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운영자가 함께 변화된
2026 GDGOC KR 연합 해커톤 ONE WAVE의 기록
AI로 정보를 찾고, 화면을 만들고, API를 연결하는 일이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몇 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입니다. 구현 속도 자체가 더 이상 차별점이 되기 어려워진 지금, 해커톤은 무엇을 증명하는 자리여야 할까요? 단순히 정보를 나누는 행사나 구현량을 겨루는 형식만으로는 해커톤의 의미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해커톤이라는 형식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커톤이 여전히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설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보는 밀도 높은 경험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바로 그 밀도를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다시 설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6년 2월, Google for Developers 산하 대학 거점 개발자 커뮤니티 GDG on Campus의 18개 대학이 모여 연합 해커톤 ONE WAVE를 열었습니다.
160명의 참가자, 35개 팀이 무박 2일 동안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서비스를 설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ONE WAVE라는 이름에는 서로 다른 배경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물결로 모여 하나의 파도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단순히 ‘마지막 낭만’으로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해커톤을 연 이유가 단순히 "행사를 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번 해커톤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참가자와 운영진 모두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참가자에게는 AI를 활용해 구현 시간을 줄이는 대신, 문제 정의와 기획, 차별점과 실현 가능성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유도했습니다. 배포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두었고, 심사 기준도 코드량보다 기획의 밀도에 더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운영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참가자 등록과 취소 관리, 팀 매칭 시각화, 심사 배점 자동 취합처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AI를 활용해 빠르게 백오피스로 만들어 사용했고, 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은 즉시 개발해 운영에 반영했습니다.
이 글은 그 실험의 기록입니다. 참가자 측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운영진 측에서 어떻게 일하는 방식을 바꿨는지, 그리고 그 결과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만들어졌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AI 시대의 개발자는 더 이상 단순히 코드를 짜고 배포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프로덕트의 가치를 기술로 녹여내는 사람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해커톤이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제 개발자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이 구현했는가”보다 “무엇을 왜 만들었는가”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을 참가자들이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AI 엔지니어를 연사로 모셔 AI로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특강도 진행했습니다.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구현 시간을 줄여 더 중요한 판단에 시간을 쓰게 해주는 도구로 받아들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해커톤 전반에서도 계속 “AI를 사용해 빠르게 개발하되, 남는 시간을 기획과 검증에 쓰자”는 방향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해커톤에서는 배포를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두었습니다. 24시간 안에 모든 팀이 배포까지 마쳐야 한다고 강제하면, 적지 않은 팀이 인프라 설정이나 예기치 못한 오류 해결에 많은 시간을 쓰게 됩니다. 저희는 그 시간만큼 문제 정의와 핵심 사용자 흐름, 차별점과 실현 가능성을 더 깊게 다루기를 바랐습니다. 심사 기준 역시 기술의 복잡도나 코드량보다 서비스 자체의 기획, 문제 정의, 실현 가능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포를 선택으로 둔 것이 참가자들의 완주를 막지는 않았습니다. 35개 팀 중 34개 팀이 최종 결과물을 제출해 97%의 완주율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18개 팀은 배포가 필수가 아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서비스 URL까지 배포하며 MVP를 완성했습니다. 배포를 강제하지 않았기에 포기한 것이 아니라, 기획에 충분한 시간을 쓴 뒤 남는 시간으로 배포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결국 저희가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이제 개발자는 코드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넘어, 그 코드가 의미를 갖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서비스는 대개 내가 직접 느끼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번 해커톤의 주제를 정할 때도 참가자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그리고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지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선정한 주제가 바로 ‘취업난’이었습니다.

대학생에게 취업은 너무 멀지도, 너무 추상적이지도 않은 문제입니다. 이미 현실로 닿아 있고, 주변의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주제가 공개되었을 때 행사장에서는 웃음과 탄식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바로 그 공감대를 출발점으로 삼고 싶었습니다.
다만 큰 주제가 하나로 주어지면 비슷한 아이디어가 반복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를 막기 위해 ‘검증’, ‘실전’, ‘전략’, ‘멘탈’이라는 네 개의 서브 키워드 중 하나를 선택해 조합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취업난’을 다루더라도 어떤 팀은 정보의 신뢰성과 검증에, 어떤 팀은 실전 준비에, 또 어떤 팀은 전략 설계나 멘탈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장치 덕분에 참가자들은 하나의 공통 문제를 두고도 각기 다른 타깃 사용자와 해결 방식을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장치는 참가자들의 문제 정의를 꽤 선명하게 갈라놓았습니다. 한 팀은 스펙 위주의 서류 전형이 실제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이력서를 없애고 실무 과제만으로 평가받는 채용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반면 세 개의 팀은 취업난을 정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탈락 속에서 무너지는 심리의 문제로 해석하고, 짧은 챌린지와 감정 기반 피드백을 제공하는 멘탈 케어 서비스로 풀어냈습니다.
이 밖에도 기업 기술 블로그를 바탕으로 실무 시뮬레이션을 만든 팀, 합격자의 준비 과정을 타임라인으로 시각화한 팀 등 접근 방식은 다양했습니다. 결국 같은 '취업난'이라는 주제를 두고도, 어떤 팀은 역량의 검증을, 어떤 팀은 심리적 회복을, 또 어떤 팀은 실전 체감이나 전략 설계를 핵심 문제로 삼은 것입니다.

반면 또 다른 한팀은 기업마다 다른 실무 환경과 의사결정 문화를 미리 체감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보고, 기업 기술 블로그를 바탕으로 실제 상황을 롤플레잉하는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결과론적인 합격 스펙보다 합격자가 어떤 순서로 무엇을 해왔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준비 과정을 타임라인 형태의 전략 로드맵으로 시각화한 두 팀도 있었습니다.
또 세 개의 팀은 취업난을 단지 정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탈락 속에서 무너지는 심리의 문제로 해석하고, 짧은 챌린지와 감정 기반 피드백을 제공하는 멘탈 케어 서비스로 풀어냈습니다. 결국 같은 ‘취업난’이라는 주제를 두고도, 어떤 팀은 역량의 검증을, 어떤 팀은 실전의 체감을, 어떤 팀은 준비 전략을, 또 어떤 팀은 심리적 회복을 핵심 문제로 삼았습니다.
요즘은 좋은 서비스가 나오면 AI를 활용해 하루 만에 유사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시대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디어를 끝까지 숨기는 것만으로 차별점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어떤 관점으로 정의하고, 어떤 근거와 논리로 풀어내는가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각 팀이 행사 첫날 저녁, 기획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기 직전에 기획 내용을 공유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아직 흐릿한 단계에서는 서로의 방향을 비교하기 어렵고, 반대로 개발이 너무 진행된 뒤에는 중복을 인지하더라도 기획을 수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서비스의 뼈대는 세워졌지만 아직 방향 전환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는 시점을 의도적으로 기획 교류 시간으로 잡았습니다.
실제로 기획 교류 시간에 등록된 35개 팀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AI를 활용해 취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큰 방향은 비슷했지만 세부 주제는 생각보다 많이 겹쳤습니다. 면접 연습 및 피드백이 4팀, 취업 멘탈 케어가 4팀, 취업 로드맵 생성 및 매칭이 4팀, 적합성 검증 및 기업 매칭이 4팀이었고, 이력서·자기소개서 첨삭 및 생성도 3팀에 달했습니다. 마지막 발표 전까지 서로의 기획을 보지 못했다면, 적지 않은 팀이 발표장에서야 “우리와 비슷한 주제가 이렇게 많았구나”를 확인했을 것입니다.
이 구조가 실제로 의미 있었던 이유는, 참가자들이 단순히 기능을 더 붙이는 대신 문제를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Team 36이었습니다. 이 팀은 초기에는 깃 로그 분석, 모션 인식 등 여러 기술 요소를 포함한 비교적 넓은 취업 지원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기획 교류를 통해 범용 면접 앱이나 자기소개서 관련 서비스가 이미 여러 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방향을 과감하게 좁혔습니다.

AI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거나 면접 답변을 만들어주는 쪽이 아니라, 지원자가 자기 경험을 스스로 복기하고 구조화하도록 돕는 ‘커리어 리플렉션’에 집중한 것입니다. 최종 결과물에서는 모션 인식 같은 부가 기능을 덜어내고, 경험 정리와 질문 유도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로 정체성을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같은 취업 준비라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어디를 문제의 핵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기획 교류 이후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기능의 추가’보다 오히려 ‘기능의 삭제’가 더 자주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초기 기획안과 최종 결과물을 비교해 보면, 많은 팀이 이것저것 다 넣으려는 방향에서 벗어나 한 줄로 설명 가능한 핵심 가치에 집중했습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통해, AI 시대의 해커톤에서는 구현 자체보다도 누구의 어떤 문제를, 왜 이 방식으로 해결하는가를 더 밀도 있게 설명하는 기획이 차별점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AI 시대의 해커톤을 이야기하면서 참가자만 바뀌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운영 방식 역시 함께 달라져야 합니다. 해커톤 현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반복 업무가 있습니다. 참가자 등록과 취소 상태 관리, 운영진 및 참가자 권한 부여, 팀 매칭 현황 시각화, 참가자 연락, 팀별 현황 조사, 심사 배점 입력과 결과 취합처럼 하나하나 보면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들입니다. 이런 업무가 수작업에 의존할수록 운영진은 작은 변경에도 여러 문서를 오가며 확인해야 하고, 현장 대응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운영 업무를 가능한 한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심사 결과 자동 산정 대시보드였습니다. 심사위원이 시스템에서 바로 점수를 입력하면 예선·본선 점수와 가중치가 즉시 반영되고, 동점 여부까지 포함한 최종 순위가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구성했습니다. 운영진이 별도의 시트에서 점수를 다시 모으고 계산식을 확인하던 과정을 줄이면서, 시상 직전의 취합 부담도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 상태 관리 역시 자동화했습니다. 해커톤 운영에서는 참여 취소, 팀 변경, 명단 수정처럼 참가자 상태가 바뀌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문제는 이런 변경이 오프라인 명단 수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디스코드에서도 해당 인원의 접근 권한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닉네임 표시까지 함께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면 운영진이 디스코드 관리자 화면에서 한 명씩 사용자를 찾아 역할을 수정해야 해 시간이 많이 들고, 변경 사항이 누락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백오피스에서 상태가 변경된 참가자들을 선택하면 디스코드 권한과 닉네임이 자동으로 함께 반영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오프라인에서 변경된 내용이 온라인 운영 공간에도 바로 동기화됐고, 운영진은 반복적인 권한 관리보다 참가자 경험과 현장 흐름을 살피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는 계획한 기능만으로는 부족한 순간이 자주 생깁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그런 순간마다 필요한 기능을 즉시 만들어 실제 운영에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도중 구글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을 때는 팀별 임시 비밀번호 로그인 기능을 곧바로 추가해 제출 병목을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에게 AI는 단순히 일을 빨리 하는 도구가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병목을 현장에서 바로 시스템으로 바꾸는 도구였습니다.
이 지점에서 운영진의 역할도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예전처럼 많은 일을 손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반복 업무를 시스템화하고 현장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ONE WAVE는 참가자들이 AI를 활용해 개발 방식의 변화를 경험한 자리였을 뿐 아니라, 운영진 역시 AI를 활용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본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기획 교류 시간에 팀별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관리자였던 저 역시 내용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주제를 처음 봤을 때 “이 팀은 참신하다”는 인상을 준 팀이 있었습니다. 바로 8팀이었습니다.

8팀은 장애인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채용 정보의 디지털 접근성을 개선하는 매칭 플랫폼 ‘BARRIER FREE’를 제안했습니다. 이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취업난’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타깃 사용자가 명확했고, 그들이 겪는 현실적인 장벽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UX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8팀이 제안한 서비스의 핵심 플로우는 이렇습니다. 시각장애인 구직자가 앱에 접속하면 화면을 읽기 힘든 점을 고려해 클라우드 기반 텍스트 음성화(TTS) 기능으로 사운드 안내를 제공합니다. 구직자가 안내에 따라 10~60초간 자신의 경력을 음성으로 녹음하면, 음성 텍스트화(STT) 기술과 OpenAI를 활용해 말하는 것만으로 이력서가 자동 생성됩니다. 기존 채용 플랫폼이 장애 정도를 단순히 ‘심하다/심하지 않다’로 뭉뚱그려 정보만 제공했던 것과 달리, 실제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하고 탐색하는 과정 자체의 '디지털 접근성' 장벽을 허문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문제 해결의 근거로 구체적이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구직자의 직무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 수작업, 근력, 시력 등 6개의 신체 역량을 4단계로 세분화하여 수치화했습니다. 이 데이터와 공공데이터포털의 정보를 결합하여, 신체 환경 적합도뿐만 아니라 고용 안정성과 급여 매력도 등을 100점 만점의 매칭 점수로 환산해 추천해 주는 전략적인 검색 엔진을 구축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의 평가 역시 비슷한 방향에 모였습니다. 발표가 깔끔하고 전달력이 좋았으며, 문제를 잘 정의한 뒤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흐름이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날카롭게 공략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다수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약자와 소수자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보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활용하는 데이터와 API가 비교적 구체적이었고, 시장을 설정하는 앞단의 논리 구조 역시 잘 짜여 있었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이 팀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먼저 서비스의 타깃이 입체적이었습니다. 장애인 구직자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1인당 200만 원의 고용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의 HR 담당자까지 핵심 타깃으로 삼아 맞춤형 대시보드를 기획했습니다. 또 문제 해결에 사용할 데이터와 근거가 비교적 구체적이었으며, 그 사용자를 위한 UX 흐름도 자연스럽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이 수상작은 이번 해커톤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코드의 양보다 누구를 위해, 어떤 문제를, 어떤 근거와 흐름으로 풀어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 말입니다.
ONE WAVE는 11월 초부터 약 두 달간, 전국 18개 챕터에서 모인 운영진이 8개 파트(Sales, DevRel, HR, Infra, Marketing, Branding, Finance, Operation)로 나뉘어 준비했습니다. 이 글에서 계속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해커톤은 참가자뿐 아니라 운영진의 일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는 실험이었습니다. 그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 세 파트를 소개합니다. 백오피스를 직접 설계한 총괄, AI로 200명의 팀 매칭을 돌린 HR, 체크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Infra의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나머지 파트의 운영진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도 함께 전합니다.

총괄: 강남대학교 정은혁
안녕하세요! 이번 ONE WAVE 해커톤에서 총괄을 맡은 정은혁입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방향은 ‘지속 가능한 모두를 위한 해커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참가자뿐 아니라 운영진 역시 운영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또 다른 참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팀 구성과 협업 방식, 문서화, 태스크 관리까지 최대한 체계적으로 설계해 더 건강한 운영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것은 어디까지 직접 개입하고 어디까지 믿고 맡길지에 대한 균형이었습니다.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특히 총괄이 세부 실행까지 모두 붙잡기보다 초기에 방향과 기준을 명확히 잡고 필요한 순간에만 조율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또한 참가자 관리와 심사 운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백오피스를 직접 개발해 적용했는데, 이런 자동화가 큰 규모의 행사 운영을 훨씬 안정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해커톤을 통해 잘 설계된 구조와 좋은 팀워크가 있다면, 연합 해커톤도 충분히 즐겁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Infra: 성공회대학교 윤준석
안녕하세요, GDGOC 성공회대학교 오거나이저 윤준석입니다.
이번 ONE WAVE 해커톤에서는 Infra 팀을 맡아 해커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인프라를 담당했습니다. Infra 팀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해커톤 운영 환경 전체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준비 단계에서는 운영진들의 빠른 의사결정과 업무 연속성을 위해 노션 회의록을 관리하고, 부서장 중심의 디스코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구축해 부서 간 소통이 원활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여러 학교의 운영진이 함께 준비하는 행사였기에 이러한 협업 환경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인프라 지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원활한 입장을 위해 체크인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키오스크 형태로 운영했고, 이를 통해 행사장 입장시 발생할 수 있는 병목과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메인 홀 행사 중 상단 TV가 출력되지 않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챙겨간 HDMI 분배기를 활용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호실 방송 시스템을 구축해 공지 전달을 지원하고, 참가자들이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참여형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했습니다.
Infra 팀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뒤에서 행사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기반을 만드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ONE WAVE 해커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 주는 지속적인 인프라 지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Sales: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염정우
안녕하세요, GDGOC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거나이저 염정우입니다. 이번 ONE WAVE 해커톤에서 영업팀장을 맡아 심사위원 및 멘토 섭외, 후원사 컨택을 담당했습니다.
섭외 과정에서 제가 가장 깊이 고민한 부분은 'AI 시대 해커톤의 새로운 평가 기준'이었습니다. AI 도구의 발전으로 기술 구현의 장벽이 크게 낮아진 지금, 해커톤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력 평가를 넘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프로덕트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기획과 비즈니스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참가자들의 치열한 결과물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번 행사에서는 Tech와 Biz 전문가를 고루 모셔 심사위원단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다각도의 날카로운 피드백을 통해 1박 2일의 시간이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대회를 넘어 '확실한 성장의 시간'이 되도록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목표에 공감하고 한마음으로 움직여준 운영진분들 덕분에 참가자들의 기획과 기술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적의 심사 환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해커톤은 '어떤 시각으로 프로덕트를 바라보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운영진으로서 평가 환경을 설계하며, 기술의 완성도만큼이나 비즈니스적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ONE WAVE는 다양한 파트의 운영진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브랜딩을 맡은 계원예술대학교 노권후는 도쿄 여행 중 출력물 발주 위기를 원격으로 해결하며 현장 몰입을 설계했고, DevRel의 대진대학교 이우민은 본선 심사가 길어진 40분을 전날 못 쓴 콘텐츠로 즉석 커버했습니다. 마케팅의 삼육대학교 김성윤은 서로 다른 배경의 참가자들을 하나의 메시지로 모객하는 역할을, 회계의 전남대학교 황재현은 변동하는 예산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안정적인 집행을 이끌었습니다. 영업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염정우는 Tech와 Biz 밸런스를 맞춘 심사위원단 구성에 집중했고, 현장운영의 가천대학교 장영하는 멘토가 직접 팀을 찾아가는 동선을 설계해 참가자의 멘토링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이번 해커톤에서 확인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배포를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꾸자 참가자들은 실제로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썼고, 심사 상위 팀일수록 문제 정의의 밀도가 높았습니다. 둘째, 기획 교류를 프로세스 안에 넣자 비슷한 주제의 중복이 초기에 걸러졌고, 팀들은 기능을 더 붙이는 대신 차별점을 다듬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셋째, 운영진이 반복 업무를 AI로 시스템화하자 현장 대응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고, 예상하지 못한 필요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건 현장의 분위기였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새벽에도 팀들이 붙들고 있었던 건 코드의 양이 아니라 "우리의 로직이 진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단순히 해커톤을 후원하는 차원을 넘어, 이 실험의 방향성에 공감해 함께해 준 파트너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다음에 바꿔야 할 것도 보였습니다. 기획 교류의 효과를 더 정밀하게 측정할 장치가 필요했고, 운영 백오피스도 사전에 더 체계적으로 설계했다면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참가자에게 "기획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기획의 질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멘토링 구조는 아직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해커톤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 글에서 한 가지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이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I가 구현의 장벽을 낮추는 만큼, 해커톤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무엇을 왜 만드는가"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참가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참가자가 기획에 집중하길 바란다면, 운영진도 반복 업무에 묶여 있는 방식에서 먼저 벗어나야 합니다. ONE WAVE는 그 실험의 첫 번째 기록이었고, 다음에는 더 나은 버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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