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이브 코딩으로 월 300만 원의 부수입을 얻고 있다는 경험을 나눴고,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요. 한편으로는 일부 걱정 어린 의견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같은 의문이 들었죠.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것들이 정말 괜찮은 건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등 혼자 공부하고 만들다 보니, 비교 대상이 없어서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그러다 지난해 말 ‘해커톤(Hackathon)’이라는 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해커톤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가 팀을 이뤄 제한된 시간(보통 24~48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시제품(프로토타입)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끝장 개발 대회’입니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의 등장으로 개인이 참가하거나, 더 짧은 시간 이내에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해커톤이란 동일한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데요. 저도 말로만 "된다, 안 된다" 하기보다는 직접 부딪혀서 문제를 정의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돌아가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건 해커톤이든, 외주 개발이든, 실무에서든 똑같이 필요한 능력이니까요. 결과적으로 두 번의 해커톤에 나갔고, 두 번 다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개발자로서 해커톤에 참여했던 경험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개발 대회에 나가도 되는지 우려됐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꼭 결과만을 위해서라기 보다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스스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라 생각해 지원하게 됐죠.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사람들에게서 받는 자극, 다른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보며 배우는 시간, 그리고 주어진 시간 내에 결과물을 완성시키는 과정 자체의 재미도 기대됐습니다.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 그렇게 첫 해커톤을 신청했습니다.
첫 번째로 도전한 해커톤은 경기도에서 주관한 기후 관련 바이브 코딩 해커톤이었습니다. 참가 트랙이 두 개였는데, 일반 트랙은 오전에 교육을 받고 오후에 해커톤을 진행하는 방식이었고, 개발 트랙은 하루 종일 해커톤만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반 트랙이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몇 개월간 바이브 코딩을 해봤으니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으로 개발 트랙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주제였습니다. 대회 측에서 제공한 데이터가 600개가 넘었습니다. 경기도의 기후 관련 데이터였는데, 대기질, 기온, 습도, 미세먼지, 자연재해 기록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했습니다. 이 데이터들을 조합하여 어떻게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지 당일 아침까지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도 계속 데이터 목록만 들여다봤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점점 초조함이 밀려왔습니다.

대회가 시작되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미 노트북을 열고 코딩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키보드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나만 뒤처지는 건가?" 잠깐 불안했지만, 저는 다르게 하기로 했습니다. 코딩 대신 AI와 대화를 시작한 겁니다.
Claude에게 물었습니다. "이 데이터들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 답변을 받고, 같은 질문을 Gemini에게 했습니다. 그다음엔 GPT에게. 세 AI의 답변을 비교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습니다. 어떤 AI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어떤 AI는 현실적인 제약을 잘 짚어줬습니다. 여러 관점을 종합하니 기획이 단단해졌습니다. 또 이 대회는 AI 심사가 30%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물었죠.
"AI가 심사한다면 어떤 요소를 높이 평가할까?"
그 답변을 바탕으로 기획안에 요소들을 녹여 넣었습니다. 데이터 활용의 창의성, 사용자 경험, 실용성 같은 것들이었죠. 그렇게 오전 내내 기획만 하고, 정오가 다 되어서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개발 시간은 5시간인데 절반을 기획에 쓴 셈입니다. "이러다 시간 안에 못 끝내는 거 아니야?"라고 불안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탄탄하게 기획해야 AI를 통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명확하면 AI에게 지시하기도 쉬워지니까요.
최종적으로 만든 건 "우리 동네 기후 건강검진" 서비스였습니다.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의 기후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AI가 지역별 "기후 처방전"을 발행해 주는 서비스였습니다. 예를 들어, 폭염 취약 지역에는 쿨링센터 확충을, 대기질 문제 지역에는 녹지 확대를 처방하는 식이죠.

제출을 마치고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수많은 개인과 팀이 참가했기에 솔직히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비개발자가 개발 트랙에서 완주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시상식이 시작됐습니다. 우수상, 최우수상이 차례로 발표됐습니다. 제 이름은 불리지 않았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잘했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상 발표에서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들었습니다. 정말 제 이름이 맞나 싶었습니다. 40대 비개발자가 개발 트랙에서 대상이라니, 아직도 그날 집으로 가던 길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말 꿈만 같았죠.
두 번째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에서 만든 AI IDE, ‘TRAE’를 활용하는 해커톤이었습니다. 120명이 참가했고,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능숙하게 자기 장비를 세팅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도 쉽지 않겠다." 잠깐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첫 해커톤에서 배운 게 있었습니다.

이 대회는 주제가 3일 전에 공개됐습니다. 저는 바로 AI들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첫 해커톤에서 깨달은 기획 노하우를 적용해서 Claude, Gemini, GPT를 돌아가며 아이디어를 크로스 체크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기획이 나왔을 때, 조금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해볼 만하겠는데?"
평소에는 Cursor만 사용했는데, 이번엔 TRAE를 써야 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 때문에 시간 잡아먹으면 어쩌지?" 걱정도 됐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걱정이 무색했습니다. AI Agent IDE들이 상향 평준화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고, 오히려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경험이 즐거웠습니다.

이번에 제가 만든 건 AI 다이어리 분석 서비스였습니다. 사용자가 쓴 다이어리를 AI가 분석해서 감정 패턴과 인간관계를 시각화해 주는 웹 애플리케이션이었습니다. "오늘 친구와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이런 일기를 쓰면, AI가 분석해서 "이 친구와의 관계 점수", "이번 달 감정 추이" 같은 걸 보여주는 거죠.

<출처: 작가>
심사위원 평가 50%, AI 평가 50%로 진행됐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살짝 기대는 했지만, 120명이 참가한 치열한 경쟁이었기에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제 이름이 대상에 불렸습니다. 첫 번째는 우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운이 좋았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도 대상을 받으니, 그건 운만으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뭔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1년간 해온 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죠.
해커톤은 결과물을 제출하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쨌든 제출까지는 해냅니다. 그래서 결과물의 완성도 자체보다 기획이 얼마나 대회 의도에 정확히 맞는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도 짧은 만큼 심사위원들도 ‘완벽한 제품’을 기대하기보다는, 기본 MVP 수준으로도 문제·해결·핵심가치를 명확히 보여주는 기획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저는 하나의 AI만 쓰지 않았습니다. Claude, Gemini, GPT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비교했습니다. 마치 여러 전문가에게 동시에 자문을 구하는 것처럼요. 어떤 모델은 발상이 뛰어나고, 어떤 모델은 현실적인 제약과 리스크를 더 정확히 짚어줍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을 교차 검증해 종합하니, 기획이 훨씬 더 탄탄해졌습니다.
요즘 해커톤은 AI 심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AI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뭔지 미리 파악하고 기획에 반영했습니다. 이것도 AI에 물어보면 됩니다. "AI가 심사한다면 어떤 프로젝트를 높이 평가할까?" 이 질문 하나로 기획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커톤에 처음 참여한다면 규모가 작은 대회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완주 자체가 목표여도 충분합니다. 저도 첫 해커톤에서는 "끝까지 제출하는 것"이 목표였고, 수상은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혼자서 참여해도 되고, 팀으로 참여해도 됩니다. 비개발자라면 기획자의 역할로 팀에 합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두 번의 해커톤에서 느낀 건, 사람들이 정말 열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결과물을 제출하는 걸 보며 놀랐는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해커톤이라는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그 결과물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 말이죠. 예전이라면 개발자들만의 영역이었겠지만, 바이브 코딩 덕분에 저 같은 비개발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고, 공유하고,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분들이었는데요. 아이와 함께 와서 해커톤에 참여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저도 나중에 아이가 크면 같이 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는 "시작하세요"를 강조했다면, 이번 글은 "부딪혀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셨다면, 해커톤에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수상이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사람들과 겨뤄보는 경험,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무언가를 완성하는 경험, 내 아이디어를 검증받는 경험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질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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