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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AI 시대의 시지프스: 멈추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를 위한 안내서

zwoo
7분
1시간 전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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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가, ChatGPT로 생성>

 

저녁 6시, 퇴근 시간이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작업물을 완성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한 번 더 살펴본다. 검토하다가 놓친 부분을 발견하고 말았다. 시간이 늦었는데, 지금 수정할 수 있는 범위일까? 제출 기한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을까? 무리해서라도 수정을 마치고 내일 제출을 하는 것과, 안전하게 기한을 늘리는 선택지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나마 수정 방향이 금방 생각나면 다행이지만,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슬프지만 실력의 한계를 느끼며 퇴근하고, 그날의 일은 거기서 마무리된다. 이것은 AI 에이전트가 나타나기 전까지 나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AI 에이전트(나의 경우 클로드)는 나의 고민을 듣고 작업물을 검토한 후, 단점을 파악해 심각도에 따라 분류해주며 대안들을 제시해준다. 내가 수정 방향을 고르면, 몇 분 안에 변경이 완료된다. 완벽주의 기질이 심한 나 같은 사람에게 이것은 독이 든 성배다. 완벽한 코드란 존재하지 않는데도 끝없이 질문하고 검토하며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나는 모든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다가 번아웃을 경험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AI를 대하는 슬기로운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도 질문하고 싶다. 우리는 어디서 멈춰야 할까?

 

<출처: 작가, ChatGPT로 생성>

 

 

한 번 더, 한 번 더, 완벽을 향한 강박

나는 오래전부터 불면증이 있었는데, 최근 몇 달간 평소보다 더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클로드랑 대화하다 보면 시간 감각도 무뎌졌다. 바이브 코딩이 재미있는 이유는 피드백이 빠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개선 사항을 클로드는 금방금방 반영해 주었다.

 

최근에 나는 일기를 자동으로 써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 프로그램은 도무지 완성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캘린더의 일정을 나열하고, 클로드가 코멘트를 달아주는 정도를 원했다. 하지만 이내 한계가 드러났다. 캘린더에는 내가 실제로 한 일과 해야 한다고 적은 일이 뒤섞여있었기 때문에, 일기가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일기의 정확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했고, 텔레그램을 통한 사용자 인터랙션이 추가되었다.

 

메인 시스템 프롬프트

“하루봇 메인 파이프라인

 

매일 오후 8시(KST) 실행되어:

1. Calendar / Notion / GitHub에서 오늘 활동 수집

2. Claude API로 [오늘의 일정] + [태스크] 두 섹션 생성

3. Notion 일기 페이지 생성(오늘의 일정은 본문으로, 태스크와 할 일은 체크박스 리스트로)

4. Telegram에 일정 요약 + 할 일 체크박스 리스트(미완료 항목 + 완료 버튼) 전송 

5. 사용자가 완료 버튼을 누르면 하루 피드백 생성·저장 

사용자 답장(코멘트/설정)은 실시간으로 Notion 일기에 반영한다.”

 

일기에는 나의 생각도 담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 답장을 일기에 함께 저장하도록 했다. 또한 ‘설정’은 버그를 간단히 수정하고 싶을 때를 대비해 만든 기능이다. ‘/설정’이라고 시작하는 코멘트는 별도 페이지에 저장되어, 시스템 프롬프트에 추가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노션에 있는 오늘의 할 일 목록도 수집하도록 기능을 추가했는데, 할 일이 중복되어 나왔다. 중복 제거를 넣었지만 문자열 비교만으로는 ‘회의 준비’와 ‘회의 준비하기’를 같은 항목으로 인식하지 못해서, 결국 클로드에게 의미가 비슷한 항목을 골라내도록 시켰다. 봇이 요약을 보내기 전에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면 일기가 아직 없어서 저장할 곳이 없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짜 일기에 넣을지 물어보는 대화 흐름을 추가했다. 오늘은 할 일 체크 상태가 두 페이지 사이에서 동기화되지 않는 걸 발견해서 또 고쳤다. 분명 내일이 되면 또 부족한 점이 보일 것이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전부 다 직접 코딩했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매우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한번 구조를 결정하면 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와 함께라면 구조 변경이 순식간에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부담 없이 바로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의 코딩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기능이 완성되는, 정말이지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들이었다.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법은 나를 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언제쯤 완성될지 잘 모르겠다.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라 굳이 완성 시점을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걸 앱스토어에 출시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것만 고치고, 이 기능까지만 넣고’ 하다가 결국 완성하지 못할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순적인 상황이다. 분명 아주 빠른 속도로 개발하고 있는데, 완성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더 나은 버전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이 계속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당장 일주일 만에 수많은 기능들을 개선하고 추가할 수 있고,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완성을 외치기란 더 쉽지 않다.

 

 

왜 멈추지 못하는가?

예전에는 실력의 한계가 곧 완성도의 한계였다.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했으면 “여기까지가 내 최선이다”라고 받아들였다. 또한 이미 만든 결과물이 있으면 되도록 그것을 살리고 약간의 개선을 통해 어떻게든 완성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그 지점에서 멈춰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AI와 협업하다 보면 우리 마음속에 슬그머니 이런 불안감이 자리 잡는다. “혹시 프롬프트를 변경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아닐까?”, “내가 검토시키지 않은 다른 문제는 없을까?” 몇 번 더 작업을 시키는 데에는 약간의 토큰만 들 뿐 시간은 별로 들지 않기에, 계속 붙잡고 있게 된다.

 

게다가 모델은 매일 좋아지고, 커뮤니티에서는 더 좋은 프롬프트 방법론도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늘 만든 결과물이 내일도 최선이라고 결코 장담할 수가 없다. 내 작업물이 10년 후의 경쟁작보다 뒤처지는 것은 양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당장 내일의 경쟁작에 뒤처지는 것은 쉽게 용납하기가 어렵다. 멈추는 것은 곧 게으른 것이고,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완성은 요원해진다.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는 산꼭대기에 올린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또 밀어 올려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바위가 꼭대기에 올라갔는데도, 더 높은 산이 보이기 때문에 멈추지 못한다. 시지프스가 받은 것은 신의 벌이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스스로 선택한 벌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 걸까?

 

 

강박을 멈추기 위한 나만의 방법 

마크 엘리슨은 《완벽에 관하여》에서 흠집이 없는 완벽한 상태를 추구하기보단,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명한 말이다. 다만 AI 시대의 문제는 그 방향을 따라가는 비용이 너무 저렴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방향만 잡고 한 걸음씩 움직였다면, 지금은 방향만 설정하면 AI가 비행기에 태워서 데려다준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아직 이 속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너무 빠르게 날면 금방 지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멈출 정거장과 종점을 정해두는 게 좋다.

 

① 마감일을 정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한이 없으면 끝도 없다. 무한한 개선의 가능성을 유한한 시간 안에 가두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일기 앱을 출시하려고 마음먹는다면, 1차, 2차, 최종 마감일을 정해놓을 것이다. 마감일이 코앞이라면 새로운 개선 사항이 떠오르더라도 일단 백로그에 둔다.

 

회사 업무에는 정해진 기한이 있으니 그나마 낫지만,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작업은 기한을 정하는 게 어렵다. 그리고 바이브 코딩은 자연어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태스크에 소요되는 시간을 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일단 적당한 날짜를 선택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날짜를 산정하는 감을 익히는 것이 좋다.

 

② 우선순위를 정해서 번갈아 가며 손을 댄다(멀티태스킹)

이건 아마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지는 않을 수 있고, AI 성능이 향상될수록 효용이 떨어질 수 있는 방법론이다.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일을 시키면 그에 대한 응답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여러 작업창을 띄워두고 번갈아가면서 작업을 시킨다. 원래 멀티태스킹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AI와 협업을 한 이후로는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정한 우선순위는 ① 버그 수정 ② 마감이 임박한 일 ③ 난이도 높은 일이다. 버그는 최대한 빨리 고쳐야 하기 때문에, 이 터미널 창을 가장 자주 들여다본다. 이 세션에서 작업을 지시해두고, 마감이 임박한 작업을 또 다른 세션에서 지시한다. 두 세션이 모두 일을 하고 있으면 새 에이전트를 띄워서 다음에 만들 기능에 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참고로 최근에 클로드에서 ‘Agent View’라는 기능을 만들었다. 여러 세션을 한눈에 보는 일종의 대시보드인데, 이 대시보드를 활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세션을 관리할 수 있다.

 

<출처: Agent view in Claude Code>

 

이렇게 멀티태스킹을 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끝낼 수 있다. 한 작업을 끝장내려고 매달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다른 세션의 작업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퇴근 시간에 미련 없이 손을 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 하나에 너무 완벽을 기하다가 다른 일의 시작이 늦어지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여러 문제에 골고루 시간을 씀으로써 전체 품질은 더 올라가게 되었다.

 

③ 하나의 작업 단위가 끝날 때마다 작업 내용을 docs에 기록해두도록 시킨다

일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음 날이 되면 컨텍스트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클로드는 대화 기록을 빠르게 다시 불러올 수 있지만, 인간의 기억은 좀 더 로딩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작업 중간중간 나를 위한 요약본을 정리하게 시켰다. 대강 일이 마무리되었다 싶을 때마다 클로드가 이렇게 묻는다.

 

“지금까지 한 작업을 기록해 둘까요?”

 

이제 나는 언제든 마음 놓고 그날의 일을 끝낼 수 있게 됐다. 다시 돌아왔을 때 이 md 문서를 살펴보면, 금방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출처: 작가>

 

④ 유한함을 인정하는 마음가짐

AI의 작업 속도는 사실상 무한해 보이지만, 그걸 판단하는 나의 체력과 시간은 유한하다. ‘가능한 최선’이 아니라, ‘오늘의 최선’을 기준으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번아웃을 겪기 전의 나는 이걸 몰랐다. 정신과 신체의 체력이 모두 고갈된 후에야 비로소 내 에너지가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AI는 도구이고, 도구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쥐고 있는 손이 떨리면 소용이 없다. 이 비대칭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멈추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AI는 분명 우리를 더 나은 결과물에 가까이 데려다준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전부 실현하려는 순간, 영원히 완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시지프스의 바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신의 벌이지만, 우리의 바위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멈추지 않기로 한 우리의 선택이다. 그래서 나는 마감일을 정하고, 여러 세션을 번갈아 돌리고, 중간중간 기록을 남기고, 오늘의 최선에서 손을 뗀다. 완벽주의가 나를 잡아먹지 않도록 노력한다.

 

물론 이 네 가지 방법을 쓴다고 해서 바로 마인드셋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마감 직전에 “하나만 더”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고, 제출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것은 어쨌든 그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도 완벽하지 않지만 오늘 나의 최선이다. 내일의 나는 더 잘 쓸 수 있겠지만, 그건 내일의 일이다. 번아웃을 겪지 않는 인공지능에게 미래에 대체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미래의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도 궁금해졌다. AI와 함께 일하면서 비슷한 강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멈추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셔도 좋겠다.

 

<출처: 작가, ChatGPT로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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