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에서 B2C로, 검색 키워드의 전환
지난 글 ‘AI는 어떤 사이트를 인용할까?’에서는 AI 검색이 사이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이트 전체의 문맥을 본다는 것, 어휘를 맞추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것, 그리고 운영자는 이제 페이지보다 문맥을 설계한다는 것이었다. 그 글을 쓰고 나니,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검색 환경이 그렇게 바뀌었다면, 그 안에서 운영자는 정확히 어떤 사용자를 보고 있어야 할까?” 이번 글은 이 질문에 대한 운영 경험의 기록을 다뤄보려고 한다.
나의 경우, 처음에는 B2B 영역에서 출발했다. 변호사 사무소, 병원 등 마케팅 의사결정자들이 주요 타깃이었다. 그래서 이들이 무엇을 검색하는지부터 살폈다.
그런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 대표나 의사결정자들은 “SEO 회사 추천” 같은 키워드를 거의 검색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것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건 키워드보다는 상황을 검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 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감정’이다. 대부분은 불안, 의심, 답답함이다. 매출이 줄어드는데 이유가 명확하지 않을 때, 광고비는 늘어가는데 계약은 줄어들 때, 그 답답함에 검색창을 연다. 그래서 B2B 콘텐츠의 결도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결정됐다. 시장 진단과 비교/분석,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구조를 짜는 것이다.
문제는 B2C 영역으로 확장하면서부터였다. 현재 나는 법률, 피부, 탈모, 성형 네 개 영역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B2C 사이트를 구축할 때는 자연스럽게 시술명 중심 또는 질병명 중심으로 콘텐츠를 짜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덴서티 효과”, “쌍꺼풀 수술 종류”, “정수리 탈모 원인”, “폭행죄 처벌 수위” 같은 키워드다. 분명 검색량 데이터로 보면 이게 맞아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사용자가 어떤 검색을 통해 상담까지 이어지는지 살펴보면서, 패턴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은 단순히 시술명을 검색하지 않았다. 시술을 검색하게 만든 순간을 검색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건 탈모 키워드 영역이었다. 처음에는 “M자 탈모”, “정수리 탈모”, “탈모약 효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페이지를 짰다. 검색량은 분명히 있었지만, 막상 그 페이지로 들어온 사용자는 정보를 한 번 읽고, 바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결정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진짜 시점을 추적해 봤다. 탈모를 검색하는 사람들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다.
검색을 시작하는 진짜 시점은 5번이다. 정수리가 비쳐 보인 그 순간. 거울 앞에서, 또는 누군가 찍어준 뒷모습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공포가 들이닥치는 순간이다. 이 시점의 사용자는 “M자 탈모란?” 같은 정보형 검색을 하지 않는다. “거울에서 두피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정수리가 갑자기 넓어 보여요”, “사진 찍었는데 정수리가 너무 비쳐요” 같은 상황형 검색을 한다.
그래서 페이지 제목도 바꿨다.
본문의 첫 줄 문장도 바꿨다.
처음에는 조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말린 직후라 그런 줄 압니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때 처음으로 치료를 고민합니다.
검색 의도가 같은 탈모 클리닉이라도, 시작점이 다르면 글의 결이 완전히 달라진다. 결과를 보면, 이 결의 페이지로 상담 전환에 더 가까운 흐름을 만들 수 있었다.

피부 키워드 영역에서는 또 다른 패턴이 보였다. 처음에는 시술명 자체를 중심으로 페이지를 만들었다. 덴서티 효과, 티타늄 후기, 써마지 비용 등이다. 그런데 사용자의 검색 흐름을 보면, 시술명을 단독으로 검색하는 경우는 의외로 적었다. 대신 비교를 시작한 이유를 검색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시술명은 독립 키워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시술명은 다른 시술과의 관계 안에서 검색된다. 다만 그 관계는 시술마다 다르다. 어떤 시술은 가성비 대안으로 검색된다. 예를 들어, 덴서티는 사용자에게 써마지보다 비용 부담이 낮은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함께 비교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비교라, 사용자는 “써마지 대신 덴서티도 괜찮을까?” 같은 검색을 한다.
또 어떤 시술은 상황 선택으로 검색된다. 예를 들어, 티타늄과 울쎄라는 둘 다 리프팅 효과가 가장 강한 시술 군에 속하고 가격대도 비슷하다. 그러나 티타늄은 즉각 효과를 보는 대신 유지 기간이 짧고, 울쎄라는 효과 발현이 늦지만 유지 기간이 더 길다. 이건 대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상황에 따른 선택이다. 곧 있을 이벤트를 위해 빠른 효과가 필요한 사용자와 장기적인 유지를 우선하는 사용자는 다른 검색을 한다.
이렇듯 같은 리프팅 검색이라도, 사용자가 어느 자리에서 비교를 시작했는지에 따라 검색의 진짜 질문이 달라진다.
이 차이를 페이지 구조에 반영해야 한다.

가장 분명한 패턴이 보인 건 법률 키워드 영역이었다. 법률은 사용자가 검색을 시작하는 시점이 명확하게 사건의 단계와 일치했다. 그래서 콘텐츠를 짤 때 처음에는 법률 용어 중심으로 시작했다. 집행유예 취소, 누범 가중, 기소 의견 송치. 그런데 사용자의 검색은 법률 용어로 시작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처한 사건의 단계로 시작됐다.
이건 법률 지식을 가진 사람의 검색이 아니라, 사건 안에 있는 사람의 검색이다. 그리고 사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변호사 선임 직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률 영역에서는 사건 단계 중심의 콘텐츠 구조를 만들었다. 수사 단계 → 재판 단계 → 집행 단계. 각 단계 안에서 사람이 실제로 검색할 법한 상황형 제목을 사용했다.
법률 콘텐츠는 법률 용어 사전이 아니라, 사건의 타임라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B2B와 B2C는 어떻게 다른가? 표면적으로는 같은 리프팅 검색이라도, 결정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같은 단어가 들어가도 검색의 진짜 질문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질문이 다르면, 사이트 안에서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의 결도 바뀐다. B2B 사용자의 경우, 시장 진단 자료와 비교/분석을 볼 것이다. 의사결정 근거를 쌓기 때문이다. B2C 사용자의 경우, 시술 비교와 결정 기준을 본다. 자기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좁히기 위해서다.
이렇게 같은 결정형 사이트 철학을 적용하더라도, 콘텐츠 결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두 달 동안 자회사 사이트들을 운영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은 지식을 검색하지 않는다. 감정을 검색한다는 점”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감정이 먼저 생기고 그다음에 검색창을 연다. 그 감정은 대부분 불안, 공포, 의심, 후회, 결정까지 다섯 가지 중 하나다. 이 감정이 생긴 다음에 사람은 검색창을 연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AI는 정말 똑똑하다는 것이다. 웬 당연한 말이냐고 하겠지만, GPT, Gemini, Claude 같은 LLM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과 속도, 그리고 그 안에 학습된 지식의 깊이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처음 이 AI 도구들이 써낸 글을 봤을 땐 나도 놀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사용자도 함께 늘어났다. 프롬프트 하나 복사해서 콘텐츠를 양산하는 방식이 유튜브와 인스타에 퍼지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유려한 문체와 깔끔한 문장을 가진 비슷한 결의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브런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이건 결국 과거의 블랙햇 백링크가 진화한 형태에 가깝다. 매크로 프로그램이 글을 자동으로 양산하던 시절과 지금은 결이 비슷하다. 도구만 더 똑똑해졌을 뿐, 콘텐츠가 평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똑같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조금 거칠어도, 조금 딱딱해도, 실제 경험에서 나온 전문적인 견해와 실전 노하우가 담긴 글이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다. 구글이 가장 오랜 시간 강조해 온 콘텐츠의 독창성은 사실 이 자리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AI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AI를 5%만 쓰는 사람과 120%로 쓰는 사람의 차이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경험 깊이에 있다. 같은 도구를 써도 운영자가 가진 시장 컨텍스트, 산업 지식, 실전 노하우의 깊이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YMYL(건강, 재정, 안전, 사회적 신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영역에서 이 차이는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변호사법, 의료법, 표시광고법, 광고법이 동시에 작동하는 영역에서는 AI가 만들어내는 일반론적인 문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확신을 줄 자리에서는 정확히 확신을 주고, 단정하지 않을 자리에서는 정확히 3자 시점으로 쓰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건 결국 사람이 잡아야 하는 일이다.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하는 역할은 이 균형을 잡는 일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검색량 데이터는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검색이 시작되는 순간은 도구가 알려주지 않는다. 운영자가 시장을 직접 보면서 찾아야 한다. 키워드가 아니라 상황을 본다. 검색량이 아니라 의사결정 시점을 본다. 시술명이 아니라 콤플렉스를 본다. 법률 용어가 아니라 사건의 단계를 본다. B2B 솔루션이 아니라, 대표가 가진 답답함을 보는 것이다.
이 관점이 내가 B2B에서 B2C로 사이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이다. 같은 결정형 사이트 철학을 다섯 개 도메인에 적용하면서도, 각 영역마다 검색이 시작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을 매번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앞으로의 검색 환경에서 사이트가 사용자에게 닿을 수 있으려면, 누가 더 많은 페이지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하게 사용자의 감정을 읽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AI의 등장으로 제로 클릭 시대가 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사용자의 구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그 공백을 채워주는 '경험 기반의 콘텐츠'에 대한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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