1943년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1946년 2월에 드디어 세계 최초의 범용 컴퓨터인 에니악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위대한 업적을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행보에는 상당히 험난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됩니다. 두 사람은 에니악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이 컴퓨터의 단점을 보완한 에드박이라는 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속 개발을 계획하고 있던 중 제삼자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뺏기고 만 것입니다.

존 프레스퍼 에커트(왼쪽)와 존 모클리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폰 노이만과 현대 컴퓨터의 구조

현대 컴퓨터의 아키텍처, 즉 구조를 개발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폰 노이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니악은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범용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최초의 컴퓨터였지만, 그것을 기계 외부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컴퓨터가 발전을 한 이후의 시점에 그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을 뿐, 당시로는 당연한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모클리와 에커트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을 적용한 후속 컴퓨터로 에드박 제작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모클리와 에커트의 아이디어는 스위치와 케이블을 일일이 조작해서 프로그램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저장해서 읽어내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944년 2월에 이러한 아이디어를 기록해두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을 스토어드 프로그램 방식(stored program system)이라고 부르는데, 이 방식으로 인해서 컴퓨터의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고 물론 작동방식도 매우 간편해졌습니다. 현대 컴퓨터는 모두 이러한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폰 노이만이 개입하게 되었고, 이러한 컴퓨터의 구조는 지금도 폰 노이만 구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폰 노이만에 대해서 살펴보면, 에니악이 출시되기 전 모클리나 에커트가 무명의 교수와 석사 과정 학생에 불과했다면 폰 노이만은 이미 대단한 천재 수학자로 엄청난 명성을 얻고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존 폰 노이만(Johann Ludwig von Neumann, 1903~1957)은 1903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수학자의 능력을 가진 것으로 많은 일화들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면 폰 노이만의 아버지가 전화번호부를 펼쳐서 폰 노이만에게 보여주면 그것을 한 번에 암기했고, 아버지가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손님들 앞에서 전화번호와 주소를 읊었다고 합니다. 8살에 이미 미적분을 알았고, 그리스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어를 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기 때문에 동료 학자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천재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폰 노이만은 영국을 다녀오던 중, 에니악에 관한 소문을 듣고 1944년 가을 자문단의 자격으로 펜실베니아의 에니악 개발팀에 합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45년 ‘에드박에 관한 보고서 초안’이라는 문서를 일방적으로 골드스타인에게 보냈는데 이 문서에는 폰 노이만의 이름밖에 없었습니다. 골드스타인은 이례적으로 이 문서를 학자 일반에게 공개하였고, 심지어 이것은 영국으로까지 건너가게 됩니다. 영국의 윌키스 교수팀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에드삭이라는 컴퓨터를 개발하게 되었고, 이후 이러한 프로그램 내장형 컴퓨터 구조는 폰 노이만 구조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 때문에 폰 노이만의 컴퓨터 구조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역사적인 논쟁거리로 남게 되었지만, 이 외에도 폰 노이만이 인공지능의 단초가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컴퓨터 알고리즘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등 컴퓨터와 관련한 그의 기여도 상당했다는 것도 물론 인정받아야 할 것입니다.

 

 

유니박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컴퓨터 구조 설계와 상업화의 선구자들

한편 설상가상으로 1946년 대학으로부터 에니악에 대한 특허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게 된 모클리와 에커트 두 사람은 명성도 뺏긴 채 대학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모클리와 에커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컴퓨터를 제작하는 EMCC라는 회사를 창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유니박이라는 컴퓨터는 다행히 상업적으로 상당히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져야 마땅할 에니악 기술에 대한 특허의 소유권 때문에 두고두고 고생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불운을 겪긴 했지만 1980년대까지 컴퓨터 회사를 운영하면서 최초의 내장형 프로그램 컴퓨터를 설계한 공로에 덧붙여 컴퓨터 상업화의 길을 개척한 인물로 두 사람의 업적은 역사 속에서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성공적인 사업가는 아니었습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학자와 사업가의 길이 병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오랜 노력과 열정으로 인류에게 남긴 유산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컴퓨터가 존재하는 한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들의 삶이 위대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어느 누군가는 기억할 것입니다.

 

 

* 참고 문헌:

1) 위대한 발명가들. 질리언 클레먼츠. 역자 이선오. 미래아이. 2007.

2) 컴퓨터 스토리. 교보문고. 오일석. 2011.

3) 컴퓨터 아키텍처. 한빛아카데미. 우종정.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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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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