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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뛰어난 개발자일수록 더 빨리 번아웃됩니다

개발자H
7분
2시간 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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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소 “저 사람은 절대 안 무너질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던 시니어 개발자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웃긴 건, 듣고 보니 저도 똑같은 길을 밟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일은 잘 풀려도, 마음은 조금씩 부서지고, 회사라는 공간은 더 버겁게 느껴졌죠.

 

“실력만 좋으면 어디서든 살아남겠지”라는 생각.

 

한동안 정말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8년 차에 접어들자, 완전히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력은 어디까지나 기본값일 뿐이고, 오래 버틴다는 건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점이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봐온 동료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코드는 정말 잘 짜는데도 어느 순간 번아웃이 와서 갑자기 퇴사한 사람들 말이죠. 반대로 기술이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꾸준히 인정받으며 오래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차이는 도대체 뭘까요?

이 질문을 몇 년 동안 붙잡고 고민했는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는 건 ‘개발 실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다른 스킬이 있다.

 

그렇게 깨달았습니다. 버티는 사람과 무너지는 사람의 차이는 실력이 아니라, 스킬에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스킬들은 배우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아예 그 중요성을 아예 모르거나, 너무 늦게 깨달을 뿐이었죠.

 

이 글을 그냥 넘기면, 누군가는 회사 생활이 더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저를 붙잡아준 그 세 가지 스킬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생존 스킬 1: 보이지 않는 정치력

<출처: 작가, ChatGPT로 생성>

 

개발자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정치’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이런 말을 수백 번쯤은 했던 것 같아요.

 

“아니,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 되지. 왜 그런 걸 신경 써야 해?”

 

그런데 이 말은 한 회사에서 1~2년만 지낼 때나 가능한 말이었습니다.

오래 버틸 생각이라면, 정치력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흔히 떠올리는 부정적인 의미와는 다릅니다. 이는 상황을 읽고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 다시 말해 ‘정보전’을 뜻합니다.

 

회사라는 공간은 전쟁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정보전입니다. 몇 마디 대화, 누군가의 표정 변화, 리더의 최근 발언 한 줄이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리기도 하니까요. 회사도 똑같습니다. 총칼 대신 OKR을 들고 싸울 뿐입니다.

 

‘무기’가 되는 정보는 이런 것들입니다:

 

  • 지금 회사가 가장 집중하는 핵심 목표
  • 우리 팀 리더가 중요하게 보는 가치 기준
  • 최근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의 공통점
  • 반대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의 특징
  • 이번 분기의 분위기가 흘러가는 방향

 

이런 정보들을 몰랐던 저는 잘못된 방식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붙잡아 밤을 새느라, 정작 팀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나중에야 알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정보력의 차이였습니다.

 

평소에 “눈치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

회사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사람들의 유형입니다.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건 성격 문제가 아니라 정보 처리 능력의 부족에 가깝습니다. 상황을 읽지 못하니 위험 신호도 놓치고,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는 거죠.

 

본인은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직 안에서는 이미 “리스크가 큰 사람”으로 분류돼 있기도 합니다. 회사 생활에서 진짜 무서운 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나만의 ‘정보 데이터베이스’ 만들기

스킬을 가지는 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주변 동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리더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회사 공지에서 유독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뭔지 살펴보세요. 또, 조직에서 잘나간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어떤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파편화된 정보들을 가볍게라도 기록하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노션에 탭 하나를 만들어두고, 생각나는 대로 그냥 쌓아두었습니다. 여기서 어느 순간부터 진짜 ‘흐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면, 일에 대한 판단도 이전보다 10배는 쉬워집니다.

 

고급 정보에 접근할 인맥 만들기

회사에서 말하는 ‘핵심 정보’는 위로 올라갑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 조직 구조를 자세히 보고 있는 사람, 혹은 인사과처럼 내부 사정을 업무로 다루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보들이죠.

 

그래서 이건 팁이라기보다는 법칙입니다.

 

  • 인사과와 인맥을 쌓아라
  • 조직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과 친해져라

 

밥을 사라는 뜻이 아니라,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미묘한 한 줄의 정보가 내 프로젝트, 내 평가, 나아가 커리어 전체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치력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이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상황 판단력과 정보력, 그리고 관계 감각의 조합입니다. 이걸 빠르게 익힌 사람은 훨씬 덜 아프고, 덜 다치면서 커리어를 길게 가져갑니다.

 

 

생존 스킬 2: 지치지 않는 멘탈 관리

<출처: 작가, ChatGPT로 제작>

 

회사라는 조직은 태생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성장은 곧 생존이고, 그래서 구성원에게도 계속해서 성장을 요구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문제는 사람이 그렇게 태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컨디션에도 영향을 받으며, 쉬지 않고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회사의 끝없는 성장 속도를 억지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내가 먼저 지치게 됩니다. 어느 순간, 회사가 나를 떠나는 게 아니라 내가 회사를 떠나버리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 것

조금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래 가는 사람일수록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열심히 하지 마라”가 아니라, ‘열심히의 기준을 나에게 맞추라’는 뜻입니다.

 

특히 주니어일수록 처음부터 미친 듯이 잘하려고 합니다. 한 번 일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두면, 그걸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 압박하죠. 그건 함정입니다. 한 번 너무 잘해버리면, 그 성과가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립니다. 기대치를 그곳에 고정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능력의 맥시멈을 100으로 잡으면, 회사에 60~70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나머지 30~40은 내년에 써도 되고,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가 왔을 때 꺼내도 됩니다. 이게 바로 완급 조절이고, 롱런하는 회사 생활의 기본 전략입니다.

 

신뢰와 기대치를 무너뜨리는 번아웃

회사가 진짜 무서운 건, 잘한 10번이 아니라 망한 1번을 기억한다는 것니다. 왜냐하면 평가는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에요.

 

한 번 번아웃이 오면, 평소에 보여주던 퍼포먼스가 갑자기 뚝 떨어져버립니다. 그때 주변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어? 얘 원래 이 정도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위험해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끝까지 안 무너지는 사람이 되는 거죠.

 

회사 생활은 장거리 달리기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앞에서는 잠깐 선두를 달리지만, 중반에 가면 전부 무너집니다. 그리고 한 번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회사도 똑같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내가 유지할 수 있는 리듬으로 꾸준히 가는 사람. 이 사람이 결국 완주합니다. 이게 현실이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버텨온 시니어들에게서 공통으로 보이는 패턴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7~8년 넘게 버티는 사람들? 다들 완급조절이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항상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때로는 평가가 떨어지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들의 진짜 강점은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성장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장기전에서 승리하는 방법입니다.

 

 

생존 스킬 3: 쉬운 말 커뮤니케이션

<출처: 작가, ChatGPT로 제작>

 

개발자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봐온 유형이 하나 있습니다.

 

개발 실력은 미친 듯이 좋은데, 아는 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이 사람들은 코드 레벨에서는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회의만 들어가면 말문이 막히고,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빠진 채 “그냥 제가 처리할게요…”라는 말로 끝내버립니다.

 

이런 분들, IC(개인 기여자, Individual Contributor)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실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 자리로는 올라가지 못합니다. 스타트업이든, 네임드 회사든 옮겨 다니면서 이 케이스를 종종 봤습니다.

 

기술은 평범한데 리더인 사람들의 공통점

이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코드 실력만 놓고 보면 “그냥 나쁘지 않네?” 싶은데, 리더로는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합니다.

 

이들은 복잡한 내용을 쉽게 풀어내고, 기획자나 디자이너, 상사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정확히 짚어냅니다. 웬만하면 결론을 먼저 말하며, 필요한 선택지를 구조적으로 제시하죠. 회의에서 논점을 흐리지도 않습니다.

 

기술만으로 리더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제는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움직이는 능력이 리더십의 핵심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계는 단순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고 싶은 내용’과 실제로 ‘말로 나오는 내용’ 사이에 간극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기본을 갖추고 나오는 궁극기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입니다.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한 리소스를 확보하는 것도, 내 의견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것도 결국 설득입니다. 이건 타고나는 게 아니라 진짜 많은 연구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말을 잘하려면, 글부터 잘 써야 한다

이건 100%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글부터 잘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는 가장 확실한 도구입니다. 글로 생각의 구조가 잡힌 사람은, 말도 자연스럽게 구조적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추천합니다. 회사에서 기회가 된다면, 아주 작은 발표라도 계속 시도해보세요. 기술 발표든, 회고 공유든, 신규 기능 제안이든, 프로젝트 기획 문서 리뷰든 상관없습니다.

 

하다 보면 말은 단단해지고, 설득력도 함께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이 “아, 이 사람은 방향을 제시할 줄 아는구나.”라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부터 회사에서의 역할이 달라집니다. 그저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거죠.

 

 

마치며: 실력은 기본, 생존은 전략

개발자로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정말 자주 합니다.

 

“아, 그냥 실력만 좋으면 다 아닌가?”

 

하지만 회사라는 공간에서 버텨본 사람들은 압니다. 실력은 기본값일 뿐, 생존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사실을요.

 

정치력이자 정보력, 지치지 않는 멘탈 관리, 그리고 쉬운 말 커뮤니케이션.

이 세 가지는 어떤 기술 스택보다도 오래 나를 지켜주는 자산입니다. 게다가 특정 회사나 팀에만 통하는 기술도 아닙니다. 내가 어디에서 일하든, 어떤 조직으로 옮기든 평생 가져갈 수 있는 ‘재사용하는 근력’ 같은 것들이죠.

 

저는 이것들을 조금 늦게 배웠습니다. 실력만 믿었기에 몇 번이나 넘어졌고, 번아웃으로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한 적도 있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억울하게 평가받은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오래가는 사람들은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닌 상황을 읽고, 자신의 페이스를 알고,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제 20대 후반은 훨씬 덜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빨리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분명 더 멀리, 더 길게 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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