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주 사이 세계 최고의 AI 모델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어요.
2. AI 산업의 경쟁은 성능보다 인프라 중심의 체력 싸움으로 바뀌었어요.
3. 2026년은 한 모델 독주 대신 다중 모델 공존 시대가 될 것으로 보여요.
2022년 11월 30일은 AI 역사에서 분기점으로 기록될 날입니다. 바로 ChatGPT가 처음 세상에 공개된 순간이었죠. 완벽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사람의 언어로 요청하면 대부분의 질문에 '그럴싸하게' 답하는 모습은 기술 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 이용자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이 지난 2025년 11월, AI 업계는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출발점은 이번에도 OpenAI였습니다. 그들은 'GPT-5.1'을 통해 인간에 가까운 적응형 추론 능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관심을 또다시 집중시켰습니다.
그러나 3년 전과 다르게 열광적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요. 'Gemini 3 Pro'와 'Grok 4.1', 그리고 'Claude Opus 4.5'까지 연달아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2주 사이에 4개의 최상위 모델이 연달아 등장한 이 상황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질서 자체가 재편되는 전환점에 가깝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4개의 모델은 현재 AI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핵심 축입니다. 저마다 "우리가 최고"라고 외치고 있는 가운데, 각 모델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처럼 모델들의 릴레이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의미심장한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바로 '동시대 기준' 비교에서 Gemini가 GPT를 앞섰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늘 GPT 시리즈가 먼저 출시되고 구글이 뒤따라가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구글 모델이 잘 나와도 "OpenAI는 이미 더 좋은 걸 숨겨두고 있을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사실상 같은 시기에 정면충돌했는데, Gemini가 기술적 우위를 점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벤치마크 역전이 아니라, 지난 3년간 "AI = GPT"로 굳어지던 신뢰 구조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이 위기감은 샘 올트먼의 유출된 사내 메모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구글이 일부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라고 인정하고, "우리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는데요. 행간을 읽어보면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던 OpenAI 내부에서도 적잖은 동요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자, 경쟁의 법칙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지능'의 싸움에서 '체력'의 싸움, 즉 인프라 경쟁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지난 3년 간의 AI 경쟁이 '더 똑똑한 모델' 중심의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오래, 더 싸게,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의 싸움입니다.
이 지점에서 구글의 존재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구글은 자체 설계 칩(TPU), 데이터센터 그리고 유튜브·안드로이드라는 배포망을 가진 '수직 계열화된 제국'입니다. 모델 성능이 비슷해졌을 때, 구글이 가진 이 인프라 우위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힘이 됩니다.
반면 Open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엔비디아의 GPU에 의존하는 고비용·고의존 구조입니다. 이 부담은 샘 올트먼의 아까 '그 메모'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는 "최고의 연구실, 최고의 AI 인프라 기업, 최고의 AI 플랫폼/제품 기업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사실이 짜증 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이는 현재 AI 경쟁이 기술보다 체력과 자본을 요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2주 사이 나온 모델들은 하나같이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는 환호보다 피로감에 가깝습니다. "또 나왔어?", "이번엔 뭐가 달라졌는데?"라는 반응이 자연스럽죠.
그렇다면 왜 이들은 모두 11월에 모델 발표를 몰아넣었을까요?

정답은 기술보다 비즈니스에 있습니다. AI 산업은 이제 천문학적인 자본(Capex)이 필요한 '장비 산업'이 되었습니다. 프로 선수가 연봉 협상 직전에 스탯을 끌어올리듯, AI 기업들도 내년도 예산과 투자 유치를 위해 “우리가 이 시장의 승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죠. 더불어 AI 거품론이 계속해서 들끓는 와중에 11월의 전쟁은 투자자들을 향한 절박한 대규모 쇼케이스로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이 있습니다. 이번 경쟁에서 ‘범용성’이란 단어가 사라진 점입니다. “우리는 뭐든 다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신 각 기업은 자신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AI 시장이 기술 과시의 단계를 지나 실용과 생존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3년과 달리, 다가오는 2026년은 다소 '소강상태' 혹은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기술의 상향 평준화는 이루어졌고, 이제는 각 분야에 특화된 AI가 각자의 영토를 확실히 다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흐름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있습니다. 바로 이른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윤리적·자본적 난제를 모두 뛰어넘어야 하는 장기 과제이기에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운데요. 샘 올트먼이 최근 “이제는 초지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가까운 미래의 혁신보다는 중·장기적 전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이후의 AI 시장은 더 이상 단일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모델이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시장을 분할해 가는 다중 모델 시대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AI 모델을 더 현명하게 선택하고, 더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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