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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중소·중견 AX는 만든 사람이 떠난 뒤에 시작된다 (위시켓 AIDP FDE)

요즘IT
12분
1시간 전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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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요즘IT는 AX 현장에 직접 들어가 일하는 엔지니어,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를 회사별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특정 기업의 성공담이 아니라, 여러 현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기록합니다. 등장하는 고객사 사례는 인터뷰이 소속사와 협의해 익명 처리했습니다. 이번 편의 두 사람은 위시켓 AIDP 소속이고, 요즘IT 역시 위시켓이 운영하는 매체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대기업 AX 현장을 다뤘습니다. 나름의 로드맵과 전담 조직은 있는 곳이었죠. 그런데 국내 대기업은 아주 극소수입니다. 2026년 9월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종사자만 1,900만 명에 달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6월 임금근로자 3,000명에게 물었을 때, 회사에 AI 도입 로드맵이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29.6%였습니다. 대기업은 45.6%였고요.

 

취재에서 만난 AX 회사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중소·중견의 AX를 다 합니다. 다만 사람 수와 개월 수로 값을 매기는 한(맨먼스) 작은 프로젝트는 남는 게 없어서, 대기업 프로젝트를 선호하게 됩니다.

 

그런데 중소·중견기업의 AX에 일부러 집중하는 팀이 있습니다. 위시켓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AX 사업부 위시켓 AIDP입니다. 지난 7월 인월 견적을 폐기했습니다. 프로젝트 값을 투입 인원과 기간이 아니라 고객의 숫자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로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드맵도 전담 조직도 없는 회사에서 AX는 실제로 어떻게 시작될까요. 이 현장에 투입되는 FDE 두 명을 만나, 중소·중견기업에서 반복적으로 들어오는 의뢰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푸는지 들어봤습니다.

 

 

홍승호(왼쪽) · 김우빈(오른쪽) | 위시켓 AIDP FDE 
홍승호는 패션, IT 도메인을 두루 경험하고 창업 경험이 있는 FDE다. 김우빈은 개발자와 PM을 거쳐 FDE로 일하고 있다. 위시켓 AIDP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기술로 다시 설계하는 일을 고객사 현장에서 수행하는 조직이다. FDE 직군은 2025년 10월에 도입했고, 산업을 가리지 않되 주로 중소·중견기업에 들어간다. 고객사의 업무 상태를 먼저 진단해 로드맵을 만들고, 그 단계에 맞는 것부터 실행한다. 프로젝트마다 사업 리드 1명과 FDE 2명이 붙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 일은 현장의 FDE가 직접 한다. 착수 때 합의한 KPI와 함께 “우리가 빠져도 고객이 스스로 운영하는 상태”를 성공으로 규정한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어떻게 꺼내나

이들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에서 가장 자주 포착되는 어려움은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가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거나, 기록이 있어도 파편화되어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하는 방식은 각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고, 에이스가 그만두면 일이 멈추죠. 그 상태에서 AI를 얹어도 손익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두 FDE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AI를 붙이기 전에 그 회사가 지금 어느 상태인지 먼저 진단하고, 그 상태에 맞는 것부터 한다고 합니다. 그게 꼭 AI는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일하는 방식이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는 회사에서는 머릿속을 꺼내 데이터로 정리하는 일을 먼저 해야 그 위에서 AI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정리하는지부터 물었습니다.

 

머릿속에 엉켜 있는 업무를 기록으로 정리하기 <출처: 요즘IT, ChatGPT로 제작>

Q. 진단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홍승호 회사에 이미 있는 데이터를 보고, 실무자와 리더를 인터뷰하고, 그 둘을 대조합니다. 그러면 실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여요. ERP를 새로 만들어 달라, 앱을 만들어 달라처럼 당장 불편한 것을 의뢰하시는데, 막상 진단해 보면 새로 만드는 게 해법이 아닐 수 있거든요. 반대로 꼭 필요한 일일 수도 있고요.

 

최근에 진행한 곳은 대표가 중고차 관련 유튜브 인플루언서로 성공해서 키운 중고차 회사인데, 고객 데이터와 판매 차량 데이터, 딜러 데이터가 모여 있는 곳이 없었어요. AI가 일하려면 이 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AI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앱이라고 봤죠.

 

저희 회사에는 위시켓 AX 성숙도 모델이라는 게 있어요. 회사의 업무 상태를 다섯 단계로 나눠서 보는데, 저희도 이 모델 프레임으로 진단을 해요. 그중 기록이 없거나 파편화된 경우는 그 맨 아래 단계인 암묵 운영이에요. 암묵 운영 단계의 업무는 개인이 하는 일을 회사의 시스템에 남기고, 그 데이터의 책임자를 정하는 게 중요한데요, 기술적으로는 사소해도 실제로 가장 어려운 작업이죠.

 

위시켓 AX 성숙도 모델 5단계 도식, 암묵 운영·데이터 정합·프로세스 정형·지능 보조 운영·자율 운영 순으로 정리
위시켓AIDP에서 AI를 도입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지 진단할 때 사용하는 위시켓 AX 성숙도 모델 5단계 설명. 화면·로그·문서로 확인된 것들과 실제 현장에서 본 업무 프로세스를 증거로 회사 전체가 아닌 업무 영역 단위로 판단한다. <출처: 위시켓 AIDP>

 

 

Q. 중소·중견기업 AX를 진단해 보면 기록이 없거나 파편화된 경우가 많다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어떤 모습인가요?

김우빈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를 기록한 문서가 없기도 하고, 시스템은 있는데 기록을 안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통일된 규칙 없이 기록해서 데이터를 봐도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주를 메신저로 받는데 발주사마다 형식이 다르고, 담당자도 엑셀에 그때그때 다르게 입력하는 식이에요.

 

기록이 있어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최근 작업했던 한 산업기계 제조사에서는 현장 시스템과 사무 시스템, 엑셀에 흩어져 있던 발주와 재고 데이터를 먼저 봤는데, 재고가 음수인 항목이 있고 납기가 2300년으로 입력된 발주가 있었어요. 올해 넣은 매입 입력의 37%가 그런 식으로 오염돼 있었죠. 전부 사람이 입력한 값이었어요. 이런 상태에서는 AI를 올려도 제대로 일할 수 없어요.

 

Q. 담당자 머릿속에 있는 일하는 방식을 시스템으로 옮기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김우빈 진단할 때 하는 그 인터뷰가 사실 머릿속을 꺼내는 일이에요. 저는 인터뷰 전에 숙제를 드려서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그 업무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를 적어오시도록 요청드려요. 그것도 안 될 만큼 체계가 없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받는 것과 넘기는 것’을 적어달라고도 해요.

 

그리고 인터뷰는 실무자와 리더 모두 하는데, 실무자를 먼저 만납니다. 리더가 먼저 말하면 그다음 실무자 인터뷰는 “팀장님 의견에 동의합니다”로 끝날 수 있거든요. 하시는 일에 관해 ‘그걸 왜 하는지’를 계속 묻기도 하죠.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업무는 사실 없어도 되는 업무일 수 있거든요.

 

그렇게 들은 말을 회사에 기록된 문서와 데이터들과 대조해요. 앞서 언급했던 제조사에서는 10개 넘는 부서를 돌며 16번 인터뷰했어요. 각 부서의 서로 다른 시각을 확인하고, 그게 데이터가 끊기는 것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죠. 또 사람 사이의 정치 같은 건 문서에 안 잡히니까 상주하는 때에는 팀원들의 관계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위로 향하는 파란색 화살표 아이콘과 검은색 AIDP 글자가 나란히 놓인 위시켓 AIDP 로고
위시켓 AIDP 로고 <출처: 위시켓 AIDP>

 

Q. 머릿속에서 일하는 방식을 제일 잘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매일 그 일을 해온 그 회사 직원들일 것 같은데, 왜 스스로 하기가 어렵나요?

김우빈 본인들한테는 그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하는 일이니까 어디가 노하우인지 스스로는 알기 어려워요. 미술관에 가면 그림 앞에 선을 그어놓잖아요. 거기까지 물러나야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안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물러나기가 어렵고, 저희 같은 외부인은 그럴 수 있으니 잘 보이는 겁니다.

 

홍승호 물론 잘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회사 안에 있는 사람이 그걸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방식을 만든 것도 그 회사 사람들이고, 그게 그 분들 입장에서는 또 치적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내부인이 ‘그게 문제’라고 말한다면 누군가의 성과를 부정하는 일이 돼요. 저희는 그 방식을 바꾸러 들어가는 입장이라 그런 관계에서 자유롭죠.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부 역학관계는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도 세심하게 살핍니다.

 

Q. 앞서 대표가 인플루언서인 회사 사례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한 업무의 담당자가 아니라 대표의 머릿속을 꺼내려면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어떻게 하셨나요?

홍승호 사실 회사의 업무 흐름을 정리하려면 실무자들이 아니라 대표나 리더가 정리해주셔야 할 것들이 있어요. 무엇을 성과로 볼 거냐 같은 문제죠. 그런데 대표님들은 바쁘시기 때문에 그 기준을 정리해 넘겨주시는 것도 어려워하시기도 해요. 그래서 앞선 중고차 사례에서는 대표님한테 전용 AI 에이전트를 붙였어요. 슬랙에서 대표님께 매일 질문을 하나씩 던집니다. 차를 보는 기준이나 손님 응대 방식 같은, 대표님 머릿속을 묻는 질문들이요. 답이 쌓이면 대표님 검수를 받아 회사의 기준으로 정리하는 거죠.

 

물론 그렇게 해도 기준을 잡기 어려운 것들도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을 상대하는 감각 같은 것입니다. 그런 건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AI는 언제 붙이나

진단부터 머릿속에 있던 일하는 방식을 꺼내 데이터를 맞추는 일까지는 언뜻 AX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AX라고 하면 AI를 도입하는 일을 떠올리게 되니까요. 하지만 두 사람은 처음부터 AI를 도입하기보다, AI를 도입했을 때 AI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처음에 자동화나 AI 도입을 의뢰받았더라도 진단 결과에 따라 AI가 아닌 다른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앱 구축 같은 기존의 SI성 시스템 의뢰가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이나 앱, 홈페이지 개편도 이 회사가 AX로 가는 방향에서 현재 무엇이 필요한지 진단하고, AI가 붙을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제안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에서 AI가 어떤 상황에서 붙을 수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진단 후 필요한 것부터 만들어야   <출처: 요즘IT, ChatGPT로 제작>

Q. 그러면 AI는 언제 도입할 수 있는 건가요?

김우빈 AI가 판단할 근거가 데이터로 있을 때입니다. 의료 소모품 유통사 사례로 말씀드릴게요. 거래처가 메신저 단체 대화창에 문장으로 던지는 주문을 자동으로 기록해달라는 거였어요. 담당자가 메시지를 읽고 엑셀로 옮기고 있었는데, 그 메시지도 통일된 형식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었죠. 그 대화창에 발주만 오가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거래처가 발주한 내용은 시스템에 정확하게 입력되어야 하는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엉뚱한 제품이 발송되면 신뢰가 무너지기도 하고, 담당자는 시스템을 전부 다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봐야 하니 자동화는 없느니만 못한 것이 됩니다.

 

물론 거래처에서 의뢰 받는 형식을 통일하면 일정 정도 해결됩니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이 회사도 발주 데이터가 우선 정확히 채워지는 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각 발주처에서 각 품목이나 수량 등을 표현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이 채워진 다음에 AI를 붙였어요. AI를 붙인 다음에도, 발주와 관련해 확인해야 하는 모든 데이터가 확실할 때만 자동으로 확정하고, 하나라도 애매하면 사람에게 보내도록 했죠. 불확실한 걸 불확실하다고 말하는 건 시스템한테도 원칙이니까요.

 

결국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게 이런 거예요. AI가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사람이 그걸 신뢰할 수도 있어야 하죠.

 

위시켓 AIDP 진단 리포트 일부 예시 화면 <출처: 위시켓 AIDP>
위시켓 AIDP 진단 리포트 일부 예시 화면 <출처: 위시켓 AIDP>

 

Q. 다른 사례도 있나요?

홍승호 앞서 말한 중고차 회사 사례를 들어볼게요. 이 회사는 핵심 업무의 기록 자체가 없었어요. 고객 관리 도구를 들여놓은 적도 있는데 현장에서 입력하지 않아 숫자가 안 찍혔고요. 대표님이 영상 채널에서 특가로 판다고 했는데, 그게 공유가 안 돼서 현장 딜러는 정가에 팔았고, 후에 고객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설계를 처음부터 이렇게 잡았어요. 먼저 앱으로 기록이 생기게 하고, 그다음에 그 기록을 이어서 차 한 대에 얼마가 남는지 보이게 한 뒤 이익이 보이면 AI를 어디에 얼마나 쓸지를 정한다는 것이죠.

 

앱이 나오고 나서 고객이 어디서 와서 무엇을 봤고 어떤 상담을 했는지가 처음으로 남기 시작했어요. 관리자가 특가를 등록하면 고객이 보는 화면과 딜러가 보는 전산이 동시에 바뀌고요. 대표님의 결정이 현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처음 생긴 거예요.

 

그다음에도 바로 AI를 붙이는 게 아니에요. AI는 공짜가 아니거든요. 저희는 차 한 대를 파는 데 AI에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를 알고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익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AI 도입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두 가지 측면에서 AI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단 AI가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을 사람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근거가 되는 기록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AI 도입이 실제 손익에 도움이 되는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AI를 붙이면 AX인가?

그런데 앞서 두 사람의 설명에 따라 진단으로 AI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필요한 자리에 AI를 붙이면, AX가 된 걸까요? 두 사람의 답은 ‘아직’이었습니다. 이들은 AI를 도입한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는 산출물에도 책임자가 필요하며, 그 책임자가 필요에 따라 그 시스템을 고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업무는 계속 바뀌고, 시스템은 만든 날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 요즘IT, ChatGPT로 제작>

Q. AI까지 붙였으면 거기서 끝난 것 아닌가요?

김우빈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뭔가 완성이 된 것 같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 1.0으로 끝난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에 딱 두 개예요. 닌텐도 DS 게임 하나랑, 60년대에 만들어서 달 착륙 때 쓰고 지금도 쓰는 프로그램이요. 소프트웨어는 눈을 감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같아요. 배치가 이상할 수도 있고 색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걸 눈을 뜨고 맞춰야 하죠. 그 눈을 뜨는 순간이 실사용자가 실제로 쓸 때예요. 그래서 계속 고쳐야 하고, 고칠 사람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때마다 또 저희 같은 AX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면, 기업에는 또다른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내부에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AI가 뭔가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걸 고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그 책임자까지 정하고, 그 사람을 교육한 뒤 떠납니다. 물론 웬만한 건 에이전트가 다 할 수 있게 해두고요. 저는 인계가 됐는지의 기준을 저희 없이 첫 장애를 스스로 넘느냐로 봐요.

 

Q.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김우빈 앞선 유통사 사례에서는 발주를 걸러내던 에이전트의 리소스를 조금 떼어서 관리자에게만 보이는 ‘수리 모드’를 만들었어요. 담당자는 뭔가 잘못됐거나 기능을 추가하고 싶을 때 거기 요청만 하면 돼요. 규칙은 설정으로 담당자가 직접 넣고 뺄 수 있게 했고, 수집이 잘 되고 있는지, AI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검사해서 문제가 생기면 해야 하는 일을 띄우는 점검 페이지도 있어요.

 

그 담당자 분께서는 이제 시스템에 자기만의 화면까지 만들어 자랑도 하십니다. AI가 뭘 처리했는지 보고 싶다면서 직접 만드셨더라고요. 이렇게 AI가 남의 시스템이 아니라 자기 것이 되는 것, 그게 진짜 AX 아닐까 싶었어요. 그분은 이제 에이전트의 관리자가 되신 것이죠.

 

Q. 그렇게 고객이 스스로 굴리게 만들어 놓고 나오면, 위시켓 입장에서는 다음 계약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김우빈 저는 반대라고 생각해요. 자립을 경험하신 분들은 오히려 그 이후 재계약을 고려하십니다. 이 사람들이 없어도 우리가 직접 고쳐서 쓸 수 있구나, 그러면 다른 것도 하나씩 맡겨보자, 하게 되거든요. 계속 의존하게 만드는 것보다 신뢰가 더 올라가죠. 내부에서 유지보수까지 하실 수 있게 교육도 하니까 자립까지 도와주는 걸로 생각하시고 계속 맡기시는 거죠. 그리고 저희는 진짜 AX를 돕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고객이 스스로 굴리게 만드는 게 목표에 맞는 일이기도 하고요.

 

Q. 하지만 또 IT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는 인계를 한다고 해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홍승호 맞아요. 이런 적이 있었어요. 어떤 고객사에서 “지금 서버가 터졌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지방에서 다른 AI 교육을 진행하던 날인데 딱 교육 시작 10분 전에 연락이 온 거예요. 왜 터졌냐고 여쭤보니 본인이 서버에 있는 파일을 전부 지우셨다는 거예요. 파일을 지울 줄은 몰랐으니 파일을 전부 지우지 마시라고 말한 적도 없었죠.

 

그래서 그 현장에서 데모가 잘 돌아가는 것과 조직이 안심하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은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 당장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직이 안심하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저희도 계속 노력해나가야 할 것 같아요.

 

Q. 그러면 두 분 스스로 ‘이 프로젝트는 끝났다’고 느끼는 건 언제인가요? 계약서상 검수일과는 다를 것 같아서요.

김우빈 저희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바꾸러 투입되는 사람이라, 진짜 바뀌었는지를 봐야 해요. 마지막 상주일에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쓰는 모습을 봅니다. 누락과 실수가 없어졌는지, 반복 업무가 줄었는지, 보고가 빨라졌는지,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는지. 안 바뀌었으면 끝나지 않은 겁니다.

 

홍승호 쓰는 모습까지 확인해도 저는 하나 더 보는 게 있어요. 그분들이 납득했는지요.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왜 이 방식이 좋은지 납득하셔야 그때 끝나는 것 같아요. 이해가 안 된 채로 넘겨드리면 지금은 쓰셔도, 결국 만든 의도대로는 안 쓰시거든요.

 

우리 회사도 그런가

여기까지 두 사람이 말한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회사가 지금 어느 단계인지 진단하고, 머릿속에 있던 업무 흐름을 시스템에 옮기고, 필요한 자리에 AI를 붙이고, 그것을 고치고 운영할 사람을 회사 안에 두는 것이죠.

 

다만 이 순서는 외부 팀이 들어온 뒤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로드맵도 전담 조직도 없는 회사에서 AX를 맡게 된 담당자가 많을 겁니다. 그분들이 외부에 의뢰하기 전에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계약 전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Q. 우리 회사도 일하는 방식이 머릿속에만 있는 상태인지, 딱 하나만 본다면 뭘 봐야 하나요?

김우빈 우리 회사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A4 한 장에 그려지는지를 보면 돼요. 저는 ‘워크플로우 지도’라고 부르는데, 말하자면 순서도예요. 어느 팀이 뭘 해서 어느 팀으로 넘기는지요.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실제로 제가 이걸 그려서 고객사에 드리는데, 체계가 없는 회사는 이게 안 그려져요. 지금 하는 일이 한 장으로 안 그려진다면, 일하는 방식이 아직 머릿속에만 있는 겁니다. 일하는 방식이 기록으로 흐르고 있어야 AI가 업무를 넘겨받을 수 있어요.

 

업무 흐름을 수기·전화로 잇던 AS-IS 단계별 단절과 자동 이벤트·게이트로 연결한 TO-BE 워크플로우를 나란히 비교한 도식
김우빈이 고객사에 전달하는 ‘워크플로우 지도’ 예시. <출처: 위시켓 AIDP>

 

Q. 윗선이 도입을 결정해도 현장 직원들이 안 쓰면 소용없잖아요.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이게 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김우빈 대표와 실무자가 가장 크게 갈리는 단어가 ‘잡무’예요. 대표 입장에서 회사에 잡무라는 건 없거든요. 그런데 실무자는 자기 일 중에 커리어에 도움 안 되는 잡무가 있다고 느껴요. 그걸 없애준다고 하면 받아들이죠. 여러분을 대체하고 싶은 게 아니라 여러분을 잘 쓰고 싶은 거라고 얘기해요.

 

Q. 이 일을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면, 계약 전에 꼭 확인할 것 하나만 꼽는다면요?

김우빈 인계를 무엇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꺼운 매뉴얼을 주는 건 인계가 아닙니다. 담당자가 실제로 굴릴 수 있는 운영 체계를 남기는지, 그걸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정해주는지를 봐야 해요. 안정화 기간과 무상 지원 기간도 계약 전에 확인하시고요.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결국 AX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물었습니다. 김우빈은 모두가 볼 수 있는 진실 하나, 단일 진실 공급원을 꼽았습니다. 데이터를 쌓아둔 창고가 아니라, 어느 데이터를 누가 관리하는지 책임 소재까지 정해서 머릿속에만 있는 지식과 회색 지대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회사 전체가 보는 방향이 하나여야 한다는 뜻에서 그는 그것을 북극성에 비유했습니다.

 

홍승호의 답은 메타인지였습니다. 실행이 더 이상 병목이 아닌 시대에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유일한 가치가 되는데, 그러려면 나부터 우리 팀, 우리 회사가 지금 어느 수준인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에서 스스로 본 것과 밖에서 진단한 것이 만나 공감대가 생겨야 실제로 개선이 되고,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회사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회사 스스로 볼 수 있는 상태’가 AX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지 AI를 도입하는 것이 AX가 아니라, 우리 회사가 지금 AI를 도입할 단계인지 점검하고, 어디에 AI를 붙여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렇게 도입한 AI를 내부에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접근이 AX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AI로 뭐 좀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불안이 만연한 기업에서 기준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AX의 병목이 기술이 아니라는 점만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두 현장이 같았습니다.

 

AX 현장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서 나눌 자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가 좋을지 의견을 들려주세요. 1분이면 됩니다.

➡️ AX 관련 행사·모임 수요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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