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붙였는데도 사용자는 왜 우리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까?
이제는 기획자 역시 개발자 못지않게 현업에서 AI를 자주 활용합니다. 리서치 내용을 정리하거나, 가설을 빠르게 검토하거나, 문서 초안을 만들고, 더 나아가 AI를 아예 제품에 활용하여 기능을 만들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만능일 것 같은 AI는 모든 것에 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AI라는 타이틀에 집중하는 바람에, 본질을 잃은 제품 또한 시장에 많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AI를 도입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지표가 극적으로 성장할 거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기대만큼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이러한 이유는 워낙 복합적인 이유이기에 한 가지 원인만을 꼽을 수 없지만, 이번 글에서는 기획자로서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AI 제품의 차별성 부재’에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많은 사용자가 이미 AI로 글쓰기부터 코딩까지, 더 나아가 AI를 제품 곳곳에 활용하는 시대에, 기획자로서 AI 제품은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현업에서 제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주로 AI 기능을 도입할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하기 쉽습니다.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지금 유저의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상품 정보를 입력하면 판매에 사용할 상품 설명문을 자동으로 작성해 주는 AI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은 분명 상품 설명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동일한 상품 정보를 ChatGPT나 Claude, Gemini에 입력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우리 제품의 AI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렇다 보니 단순히 만들어진 AI 제품은 금방 대체되거나, 필요성이 없어져 유저에게 잊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것이 기획자가 [단순 AI 기능]에 매몰되어 기능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둬서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로서, 우리 제품이 다른 범용 AI보다 더 나은 점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예를 들어보자면, 한 채용 플랫폼 기획자가 경력 정보를 입력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주는 AI 기능을 만들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구현된 결과를 상상해 보면, 경력과 지원 직무, 강조하고 싶은 경험을 입력하면 자연스러운 자기소개서 초안을 받을 수 있겠죠.
분명 편리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이 정보를 문장으로 정리해 주는 데 그친다면 사용자는 굳이 플랫폼 안에서 AI를 쓸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같은 내용을 ChatGPT에 입력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가 만든 AI 제품이 ChatGPT와 같은 범용 AI를 차지하고 사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의 핵심 차이는 주로 플랫폼이 가진 ‘맥락’을 활용할 때 생기죠. 만약 앞서 예시로 든 자기소개서 AI를 지원자가 저장한 채용 공고의 요구사항, 직무별로 자주 요구되는 역량, 실제 서류 통과 사례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구성 방식을 함께 반영한다면 어떨까요?
범용 AI가 단순히 글을 써주는 도구라면, 제품 AI는 지원하려는 채용 맥락에서 더 설득력 있는 지원서를 만들도록 돕는 도구가 됩니다. 좋은 예시와 상세한 프롬프트를 넣는다고 한들 제품이 가지고 있는 실제 데이터보다는 약할 수 있고, 이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핵심은 서비스 기획 관점에서 우리 제품이 범용 AI 대비 만들 수 있는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그럼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차별성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품의 특성, 다루는 시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를 보편적으로 봤을 때 대표적인 차별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필자는 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에서, 전문가가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돕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타 서비스와 같이 AI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고, 그중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전략 수단으로 설계한 포트폴리오 콘텐츠 작성 기능 사례를 예시로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사 서비스에는 전문가가 작성하는 ‘포트폴리오’라는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이는 단순히 본인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아니고, ‘포트폴리오’라는 단어 그대로 고객에게 실제 작업 결과와 업무 방식, 전문성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이는 전문가에게는 고객을 확보하여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업 자산이죠.
*여기서 포트폴리오란?: 고수의 실제 산출물, 업무 방식, Before/After를 자세하고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 이는 고객이 원하는 전문가를 비교/판단하는 주요 정보 중 하나

실제로 포트폴리오 콘텐츠와 관련된 데이터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포트폴리오 보유 여부에 따라 전문가의 고용과 관련된 주요 선행·후행 지표에서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포트폴리오가 전문가의 플랫폼 활동과 고용 기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우라 보았습니다.
즉, 콘텐츠 작성은 단순 정보 수를 채우는 과제가 아니라, 고객이 전문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늘리고 전문가의 고용 기회를 만든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콘텐츠 효과는 분명했지만 절반 이상의 전문가는 포트폴리오 콘텐츠를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이 부족하거나 무엇을 작성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사용자를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했고, 문제는 생각보다 복합적이었죠.
결과는 작성 시간과 리소스 부족, 콘텐츠 구성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콘텐츠 작성을 해도 고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 회의감이었습니다. (열심히 콘텐츠를 작성했는데 고객에게 선택을 받지 못해하는 상황)
결국 포트폴리오는 고객 확보에 중요한 자산이지만, 실제로 효용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정보 구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만든 콘텐츠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는 확신도 부족한 상황이라 보였습니다.
만약 위 문제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의 문제를 [단순 AI 기능]으로 접근하여 문장을 대신 생성해 주는 기능 정도로 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사용자가 입력한 경력·작업 내용을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어주는 정도에 그칠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hatGPT에 같은 일반적인 범용 AI에서도 비슷하게 해결되는 문제이죠.
하지만 좋은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AI가 편리하게 작성해줘도 결국 사용자가 콘텐츠를 통한 ‘고객 선택/확보’ 가치를 실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점이죠.
따라서, 기획자로서 AI를 하나의 전략 도구로 삼아 우리만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제품만이 내부 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제 고객 반응이 좋았던 포트폴리오의 구조와 맥락을 반영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유저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성해 주는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AI가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고 플랫폼 안에서 고객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보고 전문가에게 문의했는지, 어떤 정보가 전문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를 제품 경험에 반영하는 일이었습니다.
범용 AI는 ‘그럴듯한 글’을 만들어주지만, 저희 제품은 ‘실제로 고객이 반응했던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게 핵심입니다. 이 차이가 범용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지점이었고, 유저 입장에서도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명확히 느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더 가까워질 수 있겠다”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죠.
실제 도입 이후 이 기능은 단순히 콘텐츠 작성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을 넘어, 전문가가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 콘텐츠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해당 제품은 엄청나게 뛰어난 AI 기술을 개발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품이 가진 데이터와 사용자의 최종 목적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명확한 제품 차별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기사:숨고, AI 포트폴리오 도입 후 등록 고수 63.7% 증가[조선비즈])

좋은 제품은 단순히 AI 기능을 추가했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 AI 시대에 기획자는 AI를 단순한 생성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품만의 강점을 연결하는 전략 수단으로 다뤄야 합니다.
즉, 기능 기획의 핵심은 사용자가 범용 AI와 비교해도 우리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제품만이 가진 데이터와 맥락을 활용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실제 성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결국 AI 시대에 기획자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자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따라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만약 AI로 해결한다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할 질문은 아래와 같을 겁니다.
“우리의 AI는 사용자의 어떤 중요한 문제를, 범용 AI보다 더 잘 해결하며, 어떤 실제 성과를 만들어 내는가?”
*이 글은 AI를 통해 일부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