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먹고 받은 종이 영수증을 회사에 일일이 제출해 본 적 있나요?”, “지난 회의에서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확인하려고 파일을 몇 개씩 열어 본 적은요?” 이런 일들은 사소해서 대부분 ‘원래 그런 일’이라며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매일 조용히 업무가 쌓여 가죠. 그래서 이 귀찮음을 그냥 넘기지 않고, AI와 함께 직접 해결 도구를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IT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클코나잇(클로드 코드 나잇)’을 진행하면서 AI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 본 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왔는데요. 그 결과물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공통점이 보였습니다. 대부분 거창한 서비스가 아니라, 나와 우리 팀의 하루를 조금 덜 번거롭게 만들기 위한 도구였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름을 ‘빌더나잇’으로 바꾸고, 그 도구들을 마음껏 자랑하는 자리를 열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총 54건의 출전작이 접수됐고, 내부 검토와 1:1 온라인 인터뷰를 거쳐, 총 네 팀이 빌더나잇 본선 무대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6일 화요일 저녁, 요즘IT가 노션과 함께 준비한 ‘빌더나잇: 로컬앱 자랑대회’가 위워크 선릉 3호점에서 열렸는데요. 노션에서는 장소 제공과 굿즈, 다과 등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연휴가 끝난 뒤 맞은 평일 저녁이었지만, 현장과 온라인 웨비나를 합쳐 120명의 참가자분들이 함께해 주셨는데요. 그날 무대에 오른 네 팀은 어떤 도구를 들고 왔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회의록, 다들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그런데 작성한 회의록을 다시 찾아본 적은 있으신가요?”
첫 번째 발표는 이 질문으로 시작됐습니다. 매주 회의 후 데이터는 쌓이는데, 지난 내용을 찾으려면 결국 파일을 하나씩 열어봐야 했기 때문이죠. 조은혜 님이 직접 팀원들에게 물어 보니, 이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업무 기록을 다시 찾아보는 이유로 ‘프로젝트 히스토리 추적’과 ‘과거 의사 결정 확인’을 꼽은 응답이 각각 68.4%였죠.
여기에 팀 매니저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정성적이고 모호한 디자인 업무를 수치로 정리해서 보고해야 했던 거죠. 그렇게 ‘수치화하기 어려운 업무에 눈금을 붙이는’ 3년간의 끈질긴 시도가 시작됐습니다.
첫 번째 시도는 “한군데 모으면 되겠지”였습니다. 팀 회의록을 구글 문서 하나에 1년 치씩 몰아 넣었지만, 결국 Ctrl+F로 과거 기록을 찾아 다시 정리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두 번째는 업무를 표로 옮기고 난이도를 1~5단계로 나눠 기록했고, 세 번째는 입력 폼을 만들어 봤습니다. 하지만 기록하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업무가 되자, 이 역시 9주 만에 포기하게 됐다고 해요.

그래서 네 번째 시도에서는 아예 입력하는 과정을 없앴습니다. 회의록을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바꾸고, 피그마 코멘트, 업무 요청 메일, 참고 자료, 주간 업무, 회의록까지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한곳으로 자동으로 모았습니다. 기록 항목도 난이도와 업무량에 더해 UX 맥락, 결과 평가, 리워크 여부까지 넓혔고요. 그리고 이 데이터를 Claude가 읽고 분류하는 ‘Think-Tank’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질문 하나면 답이 나옵니다. “피그마 코멘트, 업무 요청 메일, 작업 현황 대시보드를 전부 참고해서 OO 프로젝트 이슈를 알려 줘”라고 물으면 되는 식이죠. 그 결과 1~3일씩 걸리던 연말 보고서는 1시간이면 끝나고, 지난 기록을 찾다가 포기하던 일은 질문 하나로 5분 만에 해결됩니다.

물론 마냥 공짜는 아니었다고 해요. 지침과 문서가 늘어날수록 반나절 만에 토큰이 바닥나기도 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그래도 2024년부터 쌓인 200장이 넘는 회의록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문서화하는 데 든 API 비용은 1.5달러였다고 하니, 들인 비용에 비해 얻은 것이 훨씬 컸던 셈이죠.

3년 동안 달라진 건 막연한 짐작 대신, 쌓인 데이터로 병목과 패턴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숫자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디자인 업무에도 '대략적인 좌표'를 찍어 두자, 다른 부서와 같은 데이터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만든 건 아니라고 덧붙이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A부터 Z까지 한 번에 되는 자동화는 없더라고요. 제일 사소하고 귀찮은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다른 업무와 연결되고,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아주 작게 시작하셔도 됩니다.”

정윤희 님의 이야기는 입사 첫날 점심시간에서 시작합니다. 테이블 오더로 결제를 마쳤는데, 옆에 있던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영수증 챙기셔야 식대 지원 나와요!”알고 보니 전 직원이 한 달 동안 종이 영수증을 모아, 월말마다 현장에서 본사로 등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수증을 요청하고, 모으고, 취합하고, 등기로 부치고, 본사에서 뜯고, 휴가일과 대조하고, 날짜와 업종을 확인하고, 풀로 붙여 스크랩하기까지. 무려 8단계에 걸친 수작업이었죠.
그래서 디지털 영수증을 AI가 판독하는 앱 ‘잘먹이’를 제안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기대와 달리 싸늘했습니다. 회사는 이미 제로페이와 법인카드를 차례로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또 양치기 소년이 왔네, 결국 종이 영수증으로 돌아갈 텐데…”라는 불신이 남아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도입 여부는 성능을 직접 확인한 뒤에 결정하면 되고, 바이브코딩으로 혼자 만들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잃을 것이 거의 없다고요. 그렇게 5월 한 달 동안 개발하고, 6월에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부터는 전 직원이 매일 쓰는 앱이 되었습니다.
실제 시연도 이어졌습니다. 직원이 영수증을 올리면 AI가 근무일과 시간, 업종을 확인해 바로 승인하고, 규정에 맞지 않는 영수증은 보류한 뒤 예외 사유를 받습니다. 관리자는 대시보드에서 승인 버튼만 누르면 되고, 회계 증빙용 영수증도 PDF로 한 번에 출력할 수 있죠.

이렇게 잘먹이를 만든 결과, 관리자가 월말마다 5~8시간씩 하던 마감 업무는 30분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정윤희 님이 꼽은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회사가 종이 영수증 제출 규정을 공식적으로 폐지한 날이라고 합니다.
이제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영수증을 받으려고 다시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한 달 동안 영수증을 모아 둘 필요도, 월말에 우체국을 찾을 필요도 없어졌죠. 무엇보다 반가운 변화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로페이와 법인카드를 거치며 혼란이 있었던 회사와 직원 사이의 신뢰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죠.
“기술이 원칙을 지켜 주는 안전장치가 되자 감시 비용이 사라졌고, 회사와 직원 사이의 신뢰도 회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발표 전에 먼저 앱 하나만 켜 두겠습니다.”
오규성 님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앱 하나를 먼저 켰습니다. 직접 만든 회의 기록 앱 ‘OhMyVoice’입니다. “하나, 둘, 셋, 테스트.” 그가 말하자 화면 아래에 자막이 실시간으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를 하고, 이 친구는 제 이야기를 들을 거예요. 일을 잘했는지는 마지막에 같이 확인해 보죠.”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 '좋아요'를 좀 많이 받아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이죠. 돌이켜 보면 그 마음은 3년 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에 들른 AI 밋업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걸 꺼내 보여 주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그때 '언젠가 나도 내가 만든 걸 들고 저 자리에 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PM으로 일하다 보니 그 마음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직접 만드는 일은 줄어들었고, 어느새 '내 커리어에서 만드는 일은 끝났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해요.
그 생각이 바뀐 건 작년 말, 코딩 에이전트를 처음 써 보면서부터였습니다. 머릿속에 있던 걸 말로 설명하면 Claude Code와 GPT Codex가 코드를 짜 주고, AI가 먼저 검수한 결과를 본인이 직접 확인하며 고쳐 나가는 식이었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다시 자기 손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곧 만드는 재미에 빠져 한때는 앱 다섯 개를 동시에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만드는 것과 계속 쓰는 것은 달랐던 거죠. 기능을 추가하고, 고치고, 버그가 나고, 다시 고치다가 결국 버린 앱이 쌓였습니다.

그 시행착오 끝에 세운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내가 실제로 쓰고, 내가 편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만드는 속도보다 설계를 먼저 합니다. 디자인 토큰과 공통 컴포넌트를 미리 만들어 두고, 모든 앱에 같이 쓰고(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않기), AI로 만들었다고 완성도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또 이미 구독 중인 GPT, Claude, Gemini를 내 앱에 연결해 쓰고, 언제든 다른 모델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오규성 님은 이 네 가지를 ‘빌더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앱이 바로 아래 네 가지입니다.

발표의 마지막 순간, 오규성 님은 처음에 켜 두었던 OhMyVoice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발표 내내 그의 말을 받아 적던 앱이 그 내용을 요약해 보여 주면서, 직접 만든 '세컨드 브레인'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확인시켜 준 거죠. 그리고 앞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팁으로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반복되는 일을 줄여 주는 도구도 좋고, 가족이 쓸 작은 앱도 좋다고요. 중요한 건 누구를 위해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지 먼저 정하고, 꼭 필요한 기능 하나부터 AI와 함께 작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면 '여기는 이렇게 바꾸면 좋겠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걸 하나씩 고쳐 가면서 더 편하게, 더 쉽게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됩니다.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마지막 발표의 제목이 ‘일 줄이려다 일 늘린 AI 정착기’로 지어진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팀 업무에 AI를 붙이고 나서 일이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팀원들이 그 도구를 쓰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왜 안 쓰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오히려 일이 더 생겨서 하기 싫어요.”
그래서 이날 발표는 AI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만든 도구가 왜 쓰이지 않았고 어떻게 다시 쓰이게 됐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테서 연구개발팀이 AI에게 맡길 일을 고른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바쁘면 늘 먼저 밀리는 일, 그리고 사람이 판단하기 전에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일. 이 기준으로 고른 네 가지 업무가 기능 백과사전, 디자인 수정, 고객 문의 대응, 사용 안내 자동화였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쓰인 도구는 거의 없었죠.

기능 설명 문서를 한곳에 모으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습니다. 내용이 두 군데로 나뉘거나, 너무 복잡해서 개발자 말고는 아무도 읽지 못하거나, 문서를 고치는 일이 업무로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죠. 결국 답은 따로 찾아가서 읽는 문서가 아니었습니다. PR을 올리면 바뀐 코드만큼 문서도 자동으로 고쳐지게 만들자, 지금은 문서가 100편을 넘었다고 합니다.
고객 문의 대응에서도 비슷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답이 느린 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재 보니 첫 답은 6분이면 나가고 있었어습니다. 진짜 문제는 원인을 찾는 데 걸리는 92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넘긴 문의에 한해 AI가 원인 조사를 먼저 끝내 두고, 고객에게 나가는 문장은 여전히 사람이 쓰도록 했습니다.

세 번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명확했습니다. 찾아가야 하는 도구, 일을 늘리는 도구, 소통을 늘리는 도구는 쓰이지 않았다는 것. 살아남은 도구는 모두 원래 하던 과정을 줄여 준 것이었습니다.
이 원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한 결과가 사용 안내 자동화입니다. 예전에는 업데이트할 때마다 화면 48장을 다시 캡처하고 화살표를 그려 넣느라, 4시간 가까이 걸렸는데요. 지금은 코드가 병합되면 봇이 바뀐 화면만 다시 찍고, AI가 안내 글을 고쳐 둡니다. 애매한 부분은 사람에게 넘기고, 사람은 마지막에 10분 정도 검수만 하면 됩니다.

테서 연구개발팀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회고 시간을 갖습니다. 도구가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해서, 쓰이면 더 다듬고 쓰이지 않으면 과감히 버린다고 합니다.
“AI가 실제로 쓰이기까지 수없이 말아 먹었고, 말아 먹은 만큼 더 나아졌습니다.”
이날 질의응답은 시간 관계상 참가 신청 때 미리 받아 둔 사전 질문을 중심으로 짧게 진행했는데요. 사전 질문 중에는 "어떤 AI 모델을 썼나요?", "사내 문서와 민감 정보는 어떻게 다뤘나요?",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가 가장 많았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이 많은 만큼, 회사에서 실제로 쓰이려면 어떤 과정을 넘어야 하는지가 큰 화두였죠.
미처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는 현장 네트워킹 시간에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발표까지 모두 끝나고, 현장에 남은 참가자분들은 발표자에게 궁금했던 점을 직접 묻거나 서로 만든 도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사가 끝난 뒤 저희가 진행한 참가자 후기 설문에서는 전반적인 만족도가 5점 만점에 평균 4.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해 주신 분 4명 중 3명은 이번 행사에서 업무에 적용해 볼 만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답해 주셨는데요. 남겨 주신 후기 중에는 완성된 결과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특히 많았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맞은 바쁜 평일 저녁, 현장과 온라인에서 끝까지 함께해 주신 참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네 팀의 발표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결과만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시 만든 과정까지 솔직하게 나눠 주셨기에 더 의미 있는 자리가 됐습니다.
또한 그날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발표 영상을 곧 요즘IT 유튜브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미리 구독, 알림 설정 해두세요!
아직 다음 행사는 미정이지만, 또 다른 빌더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쌓일 수 있도록 준비해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빌더나잇에서 보고 싶은 주제나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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