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AI 디자인 도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텍스트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UI 화면을 만들어주거나, 와이어프레임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서비스를 이제는 쉽게 만나볼 수 있죠. 하지만 실제 제품을 만드는 기획자나 디자이너 입장에서 이런 도구를 쓰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화면은 빠르게 만들어지는데, UX 설계와 제품 사고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의 사용자 흐름은 어떻게 이어져야 하는지, 예상하지 못한 예외 상황은 무엇이 있는지, 실제 데이터 기준으로 사용자 이탈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혹은 이 화면이 기존 디자인 시스템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같은 문제들입니다. 결국 많은 AI 디자인 도구가 '화면 생성'에 집중하고 있을 뿐, 실제 제품 설계의 핵심인 '제품 사고'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AI 디자인 도구의 진화 과정을 보면 이 한계는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1세대 도구(Canva Magic Design 등)는 개별 에셋 생성에 집중했고, 2세대 도구(Uizard, Galileo AI 등)는 앱 플로우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지만, 여전히 맥락 없이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품의 전체 맥락을 학습하고 지속적인 기억을 유지하는 3세대 도구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한 서비스가 바로 오늘 소개할 ‘Figr’입니다. Figr는 스스로를 단순한 AI 디자인 툴이 아니라 "AI Design Agent"라고 설명합니다. 화면을 만들어주는 도구라기보다는, UX 사고 → 사용자 흐름 설계 →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이어지는 제품 설계 과정을 AI가 함께 수행하는 협업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구글 스티치도 비슷한 맥락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습니다. (출처)
Figr의 핵심 기능은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설계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첫째, UX 의사결정을 먼저 고민하는 AI입니다. 대부분의 AI 디자인 도구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곧바로 화면을 생성합니다. 반면 Figr는 바로 디자인을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먼저 제품 맥락을 이해하려 합니다. "사용자는 현재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어디에서 가장 많이 이탈하는가", "사용자 흐름에서 빠진 단계는 없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제품 문제를 먼저 정의합니다. 그래서 첫 출발점 역시 이런 화면을 만들어줘!가 아니라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설명, 관련 파일 업로드, 웹사이트 링크 등록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AI는 User Flow, Edge Case, UX Decision을 정리한 뒤 그 다음에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즉, 디자인이 먼저가 아니라, UX 설계가 먼저이고 디자인은 그 결과라는 접근 방식입니다. 실제로 많은 팀이 잘못된 흐름을 만들어 놓고 나중에 수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낭비합니다. 버튼 색상은 금방 바꿀 수 있지만, 잘못 설계된 흐름은 쉽게 고칠 수 없기에 더 유용하게 느껴지는 출발점이자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다양한 제품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Figr는 단순히 텍스트 프롬프트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실제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화면 스크린샷이나 Figma 파일, 화면 녹화 영상, 웹 페이지 캡처, 제품 문서(PRD), 심지어 분석 데이터 CSV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는 제품의 실제 구조와 맥락을 이해합니다. 맥락 없는 프로토타입은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어도 전략적으로는 쓸모없을 수 있는데, Figr는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사용자 흐름과 예외 케이스를 자동으로 구조화합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작업 중 하나가 예외 상황을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결제 중 네트워크가 끊기면 어떻게 되는지, 로그인 토큰이 만료되면 어떤 화면이 보여야 하는지, 사용자가 중간에 앱을 종료하면 상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같은 문제들입니다.
Figr는 이러한 상황을 자동으로 분석해 User Flow, Edge Case, Information Architecture, Test Case 같은 구조적인 결과물로 정리합니다. 위 이미지는 Zoom의 네트워크 상태 변화 UX를 분석한 사례로, 패킷 손실이나 대역폭 감소 상황에서 서비스가 어떤 UX 상태를 보여줘야 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서비스에서는 다양한 활용 사례를 제공하고 있는데 Wise의 카드 동결 플로우, Spotify의 플레이리스트 생성 흐름, Shopify의 체크아웃 리디자인 같은 복잡한 제품 문제들이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넷째, 제품 스타일을 반영한 프로토타입을 생성합니다. UX 설계가 완료되면 AI는 그 결과를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생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서비스의 디자인 스타일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기존 컴포넌트 구조나 디자인 시스템 토큰을 참고해 실제 서비스와 유사한 UI를 생성하며, 생성된 결과물은 Figma로 바로 export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러 디자인 변형(A/B Variation)을 함께 제안하고, 접근성 체크나 UX 리뷰 같은 요소도 함께 제공됩니다.
Figr를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은 일반적인 디자인 툴과 조금 다릅니다. 화면을 만드는 도구라기보다 제품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가까운 흐름입니다.

1단계: 제품 맥락을 입력합니다. 서비스 화면 캡처나 Figma 파일, 화면 녹화 영상, 혹은 제품 문서를 업로드해 AI에게 현재 제품의 상태를 설명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자료를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제품의 구조와 사용자 흐름을 이해시키는 단계입니다. 특히 스크린샷보다는 실제 사용 흐름이 담긴 화면 녹화 영상을 업로드하면 AI가 사용자 행동 패턴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단계: AI가 질문을 통해 제품 문제를 정의합니다. "사용자가 가장 많이 이탈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이 기능의 핵심 사용자 목표는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며 문제 정의를 구체화합니다. 실제 제품 팀이 워크숍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3단계: AI가 사용자 흐름과 구조를 생성합니다. User Flow, Edge Case, Test Case, Information Architecture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제품 설계가 체계적으로 구조화되며, 팀 간 핸드오프를 위한 문서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가 같은 맥락을 공유하게 됩니다.

위 이미지는 스카이스캐너의 메인화면을 URL과 캡처한 이미지로 등록한 뒤, 60대 이상 연령이 사용하기 좋은지 접근성에 대한 검사를 요청, 결과를 확인하는 캔버스의 모습입니다. 요청 후, Figr은 페이지를 확인하며 문제를 하나, 둘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어떤 식으로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완성된 프로토타입까지 제공해 줍니다.

4단계: UI 프로토타입이 생성됩니다. 기존 디자인 시스템을 반영한 UI가 만들어지며, A/B Variation도 함께 제안됩니다. 접근성 체크나 UX 리뷰도 포함되고, Figma export까지 연결됩니다. 위 이미지는 퍼플렉시티 화면 캡처와 녹화를 바탕으로 생성한 프로토타입의 모습입니다. 맥락 정보를 제공한 상태고, HTML 형태로 스크랩하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와 위화감이 없는 모습의 프로토타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디자인 도구는 이미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구는 여전히 프롬프트 → 화면 생성이라는 구조를 중심으로 동작합니다. 반면, Figr는 문제 정의 → UX 설계 → 프로토타입이라는 흐름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실제 제품 개발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실수는 시각적인,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흐름, 상태, 가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실수가 더 많은 문제를 가져옵니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불행하게도 프로젝트 초기보다는 중기나 후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Figr는 이 단계를 앞으로 당기는 데 집중합니다.

Figr를 사용하는 팀들이 보고한 수치를 보면, 디자인 반복 사이클 68% 감소, 디자인-개발 핸드오프 시간 45% 단축, 디자인 운영 비용 평균 40% 절감이라는 결과가 있습니다. 한 B2B SaaS 스타트업은 Figr 도입 후, 디자인 일관성 개선으로 사용자 활성화율이 22%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실무에서 활용할 때 몇 가지 고려할 점도 있습니다. Figr는 컨텍스트 기반 AI이기 때문에 제품 정보 입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결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세팅에 투자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도구라는 뜻입니다. 또한 현재 단계에서는 완성형 UI 제작 도구라기보다는 UX 설계와 제품 구조화를 지원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특히 PM 중심의 제품 조직이나 초기 기획 단계에서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이미 디자인 시스템이 완성된 대형 조직에서는 충분한 온보딩 없이 바로 도입하면 기대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AI가 디자인을 대신하는 시대라기보다는, AI가 제품 사고를 함께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Figr를 단순한 AI 디자인 툴이라기보다 "AI 제품 설계 도구"라고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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