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리어를 시작한 2021년부터 학교, 기업, 교육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취업 준비생과 학생, 주니어 개발자들을 만나 멘토링해 왔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대략 수백 명 정도를 만난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력서만 보더라도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멘티들의 고민이 AI의 발전과 함께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2022년 말 ChatGPT 3.5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은 AI를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챗봇’ 정도로 사용했다. 답변의 정확도가 아쉬운 경우도 많았고, 실제 업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발자는 많지 않았다.
2024년 무렵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GitHub Copilot과 같은 AI 코딩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개발자들은 자동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멘토링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기술 자체에 관한 것이었다.
멘티들의 관심사는 어떤 기술을 얼마나 깊게 알아야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실제로 당시 만났던 한 주니어 개발자는 “주도적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싶다”, “디버깅을 잘하고 싶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함께 코드를 화면에 띄워놓고 한 줄씩 수정하며 디버깅했고, 멘티가 마주한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때도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작업의 주도권은 사람에게 있었다. 사람이 얼마나 잘 설계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과 작업 시간이 크게 달라지던 시기였다. 그래서 필자는 멘티들에게 알고리즘 문제 풀이도 굉장히 많이 강조하고는 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AI와 사람이 맡는 업무의 비중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Cursor, Claude, Codex와 같은 AI 도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단순한 코드 작성뿐 아니라 설계, 테스트, 리팩터링까지 AI가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멘토링을 통해 받는 질문도 달라졌다.
작년에 부산의 한 공공기관에서 <AI 시대의 프론트엔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현장에서 받은 질문도 대부분 프론트엔드 기술보다 AI에 관한 것이었다. “AI를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지?”,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이 주를 이뤘고, 필자는 개발자들의 관심사가 기술 자체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의 채용 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AI의 발전과 기업들의 효율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회사가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주니어를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는 개발자의 전문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전문성이 평가되는 기준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멘토링을 하며 만난 수많은 멘티들과, 실제 현업에서 AI를 업무에 도입하며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신입사원 첫날부터 팀장이 되지는 않는다. 작은 기능을 구현하고, 리뷰를 받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일을 배워 나간다. 필자 역시 그렇게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의 업무 방식은 예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반복적인 구현이나 초안 작성은 AI에게 맡기는 편이 더 빠른 경우가 많아졌다. AI는 이제 단순한 자동완성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팀원처럼 일한다. 기능 구현을 시키고,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게 하고, 리팩토링을 맡길 수도 있다.
필자가 속한 팀에서도 AI에게 구현 초안을 작성하게 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맡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이거 해줘 저거 해줘” 수준으로 단편적인 요청을 했었다면, 이제는 요구사항 문서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주는 일까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그 결과를 검토하며 방향을 조정한다. 개발자의 시간이 구현보다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AI가 만든 결과를 검토하며 방향을 수정하는 일에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취업하지 않은 신입과 주니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팀원처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누군가가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역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AI라는 팀원을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작업을 나누고, 결과를 검토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물론 팀장처럼 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팀장처럼 사고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연습할 수 있다. 내 팀원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AI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AI에게 작업을 맡겼다면 지금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작성한 코드를 그대로 복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의 작업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를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나 팀 프로젝트에서 리더 역할을 맡아 보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리더 역할을 자원해 보기를 바란다.
AI의 성능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혼자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나는 멘티들 중에서도 AI를 활용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직접 완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필자는 이런 개인 프로젝트에서도 여러 에이전트에게 역할을 나눠 맡겨 보라고 권한다. 사람과 협업할 때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동시에 맡기보다 역할을 나누는 것처럼, AI 에이전트도 작업을 분리해 맡길 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업에서는 AI와 일하지만, 제품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만든다.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많은 개발자가 AI를 사용하면서 하는 가장 큰 착각 중 하나는 AI가 항상 최선의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소개 페이지처럼 정답에 가까운 구현 방법이 이미 널리 알려진 작업이라면 AI는 상당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서는 구현보다 의사결정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 프로필의 닉네임 변경 기능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닉네임을 자유롭게 변경하도록 할 수도 있고, 한 번 설정하면 변경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둘 다 구현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더 적절한지는 서비스의 성격과 운영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 AI에게 단순히 “닉네임 기능을 만들어줘.” 라고 요청하면 대부분의 AI는 특별한 제약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반적인 구현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서비스에도 최선인지는 다른 이야기다.
AI가 일반적인 서비스의 관행을 바탕으로 그렇게 구현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라면 닉네임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운영 정책과 충돌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계속 닉네임을 바꾸면서 문제 행동을 반복한다면 운영 측면에서 새로운 고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업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개발자들은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며 AI와 토론한다. 때론 AI가 너무 장황하게 이야기 할 때도 있어서 그것들을 잡아주면서, 명확하게 가이드를 제시해 줄 필요도 있다. 아래는 필자가 github 연동이 필요한 사내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 AI와 대화를 했던 예시이다. (보안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지웠다)

AI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방향을 제안하는 데는 뛰어나다. 하지만 서비스마다 비즈니스 목표와 제약은 다르다. 그래서 차별화는 AI가 아니라 사람의 질문과 판단에서 나온다.
내가 멘토링을 하면서 2025년부터는 멘티들이 개발을 할 때 AI를 많이 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 코드를 왜 이렇게 짰는지를 깊게 물어보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AI가 맞게 짜주었다고 믿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안적으로 민감한 값을 그대로 코드에 박아놓은 경우도 있었다.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AI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AI가 내린 결정을 검증하고 서비스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이다.
우리가 AI에게 “로그인 기능을 만들어줘.” 라고 요청하면 로그인 기능은 만들어 준다. 하지만 어떤 로그인 경험을 제공할지까지는 결정하지 않는다. 소셜 로그인을 기본으로 할지, 이메일 가입을 유지할지, 가입 절차를 얼마나 단순하게 만들지와 같은 결정은 결국 사람이 내려야 한다.
AI는 부족한 요구사항을 스스로 추론해 빈칸을 채운다. 그래서 개발자의 의도가 모호할수록 결과는 점점 일반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 개발자 채용에서도 단순히 정답을 빠르게 구현하는 능력보다 지원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을 확인하려는 방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묵묵히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해 설명하고, 면접관과 대화하며 조건을 구체화하고,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제품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AI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AI를 지금처럼 익숙하게 활용하지 못하던 시기에는 AI가 제안하는 방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 처음에는 개발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현은 복잡해졌고,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도 계속 생겼다.
결국 기능을 처음부터 다시 구현해야 했다. 그 경험 이후부터는 AI에게 구현을 맡기기 전에 먼저 원하는 구조와 기준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AI는 뛰어난 구현자이지만 방향까지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신입과 주니어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면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연습을 해 보자. 면접에서도 AI를 사용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필자는 지금의 AI 열기 속에도 과거 닷컴 버블과 비슷한 과열의 모습이 일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퍼스널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 및 발달로 개개인이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련 서비스들이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생겨나던 시절이 있었다. 몇 년간의 성장 후 정점을 찍고 그 뒤로 몇 년간 하락세를 겪게 되었는데, 지금의 AI 열기도 언젠가는 속도가 둔화되거나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는 시점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세상이 더이상 AI를 쓰지 않는 시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 마치 과거에 닷컴 버블이 터진 후에 인터넷을 안 쓰는 시절로 돌아가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AI의 발전 속도가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둔화되더라도 AI가 개발자의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코드를 작성하고, 더 많은 설계를 제안하며, 더 많은 업무를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이다. AI는 구현을 빠르게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 선택이 우리 서비스에 적합한지,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지는 대신 결정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의 전문성은 코드를 얼마나 빨리 작성하느냐보다 AI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결정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입과 주니어 개발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AI 도구를 하나 더 익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AI는 점점 더 뛰어난 개발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왜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은 더욱 사람의 몫이 된다. AI 시대에도 결국 좋은 개발자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판단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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