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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IT 다섯 번째, 한국산 컴퓨터의 탄생

1970년대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적인 상황은 군대식 병영문화가 만연했고, 민주화에 대한 요구로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산업화의 토대가 닦이면서 조금씩 서광이 비치는 상황이었습니다.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971년에 마무리되었는데 이 기간동안 한국경제는 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한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도·농간 경제 격차가 벌어지는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1960년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1970년대에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은 사실입니다. 1977년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였고,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수출과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이룩하는 모습을 본 외국 사람들의 입에서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역시 세계적인 수준에는 많이 못 미쳤지만, 해외로 유학을 다녀온 학자들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컴퓨터를 수입해서 기술을 습득하며, 독자적인 기술을 축적하기 위한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컴퓨터를 찾아서

1970년대에는 1980년대에 시작될 본격적인 PC 시대의 서막으로, 미니 컴퓨터의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1962년에 이만영 박사가 진공관으로 만든 컴퓨터는 컴퓨터보다는 컴퓨터의 전신인 전자계산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만든 미니 컴퓨터는 단순한 계산기를 뛰어넘은 현대적 의미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일본의 컴퓨터를 도입하고 활용하면서 전산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한 한국은 1970년대 이르러 비로소 독자적인 기술로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었으니, 그 이름은 ‘세종1호’입니다. 이것은 범용 미니 컴퓨터로 실시간 운용이 가능한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 컴퓨터였습니다.

사진: 세종1호. (이미지 출처: KIST 홈페이지, https://www.kist.re.kr)


그런데 세종1호는 처음부터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처음에 개발자들이 의도한 것은 전화 교환기 기술이었습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청와대는 긴급직통전화용 특수교환기가 필요했고, 그것을 1972년 4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 의뢰했습니다. 당시 정부 기관에서는 외국 정보기관이 도청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입니다. 7·4 남북 공동성명(1972년 7월 4일, 남북한 정권이 최초로 통일과 관련하여 합의하고 발표한 역사적인 공동성명)의 시기에 즈음하여 통신 보안이 완벽히 확보된 핫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정부기관의 요청에 의해서 KIST연구진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KIT-CCSS(Computer Controlled Switching System)였습니다. 그런데 이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구동하기 위한 미니 컴퓨터가 필요했습니다. 미니 컴퓨터는 현재의 마이크로 컴퓨터인 PC보다는 크고 대형 컴퓨터인 메인 프레임 컴퓨터보다는 작은 컴퓨터를 말합니다.

여기서 잠시 컴퓨터 시스템의 유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대형 컴퓨터를 말합니다. 컴퓨터가 초창기에 생겼을 때는 모두 메인프레임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 여러 유형의 컴퓨터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에 이 대형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정부나 거대 기업들이 많은 인원과 넓은 지역을 관장하거나 글로벌한 작업을 하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항공사의 예약 시스템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동시에 수백 명, 수천 명의 사용자들이 접속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니 컴퓨터가 있습니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 보다는 성능이 부족하지만, 역시 많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컴퓨터는 흔히 소형 범용 컴퓨터(Small General Purpose Computer)라고 하는데, 작동이 쉽고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마이크로 컴퓨터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PC(Personal Computer)입니다. 본래 PC는 IBM에서 출시된 마이크로 컴퓨터의 상품명인데, 그 브랜드명이 우리에게 익숙해지면서, 마이크로 컴퓨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마이크로 컴퓨터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사용 목적에 따라 가정용, 사무용, 전문가용, 특수 목적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슈퍼 컴퓨터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뉴스에서 기상 예측을 위해서 슈퍼 컴퓨터를 도입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일반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계산을 수행하는데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연산 속도를 자랑하지만,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정부기관이나 연구소 등에서만 소수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KIT-CCSS를 제대로 구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필요에 따라 KIST 안병성 박사의 주도로 국산 미니 컴퓨터 세종1호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설 교환기 KIST-500 개발 과제도 병행하게 됩니다.

1976년 10월 세종1호가 개발 완료되었고, 1977년에 KIST-500개발 과제도 완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은 삼성에 이전되어 센티넬이라는 상품명으로 일반에 출시되었습니다. 이 센티넬은 강원도청, 시티뱅크 등에 판매되었고 이후 센티넬의 후속 모형인 센트리도 등장하였습니다.

세종1호는 미국의 노바라는 미니컴퓨터를 모델로 하여 개발된 범용 미니 컴퓨터이지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설 교환기에 필요한 실시간 동작과 신뢰성을 보강함으로써 사설 교환기 전용 제어기로서의 역할도 구현한 보다 성능이 우수한 특수 목적용 미니 컴퓨터였던 셈입니다.



한국 PC의 첫 걸음

다음으로는 미니 컴퓨터를 넘어 마이크로 컴퓨터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 컴퓨터 알테어가 만들어지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애플Ⅱ가 출시되자 한국에서도 이에 자극을 받아 마이크로 컴퓨터 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이 당시의 상황을 보면 1973년 미국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16비트 컴퓨터를 만들었고, 1974년에는 인텔에서 8비트 마이크로프로세스 Intel8080을 개발하여 출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되자 MITS라는 업체에서 인텔의 8비트 칩을 장착하여 최초의 마이크로 컴퓨터 알테어8080을 출시하여 판매하게 됩니다. 또한, 1977년에는 애플Ⅱ가 출시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뒤처질세라 한국은 1976년부터 금성사와 KIST가 공동 연구하여 전길남 박사의 주도로 인텔의 8080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GSCOM-80A를 출시하였습니다. 이후 1976년 말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소가 설립되어 1979년 역시 전길남 박사의 주도로 16비트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HAN-16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그 전 단계로 8비트 마이크로 컴퓨터인 HAN-8을 1980년에 완성하였습니다.
여기까지가 간략하게 살펴본, 1970년대 한국산 컴퓨터 개발의 전개 과정입니다. 한국 최초의 PC인 GSCOM-80A의 사양을 살펴보면, CPU가 2MHz였고, 주기억장치 RAM은 4K바이트에 불과했습니다. 메가를 넘어 기가, 테라 단위에 익숙한 현대에는 상상하기 힘든 성능이었지만, 당시에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오랜 산고 끝에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이렇게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IT 발전사에서 한국의 정부 기관과 학자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밤낮 없는 노력을 경주했기에 현재 IT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문헌: 한국 산업기술 발전사 (산업통상자원부·한국공학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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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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