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이 세 나라를 묶는 공통점이 있다. 검색엔진 서비스 1위가 구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지만 중국, 러시아, 한국에서는 각각 바이두, 얀덱스, 네이버와 경쟁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회적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곳은 네이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검색하면 네이버’라는,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했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의 아성은 예전처럼 견고하지 않다. PC 검색을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네이버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2026년 7월 모바일인덱스의 국내 모바일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 통계에서는 구글이 사상 처음으로 네이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체류 시간 측면에서는 여전히 네이버가 우세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구글이 네이버를 역전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역전에는 구글의 AI 검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GenZ 세대는 텍스트보다 숏폼 후기를 선호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을 먼저 찾는다. AI와 숏폼 앞에서 위기를 맞은 네이버는 경쟁자와 마찬가지로 AI와 숏폼으로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으려 한다. AI 브리핑, AI 탭, 네이버 메이트, 클립 등 네이버가 밀고 있는 서비스들의 방향은 하나다. 네이버가 만들어온 서비스와 그 안에 축적된 데이터를 AI와 숏폼에 맞게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AI 검색 요약 서비스 ‘AI 브리핑’을 정식으로 선보인 것은 2025년 3월이다.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서 이용자의 의도에 맞는 정보와 출처를 요약 제공하고 관련 콘텐츠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다. 경쟁사인 구글과 비교했을 때 일상 밀착형 검색에서 강점을 보이며 네이버의 AI 검색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AI 브리핑에 광고를 도입하며 수익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AI 브리핑의 광고 단가는 기존 검색광고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으로, 네이버의 캐시카우가 AI 검색 영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형 검색 서비스 ‘AI 탭’은 또 하나의 성장 엔진이다. 네이버는 2026년 4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를 대상으로 2개월간 베타 서비스를 진행한 후 6월 말 AI 탭을 정식 출시했다. AI 탭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약 1개월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AI 탭은 검색에 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매(결제)와 예약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게 해 네이버 생태계의 락인(Lock-in) 효과를 견인한다. 나아가 AI 브리핑 하단에 AI 탭으로 연결되는 검색창을 추가함으로써 두 서비스의 시너지도 강화했다.

네이버의 AI 검색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다. 네이버가 AI 검색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저변에는 그동안 네이버의 이용자들이 쌓아온 블로그·카페·지식인 콘텐츠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생성형 AI가 크롤링할 수 없는 이 콘텐츠들은 네이버만이 내놓을 수 있는 AI 답변의 원천이다.
네이버의 콘텐츠 파트너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는 AI 답변의 질을 높이기 위한 네이버의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6년 6월부터 베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네이버의 AI 브리핑에 누적 인용된 횟수를 중심으로 주제별 블로그·카페·지식인 등을 매월 선정해 월 30만 원의 콘텐츠 활동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각 분야의 최상위 크리에이터에게는 무려 월 1,000만 원을 지급한다. 사람의 고유한 경험, 검증, 해석을 인용해 AI의 단점을 보완하고 답변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크리에이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검색이 강화되면서 이용자가 AI 답변만 확인하고 웹사이트를 방문(클릭)하지 않는 ‘제로클릭’이 늘고, 정작 답변의 출처가 된 웹사이트는 트래픽 감소를 겪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언론사, 커뮤니티 등이 AI 답변으로 인한 트래픽 감소에 반발해 구글 크롤러 차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네이버의 AI 검색이 활성화된다면 답변에 인용되는 블로그나 카페의 방문자 역시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네이버는 구글과 달리 자체 생태계 안에서 콘텐츠 생산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창작 동기만 제공해도 AI 답변에 인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로클릭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네이버 메이트가 창작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금전적 보상으로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는 데 그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네이버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벽은 영상이다.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이 정보를 소비하는 중심축은 텍스트가 아닌 영상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에 대응하는 것이 바로 ‘클립’이다. 유튜브에 쇼츠가, 인스타그램에 릴스가 있다면 네이버에는 숏폼 서비스 클립이 있다.
2023년 8월 시작된 클립은 출시 3개월 만에 네이버 앱의 네 개 탭 중 하나를 차지하며 숏폼에 대한 네이버의 의지를 보여줬으나, 숏폼 자체로서의 성과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숏폼 플랫폼 중 네이버 클립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한 경우는 5.1%에 불과했다.
그러나 클립을 단순한 숏폼 서비스 그 자체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네이버의 거대한 생태계에 숏폼이라는 서비스가 추가된 것에 가깝다. 클립은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서 산발적으로 생산되던 영상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브랜딩했으며, 영상 생산량과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정보 태그 기능을 통해 블로그, 쇼핑, 플레이스 등 기존 서비스와 연계함으로써 네이버 생태계를 다시 한번 강화했다. AI 검색과 마찬가지로 클립 시청 역시 네이버 서비스 내에서의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네이버는 2025년 하반기에만 ‘클립 크리에이터’ 1만 명을 선발하고 클립 제작과 시청에 따라 리워드를 지급하는 등 클립 생태계의 확대를 위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는 네이버 메이트 프로그램에 클립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새로운 서비스를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키우기보다 기존 생태계 안으로 편입하는 방식에 익숙하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의 검색 시장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네이버의 성장을 일정 선에서 제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여러 서비스로 구성된 거대한 생태계는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붙잡아둔다. 그러나 네이버 안에서 클립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과 이용자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대신 클립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검색엔진 시대의 네이버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로컬 콘텐츠와 서비스, 편리하지만 폐쇄적인 생태계를 앞세워 살아남았다. 그리고 검색이 AI와 숏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도 핵심은 같다. 블로그·카페·쇼핑·플레이스 등 네이버의 자체 서비스 내에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부동산부터 결제까지 아우르는 강력하고도 폭넓은 생태계를 고려할 때 네이버의 무기는 여전히 강력하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용자를 네이버 안에 가둬놓는 답답한 가두리 양식장일 수도 있고, 글로벌 기업에 대응해 국내 시장을 지키는 수호자일 수도 있다. 어떤 평가를 내리든 이용자들이 생산한 콘텐츠와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한 생태계가 네이버의 경쟁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AI와 숏폼이라는 거대하고도 분명한 변화 속에서 네이버가 선택한 생존법은 의외로 새롭지 않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맞춰 기존의 콘텐츠와 데이터를 다시 연결하고, 그 안에서 이용자의 다음 행동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구글이 네이버를 처음으로 앞서고 10대들이 네이버가 아닌 영상 플랫폼에서 정보를 찾는 이 시기에 네이버의 가장 큰 악몽은 다음 세대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는 일일 것이다. 과거처럼 생태계를 앞세운 전략이 이번에도 네이버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