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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기 전에 풀어야 할 문제

이선주
9분
1시간 전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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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왜 사람 대신 AI를 선택하려 할까?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먼저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은 회사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AI든 디자이너든 결국 같은 결과를 준다고 생각하기 쉽다.

 

앞으로 10년간 회사를 경영한다고 볼 때, 지금은 AI의 결과물이 다소 미흡하지만, 길게 잡아도 5년 후부터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5년의 시간은 갓 입사한 신입 디자이너가 베테랑이 되는 기간과 비슷하다. 5년 후부터의 걱정은 연봉 인상과 이직 등의 이슈다. AI는 비용이 오를 수 있지만, 사람보다 비싸진 않을 것이고, 이직하지도 않는다. 그럼 5년에서 10년부터는 운영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인간 디자이너가 일을 열심히 해서 성실하게 본인의 실력을 높인다는 가정을 해야 가능하지만, 대부분 5년 차부터는 추가 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27살쯤 입사를 해서 32살 팀장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3년 차 이상이나 팀장이 된 후로는 회의를 더 많이 해서 결과물의 양이나 질이 이전처럼 늘진 않는다.

 

반면 AI는 보편적인 결과물을 내지만, 적어도 시장에 맞게 변화가 빠르고, 비슷한 가격에서 다른 모델을 더 쉽게 쓸 수 있다. 회사가 AI를 선택하는 이유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성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진짜 변화는 “대체”가 아니라 “압축”이다

디자이너 직군 자체는 시장의 변화에 예민하다. 디자이너의 명함은 웹디자이너에서 UX 디자이너를 거쳐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빠르게 변했다. UX 디자이너는 학제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로 이론에 기초하여 사람들의 문제해결에 집중하지만, 그 이후 트렌드가 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경우는 사용자 중심주의보다는 비즈니스와 포괄적인 관점을 요구한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전략, 기획, 시각화, UX, UI의 업무를 진행한다. 숙련된 예술적인 능력이나 공감, 리서치, 데이터 분석 능력이 필요하진 않지만, 전략을 수립하고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의 전문성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다. 꼭 전공하지 않아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범용성은 방법론과 소프트웨어, 특히 AI가 발전하면서, 더욱 유연해졌다. 또 AI를 통해서 5명의 디자이너가 할 일을 한 명의 디자이너가 할 수 있게 되었다. 4명의 디자이너가 떠나는 상황을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넓은 분야를 디자인하게 되면서, AI가 대체하는 디자이너는 좁은 분야에 전문화된 디자이너라고 볼 수 있다.

 

좁은 분야의 전문화란 자신의 업무 분야 밖으로 나가지 않는 디자이너를 말한다. 루틴화된 작업을 진행하며, 큰 변화가 없고, 함께 일하는 직군이 적다. 개인적 성향이 강하고, 코드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배타적이다. 디자인 직업의 진화가 포괄적 업무 수행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할을 고집하게 되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사람은 "기능"이 아니다

회사는 다재다능하면서 기술에 익숙한 디자이너를 원하고 있다. 가급적 AI를 활용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생산성을 높이길 원하지만, 교육은 기업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당신이 이제 갓 졸업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라고 가정해 보자. 가진 기술은 1900년대부터 2000년 이전의 미술과 디자인 이론,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심리학과 공장 기반 작업의 인지 과학, 2000년대 초반의 뇌과학 지식을 가지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프로그램 코드나 기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거의 없고, 통계나 데이터는 교양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래픽 작업에는 일부 어도비 제품군과 피그마 정도를 배웠으며, 문서로는 MS 오피스 정도를 가지고 있다.

 

UI, UX, Web, App, Product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는 있지만, 아직 웹사이트나 앱은 만들어본 적이 없고, 프로덕트 디자인에 대해서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접한 정도다. 회사에서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런저런 잡무를 하는 디자이너보다는 유명한 IT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그 기업들에서 1년에 사람을 몇 명이나 뽑으며, 뭘 해야 하는지는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할 때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한다고 하고, 소셜 미디어를 봐도 그런 소리가 많다. 뉴스에서는 AI가 변호사, 의사, 중간관리자부터 그림 그리는 사람, 개발자까지 다 대체한다고 한다. 레포트 쓸 때, 도움을 얻었던 LLM 기반 AI가 내 직장을 대체한다는 것이 아직 무슨 소린지 잘 이해는 가지 않지만,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보편적인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좁은 전문성을 가진 직업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것이 곤란한 문제다.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은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포괄적인 역할이란, 높은 생산성이다. 높은 생산성은 높은 수준의 노동을 의미한다.

 

 

실제 고용 시장은 어떤가?

팩트풀니스란 책을 보면, 사람은 세계를 부정하고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AI가 채용을 줄이는 것 같지만, 2026년 대기업의 대졸 신입 채용 계획 확정률은 87.3%로, 전년 대비 33.3% 포인트 급증하여 고용 환경이 크게 개선될 전망(대학신문, 2026.02.10)이라고 한다.

 

AI로 인한 해고 공포가 높은 상황에서 신입의 채용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이 AI 시대에 맞는 사람들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시기에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을 고용하면,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2025년보다는 수요가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데이터가 명확한 대기업의 경우 신입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2023년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해고 이후, 2024~2025년의 해고는 AI 투자를 위한 리소스 재배치 성격이 크고, 현재는 문제 해결 능력이 높은 시니어의 고용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기계의 문제는 평균

성장이 오래 걸리고, 세대에 따라 지식이 단절되기 쉬운 것이 인간의 단점이다. 기계는 개선이 빠르고, 기술이 기능이 되므로 인간보다는 완벽하다. 또 프로세스가 투명하고, 개선할 수 있으며, 결과물이 표준화되어 있다.

 

인간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갈수록 프로세스가 명확해지고, 개선되며, 결과물은 일정하게 만들어진다. 기계가 필요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숙련 단계를 건너뛰고 프로의 결과물을 얻길 원했다는 것이다.

 

지브리 프사가 좋은 예시다. 많은 사람들이 지브리 프사를 원했다. 간단한 프롬프트만 알면, 지브리에서 40년간 그림만 그린 사람의 결과를 쉽게 나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도 지브리 프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브리 프사를 누구나 갖게 되면서 지브리 프사의 의미와 가치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지금 AI가 만드는 디자인의 문제도 유사하다. 누구나 엇비슷한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결과물이 비슷해지는 이유 중에 하가 AI가 이미지나 디자인을 생성할 때 사용하는 여러 기술 중에 디퓨전(diffusion) 모델이다.

 

<출처: https://ai-papers.net/diffusion-model-ddpm-flow-matching-mechanism-explained>

 

디퓨전 모델의 방법은 데이터를 학습한 후에 학습한 데이터의 구조는 유지하면서 노이즈 형태로 만든 후에 노이즈에서 다시 원래의 모델을 복구하는 방식이다. 정보와 노이즈의 차이는 아주 미묘해서 우리가 잡음처럼 보이는 것에 실제로 많은 정보가 들어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Flow Matching으로 노이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은 구조나 목표의 흐름을 정해놓은 상태로 진행된다. 실제로 이미지 생성에는 많은 기술이 사용되기 때문에 하나로 특정할 수는 없다. 대체적인 흐름은 무작위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결정된 구조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효율성이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출처: ChatGPT 제작>

 

이러한 과정에서 평균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평균적인 결과물이란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레이아웃과 스타일의 디자인이나 이미지다. 생성형 AI는 디자인 트렌드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트렌드 자체를 이끌지는 않고, 시장이나 사람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더 강화한다.

 

초기 AI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기존의 시각적 결과물을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에 대해 학습했다면, 이제는 보편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배우고 있다. 지브리 프사를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의외로 사람의 작업과 비슷한 부분을 배울 수 있다. 인간이 사람의 창의성과 보편성을 학습하고 재현하는 과정을 AI를 통해서 다시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다.

 

평균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AI의 장점은 템플릿화된 디자인을 하는 모든 디자이너를 위협한다. 예를 들어, 상세 페이지 디자이너는 가장 조심해야 할 분야이다. 상세 페이지는 전체 제품 브랜딩의 맥락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또 템플릿화된 디자인은 좁은 디자인 전문성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판매를 위해서 시장에 대처하다가 보면, 상세 페이지는 맥락에서 벗어나고, 트렌드를 강하게 따라가야 하며, 비슷하지만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계적인 디자인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분야다.

 

만일 상세 페이지 디자인을 AI 시대에 한다면 단기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클라이언트에게 더 전략적인 선택지를 줘야 한다. 플랫폼별 접근 전략이라든지, 시장 환경에 대응하는 부분에 집중하며, 리소스의 퀄리티를 올리면서 템플릿화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계는 유행하고 있는 것을 쉽게 따라갈 수 있지만, 유행에 맞추게 되면, 독창성이 사라져 시장에서 가치를 잃게 된다.

 

 

AI를 포함한 프로세스

프로덕트 디자이너와 디지털 프로덕트 개발 과정의 경우, 피그마로 어느 정도 통합되어 있는 상황이고, 대체하기 어려운 툴이 되었다.

 

<출처: 작가>

 

서로 다른 전문 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피그마 파일을 보면서, 의견을 조율하고 작업을 개선해 나간다. 이전에는 서로 사용하는 툴이 달랐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는데, 피그마는 커뮤니케이션 자체의 변화를 가져왔다.

 

<출처: 작가>

 

그런데 AI를 사용하는 경우, 문서와 회의 절차 자체가 줄어들고, AI 디자인에서 AI 개발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 이론적으로 모든 코드를 AI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바이브 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회사 내부의 프로젝트부터 개인적인 사이드 프로젝트, 1인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출처: 작가>

 

피그마가 도입하려고 했던 초기 AI 코딩 도구는 피그마 Make에서 피그마 MCP, MCP에서 AI 에이전트 연계로 이어졌다.

 

<출처: 작가>

 

클로드 코드는 다른 AI 모델과 달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 기준으로 접근했다. 이 방식이 꽤나 신선했기 때문에 이슈가 되었고, 최근 클로드 디자인도 나왔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피그마를 통해서 더 능률적인 형태를 시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잘 설계하면, 기존의 개발 과정보다 더 빠른 피드백과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밥솥에 쌀을 씻어서 넣어주듯이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버튼도 누르면 밥을 알아서 지어주는 전기밥솥처럼 보이지만, AI가 결정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AI와 함께 일하는 첫 세대

AI가 직접 결정을 내려서 프로젝트를 이끌지는 못하지만, 일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AI가 창의적인 사람에게 더 양질의 자원과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도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AI 같은 좋은 장비는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쉽게 만들어준다.

 

AI가 사람을 대체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보이지만, 웹디자인이 나왔을 때는 편집 디자이너가 사라진다고 했고, 앱이 나왔을 때는 웹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제는 AI가 나왔으니 사람이 사라진다고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사람은 계산기보다 계산을 느리게 한다. 하지만 계산기를 채용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사칙연산을 모르는 사람을 채용해서 계산기를 쓰라고 할 수는 없다. 디자인을 못 하는 신입을 고용할 수는 있지만, 디자인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디자이너로 고용할 수는 없다. AI가 가진 높은 가능성 때문에 AI에 대한 공포를 가질 수 있지만, 사용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면 안 된다.

 

이제는 누구든 AI에게 물어보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수십만 원짜리 강의나 취업 컨설팅 없이 자신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원하는 기업과 얼마나 적합한지, 면접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아주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알 수 있다. 다만 AI가 주는 평균과 일반화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지식의 체계를 만들고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체된다는 두려움은 스스로를 기계나 기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에 대한 두려움은 AI는 사람으로 보고, 인간은 도구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AI가 글을 잘 쓰는 이유는 많은 책을 봐서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이유는 많은 그림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코드를 잘 짜는 이유도 많은 예제를 봤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배우고 적응하려는 노력과 태도가 더욱 중요한 시기다.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

디자인은 잔인한 분야이다. 살아남는 법은 지금까지 3가지였다.

 

1. 일을 잘하거나

2. 좋은 커리어로 시작하거나

3. 디자인을 잘하거나

 

이제 4번째가 추가됐다. AI다. AI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 문제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 현재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다. AI를 사용할 수 있다 / 없다는 큰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사수가 없다.', '좋은 커리어로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디자인을 못 한다. 이건 AI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 변명이다. AI '딸깍'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딸깍'으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지식도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는

  • AI와 함께 일하는 첫 세대가 되어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찾기
  • AI를 포함한 프로세스를 만들기
  • 결정과 실행의 주도권에 대한 가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찾기

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원문>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하기 전에 풀어야 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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