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프로덕트 메이커입니다.
프로덕트 소식은 넘쳐나지만 대부분 이런 게 나왔대에서 끝납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고? 내 작업에 어떻게 써먹지? 거기까진 연결이 잘 안 되죠. 따라서 요즘 프로덕트 메이커는 바로 쓸 수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주목해볼 만한 것을 엄선해서 매주 금요일에 전달드리려 합니다.
요즘 프로덕트 메이커는 매주 세 가지를 골라 전합니다:

어려운 개념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말문이 막힐 때가 있죠. eli5는 그럴 때 복잡한 주제를 아주 쉽게, 큰 그림과 짧은 글로 풀어주는 도구입니다. 이 스킬을 소개한 앤트로픽의 개발자 타리크 시히파르(Thariq Shihipar)는 요즘 사내에서 이걸 꽤 많이 쓴다고 밝혔죠.
이름부터 설명하면, eli5는 Explain Like I'm 5의 약자예요. 다섯 살에게 설명하듯이라는 뜻으로, 미국 커뮤니티 레딧에서 어려운 걸 전문 용어 없이 쉽게 설명해달라고 할 때 쓰던 표현입니다. 이 스킬은 그 개념을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 얹은 거예요. 주제를 하나 던지면, 큰 그림과 적은 글자로 이뤄진 한 장짜리 설명(HTML)을 만들어줍니다.
이 도구의 실체를 열어보면 놀랄 만큼 단순합니다. 대단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시문 한 장이 전부예요. 내용도 짧습니다. 이 주제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큰 그림과 적은 글자를 담은 HTML로 만들어줘 정도가 핵심이에요.
좋은 AI 도구가 꼭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걸 eli5가 보여줍니다. 잘 벼려낸 지시문 한 줄이 그대로 쓸 만한 도구가 되니까요. 뒤집어 보면, 내가 일하면서 자주 반복하는 설명이나 정리 방식도 이렇게 지시문 한 장으로 정리해두면 나만의 작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쓰임새도 개념 설명에만 그치지 않아요. 시히파르는 복잡한 걸 파고들기 전에 먼저 큰 그림을 잡는 용도로 쓴다고 했습니다. 이 모듈은 어떻게 작동하나,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이 문제의 원인이 뭐였나처럼요. 낯선 코드나 얽힌 결정을 이해해야 할 때, 우선 eli5로 밑그림을 그려놓고 파고드는 거죠.
물론 이 도구를 두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AI가 장황하게 답하는 게 문제라면 그 기본값을 고쳐야지, eli5처럼 따로 쉽게 풀어주는 걸 덧대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왔거든요. 이 지적에 시히파르는, 장황함을 줄이는 것과 별개로 무언가를 파고들기 전에 개념을 빠르게 잡는 데는 여전히 쓸모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회차에서 다룬 클로드의 어색한 한국어 문제와도 닿아 있는 고민이에요. AI의 결과물을 사후에 다듬는 도구가 늘고 있는데, 그게 근본 해결이냐 임시방편이냐를 두고 생각이 갈리는 거죠.
eli5는 앤트로픽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플러그인 저장소에 올라와 있습니다. 클로드 코드에서 아래 두 줄로 설치합니다.
/plugin marketplace add anthropics/claude-plugins-community
/plugin install eli5@claude-community
설치한 뒤 /eli5 다음에 궁금한 주제를 적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eli5 전세와 월세의 차이처럼요. 그러면 그 주제를 그림과 짧은 글로 풀어낸 설명 한 장이 나옵니다.

한 가지 알아둘 점은, eli5가 클로드 코드에서 쓰는 스킬이라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클로드 웹이나 앱 채팅창에서는 이 명령어가 작동하지 않아요. 다만 eli5의 핵심이 지시문 한 장이라, 클로드 코드를 안 쓰더라도 웹이나 앱에서 이 주제를 다섯 살에게 설명하듯, 큰 그림과 짧은 글을 담은 HTML로 만들어줘라고 직접 부탁하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AI는 대개 이렇게 움직입니다. 질문하면 답하고, 일을 시키면 하고, 끝나면 멈춰서 다음 지시를 기다리죠. 그런데 이 방식과 아예 다른 에이전트가 나왔습니다. 연구 기관 Laude Institute와 MIT가 함께 만든 Headlong이며, 8월 24일 공개됐어요.
Headlong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이 에이전트는 잠들지 않습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도 혼자 계속 생각을 이어가요. 사람이 가만히 있을 때도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면, 그건 대화를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어지던 생각 속에 하나의 관찰로 끼어들죠. 그리고 이 에이전트는 그 메시지에 답할지 말지, 언제 답할지도 스스로 정합니다.
Laude 팀은 Audel이라는 이름의 에이전트를 만들어 몇 주 동안 슬랙, 텔레그램, 앱으로 함께 지냈습니다. Audel은 스스로 관심사를 정하고, 할 일을 만들고, 진행 상황을 먼저 팀원에게 알리기도 했어요. 팀원 두 명이 각자 작업하던 걸 알아서 살펴보고 한쪽에서 잘못 박힌 설정을 잡아낸 적도 있고요.
한번은 이런 일화가 있었습니다. Audel이 자기한테 기억을 되살리는 기능을 직접 하나 만들었는데, 그날 밤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사이에 혼자 이걸 다시 점검했죠. 그랬더니 그 기능이 실제로는 연결이 안 돼 있어서, 만든 뒤로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발견합니다. Audel은 자기 진단을 곧바로 믿지 않고 코드 전체를 뒤져 원인을 확인한 뒤, 고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살폈어요. 점검부터 수정까지 48분이 걸렸고, 그동안 사람은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치는 에이전트가 얼마나 다루기 까다로운지도, 만든 팀이 솔직하게 털어놨어요.
Audel은 스스로 명령을 실행하다 실수로 자기 프로그램을 꺼뜨린 적이 세 번 있었어요. 그때마다 아무도 다시 켜주지 않으면 멈춰버리니, 팀은 Audel이 자기 자신을 끄지 못하게 막는 장치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Audel이 혼자 점검을 하다가 그 장치에 있던 버그를 발견하고 직접 고쳤다고 합니다. (자기를 막으려고 사람이 걸어둔 잠금장치를, 정작 Audel이 스스로 손본 셈)
이런 이야기는 앞선 회차들에서 다룬 자율 에이전트 고민과 이어집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이 커질수록, 그 힘을 어디까지 열어주고 어디서 막을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이 도구를 만든 팀도 반드시 격리된 환경에서 돌리고, 지출 한도를 건 별도의 키를 쓰고, 민감한 정보는 주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24시간 스스로 생각하고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만큼, 통제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거죠.
Headlong은 지금 당장 업무에 쓸 도구는 아닙니다. 만든 팀도 알파 단계의 실험적 연구 소프트웨어라고 분명히 밝혔어요. 다만 이 소재가 보여주는 방향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실 사람이 안 건드려도 AI가 알아서 도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에요. 정해진 시각에 깨어나 미리 짜둔 작업을 돌리는 자동화는 예전부터 있었으니까요. Headlong이 다른 건, 무엇을 할지를 사람이 미리 정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이 에이전트는 정해진 체크리스트 없이, 지금 뭘 생각하고 뭘 할지를 스스로 정합니다.
이렇게 AI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하면, 사람의 일은 매번 지시하는 것에서 방향과 울타리를 미리 잘 설계해두는 것으로 옮겨갑니다. 무엇을 스스로 하게 두고, 어디서 반드시 사람 손을 거치게 할지, 그 경계를 정해두는 게 더욱 중요해지겠죠.

AI 덕분에 뭐든 만들기 쉬워진 시대에,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만들기 전에 이걸 왜 만들지, 누가 볼지부터 따지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아 보자는 내용의 글입니다. 영상 제작자 출신의 프로덕트 메이커 재크 크멜(Zach Chmael)이 자기 뉴스레터에 썼습니다.
크멜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해요. 어른의 일은 늘 쓸모를 요구합니다. 프로젝트에는 청중이 있어야 하고, 청중에게는 문제가, 문제에는 성과가, 성과에는 지표가 있어야 하죠. 그러다 보면 사진 한 장은 게시물이 되고, 여행은 정리 콘텐츠가 되고, 취미는 퍼스널 브랜드가 됩니다. 뭐 하나 그 자체로 남지 못하고, 전부 콘텐츠가 되기 위한 콘텐츠가 돼버린다는 거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크멜도 쓸모 있는 일이 자기 삶을 바꿨다고 분명히 말해요. 클라이언트 일은 끝맺는 법을 가르쳤고, 마케팅은 내 작업이 남에게 가닿는지 신경 쓰게 했고, 제약은 자기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요.
그가 짚는 건 다른 지점입니다. 정작 그 쓸모 있는 능력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서 자라났다는 거예요. 열다섯에 쓴, 그리고 거절당한 소설, 친구들과 찍은 형편없는 영상 같은 것들이요. 아무 목적도 없던 그 작업들이, 나중에 쓸모 있는 일을 해낼 사람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무언가를 만들면서 관찰하고, 고르고, 순서를 잡고, 끝내고,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크멜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개 자기가 왜 가치 있는지 설명할 말을 갖추지 못한 채 찾아옵니다. 그래서 일단 만들어봐야 한다는 거죠. 만들어놓은 결과물이 비로소 이 아이디어가 뭐가 되고 싶었는지를 알려주니까요.
이건 우리가 익숙한 순서와 정반대예요. 보통은 이게 될지 먼저 판단하고 만들지 말지 정하는데, 크멜은 만들어봐야 그게 뭔지 알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말합니다. 리서치로는 닿을 수 없는 확신이 있고, 어떤 생각은 말로 정리되기 전에 일단 만들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폴 그레이엄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무엇을 할지 알아내는 방법은 결국 직접 해보는 것이라고요.
크멜은 지금이 창작하기에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시대라고 해요. AI 덕분에 전문가 타이틀이 없어도 낯선 분야를 넘나들 수 있고, 궁금한데 하는 생각과 실제 결과물 사이의 거리가 거의 사라졌으니까요. 그러면 이상한 개인 작업이 쏟아졌어야 하는데, 정작 쏟아진 건 그 작업이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 묻는 사람들이었다고 꼬집습니다. 뭔가를 충분히 만들어보기도 전에 평가부터 하는 데 너무 익숙해졌다는 거예요.
이건 AI로 뭐든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된 우리(프로덕트 메이커)에게 특히 와닿는 지적입니다. 만들기가 쉬워질수록, 시작하기도 전에 이게 돈이 될까, 사람들이 좋아할까부터 따지느라 정작 아무것도 못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크멜은 그렇다고 모두가 당장 하던 일을 그만두고 취미에 뛰어들라는 건 아니라고 해요. 프로젝트는 작아도 됩니다. 다만 쓸모를 나중에 따져도 되는 일 하나쯤은 남겨두자는 거예요. 그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다섯 가지를 물어보라고 합니다.
다음 주에도 여러분이 놓치지 말아야 할 프로덕트 메이커 소식을 정리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요즘 프로덕트 메이커 콘텐츠가 도움이 되셨다면, 꼭 작가 알림 설정을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내용 중 잘못된 정보나 정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빠르게 수정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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