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5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는 AI 업계 전반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변화와 발전이 두드러진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구글이 발표한 Gemini-3.0이나 오픈AI GPT-5.2 같은 SoTA(State of the Art) 모델은, 불과 3년 전 우리를 놀라게 한 챗GPT를 장난감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Cursor AI나 Claude Code 같은 코딩 어시스턴트의 등장이 실제로 미국 빅테크 기업의 엔지니어 대량 해고를 부르며, 더 이상 개념이 아닌 실존적인 위협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기술 발전과 함께 AI 엔지니어의 역할도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수년 전 처음 AI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 라벨링하고, 과적합(overfitting)을 피해 모수와 초매개변수(Hyperparameter)를 조정하며, TensorFlow나 Keras 같은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딥러닝 모델을 한땀 한땀 학습시키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종류의 작업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그 대신, 누가 더 LangGraph 같은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멀티 LLM 구조를 잘 구현하는지, 함수 호출(function calling)로 필요한 기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하는지, 그러한 역량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2~3년 뒤 어떤 기술이 중요해질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AI 업계에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은 고뇌의 연속입니다. 어제의 최신 기술이 내일이면 구닥다리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든, 아직은 많이 부족한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회고해 보려 합니다.
2025년 한 해도 AI 업계는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돌아보면, 올해 AI 업계의 가장 큰 변화는 ‘LLM 성능의 상향 평준화’와 ‘에이전틱 AI의 확산’이라고 보입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I의 ‘두뇌’라 할 수 있는 LLM 성능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올해 초 중국 딥시크가 출시한 가성비 추론 모델 DeepSeek-R1을 시작으로, 저가 추론형(reasoning) 모델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여기에 오픈AI가 가세하며, 8월에는 오픈웨이트 기반의 GPT-OSS 모델이 등장했고, 11월에는 최신 모델 GPT-5.1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마치 화룡점정처럼 구글이 역대 최고 성능을 내세운 Gemini-3.0을 발표했고, 엔트로픽 역시 코딩에 강점을 가진 Claude-4.5-Opus를 선보였습니다. LLM 성능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경향이 뚜렷한 모습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보편화입니다.
멀티 에이전트 구조의 AI 에이전트를 손쉽게 구현할 다양한 오픈소스 프레임워크가 등장한 데다, 여러 데이터 소스와 도구를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에 쉽게 연결할 수 있는 MCP 같은 프로토콜도 등장했습니다. 그 결과, AI의 ‘손과 발’에 해당하는 다양한 도구를 ‘두뇌’인 LLM과 연결하는 일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그렇게 AI의 두뇌와 손과 발, 모든 기술이 고르게 발전하며 많은 기업과 개인이 본격적으로 업무와 일상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2025년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빠르게 변화하는 AI 업계 속에서 결국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전략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이라는 단순한 사실이었습니다. 화려한 기술들이 파도처럼 밀려온 한 해였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 세 가지 교훈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올해는 “완벽보다는 일단 하는 것이 낫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AI 업계는 잠시만 머뭇거려도 흐름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완벽을 기약하며 준비만 하다 보면 뒤처지기 쉽습니다.
물론 AI 역시 최종 결과물이 주는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비즈니스 임팩트도 함께 커집니다. 다만 어느 지점을 지나면, 추가로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기대되는 성과가 거의 늘지 않는 구간에 도달하게 됩니다. 즉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다듬는 것보다 ‘내보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Ship and move on)’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됩니다.

여러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가 느낀 지점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변화가 빠르고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환경에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시도해 보는 태도가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경험상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작은 기능이라도 직접 만들어 보고 업무에 적용하는 편이 훨씬 빠른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결국 많은 프로젝트와 사이드 작업 모두 이 ‘일단 해보는 용기’에서 출발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생각보다 AI 업계에는 아직 “모든 것을 완벽히 꿰뚫는 권위자 같은 존재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하나의 LLM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아닙니다. 플래닝(Planning), 도구(Tools), 상태(State), 거버넌스(Governance) 등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동작하는 복합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 정답이 없는 AI라는 거대한 실체 앞에서 우리는, 코끼리를 더듬으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코끼리를 묘사하는 장님들과 비슷한 처지일지 모릅니다. 장님들이 코끼리의 한 부분만 만지고 ‘전체가 어떤 존재일 것이다’라고 설명하듯, AI 에이전트 역시 일부만 보고서는 그 전체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즉, 지금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AI의 전부가 아니며,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 역시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라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르기 때문에, 누구도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동시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당연히 직장 동료나 상사 역시 예외는 아니며, 세계적인 석학이나 기업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의 말은 참고하되, 나만의 기준이 되는 필터로 걸러 듣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런 만큼 잘 모른다고 불안해하거나, 반대로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라고 자만하기보다는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새로운 아키텍처를 설계해 보는 경험이 더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지금 하는 시도가 이 업계의 역사를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가지고, 즐기면서 일하는 태도의 중요성도 함께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의 판단과 경험을 믿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고, 스스로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업계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라”는 태도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제의 최신 기술이 오늘의 구식이 되는 환경에서, 멈춰 있는 순간은 곧 뒤처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변화의 속도에 압도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시도하는 습관을 유지했을 때 오히려 기술의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익히고, 논문을 읽고, 직접 실험해 보는 과정은 결국 미래의 나에게 가장 큰 자산으로 남았습니다.
그렇게 올해 얻은 이 세 가지 교훈, 즉 완벽을 포기하고 일단 시작하는 용기, 권위자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판단을 믿는 자신감,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자세는 2026년을 준비하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나침반입니다. AI 업계의 변화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지만, 이 원칙들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은 LLM의 상향 평준화와 에이전틱 AI의 보편화, 그리고 끝없이 변화하는 기술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해야 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런 흐름을 돌아보면, 2026년 또한 올해의 연장선이면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해가 될 것처럼 보입니다. 매년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는 가트너는 2026년에도 멀티 에이전트, 도메인 특화 언어 모델, 피지컬 AI, AI 보안 플랫폼 등 수많은 AI 기술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올해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 속에서 때로는 두려움도 느꼈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열렸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2026년은 조금 더 담대하게, 조금 더 즐겁게, 그리고 조금 더 주도적으로 미래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
기술은 여전히 빠르게 변화하겠지만,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을 만들어 갈지는 결국 나의 태도와 실행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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