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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최고의 공룡, 구글을 정상으로 이끈 에릭 슈미트

애플의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일전에 서울을 찾아왔을 때 한 포럼에서 이제 사람들은 모든 궁금한 것이나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가까운 사람을 찾아서 질문할 필요가 없이 G에게 물어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 G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본 후 그것은 구글(Google) 혹은 신(God)이라고 자문자답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미소를 띠며 둘 중 구글에게 먼저 물어볼 것을 권장한다고 했죠.

과거에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전문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러다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거나 여건상 더 이상 질문하는 것이 불가능 했을 때는 포기하거나 신에게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주위 사람들을 괴롭힐 필요 없이 온라인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것은 정말로 획기적인 변화죠. 나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계인들은 가장 많이 찾는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사용하여 질문을 하고 답을 얻습니다. 과거에 신이 했던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이런 검색 엔진 플랫폼 사업자로 시작한 구글은 2020년 현재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애플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이러한 오늘의 구글이 있게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2011년 4월, 에릭 슈미트는 구글 최고경영자의 지위에서 내려왔습니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에게 자리를 넘겨준 것입니다. 2001년 구글에 합류하여 10년간 구글을 정상의 IT기업으로 만든 후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12월에야 비로소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비록 구글의 창립자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였지만, 창업 이후 만 3년간 적자만 기록하던 기업을 넘겨받아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2004년 9월 나스닥에 상장했고, <타임>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지금의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데는 에릭 슈미트의 공이 절대적이었습니다.

구글은 에릭 슈미트가 경영을 맡은 이후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 초대형 광고 회사가 되었고, 검색엔진을 넘어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대표되는 애플과 같은 디지털 기술 분야, 페이스북과 같은 SNS, 유튜브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 소셜 미디어 산업 등등 IT의 전 분야에서 구글은 지배적인 사업자, 소위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멸종한 공룡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구글의 몸집은 공룡처럼 거대하지만 몸집에 비해서 뇌가 작았던 역사 속의 실제 공룡과 달리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엄청난 두뇌의 양을 자랑하는 공룡입니다.



그러면 이것을 가능하게 한 에릭 슈미트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서 잠깐 들여다보도록 하죠.
에릭 슈미트는 1955년 4월 27일 버지니아 주 펄스 처치에서 태어났습니다. 에릭 슈미트의 아버지 윌슨은 닉슨 정부 때 재무부에서 근무했고 존슨 홉킨슨 대학의 국제경제학 교수였습니다. 어머니 엘리너는 심리학 석사 출신이었지만 특별한 사회 활동을 하지 않고 주부로서 육아에만 전념했다고 하네요.

에릭은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운동에도 능해서 고등학교 때는 장거리 달리기에서 우수선수로 발탁되기도 하였고요. 프린스턴 대학의 건축과에 입학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전기공학과로 전과했고 그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됩니다. 당시 일화로는 밤에 학교의 컴퓨터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항상 밤을 새서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합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벨연구소에서 일을 했는데 이때 스스로 텍스트 입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짤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고 합니다. 1979년에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받았고, 1982년에는 UC버클리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한 번에 취득했으며, 한때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센터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1983년 에릭 슈미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당시 시장에서 가지고 있던 독점적인 지위에 대항하고자,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입사하여 운영체제로 부터 독립적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어서 프로그래밍 언어 중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누리게 됩니다.

썬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97년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업체인 노벨의 CEO로 영입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슈미트 개인적으로는 실리콘밸리의 집에서 회사가 있는 유타주까지 출근하는 일도 힘들게 생각하던 차에 친구이자 구글의 초기 투자자 존 도어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구글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권하면서 구글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두 젊은 창업자를 만났을 때, 두 사람은 거침없이 에릭 슈미트를 몰아붙였습니다. 노벨이 인터넷 속도를 높이려고 사용했던 프록시 캐시가 전략적 실수였다고 공격했고, 에릭 슈미트도 얼굴을 붉히면서 반박을 하는 바람에 45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미팅은 1시간 30분으로 늘어난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되고 말았다고 하죠.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이 과정에서 두 창업자는 내심 에릭 슈미트를 자기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영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자신의 주관과 깊이 있는 식견을 갖고 있는 에릭 슈미트가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2001년 3월, 에릭 슈미트는 구글 회장에 취임했고, 세르게이 브린은 기술 부문 사장으로, 래리 페이지는 제품 부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슈미트가 구글의 CEO자리에 올랐을 때 그를 비난한 많은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소위 얼굴마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식의 모욕적인 언사들이 그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에릭 슈미트는 개의치 않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었죠.

구글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정상적인 경영이 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영 메커니즘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수입을 올려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두 창업자들의 고집이 담긴 자식과 같은 구글의 기술을 존중하면서 소위 사악해지지 않는, 장사꾼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수입도 올려야 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이 혐오하고 있는 관료주의적 방식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길이었죠. 이 복잡하고 난해한 과제를 슈미트는 피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하나씩 풀어나갔습니다.

슈미트는 두 창업자의 특성을 정교하게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대처방안을 찾아나갔습니다. 래리 페이지는 샤이하고 조용하면서 섬세한 성격이었으며 편집증적인 증상이 있었고, 세르게이 브린은 수다스럽고 통찰력이 뛰어나지만 천방지축형이었어요. 슈미트는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점검하고 때로는 정제하며 단호하게 옥석을 가려내는 역할을 했습니다. 슈미트는 스타성이 높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조명이 화려한 무대를 내어주고, 자신은 조용히 커튼 뒤로 물러나 공연 기획자,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어요. 잘못된 점을 잡아주고, 정리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어려워하는 여러 가지 사업가로서의 불가피한 미팅 말하자면, 관공서와의 일처리, 미디어와의 소통 등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조정자 역할을 했습니다.


슈미트의 인품을 말해주는 일화가 있는데 그가 첫날 출근을 했을 때 그의 자리에 이미 다른 개발자가 빈방인 줄 알고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슈미트는 그를 내쫓지 않고, 옆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서 일을 하면서 그와 친해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기술과 개발자가 중심이 되는 구글의 문화를 존중하는 그의 온화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에릭 슈미트가 구글의 CEO로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상대적으로 어린 창업자들을 통제하고 조정할 어른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슈미트는 온화하고 친화력이 있으면서도 지혜로운 면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구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던 것이죠.

IT업계의 기린아들에게는 천재들 특유의 편집증적인 기질들이 있고, 스페셜리스트로서는 뛰어나지만, 다양한 분야를 통제하는 조정자 역할에는 서툰 경우가 많습니다. 한 분야의 고집스러운 장인으로서의 기질과 다방면에 능하면서 합리적이고 수용성 있는 관리자로서의 역할이 잘 융화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에릭 슈미트는 두 천재가 성숙한 사업가가 될 때까지 그러한 가교 역할을 멋들어지게 해낸 것입니다.

에릭 슈미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단 IT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산업 분야에서든 최고의 기술자들에게는 이러한 약점들이 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는 사업가는 그러한 천재들을 포용할 수 있고, 그것을 넘어 그들이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나게 뛰어놀듯 일할 수 있는 신명나는 마당놀이와 같은 판을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힘은 세지만 독선적이었던 항우보다는 삼불여(三不如, 세 사람만 못하다)라고 자신을 낮추며, 장량, 한신, 소하와 같은 천재와 걸물들을 품을 수 있었던 유방이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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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닷컴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뉴밀레니엄 시기, IT 벤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한때 IT 콘텐츠 업체를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출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글 쓰는 일을 하고 있다. IT와 출판 분야에서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 콘텐츠와 온라인 네트워크의 결합에 대해 깊이 고민 중이다. 저서로 SNS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한 <소셜네트워크, 야만의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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