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블 5.1이 나왔습니다. 페이블 5가 나온 지 84일 만입니다.
한도가 빨리 사라지는 것이 불만일 뿐, 내내 최고의 자리를 지키던 페이블 5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건데요. 무엇이 얼마나 다를지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발표 글을 따라가다 보니 구성이 약간 다릅니다. 이번에 앤트로픽이 전면에 내세운 건 순수 성능보다는 에이전트가 갉아먹던 토큰의 절약과 글쓰기 스타일입니다. 즉,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효율에 신경 쓴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 업무에 에이전트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개선을 이뤄낸 페이블 5.1의 변화를 정리했습니다.

페이블은 최고 성능의 모델 ‘미토스’에 안전장치가 걸려 있는 라인업 이름입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미토스 5.1 역시 공개되었는데요. 이건 신원이 인증된 미국 내 일부 기업/기관에서만 접근할 수 있으니 내용에서 제외했습니다.
우선 공식 발표문 기준으로, 페이블 5.1의 작업 관련 주요 스펙을 모아봤습니다.

컨텍스트와 가격, 제공 채널과 effort 단계는 일단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비교를 하려면 페이블 5와 5.1을 나란히 놓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표에서 눈에 띄는 건 두 개 정도입니다. 과학 연구 관련 벤치 점수가 2배로 뛰었다는 것, 그리고 가격표에서 바뀐 게 캐시 읽기 하나라는 것.
물론 당연하지만, 다른 벤치마크 수치들도 올랐습니다. 일반적인 성능 상승은 이뤄졌다는 뜻이겠죠. 이건 써보면서 확인해야겠네요. 그외 조금 더 직관적인 다른 변화들도 같이 보기로 합시다.
앤트로픽이 강조하는 개선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기업 데이터를 어디에 보관하느냐는 문제, 그리고 안전장치가 과하게 끼어들던 문제입니다.
기업을 위한 데이터 가드
먼저 데이터 쪽은 ‘엔터프라이즈 프런티어 세이프가드(EFS)’라는 시스템입니다. 지금까지 모델 오용 탐지는 앤트로픽이 데이터를 보관하고 들여다보는 걸 전제로 했는데, EFS에서는 고객 데이터가 앤트로픽 시스템이 아니라 고객 자신의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사람 검토도 기본적으로 고객이 직접 합니다. 금융·헬스케어·법률·공공 등 100곳 이상의 고객, 그리고 AWS·구글 클라우드·애저와 함께 개발해 올가을부터 단계적으로 내놓는다고 하고요.
페이블 5의 안전장치 줄이기
한편 안전장치의 개선도 있었습니다. 페이블 5의 고질적인 문제이던 ‘Opus로 튕김’, 그러니까 안전장치가 개입해 하위 모델로 넘어가던 현상을 보완한 거죠. 페이블 5.1부터는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는 방어 목적의 작업이 허용되고, 그 결과 클로드 코드에서 사이버 안전장치가 끼어드는 횟수가 세션당 평균 약 60% 줄어든다고 합니다. 기초 생물학·의료 질문이 막히던 폴백도 85% 줄었고요. 물론 다 풀린 건 아닙니다. 침투 테스트나 익스플로잇 제작 같은 이중용도 작업, 생명과학 연구개발급 질의는 여전히 Opus 모델로 넘어갑니다.
단가표만 보면 시시한 업데이트입니다. API 기준으로 입력 10달러, 출력 50달러는 그대로입니다. 바뀐 건 캐시 읽기 비용 하나입니다. 캐시된 입력을 정상 입력보다 훨씬 싼 값에 읽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게 큰 변화가 될 지도 모릅니다. 에이전트는 긴 대화와 도구 호출을 반복하며 같은 컨텍스트를 매 턴 처음부터 다시 읽습니다. 도구를 부를 때마다 시스템 프롬프트와 대화 이력, 작업 맥락을 통째로 다시 넣는 구조거든요. 그래서 에이전트 비용의 대부분을 캐시 읽기 항목이 차지합니다. 이게 75% 저렴해졌으니, 전체 비용에서 꽤 유리합니다.
앤트로픽은 근거로 4주간 실사용 측정 결과를 제시했는데요. 페이블 5 비용을 100으로 잡으면 평범한 작업은 75, 도구를 많이 부르는 에이전트 작업은 55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총비용 기준으로 25~45%가 줄어든 거죠. ARC Prize는 태스크당 비용이 전작 대비 약 32% 내렸다고 측정했습니다.
물론, 이건 API 비용 기준으로, 아직 구독제에서 정확히 얼마나 이를 아껴주는지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으니 일단 참고할만 합니다. 그래도 한도가 조금은 천천히 차지 않을까 기대는 됩니다.

한편 캐시 비용이 줄었다고 해도 절대 단가는 여전히 비쌉니다. GPT-5.6 Sol이 프로모션 가격으로 4달러, 20달러, 제미나이 3.7 플래시가 0.75달러, 3.75달러니까요. 그에 비해 한참 비쌉니다.
이번 발표와 함께 앤트로픽 직원의 발언도 주목받았습니다.
벤치마크 너머로, 글쓰기 스타일이 큰 개선입니다. 전형적인 클로드 티가 훨씬 덜 나고, 스타일 지시를 더 안정적으로 따릅니다.

미리 모델을 접해본 사람들도 반응이 괜찮습니다. Django 공동 개발자이자 요즘 AI 블로그 쪽에서 유명한 사이먼 윌리슨은 스스로 자주 쓰는 ‘자전거 타는 펠리컨’ svg 벤치마크 결과를 두고 “앤트로픽 모델 중 최고 결과물”이라고 했습니다. 결과물 한 번을 뽑는 데 3.3달러가 들었다고 하고요. 커뮤니티 전반에서도 CLI 응답이 “2~3문장으로 명확해졌다”는 반응이 눈에 띄고요.

물론 이게 한국에서도 같을지는 좀 더 봐야겠습니다. 당장 써보기에 확실히 응답의 장황함은 줄었지만, 글을 더 잘 쓴다는 건 좀 애매합니다. 그래도 일단 읽어야 하는 피로가 줄어든 것만으로도 환영입니다.
벤치마크 쪽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과학 연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치 기준으로는 2배가 올랐죠. 특히, 최근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과학 연구 쪽에 대한 관심을 밝힌 것, 클로드 사이언스란 툴의 발표 등을 참고해 보면 이러한 방향성이 더 구체성을 띕니다.
과학 연구 벤치를 제외하면 하위 티어 Opus 5 대비 +1.5~3.5%p 수준입니다. 페이블은 Opus의 두 배 값을 받는 한 티어 위 모델인데, 그 값에 비해 격차가 적은 건 좀 아쉽습니다. 제3자 벤치마크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ARC Prize 기준 ARC-AGI-1 97.5%, ARC-AGI-2 90.0%를 기록했습니다.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에서는 192개 모델 중 1위이기도 하죠.
9월 1일, 오픈AI도 지지 않고 차기 주력 모델 Astra를 예고했습니다. 자사 평가에서 사이버보안 영역의 ‘Critical’ 임계를 처음 넘긴 모델이라고 스스로 밝혔죠. 곧 공개하되, 최고 수준 사이버 능력에는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마치 미토스에 안전 장치를 붙여 페이블을 낸 것과 같은 흐름입니다. 내부 버전이 1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수학·이론 전산학 난제 10개를 풀었다는 발표도 함께 나온 만큼, 성능은 큰 기대를 모읍니다. 페이블 5.1과 정식으로 맞붙겠네요.
한편 구글 쪽에서도 Gemini 3.8 Flash가 9월 2일 공개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직 공식 발표문은 확인되지 않아 보도 기준입니다만, 3.7 Flash가 8월 13일에 나왔으니 3주 만의 후속 모델이 나온 겁니다. 방향은 혁신보다 다듬기로 읽힙니다. 장황한 출력 줄이기, 에이전트 워크플로, 환각 감소 같은 것들요. 최상급 모델을 두고 치고받는 거에 비하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페이블 5보다 얼마나 나아졌나”로 본다면, 결국 바로 느껴지는 체감은 글쓰기와 응답에서 올 것 같습니다. 세션 별로 토큰 한도 차는 속도도 조금 주의깊게 봐야겠네요.
곧 나올 Astra와 어떤 승부를 벌일지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9월 초도 바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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