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만든 것을 꼽으라면 단연 PPT,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일 것이다. 중간부터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 대신 피그마(Figma)를 쓰기 시작했지만, 각 장표에 필요한 내용을 배치하고 데이터를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등의 작업은 변함없이 반복해 왔다. ChatGPT가 등장한 후 AI가 온갖 작업을 자동화해준다고 떠들썩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감마(Gamma)라는 AI가 PPT를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미나이(Gemini)가 이제 PPT 디자인을 대체해줄 거라는 소문이 들려왔을 때도 기대를 한껏 품고 테스트해 봤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놓고 마치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해낸 양 기세등등하게 뽐내는 감마와 제미나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얄밉기까지 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PPT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게 하다니. 그래서 한동안 PPT 디자인을 AI에 맡기는 것은 포기했었다.
그렇게 기대를 접고 2~3년이 흐른 지금, 이번에는 클로드(Claude)가 등장해 PPT 디자인을 잘한다는 소문이 났다. 테스트해 본 결과, ‘진짜 많이 발전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단순히 PPT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 컨셉을 변경하고 톤앤매너를 맞출 수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클로드의 스킬(Skill)로 템플릿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템플릿은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지만, 클로드 스킬로 만든다면 누가 그 템플릿을 사용하더라도 컨셉을 유지하면서 내용에 맞게 디자인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클로드로 원하는 디자인 컨셉의 PPT를 만들어 보고, 이를 스킬로 만드는 과정까지 소개해 보려고 한다.

PPT 생성 작업을 하기에 앞서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다. 일단 파워포인트 프로그램부터 갖춰야 한다. 클로드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이 파워포인트 파일(.pptx)이기 때문에 결과물을 확인하고 직접 수정하려면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클로드 유료 구독은 일단 필요 없다. 다만 수정이 3~4번만 넘어가도 무료 토큰을 모두 소진할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유료 구독을 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들려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물론 요즘 AI는 키워드 하나만 입력해도 해당 내용을 검색하고 구성까지 알아서 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방법은 디자인 퀄리티를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 페이지별로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하려는 폰트 파일과 레퍼런스 이미지가 필요하다. 폰트 파일은 OTF나 TTF 형식으로 준비하면 되고, 레퍼런스 이미지는 비핸스(Behance)나 핀터레스트(Pinterest)에서 원하는 컨셉을 찾아 저장해 두면 된다. 검색할 때는 컬러와 원하는 컨셉을 함께 키워드로 넣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심플한 컨셉에 블루 컬러 톤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원한다면 ‘simple minimal blue presentation design’처럼 검색할 수 있다. 여기서 컬러나 컨셉만 바꿔가며 검색하면 된다.
이런 레퍼런스는 여러 장 찾아 두는 것이 좋다. 레퍼런스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제공할수록 클로드가 원하는 디자인 컨셉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결과물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세한 디자인 컨셉과 요청사항은 프롬프트로 입력해야 한다. 나는 아래와 같이 프롬프트를 작성했다.

프롬프트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1번에서는 디자인해야 할 PPT의 내용이 담긴 초안 파일을 첨부한 후, 이를 레퍼런스 이미지와 같은 스타일로 디자인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레퍼런스 이미지의 컬러 톤은 파스텔 블루이고, 전체적으로 그라데이션을 활용한 컨셉이다. 이와 동일한 스타일로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우선 2페이지만 샘플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전체 페이지를 한 번에 생성하면 토큰도 많이 소모되고 작업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먼저 샘플을 확인한 후 수정 요청을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그리고 그라데이션에 사용할 컬러 코드를 알려줬다. 예시에서는 레퍼런스 이미지에서 컬러를 직접 추출해 코드를 입력했지만, 아래 이미지처럼 핀터레스트에서 원하는 컬러 조합을 찾은 후 해당 컬러 코드를 입력해도 무방하다. 강조에 쓸 포인트 컬러 코드를 같은 방식으로 지정했다.

만약 레퍼런스 이미지에서 직접 컬러 코드를 추출하고 싶다면 피그마나 파워포인트에 레퍼런스 이미지를 가져오면 된다. 그다음 새로운 도형을 만들고 도형의 컬러 옵션을 연 후 스포이드 기능을 선택한다. 스포이드로 레퍼런스 이미지에서 원하는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색상이 도형에 적용된다. 이때 컬러 옵션에 표시되는 컬러 코드를 복사해 프롬프트에 붙여 넣으면 된다.

표지는 배경에 그라데이션을 채워달라고 요청했다. 특별히 원하는 표지 컨셉이 없다면 4번 내용은 삭제해도 된다. 그라데이션 대신 원하는 컬러를 채우거나, 컨셉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 넣어달라고 요청해 볼 수도 있다.
다음으로 폰트에 대한 내용도 언급해야 한다. 예시에서는 타이틀과 본문 폰트를 각각 페이퍼로지(Paperlogy)와 프리텐다드(Pretendard)로 지정했기 때문에 폰트 파일도 두 개 모두 첨부해야 한다. 굵기의 경우 타이틀은 볼드, 본문은 미디움으로 설정하고 해당 폰트 파일을 각각 하나씩 첨부했다. 그런 다음 첨부한 폰트 파일을 사용해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추가적인 디자인 요청사항도 넣었다. 첨부한 레퍼런스 이미지에서도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도형을 사용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해당 디테일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정확하게는 모서리 반경을 30픽셀로 지정했는데, 이 값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자유롭게 조정하면 된다.
마지막으로는 로고를 넣을 공간을 비워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이 내용을 미리 요청하지 않으면 페이지를 꽉 채워 제목을 배치하거나 로고가 들어갈 여백을 남겨 두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나중에 추가 수정을 요청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여기까지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5분 정도 기다리면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완성된다.

첫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생성된 결과물을 보면 요청했던 폰트와 그라데이션 컬러가 잘 반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각형 도형의 모서리도 둥글게 처리됐고, 우측 상단에는 로고를 넣을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우선 1, 2페이지만 생성해 봤는데, 초안 파일에 있던 내용도 잘 표현됐다.
이 상태에서 바로 뒷장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수정사항을 먼저 요청해 봤다.

먼저 비워 둔 로고 자리에 로고 파일을 첨부하고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표지에서 너무 작게 들어간 텍스트의 크기를 키우고 여백도 조금 조정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 페이지를 보면 목차가 아래쪽까지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하단 여백을 충분히 확보해달라는 프롬프트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 수정사항을 반영한 뒤 나머지 페이지도 같은 디자인으로 작업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완성된 페이지는 아래와 같다.


수정사항이 반영된 PPT 파일에서 여백이나 텍스트 간격, 로고 크기 등 디테일한 부분을 조금 더 다듬은 후, 클로드에 이를 스킬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클로드는 색상, 폰트, 도형의 모서리 반경, 여백 규칙 등의 디자인 토큰과 사용 가이드, 폰트 에셋, 로고 이미지가 포함된 스킬을 만들어준다. 이제 이러한 톤앤매너의 PPT를 만들 때마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된다.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프롬프트 입력창에서 슬래시(/)를 입력하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킬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앞서 만든 스킬(dinon-report-pptx)을 선택하면 된다.

그다음 아래와 같이 디자인이 필요한 초안 내용을 붙여 넣고 PPT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이미지와 같다. 앞서 설정했던 디자인 컨셉이 모두 반영되었으며, 수정 요청했던 로고 크기와 글자 크기, 여백 등의 디테일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렇게 원하는 톤앤매너의 PPT 스킬을 만들어 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빠르게 PPT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클로드와 함께 PPT 작업을 해 보고 나니, 이제는 첫 단계에서 디자인 컨셉과 톤앤매너를 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느꼈다. 일단 컨셉을 정하고 나면 필요한 텍스트를 컨셉에 맞게 정리하고 디자인하는 것은 AI가 꽤 잘해주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디테일한 부분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손을 봐야 한다. 글자 사이의 간격이나 도형의 크기처럼 전체적인 밸런스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것까지 AI에 요청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토큰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일단 초안에 디자인을 입힌 후, 세부적인 부분은 빠르게 직접 수정하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속도와 퀄리티로 PPT를 빠르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PPT 디자인 분야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PPT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예전 기억에 갇혀 AI를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면 이 방법을 한 번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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