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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인 ‘디자이너의 글쓰기(1편)’부터 읽으면 더 좋습니다.
디자이너가 글을 잘 쓰기 위해 의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고, 공감을 얻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고 시각화(Visualization) 작업을 하는 구조, 기초가 되는 재료입니다. 브랜드 디자인, UX 디자인 모두 각 기업마다 자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요. 시각적인 자료만으로 시스템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애플, 구글, 아우디, 우버, 토스 모두 디자인 시스템의 많은 부분을 텍스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글쓰기는 설명문인 동시에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통합적 사고에 기반한 글쓰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온전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이를 통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전달할 때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의 글쓰기가 마케터가 쓰는 ‘팔기 위한 글’, PR 담당자의 ‘홍보 효과를 노린 보도자료’와 달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가 텍스트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담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스탠퍼드 대학 디스쿨(d.School, 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에서 정의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인데요. 사용자의 행동을 바탕으로 그들의 생각과 요구를 확인하고 간단한 재료를 사용해서 빠른 속도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다음,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다시 끊임없는 수정과 평가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에 접근합니다.
Design Thinking 프로세스 (Soruce: Hasso Plattner Institute of Design at Stanford University)
① 공감하기(Empathize)
② 문제 정의(Define)
③ 아이디어 찾기(Ideate)
④ 프로토타입(Prototype)
⑤ 평가하기(Test)
디자이너는 글을 쓰려고 할 때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Why)에 대한 답으로 사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을 표현하면서 글을 시작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최근 콘텐츠를 소비하는 MZ 세대는 여러 종류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가 스팸 메일처럼 느껴지면서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가 쌓인 기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자신의 공감을 표현하면서 “아침마다 메일함을 볼 때,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뉴스레터를 열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식으로 “뉴스레터 구독 전용 메일 계정을 만들어서 뉴스레터를 개인 메일 계정과 분리하세요!”라는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해보고 나서 어떤 변화들이 생겼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과정에 대한 기록과 더 나은 과정을 만들기 위한 단서들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기업이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모든 브랜딩 영역으로 확장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 중 하나는 ‘글 쓰기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립’입니다. CI, BI, 슬로건, 컬러, 타이포 등 비언어적 표현은 상대적으로 기업 브랜드, 디자인 조직에서 품질을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요소지만, 말과 글로 전달되는 언어적 표현은 더 많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브랜딩의 많은 요소는 시청각 요소가 아니라 회의 방식, 회의록을 작성해서 공유하는 방식, 고객에게 전달되는 단어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근래에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많은 기업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웁니다. 디자이너에게 스케치나 프로토파이, 블렌더 등 도구를 다루는 스킬도 중요하죠. 이를 충족한 다음에는 무엇일까요? 사고력, 통찰력, 창의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행력이 역량을 결정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해서 이를 정해진 자원으로 효과적으로 해결하면서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글 쓰기’는 슬랙이든, 팀즈든, 메일이든 예외 없이 필요한 스킬입니다.
그러니 디자이너는 매일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