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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퇴사하면 업무 못 하는 회사를 위한 AX는?

요즘IT
10분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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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미래전망 컨퍼런스' 패널토크 정리 | 박우범 위시켓 대표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

 

기업용 AI 시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AI 전환, 이른바 'AX(AI Transformation)'를 내걸지 않는 IT 기업을 찾기 어렵고, 도입하려는 기업도 제조부터 금융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아요. 컨설팅펌, SI(시스템 통합) 업체, 솔루션 기업이 저마다 AX 해법을 들고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AX가 무엇을 하는 일인지'는 또렷하게 정의된 적이 없어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서로 다른 걸 떠올립니다.

 

성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맥킨지가 2025년 11월 내놓은 'The State of AI'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조직의 88%가 최소 한 개 업무에서 AI를 쓴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AI가 회사 손익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줬다고 답한 곳은 39%에 그쳤어요. 도입은 거의 다 했는데, 실제로 돈이 되는 성과를 봤다는 곳은 절반도 안 되는 셈입니다. 도구는 넘쳐나는데 왜 성과 앞에서는 이렇게 자주 멈춰 설까요?

 

그 답의 실마리를, B2B 현장에서 일하는 위시켓 박우범 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2025년 11월AX 전환 전문 사업부 AIDP를 출범한 이후 제조, 유통, 물류, 의료 기업을 매주 20~30곳씩 만나며 이들이 AI 도입에서 정확히 어디서 걸려 넘어지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19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연 '미래전망 컨퍼런스'의 패널토크에서 그는 김솔해 수석팀장의 진행에 답하며, B2B IT 시장이 왜 AX 앞에서 멈춰 서는지를 진단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오른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는 소비자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내부를 어떻게 AX했는지, B2B의 눈으로 볼 만한 사례를 함께 나눴고요.

 

이 글은 그날 오간 이야기를 토대로, 기업 AX가 어디서 막히고 시장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2026년 6월 19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연 '미래전망 컨퍼런스'의 패널토크. 왼쪽부터 김솔해 수석팀장, 위시켓 박우범 대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해빗팩토리 정윤호 대표. <출처: 위시켓> 

 

AX란 무엇인가: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

많은 기업이 AX를 챗봇 도입이나 생성형 AI 툴 구독쯤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박우범 대표가 현장에서 내린 결론은 결이 다릅니다. 그는 AX를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자산화하는 일"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의 배경에는 중소·중견기업이 오래 안고 온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은 일 잘하는 사람의 머릿속 암묵지에 기반해 있었어요. 그 사람이 퇴사하면 암묵지도 함께 사라지는 구조였죠." 회사가 10년을 굴러도 그 10년 치 노하우가 조직에 쌓이지 않고 개인과 함께 빠져나가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AX는 이 흩어진 암묵지를 회사의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박 대표는 그 과정이 대체로 네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화입니다. 문서, 메일, 현장 기록처럼 정리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단계예요. 두 번째는 워크플로우(업무 흐름) 정리입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하는지, 흩어진 일의 흐름을 정돈하는 단계죠. 이 두 단계가 받쳐줘야 비로소 세 번째, 챗봇이나 사내 문서 검색 같은 AI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AI 에이전트, 즉 사람이 시키지 않아도 여러 단계를 스스로 수행하는 AI가 그 자산들을 학습해 움직이는 단계입니다.

 

핵심은 순서입니다.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라는 앞 두 단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애플리케이션이나 에이전트부터 얹으면, AI는 부실한 토대 위에 놓이게 됩니다. 박 대표가 "데이터도, 워크플로우도, 시스템도 자산화되면 의사결정의 질과 속도가 매우 좋아진다"고 말한 것도, 이렇게 여러 층의 자산이 순서대로 쌓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기업들은 이 네 단계의 어디쯤에서 움직이고 있을까요. 박 대표가 현장에서 확인한 답은, 상당수가 아직 앞의 첫 단계에서 멈춰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B2B 현장은 어디서 막히나

박 대표는 AI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이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미 쓴맛을 본 쪽입니다. "2년 전쯤 챗봇이 유행한다길래 붙여보고, 추천 엔진이 좋다길래 도입해본 분들이에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앞단의 데이터와 워크플로우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구부터 얹다 보니, 그게 실제 손익에 잡히지 않더라는 겁니다. 도입은 했는데 성과는 없는, 앞서 맥킨지 수치가 보여준 그 간극을 몸으로 겪은 집단이죠.

 

두 번째는 탑다운(Top-down)으로 결정되는 쪽입니다. 대표나 임원이 직접 챗GPT나 클로드를 써보고 "이거 우리도 도입하자"며 지시하는 경우입니다. 의지는 분명한데, 정작 무엇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는 실무진도 알기 어렵습니다.

 

두 부류의 사정은 달라 보이지만, 막히는 지점은 놀랄 만큼 비슷했습니다. 앞서 짚은 AX 네 단계 가운데 대부분이 데이터화와 워크플로우 정리에서 멈춰 있었다는 겁니다. 어떤 기업은 데이터화 자체가 병목이었고, 어떤 기업은 법인마다 공장마다 다른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써서 흩어진 업무 흐름을 통합하는 데서 막혔습니다. 화려한 AI 애플리케이션이나 에이전트를 얹기 한참 전, 가장 기초적인 정리 단계에서 멈춰 있었던 거죠.

 

문제는 '멈춰 있다'는 진단만으로는 다음 발을 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내가 선 자리를 알아야 다음 걸음이 보이니까요. 위시켓 AIDP는 비IT 기업이 AI 전환에서 지나는 길을 다섯 단계로 나눠, 고객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부터 진단합니다. 박 대표가 짚은 4단계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전환 작업)'라면, 이 5단계는 그에 앞서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현재 상태)'를 가리키는 지도인 셈입니다. 

 

위시켓 AIDP가 자사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의한 비IT 기업 AX 5단계. '지금 필요한 것'은 각 단계에 대응해 편집부가 정리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납니다. 이 앞 단계를 함께 풀어줄 상대를 시장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끝까지 책임질 곳이 없다: 30년간 파편화된 IT 시장

기업이 앞 단계에서 멈추는 게 순전히 그 기업 탓만은 아닙니다. 막상 도움을 구하려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갈 상대가 시장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는 그 뿌리를 IT 시장의 오랜 구조에서 찾았습니다.

 

"AI를 제대로 도입하려면, 진단, 전략, 구축, 운영, 그리고 운영에서 나온 데이터로 다시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이 하나의 닫힌 순환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른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곧 진단에서 시작해 개선까지 갔다가 다시 진단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구조입니다.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돌리면서 계속 다듬어야 성과가 난다는 뜻이죠. 박 대표는 "이 전 과정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시장에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유는 지난 30년간 IT 시장이 잘게 쪼개져 온 데 있습니다. IT 교육, 컨설팅펌, SI(시스템 통합), BPO(업무 위탁), 인프라로 각자의 영역이 갈라져 굳어졌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나뉜 사업자들이 저마다 순환의 한 토막씩만 담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박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컨설팅펌은 진단과 보고서까지만 주고 실행은 손대지 않습니다. SI 회사는 정해진 요구사항을 받아 소스코드를 납품하면 계약이 끝나는 구조고요. 솔루션이나 SaaS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라 개별 기업의 워크플로우에 딱 맞아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진단은 이 회사, 구축은 저 회사, 운영은 또 다른 회사에 맡기고 그 사이를 직접 꿰매야 합니다. 클로즈드 루프가 돌기는커녕, 단계마다 끊긴 토막들을 발주처가 손으로 이어 붙이는 셈이죠. AX는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돌려보면서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진단, 구축, 운영이 끊겨 있다면 AX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대목은 앞서 두 부류의 기업이 공통으로 토로한 답답함과 맞닿아 있습니다. 도구를 붙여도 손익에 안 잡히고, 위에서 지시는 내려오는데 실행할 상대가 마땅치 않다는 그 막막함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개별 기업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통째로 파편화돼 있다는 구조의 문제였던 겁니다.

 

 

파편화에서 ‘번들링’으로: IT 시장의 다음 장면

그렇다면 이 파편화된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박 대표는 지난 30년간 잘게 쪼개져 온 IT 서비스가 AI 시대에 다시 하나로 묶이는 '번들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교육, 컨설팅, 구축, 운영으로 나뉘어 있던 영역이, 진단부터 운영까지 한 곳에서 책임지는 형태로 통합된다는 전망입니다.

 

위시켓 AIDP의 행보가 그 방향을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AIDP는 위시켓이 13년간 쌓은 IT 프로젝트 데이터를 학습해 일종의 운영 체계(OS)를 만들었고, 여기에 기업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넣으면 시스템 구축까지 이어지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 방식으로 기존 SI 시장에서 9개월씩 걸리던 400여 기능 규모의 제조업 ERP를 훨씬 짧은 시간에 구축해 납품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 대표는 이 사업을 두고 시장의 반응이 제각각이라고 했습니다. 컨설팅펌은 "컨설팅을 한다"고, SI 회사는 "SI를 한다"고, 아웃소싱 회사는 "BPO를 한다"고 본다는 거죠. 한 회사가 예전 같으면 서로 다른 업종으로 나뉘었을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박 대표는 이 통합이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AI 시대의 필연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기업에 도입하는 일을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규칙을 다 아는 10년 차 시니어 여러 명을 납품하는 것"에 비유했는데요. 그렇게 깊이 들어간 에이전트는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히 그걸 납품하고 운영하는 회사로 종속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위시켓도 시스템을 넘어 AI 교육, 나아가 임원 대상 'AI 과외'로까지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박 대표가 던진 개념이 '오퍼레이팅 파트너'입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회사가 진단, 컨설팅, 구축, 운영, 교육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며 기업의 AI 전환을 곁에서 계속 운영해 주는 형태로 시장에 자리 잡으리라는 전망이죠. 파편화된 벤더들 사이에서 길을 잃던 기업 입장에서는, 끊긴 토막을 직접 이어 붙이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는 파트너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짚은 '끝까지 책임질 곳이 없다'는 병목이, 바로 이 번들링 흐름 속에서 풀려나가는 셈입니다.

 

 

한국형 AX는 '감축'이 아니라 '집중'이다

여기까지가 시장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제 시선을 기업 안쪽으로 돌려볼 차례입니다. 무엇을 위해 AX를 하는가, 그 목표 말이죠. AI 도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인력 감축입니다. 아마존과 메타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감원했고,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미국 기업이 1,100명을 줄였다는 소식이 AI 효율화의 상징처럼 오르내립니다. AI를 도입하면 사람을 줄이고, 그만큼 이익률이 올라간다는 공식이죠. 그렇다면 한국 기업도 같은 길을 갈까요. 박 대표의 대답은 분명한 '아니오'였습니다.

 

"한국은 고용이 유연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쉽게 내보낼 수 없죠." 그래서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들의 목적은 인력 감축과는 결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미국식 사례처럼 'AI로 몇 명을 줄여 이익률을 얼마 높였다'는 접근이 아니라, 잡다한 업무를 걷어내 구성원이 본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쪽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그가 그린 그림은 구체적입니다. 영업 담당자는 서류 작업에 뺏기던 시간을 영업에 쓰고, 생산 관리자는 일정 조율 대신 진짜 공정 관리에 집중하며, 경영진은 보고를 듣는 데 쓰던 시간을 실제 의사결정에 쓰도록 만드는 것. 사람을 빼는 게 아니라, 사람이 원래 잘해야 할 일에 집중하도록 나머지를 AI가 떠맡는 구조입니다.

 

박 대표는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한국의 AX는 효율을 높여 이익률을 개선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해 매출을 올리는 형태의 목적을 가진 곳이 대부분입니다." 비용을 줄이는 수비형 AX가 아니라, 매출을 키우는 공격형 AX라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흐름이 한국만의 특수성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2025년 8월 데이터로 내놓은 조사를 보면, AI 도입이 여러 산업으로 번지는 와중에도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을 대체하기보다 재교육하는 쪽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도 비슷한 그림을 그립니다. 전 세계 노동자를 100명으로 압축하면 2030년까지 59명이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데, 그중 29명은 지금 자리에서 역량을 키우고 19명은 조직 안 다른 자리로 재배치될 것으로 봤죠. 물론 감원 신호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같은 뉴욕 연준 조사에서 일부 서비스 기업은 향후 AI로 인한 감원을 예상했고, 그 여파는 주로 대졸 사무직에 몰렸습니다. 그럼에도 큰 방향은 박 대표의 현장 관찰과 겹칩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AI 도입의 무게는, 사람을 덜어내는 쪽보다 사람을 다른 일로 옮기고 다시 훈련시키는 쪽에 실려 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도입을 설득하는 논리 자체를 바꿉니다. AI 도입을 감원과 묶으면 조직 내부의 반발을 부르지만, '잡무를 덜어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일'로 제시하면 구성원을 우군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AX가 자리 잡는 방식은, 감축의 언어가 아니라 집중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바꾼 AX 사례들 

그렇다면 본질에 집중해 내부의 AX를 해낸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자리에 함께 참가한 기업들의 AX 사례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과 핀테크 스타트업 해빗팩토리가 함께했는데요. 두 회사 모두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로 다시 구성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2026년 6월 19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연 '미래전망 컨퍼런스'의 패널토크. 왼쪽부터 김솔해 수석팀장, 위시켓 박우범 대표,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해빗팩토리 정윤호 대표. <출처: 위시켓>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고객센터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4년 전 외주로 돌리던 고객센터를 자회사로 내재화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최전선에서 듣는 것이 회사 성장에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죠. 그리고 2년 전 AI를 만나면서, 이 고객센터야말로 AI가 가장 크게 바꿀 영역이라고 봤습니다. 지금은 상담 녹취를 들어도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합니다. 오히려 너무 사람 같아 나중에 고객이 기만당했다고 느낄 정도라, 일부러 모델을 'AI답게' 낮추기도 했다는 겁니다.

 

 

주목할 점은 그다음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 역량을 자사에만 두지 않고 외부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아마존이 자사용으로 만든 AWS를 나중에 같은 고민을 가진 기업들에 제공한 것에 빗댔는데요. 대부분의 B2C 회사에 고객센터는 중요하지만 잘 풀기 어려운 영역이고, 마이리얼트립은 그 문제를 이미 풀어봤다는 겁니다. 올해 1월 타사 일감을 수주하기 시작해, 지금은 20곳가량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부 AX로 쌓은 역량이 그 자체로 B2B 상품이 된 사례입니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는 상담 조직의 표준화를 이야기했습니다. 해빗팩토리는 마이데이터(개인이 자기 금융 정보를 모아 활용하는 제도)를 기반으로 보험 상담을 하는데, 하루 신규 상담이 2천 건을 넘어 사람이 품질을 일일이 관리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AI가 모든 상담을 실시간으로 센싱하고, 코칭 AI가 상담사에게 "지금 그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실시간으로 제안합니다. 상담의 질이 개인 역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던 것을, AI가 1차로 정보를 분류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표준화한 겁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업에서는 그 효과가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한 고객이 갈 수 있는 대출 상품의 경우의 수가 4천 가지에 이르고, 이 판단이 전부 담당자의 암묵지에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해빗팩토리는 이를 알고리즘으로 옮겨, AI가 먼저 서류를 읽고 기본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보통 35일에서 40일 걸리던 대출 실행을 7일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사람을 더 투입해 문제를 덮는 대신,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했습니다. 앞서 말한 '감축이 아니라 집중'으로서의 AX가, 두 현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구현된 셈입니다. 

 

 

다시, 우리 회사는 어디에 있나

지금까지 2026년 6월 19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연 '미래전망 컨퍼런스' 패널토크에 오른 B2B IT 시장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현장에서 AX의 병목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또 함께 참여한 기업들이 그 병목을 어떻게 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봤습니다. 

 

AI 도입이 현장에서 자꾸 멈춰 서는 건 도구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 도구를 얹기 한참 전, 데이터와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 도입을 앞둔 기업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AI 도구를 살까'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입니다. 우리 회사의 데이터는 모여 있는가, 부서마다 흩어진 업무 흐름은 정돈돼 있는가. 앞서 살펴본 AX 5단계 진단에서 우리가 선 자리를 냉정하게 짚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데이터부터 흩어져 있다면 화려한 에이전트를 논하기 전에 데이터화가 먼저고, 데이터는 있는데 시스템이 제각각이라면 워크플로우 정리가 먼저입니다.

 

관점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AI 도입을 인력 감축의 도구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구성원이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잡무를 걷어내는 일로 볼 것인가. 전자는 조직의 반발을 부르지만, 후자는 구성원을 우군으로 만듭니다. 앞서 두 회사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 후자의 길이었습니다.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가 도입의 성패를 가릅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얼마나 최신 도구를 빨리 들이느냐가 아니라, 자기 회사가 어디서 막혀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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