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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IT 여섯 번째, PC 시대가 꽃을 피우다

1980년대는 IBM이 마이크로 컴퓨터의 시대가 점차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PC 비즈니스 전장에 참전을 하면서 명실상부한 PC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군사용으로 시작하여 대중들에게 불편하고, 거대하며 때로는 무섭게까지 느껴지던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가장 친한 친구로 거듭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의 글로벌 IT산업계의 변화들은 이 장에서 전부 다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이니 한 편씩 나눠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각종 소프트웨어가 컴퓨터와 별도로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컴퓨터 구동 시스템인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와 별개로 크게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컴퓨터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함께 판매하였습니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이자 동시에 소프트웨어였던 셈입니다.

이러한 극 초반의 단계를 거쳐 1980년대 마이크로 컴퓨터가 일반인들에게 유행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점차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앱이라고 불리는 애플리케이션이 마치 소프트웨어의 대명사처럼 되었습니다.

잠깐 짚어보자면 그냥 소프트웨어라고 할 때는, 하드웨어를 제외한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고,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만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은 물론 같은 말입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분리되기 시작한 즈음 PC 운영체제의 발전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었을까요? 일반에서는 흔히 MS사의 빌 게이츠가 PC 운영체제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빌 게이츠 이전에 게리 킬달이라는 천재 프로그래머가 있었습니다.

운영체제 전쟁

킬달은 CP/M이라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든 사람입니다. 빌 게이츠의 MS-DOS가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운영체제였습니다. 빌 게이츠의 DOS 역시 CP/M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진1: 게리 킬달 (출처: 위키피디아)

게리 킬달은 워싱턴 주립대학을 졸업한 후, 인텔에서 출시한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구매해서 그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험적으로 만들어 보았고, 1973년 인텔 8080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직후에 플로피 드라이브까지 제어할 수 있는 PC 운영체제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CP/M이었습니다.

킬달은 CP/M을 통해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스(BIOS) 입출력의 체계를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BIOS만 수정하면 자신의 운영체제를 어떤 컴퓨터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 덕분에 CP/M 운영체제는 당시의 8비트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1980년 IBM은 PC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빌 게이츠의 조언을 참고 삼아 게리 킬달의 CP/M 운영체제를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밀준수 유지 항목 때문에 둘의 관계가 틀어졌고, 1980년 결국 IBM과 킬달의 협상은 결렬되었습니다. 그러자 IBM은 빌 게이츠에게 대안 운영체제를 개발해달라고 부탁을 하게 됩니다.

빌 게이츠는 시애틀의 조그만 기업에서 CP/M 운영체제를 복잡한 86-DOS운영체제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5만 달러에 구매해서, IBM에 납품하였습니다. PC-DOS라는 운영체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게리 킬달은 화가 나 고소를 하려고 했으나 IBM이라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DOS와 함께 자신의 운영체제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만 협상을 통해서 받아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CP/M 운영체제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했고, 결국 게리 킬달은 사업에서 점차 물러나게 됩니다.

게리 킬달은 생전 MS를 오래도록 증오했고, 대단한 천재 컴퓨터 공학자였지만, 사업 수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디스크 운영체제의 개발, BIOS체계의 구축 등을 비롯하여 그가 남긴 숱한 IT분야에서의 업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 편리함을 주고 있습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1981년 IBM이 IBM-PC에 인텔사의 8086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사용하기로 계약을 맺고, 1981년 드디어 IBM PC를 출시했습니다. 1981년 8월 12일 IBM PC5150을 출시하였는데, 가격은 1,565달러였고, 출시 8개월 만에 5만 대가 팔려나갔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비롯한 전반적인 삶의 양식은 PC와 함께 현저하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2: IBM PC5150 (출처: 위키피디아)

한편 이 당시 게리 킬달과는 달리 빌 게이츠는 자신의 사업적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습니다. 빌 게이츠는 나중에 또 다루겠지만 1973년에 하버드에 입학을 했고 하버드 컴퓨터 센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천재 프로그래머이자 학교 선배였던 폴 앨런과 1975년 알테어 8800을 접하고 소프트웨어의 시장이 전도가 유망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하였습니다. 이후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만들었고, 소유권을 주장한 MITS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리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우연찮은 기회에 운영체제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세계적인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빌 게이츠는 IBM PC에 자신들의 운영체제를 탑재하면서 단순하게 한 번 판매하고 목돈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한 카피 당 일정한 금액을 받는 로열티 방식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물론 운영체제에 대한 소유권도 MS 자신들이 갖고 있었습니다. IBM-PC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세도 가팔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IBM PC를 복제한 수많은 PC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그 PC들이 전부 MS-DOS를 기본 운영체제로 활용하면서 MS-DOS 운영체제는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는 엄청난 자산을 축적하게 됩니다.

IBM은 PC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전에 많은 준비를 거쳤습니다. PC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하고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제품을 특별한 방법으로 개발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제품들을 자신이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여러 업체들의 제품을 모아서 조립하는 형태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외부에 아웃소싱을 줘서 주문 제작 형태로 개발을 시작한 것입니다.

IBM은 본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CPU와 유닉스 기반 운영체제를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앞당기고 금액을 낮추기 위해서 인텔의 CPU를 사용하였고, 운영체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빌 게이츠와 손을 잡은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방형 구조를 채택하였습니다. 완전한 공개형 아키텍처(Architecture: 시스템 전반의 구조 및 설계 방식)를 표방한 것입니다. 컴퓨터 주변기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소스 코드와 매뉴얼까지 공개함으로써 여러 소프트웨어를 다른 업체들이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본래 애플이 먼저 시도해서 성공했던 전략이었는데, IBM 역시 그러한 방식을 선택했고, 대기업에서 좀처럼 취하기 힘든 개방형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IBM은 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자신의 제품에 저작권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에 효율성의 측면에서 IBM을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애플은 IBM의 공세에 대응하여 애플3와 리사 등의 제품을 만들었지만, 역시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소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IBM의 독주를 한동안 막기 힘들었습니다.
IBM의 성공은 MS라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왕국을 만드는데 의도와는 무관하게 절대적인 기여를 했고, IBM과 호환되는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많은 관련 업체들의 성공을 불러왔습니다. IT산업에서 촉발된 공유 경제의 이상을 이 사건을 통해서도 좁은 틈새로나마 발견하게 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 참고 문헌:
1) 컴퓨터 스토리. 2011년. 교보문고. 오일석
2) 거의 모든 IT의 역사 2010년. 메디치미디어. 정지훈
3) 웹사이트 CHM(https://computerhisto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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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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