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IT 기업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자랑합니다. 이들은 기업 블로그를 통해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요즘IT는 각 기업의 특색 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성형수술 및 피부 시술 정보 제공 플랫폼 ‘강남언니’가 조직 내 AX를 어떻게 적용해 나가고 있는지, 그 과정과 고민을 소개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바다를 항해하기 위한 AX PHASE 별 주요 질문들

요즘 어딜 가나 AI와 AX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전사가 AI를 잘 쓰게 만든다"는 건, 들여다볼수록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AI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술자였다가 조직문화와 일하는 법을 담당하게 된 사람으로서 최근에는 전사 AX라는, 정해진 답이 없는 영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라는 바다를 향해 수많은 구성원들이 배를 띄우고 잘 나아가게 만드는 여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멋있는 프레임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을 4개 페이즈로 알아보겠습니다.
이 단계가 왜 0번이냐 하면, 여기서 막히면 시작조차 안 되기 때문입니다. AX는 결국 비용과 권한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결과적으로 문화를 바꿔 가는 일입니다. 누군가는 "이 도구를 회삿돈으로 결제해도 된다"라고 말해줘야 하고, 누군가는 "이 데이터에 AI를 붙여도 된다"라고 결정해 줘야 합니다. 이게 안 풀린 회사에서 실무자가 아무리 똑똑해도 AX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Phase 0에서 한 건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 가지가 깔리면, 그 다음부터는 사람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요점은 "완벽한 인프라"가 아니라 "움직여도 된다는 신호"예요.
사람들에게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싶으면, 배 만드는 매뉴얼을 들이밀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저희는 이 유명한 문구를 기반으로 움직였습니다. AI 나 LLM 지식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왜 움직여야 하며 그 바다 너머에는 어떤 멋진 세상(?)이 있는지 보여드린 거죠.

대표적인 두 사례를 소개합니다.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코딩하기 싫어서" HR로 온 동료가 있습니다. 그분이 어느 날 AI 코딩 도구로 사내 캘린더와 연동되는 면접 스케줄링 도구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면접관 3명이 모두 비는 시간 + 그때 비어 있는 회의실을 알아서 찾아주는 도구입니다. 원래 1시간씩 걸리던 일정 잡기가 5분 안에 끝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 매뉴얼을 만들 때 임시 텍스트와 버튼을 일일이 보정하는 일이 너무 귀찮았던 디자이너가 웹페이지의 임시 요소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스크린샷을 만드는 크롬 익스텐션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본인 편하려고 만든 건데, 공유하자마자 사내 여러 팀들이 해당 익스텐션을 가져갔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쟤도 했다 = 나도 할 수 있겠다"의 문법은 어떤 교육보다 강력합니다.
이 단계가 진짜로 시작되는 건, 이상하게도 Phase 1이 '너무 잘 되기 시작한 직후'입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직접 만들기 시작하면 다음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배운 건 명확합니다. 자유는 가드레일이 있을 때만 가속됩니다.회사 문화 설명할 때도 자주 설명하는 “적절한 조율 속에서의 극도의 자율” 같은 개념인 거죠. 이것도 결국 큰 차원에서 요즘 이야기하는 “하네스(Harness)”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가두리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적절한 가두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마음껏 날뛰게 하자!)

그래서 우리는 ‘AI Foundation’이라는 조직도 만들고, 여러 운영 장치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사에 이러한 것들이 잘 퍼지게 만들기 위한 키 액션이 따로 있습니다.
AI Foundation 라는 팀은 AX 영역에서 많은 기준과 BP들을 만들고, 직접 AI를 활용하는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하기도 하고, 전사 교육 등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한 사람, 한 팀이 모든 일하는 방법의 변화를 뿌리내리긴 어렵죠.
예를 들자면, “엑셀 잘 쓰는 법”을 한 회사에서 한 사람이 강의하지 않습니다. 팀 곳곳에 엑셀 숙련자들이 존재해서 팀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곤 하죠. 제가 보기에 AI는 이미 엑셀과 비슷한 위치로 가고 있습니다. 한 명의 전문가가 모두를 가르치는 모델은 곧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 팀에 에이블러(A.I.bler)라고 부르는 '준전문가'를 만듭니다. ("AI로 일이 되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그 팀에서 가장 호기심 많고 새 도구를 빨리 받아들이는 사람을 골라, 그 팀의 문제를 함께 풀어주는 파트너로 일정 기간 함께 일합니다.목표는 그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 팀에 다시 돌아갔을 때 "이거 AI로 어떻게 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어느 시점부터 중앙팀(AI Foundation)이 하지 않아도 자생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즉 문화의 문제입니다. 솔직히 저희도 이제 막 고민이 시작된 미래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답보다 질문이 더 많습니다. 다만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 회사가 결국 살아남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AI 시대는 인류 역사에 없는 변화의 속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제 100점이던 표준이 오늘 80점이 됩니다. 모델이 바뀌고, OpenAI나 Anthropic 업데이트 한방에 궤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치게 고정된 표준을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빠르게 합의하고, 빠르게 갈아엎는 합의 운영 체계를 만듭니다. 이건 "정답이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여러 사람이 실험적 시도를 빠르게 해보고, 그 안에서 조직 내 최적화된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지?"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 LLM Wiki 등, 조직 지식체계 구축이 ai agent 잘 쓰는 기반 중 하나로 화두입니다.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코드/문서를 만드는 시대가 오면서, 회사 내부의 맥락: 위키·용어집·서비스 정의서 같은 '조직 코어 자산'이 진짜로 중요해집니다.
이를 어떤 식으로 수집/가공할지, 또 어떻게 활용할지 등은 모든 회사의 고민이고, 모든 팀의 고민입니다. 시작할 때는 대항해시대 마냥 자율적이고 바텀업으로 여러 시도를 장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팀 간의 합의와 전사적 방향성이 있어야 더 유의미해짐을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텀업의 빠른 실행 & 탑다운의 적정 레이어까지 의사결정과 합의 도출이 더 핵심이 될 듯합니다.
지난 시간 동안 한번도 이 정도 수준으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하는 방법론까지 분기, 반기 단위로 고민하게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여러 팀, 여러 개발 조직, 여러 사업 내에서 어떻게 AI를 가지고 함께 일하지?라는 조직 다이내믹스의 문제입니다.
“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제목의 책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반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디자이너가 ‘이거 AI로 하니까 되던데요.’라고 말했다”
이건 직무 전문성의 위협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협업 문법의 시작입니다. 기존 애자일이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함께 만든다"였다면, 다음 시대의 협업은 "각자 영역을 슬쩍 넘나들면서 책임은 분명히 나누는 것"에 가깝달까요.
개발자는 안 된다 했는데 AI는 된다고 하는 경우, 프론트 개발자가 빠트린 것을 백엔드 개발자가 쉽게 코딩으로 커버하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하게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영역은 점점 사람이 하지 않게 되는 경우들도 생기죠. “각자가 어떤 수준으로 선을 넘으면서도 존중하고, 어떤 타입의 책임을 나눠 가지며, 어떤 대화를 나누면서 협업 가치를 높여야 할지” 등을 고민하며, 문화적 가이드를 제시해야 할 겁니다. (디자이너분이 AI로 인해 빠른 해결과 부가가치의 제한에 대한 고민을 쓴 글도 있었어요.)
물론 이 과정에서 팀의 구성 자체도 달라질 거란 이야기는 이미 많이들 하고 있고요.
여러분의 회사는 앞으로의 시대에 어떤 사람들, 어떤 기준이 인재를 영입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도 아직 항해 중입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 바다는 잠잠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그러나 가능한 한 다 같이 나가보려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AI에게 많은 영역을 위임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얻은 시간을 각자가 더 깊은 문제, 본질적으로 고민해서 더 큰 임팩트, 더 위대한 여정에 집중한다면, 똑같은 구성원 규모로도 빠르게 미션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목적은 아니다
이 말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하지만 반드시 뛰어들어서 적응하고 넘어가야 하는, 이 파도치는 바다로 함께 항해하다 보면 지금보다 조금씩은 답을 향해 나아갈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이 비슷한 항해를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작은 해도(海圖)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원문>
AX의 어려움은 전직원이 AI를 쓰고난 이후부터 진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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