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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I 싫어하는 소비자에게 AI를 써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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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분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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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림도, 글도, 음악도, 영상도 몇 번의 입력이면 나온다. 만드는 쪽에서 보면 분명히 좋은 일이다. 비용이 줄고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정작 그걸 받아 보는 소비자 쪽에선 점점 더 뚜렷하게 거부 반응이 나온다. “이거 AI로 만든 거 아냐?”라는 말이 한번 붙으면, 조금 전까지 괜찮아 보이던 것도 갑자기 값이 떨어진다. 만드는 비용은 낮아졌는데, 받는 사람의 거부감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물론 어떻게 보면, AI를 거부하는 러다이트 운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건 어떤 새 기술에 대한 반감이나, 결과물의 품질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자신이 돈이나 시간을 들인 만큼, 만든 사람도 공을 들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잘못 읽으면, 콘텐츠를 만들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소비자에게 곧바로 닿는 결과물을 만드는 이들이 AI를 어떤 태도로 마주해야 하는지 말해 보려고 한다.

 

이건 러다이트가 아니다

이 거부는 특정 팬덤의 유난이 아니다.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정서도 아니다. 오히려 게임, 음악, 만화, 광고처럼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소비되는 콘텐츠일수록 두드러진다.

 

2024년 초 타블렛 제조사 와콤이 새해 광고에 쓴 용 그림이 AI로 그려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작 창작 도구를 파는 회사가 광고는 AI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반발이 컸다. 와콤은 제3자에게서 구매한 이미지였고 AI 사용은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그림을 내렸다.

 

2026년 2월에는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가 동료를 축하하는 AI 생성 이미지를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핵심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축전에 AI를 썼다는 점이 문제였다.

 

음악, 만화, 게임, 광고에서 전 세계적으로 같은 반응이 나온다면, 이걸 한때의 거부감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정확히 무엇에 반응하는 걸까.

 

 

소비자가 정말로 거부하는 것

결과물의 품질이 같다면, 누가 어떻게 만들었든 상관없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과물만 보지 않는다. 누군가 이것을 만들기 위해 시간과 고민을 들였다는 사실을 무의식중에 가격에 포함시킨다. 이게 무슨 말인지, 필자의 전공인 게임 개발에서 소비자가 캐릭터를 사는 경우를 예시로 들어 보자.

 

게임에서 캐릭터 하나에 들어가는 노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먼저 설정 단계에서 이 캐릭터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와 얽혀 있고, 어떤 비밀을 가졌는지 뼈대를 세운다. 그 설정을 토대로 아티스트가 기본 스케치를 잡는다. 기획한 내용이 잘 반영됐는데도 막상 그려 놓고 보면 어딘가 허전하다. 그러면 아티스트가 스스로 버전을 몇 개 더 그린다. 옷의 한 부분을 바꾸거나, 메인 일러스트에 작은 오브젝트를 더 그려 넣거나, 표정이나 포즈를 바꿔 보는 식이다.

 

이렇게 여러 파트가 맞물려 돌아가는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실수가 나온다. 이후 각자의 작업물을 놓고 회의하다 보면, 추가하거나 보강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발견해 캐릭터의 설정이나 스토리, 아트 요소가 더해진다. 이외에도 전투 시스템, 컷신, 캐릭터 전용 이벤트 등 이 글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과정이 뒤따른다.

 

이렇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나중에는 유저가 캐릭터 하나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이런 디테일을 파고들어 발견하고, 그게 커뮤니티에서 퍼지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쌓인다. 완벽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사람이 만들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AI는 명령에 따라 결과를 내놓을 뿐,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없다. AI가 명령을 처리하면서 결과물이 조금씩 달라지는 무작위성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지시사항을 이리저리 바꿔 본 결과일 뿐, 사람이 만들면서 저절로 깎이고 다듬어지는 것과는 다르다.

 

캐릭터 하나에 이런 흔적이 밴다면, 이야기 전체에는 더 긴 호흡의 공이 들어간다. 제작자가 처음부터 긴 흐름을 의도하고, 콘텐츠 여기저기에 복선을 흩뿌려 둔다. 나중에 그걸 하나씩 회수하면서 소비자의 호기심과 몰입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이건 콘텐츠에서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몇 달, 몇 년에 걸쳐 뿌려 둔 설정과 떡밥이 나중에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채워 넣고 맞춰 나가야 한다. 사람이 공을 들이지 않고는 완성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 사례를 들면, ‘승리의 여신: 니케’의 머스탱이라는 캐릭터는, 몇 달에 걸친 업데이트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설정과 떡밥이 어느 순간 한 번에 맞아떨어지며, 반전으로 이어진 경우다. 유저들이 지난 에피소드를 다시 찾아보는 화제까지 낳았다. 몇 줄짜리 설정을 미리 짜 두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몇 달에 걸쳐 그 설정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관리하다가, 정확한 순간에 회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AI로 정보를 위키처럼 정리하는 것과 이런 일은 다르다. 정리는 흩어진 정보를 모아 두는 일이고, 이건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두고 시간에 걸쳐 줄기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지금의 LLM 기반 AI는 메모리와 컨텍스트에 한계가 있어, 정리는 도와줄 수 있어도 몇 달에 걸친 줄기를 스스로 만들어 이어가지 못한다. AI로 무언가를 긴 호흡으로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이처럼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양쪽 모두 인지하지 못하는 신용의 관계가 정립되어 있다. 소비자는 제작자가 시간과 고민을 들였을 것이라 믿고, 그 믿음을 가격과 가치에 포함시켜 지불한다.

 

그래서 이 신뢰가 깨지면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이 매기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린다. AI를 쓰고서 감췄을 때, 혹은 사람의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 고민 없이 AI를 썼을 때가 그렇다. 결국 소비자가 값을 치르는 대상은 매끄러운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의 시간과 고민이 들어 있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이건 소비자 심리로 끝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소비자 쪽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에게 이건 단순히 소비자 심리로 끝나지 않고, 당장 부딪히는 현실이 된다.

 

예전에는 뭔가를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AI를 쓰면 이 고민과 퇴고 대신, 사용자가 요청한 지시사항과 취향만 반영한 결과물이 나온다. 오직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데 맞춘 결과물이다. 게다가 LLM은 태생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고, 무난하고, 평균적인 데이터를 우선해서 내놓는다. 콘텐츠마다 개성이 담기던 자리에, 어느 것을 보더라도 비슷한 포맷이 들어선다.

 

중요한 건, 이런 현상이 시각적인 미디어 콘텐츠에만 그치지 않고 웹이나 코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바이브 코딩으로 웹페이지를 만들어 보면, AI는 언제나 비슷한 디자인을 내놓는다. 만든 사람 눈에는 그게 예뻐 보일지 몰라도, 소비자는 그런 디자인을 이미 수십, 수백 개는 봤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AI 콘텐츠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걸음수·심박수·수면·수분 카드와 주간 활동 그래프로 구성된 ‘HealthTrack’ 헬스 앱 대시보드 화면
바이브 코딩으로 웹을 만들면 대부분 위와 같은 포맷으로 나온다. <출처: 작가>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이미 AI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AI는 콘텐츠를 더 많이 찍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제작자가 가진 의도를 더 정확하게 실현하는 도구로 써야 한다. 많이 만들거나, 남의 일을 대신하거나, 빨리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전공을 한층 디테일하게 살리기 위해 쓰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김용하 총괄 PD는 2025년 7월 한 강연에서 “서브컬처 이용자는 생성형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딸깍’ 한 번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돈을 쓰는 것은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는 개발자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관한 명확한 의도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려면 우선 AI에 방향을 정하는 일과 최종 판단을 맡기지 않아야 한다. 그건 사람이 해야 한다. 대신 예전에는 혼자서 엄두도 못 냈던 일을 이제 직접 해내는 데 AI를 쓴다. AI는 결정을 대신 내려 주는 존재가 아니라, 제작자가 내린 결정을 실행해 주는 도구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은가. 아마 아닐 것이다. 우리는 늘 스스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어떤 순간에는 AI가 추천한 것에 엔터만 누르고서 그걸 판단이라고 여긴 적이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필자의 경험으로 설명해 보겠다.

 

최근에 신규 콘텐츠의 타이틀 이미지를 두고 A/B 테스트를 할 일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마 이랬을 것이다. 시안을 만들기 위해 기획 문서를 작성하고, 시안이 완성되기 전에 마케팅 파트와 사전 조율한 뒤 일정과 예산을 잡는다.

 

그렇게 시안이 나오면 몇 차례 피드백을 거쳐 어떤 부분을 테스트에 적용할지 확정하고, 다시 마케팅 파트와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이후 나온 데이터를 정리한 뒤, 협업 파트 및 내부 인원과 조율해 최종 구성을 확정한다. 최소 한 달은 걸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해봤다. 어떤 방향의 시안이 필요한지 정한 뒤 제미나이로 이미지 몇 개를 뽑았고, 구글 애즈 콘솔은 처음이라 어디를 눌러야 할지도 몰랐지만 AI에 “할아버지도 따라 할 수 있게 하나하나 알려 달라”고 요청해 화면 단계마다 뭘 눌러야 하는지 짚어가며 세팅을 끝냈다.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해 주는 MCP 도구를 붙여, 로그인된 크롬 화면에서 AI가 클릭과 입력을 대신 수행하게 했다. 테스트가 끝난 뒤에는 나온 데이터를 AI로 정리하고, 이 수치가 업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참고할 통계를 웹에서 같이 찾아 붙이게 했다.

 

구글 애즈 캠페인 관리 화면. 디스플레이 캠페인 2건의 예산·상태·노출수·클릭수가 표로 정리돼 있음
구글 애즈 콘솔 <출처: 작가 캡처>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떤 시안으로 갈지, 어떤 수치를 신호로 볼지, 최종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지는 전부 필자가 판단했다. AI의 의견이나 추천을 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AI는 필자가 내린 판단과 지시를 충실히 실행하기만 했다.

 

원래대로였다면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의도가 흐려졌을 일이다. 예전에는 애초에 필자가 할 수 없거나 할 이유가 없어서 다른 부서,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던 일이기도 하다. 필자가 직접 그림을 그릴 이유도 없고, 마케팅에 쓰는 구글 애즈 콘솔을 배워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일을 직접 해내면서, 하려던 일의 의도와 데이터를 스스로 검증하고 쌓을 수 있었다. AI는 판단을 대신하지 않았다. 판단은 필자가 하고, AI는 그 판단에 필요한 실행과 검증을 직접 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줬을 뿐이다.

 

 

요약을 맡기지 말고, 자료만 모아 오게 하기

AI를 쓸 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무언가 잘됐을 때 그걸 어떻게 읽느냐다. 잘된 결과를 숫자가 얼마나 올랐는지로만 보면, 정작 왜 잘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지표는 결과만 알려 줄 뿐, 그 뒤에 어떤 마음이 움직였는지는 보여 주지 않는다. 정말 알아야 할 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AI에 그냥 ‘이 반응 정리해 달라’는 식으로 시키면 이 이야기는 잡히지 않는다. AI는 요약을 돌려줄 뿐, 그 안에서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는지까지 짚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AI는 결론을 내려 주는 도구가 아니라, 필요한 자료를 모아 오는 검색 도구처럼 써야 한다. 흩어져 있는 반응을 모아 오게 하되, 그걸 해석하고 판단하는 일은 넘기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 진짜 신호이고 무엇이 그냥 잡음인지, 이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아래 예시는 필자가 어떤 이슈에 접근하기 위해 LLM으로 초고 자료를 정리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핵심은 “절대 AI에게 어떠한 형태의 의견이나 요약을 주문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AI의 요약이나 정리가 필요할 때도 있으나, 객관적인 사실을 수집하고 정리할 때는 사용자가 결론을 내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상 LLM은 사용자의 말투와 패턴을 인식해,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향된 요약을 할 때가 많았다. 사용자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수록 더 그렇다.

 

‘같은 소재, 다른 프롬프트’ 인포그래픽. 집계형·나열형 명령 비교, 집계형이 왜를 잃는 4단계, 성공편향의 구조적 이유를 정리한 4분할 다이어그램
<출처: 작가>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의 대표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머스탱’이라는 캐릭터의 서사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A. 리포트’ 집계형과 ‘B. 트래커’ 나열형 두 프롬프트 예시. 결론·권고를 뽑는 명령과 결론 금지·원문 링크를 요구하는 명령을 나란히 제시
<출처: 작가>

 

리포트의 경우 다음 스타일로 정리된다. 글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예시지만, ‘찾아줘, 정리해줘’ 식의 주문은 대부분 아래와 같은 형식으로 귀결된다.

 

‘서사 저류 트래킹’ 표. 도라 에피소드·슈엔 관련·바이퍼 반란·챕터 41·등장 BGM 등 시점별로 흩뿌려진 복선을 정리하고, 반전의 재미는 사전에 예비돼 있었다는 핵심 관찰을 덧붙인 리포트 화면
<출처: 작가>

 

‘왜 성공적으로 평가받는가’ 절. 반전의 인기 요인을 장기 저류·회수 타이밍·유료 전환 연결 세 가지로 정리한 리포트 화면
<출처: 작가>

 

‘자사 적용 플랜’ 로드맵. STEP 1 저류 심기, STEP 2 신호 보강, STEP 3 회수와 유료 전환 연결로 이어지는 3단계 실행안을 정리한 리포트 화면
<출처: 작가>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서사가 오래 지속됐다는 점도 짚어냈고, 로드맵도 나름 정리했다. 그리고 끝이다. 어떠한 통찰도 없다. 이미 LLM이 모든 결론을 사용자와 함께 도출해 정리했기에, “그렇구나” 수준의 글이다. 나는 이런 형태를 아주 경계한다. LLM은 “그럴듯해 보이는, 동시에 알맹이 없는 아웃풋을 만드는 데 가장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이슈를 정리하기 위해 트래킹할 때는, 프롬프트의 결과가 다음처럼 나온다.

 

런칭 초기 캐릭터 공개부터 챕터 23까지 시점별 캐릭터 반응과 나무위키·루리웹·디시 니케갈 등 원문 링크를 시간순으로 나열한 트래커 화면
<출처: 작가>

 

나무위키 머스탱·프리티·한손·아니스:스타 항목과 니케 이벤트·스토리 정리 링크를 나열한 심층 레퍼런스 목록 화면
<출처: 작가>

 

이 결과는 얼핏 보면 알맹이가 없어 보이거나, 구글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형태를 때때로 선호한다. 모든 정보를 긁어모아 하나씩 읽고 유저 반응을 살피다 보면, 마치 책을 읽듯이 이슈에 몰입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게시글과 댓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긁어모아 머릿속에 정리한 뒤, LLM에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고 요약하도록 주문한다. AI를 사용한 아날로그 방식의 분석 최적화다. 적어도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나 터미네이터 수준의 강인공지능이 아닌, LLM 기반 AI에 판단과 정리를 떠넘기면 안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결국 공부해야 하는 건 AI 도구가 아니란 점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AI 서비스와 솔루션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것들을 모두 익힐 수 없다. 동시에 기존에는 그저 다른 파트의 일이라고 치부하던 것들까지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술의 속도에 쫓기는 대신, 자신만의 속도와 판단을 근거로 AI에 무엇을 주문해야 하는지 명확히 해보면 어떨까?

 

Chat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핵심처럼 떠올랐다. 그러다 LLM의 추론 능력이 올라가 자연어 처리가 쉬워지면서 그 중요도는 낮아졌다. 이처럼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을 계속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아직까지 AI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현재의 LLM 기반 AI는 그저 사용자의 명령을 충실히, 반항 없이 이행하는 기계일 뿐이다. 그래서 AI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순간, AI는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중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을 조합해 내놓는다.

 

그건 사용자가 고민해서 내린 결정도, 인간의 창의성도 아니다. 그저 확률적으로 뽑아낸 결과에 가깝다. 그런데도 LLM은 어떻게든 사용자에게 결과를 돌려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냈거나, 해결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경계하며, 점검해야 한다. 그 판단과 결정을 정말 내가 내린 것인지.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 혹은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보자. 사람이 쓰고 사람에게 팔 것들 안에, 정작 사람의 고민이 아니라 AI의 생각이 들어와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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