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한국에서는 제1회 서비스·경험디자인 기사 자격검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9년 6월 국가기술자격법 개정에 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만 시행하던 자격시험 운영을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서도 시행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시험입니다. 2021년 1월 16일 기준, 필기시험 응시자격 심사와 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실기시험 원서접수를 앞두고 있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11년부터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 과제,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니 서비스·경험디자인에 대해 정부기관이 공인하는 기사 자격증을 마련하기까지 약 9년이 걸린 셈입니다. 디자인이라는 업무 특성 사 국가기술자격증이 절대적인 신뢰도를 제공하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사용자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서비스나 고객 여정을 개선하는 과업이 디자인 업계에서 점점 더 의미를 갖는다는 사회적 흐름을 반증하는 건 분명합니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Design Award에는 서비스 디자인 부문이 있고 2016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정부 3.0 국민디자인단’으로 2016 iF Design Award 서비스 디자인 부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공공 부문에서 더 적극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들이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기 위해 협업을 요청하는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나 Engine Service Design 모두 서비스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죠. 현대자동차가 서울, 고양, 부산 그리고 북경과 모스크바에서 선보인 현대모터스튜디오는 대표적인 민간 부문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사례입니다.

올해 한국 진출을 선언한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Spotify의 디자이너, Lu Han은 블로그를 통해 ‘비윤리적인 디자인이 사용자에게 해를 끼친다’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무한 스크롤 피드를 통해 사용자가 수면이나 원래 하려던 행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면의 질과 수면시간이 점점 더 줄어드는 삶을 살아간다고 하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겠지만 점점 중독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불안감과 우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은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자 경험 디자인 과제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우리 아이 스마트폰, PC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보급률은 2012년에 이미 90%를 돌파했고 스마트폰은 약 8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의 휴대폰 보유율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초등학생 고학년 약 75%가 스마트폰을 이미 사용하고 있고 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죠. 이건 통계적인 사실입니다. 디자이너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전에 없던 문제들이 스마트폰 기반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1.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통한 은밀한 괴롭힘으로 신체폭행(10.0%)보다 사이버 괴롭힘(10.8%)이 학교폭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국내 청소년의 경우 10명 중 3명이 ‘사이버 불링’을 당했다고 응답.

2. 스몸비(Smombie) – 보행 중 스마트폰 사고는 최근 5년간 1.6배 이상 증가.

3.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 빠르고 강한 정보에만 반응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 느리고 무감각하게 변화하는 현실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가상세계와 현실을 혼동하는 문제를 유발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이버 안심존’을 도입해 보호자가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iOS에서 제공하는 스크린 타임과 유사하게 서비스 별로 이용 시간을 함께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거나 스몸비 예방 기능을 통해 보행 중에 스마트폰 사용이 되지 않도록 설정하는 기능입니다. 특히 이 과제를 서비스 디자인 관점에서 역기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제 이용에 제한을 받는 청소년 입장에서 개선 포인트를 도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동시에 SK텔레콤, KT, LG U+ 통신 3사에서도 청소년 유해물 차단 앱을 만들어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이용 시간을 설정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차례입니다. 뛰어난 디자인은 사용자가 프로덕트 하나를 사용하는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생활을 돕고 영감이 이어지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 디자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