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방식이 꽤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훨씬 빠르게 기능을 구현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개발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짧은 기간 안에 여러 프로젝트를 만들고 배포까지 경험한 사례가 예전보다 확실히 늘었단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결과물이 많아졌다고 해서 서류 합격률이 함께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 정도면 충분히 열심히 준비한 것 같은데 왜 계속 떨어질까”라는 고민을 하는 분들도 봤습니다. 저는 그 탈락의 이유가 처음부터 프로젝트 수나 구현량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기업은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넘어, 왜 그 프로젝트를 했고, 어떤 문제를 풀고자 했으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지점, 그러니까 AI 시대의 취업 준비에서 왜 ‘도메인 이해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정말 열심히 준비한 흔적이 많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팀 프로젝트도 하며, 배포까지 직접 해보는 등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스스로 구현합니다. AI의 도움으로 개발 속도까지 빨라진데다 결과물 역시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서류 합격률이 함께 올라가지는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다른 지원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를 해봤다는 사실만으로는 예전만큼 차별화되기 어려운 환경이 온 것입니다.
결국 기업이 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왜 그걸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를 보고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더욱 중요해진 거죠. 기업은 멋진 결과물을 보려고 포트폴리오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많아도 서류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무언가를 많이 만든 건 보이는데, 왜 만들었는지가 잘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기능은 많지만 문제는 흐릿하고, 기술은 다양하지만 판단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제는 프로젝트의 수보다 그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시대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개발자들은 자연스럽게 “내가 한 일”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어떤 기능을 구현했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으며, 배포는 어떻게 했는지를 적습니다. 물론 이 정보들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대부분 포트폴리오가 그 지점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궁금한 건 조금 다릅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도 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입니다. 사고 과정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일정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지원자는 “캘린더 기능 구현, 알림 기능 구현, 소셜 로그인 구현, Docker 배포”라고 정리합니다. 한 일을 나열한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이 프로젝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반면 다른 지원자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일정 관리 앱은 개인 기록 중심이라, 여러 명이 함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개인 기록보다 일정 조율 경험에 초점을 맞춰 기능 우선순위를 설정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전달할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첫 번째 설명은 구현 내용이 보이고, 두 번째 설명은 그 구현 뒤에 있는 생각이 보입니다. 회사가 더 높게 평가하는 쪽은 대개 후자입니다. 실무에서는 결국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며, 그 선택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포트폴리오에는 이러한 판단의 흔적이 남습니다. 왜 이 기능을 먼저 만들었는지, 왜 이 기술을 선택했는지, 왜 어떤 요소는 과감히 뺐는지가 보여야 합니다. 이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만큼 어떻게 사고하며 만들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처럼 도메인 이해력이 중요하다고 하면 부담부터 느끼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럼 해당 업계 지식을 엄청 많이 알아야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취업 준비 단계에서 필요한 도메인 이해력은 업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도메인 이해력은 훨씬 더 현실적인 개념입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사용자는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지,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어떤 변수와 예외가 발생할 수 있는지 고민해본 경험에 가깝습니다. 거창한 전문성이라기보다 ‘현실감’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합니다.
이를테면 스터디 모집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보겠습니다. 으레 필요한 게시글 CRUD와 댓글 기능을 구현하는 데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보면 다른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모집글을 꼼꼼히 읽을까? 신청만 하고 잠수 타는 경우는 없을까? 모집자와 지원자가 기대하는 운영 방식이 다를 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러한 질문을 고민해본 사람은 기능을 구현할 때도 우선순위가 달라집니다. 단순히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실제로 자주 부딪힐 문제를 먼저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모든 프로젝트를 대단한 서비스로 출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실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받아본 경험이 꽤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문제와 현실에서 겪는 문제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취업 준비에서 말하는 도메인 이해력은 박사 수준의 전문지식을 뜻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서비스가 현실에서 어떻게 쓰일지 고민해본 흔적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정도 현실감만으로도 다른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세진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기술은 설명해도 현실은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 설명’이 필요 없다는 관점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용한 기술 스택, 구현한 기능, 맡았던 역할, 그리고 본인 기여도는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중요합니다. 특히 팀 프로젝트라면 “그래서 본인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다만 많이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놓칩니다. 문서를 길고 자세하게 만드는 것과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하나의 문서 안에서 핵심이 빠르게 읽히고, 면접관이 자연스럽게 궁금증을 느낄 수 있도록 정리된 쪽이 훨씬 실전에 유리합니다.
중요한 건 많이 적는 게 아니라 짧게 적더라도 방향이 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안 좋은 사례, Before는 이런 식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이 정보만으로는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만 보일 뿐 왜 그렇게 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조금만 바꿔도 이렇게 괜찮은 After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길이를 크게 늘리지 않았지만, 느껴지는 인상은 꽤 다릅니다. 기술을 썼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어떤 문제를 보고 선택했는지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한 줄 안에서도 문제 인식과 판단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좋은 서류는 모든 걸 다 설명하는 문서가 아닙니다. 핵심만 빠르게 읽히면서도,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주며, 결국 면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짧게 적는 것과 얕게 적는 것은 다릅니다. 기술 설명과 기여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안에 문제 맥락과 판단의 흔적까지 함께 담겨야 합니다.
이처럼 AI 덕분에 구현 자체의 진입장벽은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예전보다 빠르게 화면을 만들 수 있고, API도 붙일 수 있고, 배포까지 가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이건 분명 좋은 변화입니다. 다만 모두가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말은 반대로 단순 구현만으로는 예전만큼 차별화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건 꼬리질문에 답하는 힘입니다. 왜 이 기술을 썼는지, 왜 이 구조를 선택했는지, 왜 이 기능을 먼저 만들었는지, 왜 이 문제를 풀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경쟁력은 구현한 양보다 판단의 깊이에서 갈리기 시작하니까요.
당연히 여기서 멈추면 또 아쉽겠죠. 그러니 가능하다면 실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본 경험까지 가는 게 훨씬 강력합니다. 규모가 작아도 괜찮습니다. 직접 배포해보고, 주변 사람이라도 써보게 하고, 예상과 다른 반응을 확인해본 경험은 분명 면접관한테 다른 인상을 줍니다. 머리로 상상한 문제와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다르기 일쑤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포트폴리오는 “이만큼 구현했습니다”에서 끝나서는 힘듭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고, 실제로 어떤 문제를 확인했고, 그걸 어떻게 바꿨는가”까지 이어져야 힘을 가집니다. 이제는 구현 뒤에 있는 사고와 현실 검증 경험이 더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개발자의 역량과 경쟁력은 더 선명하게 갈릴 겁니다. 코드를 빠르게 작성하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테고, 구현 자체의 진입장벽도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결국 더 희소해지는 사람은 단순히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먼저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실무에서는 생각보다 “어떻게 만들지”보다 “무엇을 풀어야 하지”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에게 진짜 불편한 지점이 어디인지,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효과가 큰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다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 판단은 단순 구현 경험만으로는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에 몸값이 높아질 개발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내고, 필요하다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사용자의 불편, 서비스 운영의 현실, 팀의 자원과 우선순위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더 필요해질 테니까요.
이제 회사는 많이 만든 개발자보다 왜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해줄 개발자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AI가 발전할수록 이런 차이는 오히려 더 커질지도 모릅니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구현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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