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네이버의 전략이 대폭 수정되었다. 네이버는 매년 열리는 DAN을 통해 다음 해의 핵심 방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2024년 DAN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검색, 쇼핑, 지도 등 개별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좀 더 스마트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리고 2025년, 올해 DAN의 핵심 키워드는 'Agent N'이다. 네이버의 검색, 쇼핑, 예약 등 모든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제안하고, 실행, 대행하는 통합 AI 비서로 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왜 1년 만에 전략이 이렇게 달라진 걸까?

네이버의 달라진 전략은 기술적 자신감을 보여줬다기보단 '각개전투'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의 메시지로 읽힌다. 네이버는 단순 정보 중개자에서 문제 해결자로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목소리기도 하다. 사용자는 더 이상 10개의 탭을 씌우면서 검색하길 원치 않는다. “2살 아기가 체험하기 좋은 장소를 예약해 줘”라는 한마디로 모든 과정이 다 완결되길 원한다. 네이버는 완결형 에이전트로서 사용자의 의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완결형 에이전트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내부와 외부의 연결이다. 검색부터 쇼핑, 예약, 결제까지의 경험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하고, 외부 전문 서비스와의 유기적 연결도 필요하다. 내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뛰어난 에이전트가 있어도 서비스별로 흩어져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Agent N 같은 ‘완결형 실행’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과거의 검색은 일종의 놀이이자 호기심의 영역이었다. 맛집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뒤지고, 지도를 살펴보고, 리뷰를 비교하는 과정은 번거롭더라도 발견의 즐거움이 있었다. 사용자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탭을 열어두고 정보를 비교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했다. 탐색 그 자체가 경험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이전트 시대가 열리면서 사용자의 인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사용자는 검색창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한다. '내가 이만큼 검색했으면 반드시 최적의 답이 나와야 해.' 이런 심리는 손실 회피와 맞물려 더욱 강력해졌다. 사용자의 시간, 노력, 인지적 에너지는 모두 투자 자원이며 그에 걸맞은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패로 인식된다. 그래서 사용자가 "마곡역 조용한 카페 찾아 줘"라고 말할 때 원하는 것은 카페 리스트 10개가 아니다. 그중에서 실패하지 않을 단 하나의 확신 있는 선택이며 가능하다면 예약까지 끝난 상태다. 과업의 완수가 최종 목표가 된 것이다.
사용자를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대신 사용자가 투입한 최소한의 질문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실행 가능한 결과물을 즉시 제시함으로써 사용자의 자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플랫폼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나열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의 목표 달성 확률을 얼마나 높여주는가"가 핵심이 되고 있다.

통합 에이전트의 성공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핵심 성과가 완전히 새로운 지표로서 필요하다. 기존 개별 에이전트 서비스를 기획했을 때는 체류시간이나 PV(Page View)와 같은 KPI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보다 다양한 에이전트 간 연결이 중요해진 시점에선 다른 형태의 KPI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한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전환했을 때의 성공률이나 세션당 과업 완결률, 전환 시도 같은 것들이 새로운 지표로 부상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를 한 서비스 안에 가둬두는 지표 대신 얼마나 타 에이전트 간 연결을 성공시켰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과업 완결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주목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의도와 데이터를 쥐지 못한 채 그저 연결만 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조직의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존재가 없어질 수도 있고, 뺏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근간은 결국 '트래픽을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움직이는지를 파악하고 그 의도를 기반으로 여정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의도를 쥐지 못한 채 트래픽만 외부로 흘려보내는 순간, 돈보다 중요한 고객 경험의 소유권이 함께 넘어갈 위험이 커진다. 이 접점을 잃는다면 조직의 미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Agent N 전략으로 전환한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의 “단순 연동” 방식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외부 서비스와 기능을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표면적으로는 연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사용자의 의도와 행동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 트래픽을 외부로 보낸다는 행위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왜 보내는지, 어떤 목적의 여정인지 그 뒤에 어떤 실행이 이어지는지 플랫폼이 파악하지 못한 채 사용자를 흘려보내는 방식에 있다.
이렇게 ‘맥락 없는 연결’이 반복되면 플랫폼은 단순히 입구 역할만 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트래픽뿐 아니라, 고객 경험의 주도권까지 함께 넘어가며 결국 “대체 가능한 서비스”가 되고 만다. 플랫폼의 위험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반면, 사용자의 의도와 여정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 흐름을 기반으로 가이드-추천-예약-결제까지 완결형 실행을 책임지는 방향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력이다. Agent N이 단순 연동을 넘어 실행형 에이전트로 전략을 바꾼 이유도 바로 이런 ‘연결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실행만으로 주도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주도권의 실질적 기반은 결국 '깊이 있는 데이터'에 있다. 이것은 단순히 데이터가 많은 상태가 아니라, 남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어 하는 상품 그 자체로서의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는 희소성과 시의성이 있고, 독자적 가치가 있는 데이터다. 플랫폼이 생존하려면 결국 '누군가 살만한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우리 조직이 만들고 있는 데이터와 서비스는 정말 사람들이 돈을 내서라도 선택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모든 것을 적당히 잘하는 통합형 앱이고 쿠팡이나 오늘의 집 같은 곳은 하나의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전문 서비스이다. 네이버가 이들과 전문성 대결을 벌이는 것은 필패 전략이다. 그러나 탐색의 시작 지점에서는 네이버가 강력한 우위를 가진다. 네이버는 탐색의 거대한 좌판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탐색의 좌판이 열려 있고, 사용자는 네이버라는 좌판에서 출발해 전문 서비스로 이동한다. 네이버 Agent N의 전략은 '전문 서비스 대체'가 아니라, '전문 서비스와의 연결'이다. 네이버의 역할은 실행이 아니라 발견과 탐색의 초입이며, 사용자의 여정은 ‘처음(발견/탐색) → 네이버 중간(의도 파악과 조율) → 전문 서비스의 실행/관리 → 다시 네이버에서의 통합’이라는 순환 구조를 띠게 된다.
결국 Agent N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AI로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파트너를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 여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네이버가 전문성의 깊이를 전부 확보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깊이를 가진 파트너와 협력해 탐색–조율–실행–관리라는 전체 경험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어내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강력한 전략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화면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를 어떻게 이어 줄 것인지, 사용자의 맥락과 의도를 어떻게 유지한 채 이동시키는지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되고 있다. 사용자를 플랫폼 내부에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전문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보내고, 다시 네이버가 통합 관리의 허브가 되는 구조를 설계하는 '연결 UX’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네이버가 A부터 Z까지 모든 서비스를 깊이 있게 키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영역의 전문 플랫폼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압도적인 데이터와 경험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고, 사용자는 이제 단순한 탐색이 아니라 맥락에 맞춘 정보와 실행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경험을 기대한다.
이 변화 속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조직의 태도이다. 부서마다 따로 움직이는 사일로 구조로는 연결 중심 생태계를 구현하기 어렵다. 내부 성과 지표에 머물러서는 사용자의 전체 여정을 설계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라는 현실적 긴장감을 바탕으로 연결과 속도, 실행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플랫폼의 가치는 전문성을 독식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생태계를 지휘하고 사용자의 여정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연결의 힘에서 나온다. Agent N은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신호탄이며, 앞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을 만들어 완수할 수 있는가”에서 결정될 것이다.
<참고>
https://dan.naver.com/25/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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