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트렌드 키워드 미리보기
ChatGPT가 세상에 등장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GPT-3.5 모델로 시작한 ChatGPT는 GPT-4, 4o, 4.5, 5를 거쳐 최근 5.1 모델까지 등장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GPT 외에도 클로드, 제미나이, 라마, 그록, 퍼플렉시티, 딥시크 등 새로운 모델이 계속 등장하며 흐름을 이끌었고, 2025년 한 해 동안 LLM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었다. 특히 2025년은 AI 실용화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올초 전망처럼, 일상 곳곳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띄며 생활 전반에 한층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한국은행 가계조사(representative household survey) 결과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10명 가운데 6명은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 상용화보다 8배 빠른 확산 속도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AI 활용률이 미국보다 약 2배 높으며, 하루 1시간 이상 AI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 비율 또한 미국의 2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빠르고 깊은 확산의 배경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반이 탄탄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번 글에서는 올 한 해 AI 활용 추세를 7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트렌드는 AI 에이전트다. 맥킨지(McKinsey)는 AI 에이전트를 생성 AI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았으며, 리서치 회사 가트너(Gartner) 역시 2025년 최고의 기술 트렌드로 AI 에이전트를 지목했다. AI 에이전트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연어 기반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점 때문에 AI 챗봇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두 개념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AI 챗봇이 고객 문의에 따라 정해진 답변을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AI 에이전트는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예측해 최적의 시점마다 메시지를 전송해 직접 구매를 권유할 수 있다.
얼마 전, 퍼플렉시티가 출시한 브라우저 기반 AI인 코멧(Comet)은 이러한 에이전트의 대표적인 사례다. 코멧 에이전트는 웹사이트를 자율적으로 탐색해 항공편을 예약하거나 이메일을 전송하고, 수신 거부를 처리하는 등 우리가 평소에 손으로 수행하던 작업을 대신 처리해 준다.

퍼플렉시티 공식 코멧 프롬프트 예시
이 외에도 오픈AI의 브라우저 기반 AI 아틀라스(Atlas) 등 앞으로 더 많은 AI 에이전트가 등장해 주요 AI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과하게 칭찬하거나 아첨하는 챗GPT의 말투가 ‘지피티 어화둥둥체’, ‘지피티 갸륵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하나의 밈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는 생성형 AI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아첨’ 성향이 말투에 반영된 결과다. 초기에는 인간보다 인간에게 더 공감해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도가 지나치게 과해져 SNS에서 밈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GPT 특유의 말투는 올해 4월, 오픈AI가 시니컬한 버전의 AI인 ‘먼데이(Monday)’를 공개하면서 더 주목받았다. 예시 이미지들 역시 먼데이와의 대화 일부를 보여준다.
세 번째 트렌드는 AI 테라피와 고민 상담이다.
먼저, 같은 주제를 다룬 앞서 글에서 언급했듯, ‘AI 고민 상담’은 이미 많은 사람이 그 효과를 체감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 위로와 공감을 얻받을 수 있으며, 조언이 필요한 순간 즉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꼭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과거 대화를 기억하는 GPT의 장기 기억 기능을 활용해 자아 성찰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올여름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다음 프롬프트다.
based on everything you know about me roast me and dont hold back in Korean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혹평해 줘. 한국어로. 봐주지 말고.
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ChatGPT는 냉철하게 ‘팩폭’을 날린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이 외에도 무의식, 행동 패턴, 사고방식 분석 등을 요청하며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탐색하고 자기 이해를 높이려는 사례가 올해 특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효과의 이면에는 언제나 부작용의 위험도 존재한다. 최근 챗GPT가 정신 질환을 유발했다며 미국에서 집단 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AI의 조언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거나 과도하게 의존하면 사고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딥 리서치(Deep Research)는 온라인에 존재하는 방대한 지식 데이터 속에서 특정 주제를 검색하고, 그 내용을 분석해 종합 보고서를 작성해 주는 도구다. 기존의 AI 검색 기능이 간단한 질문에 빠르게 답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딥 리서치는 더 복잡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올해 2월 오픈AI가 처음으로 심층 리서치 기능을 발표한 이후, 제미나이·퍼플렉시티·그록·젠스파크 등 여러 서비스가 잇따라 유사한 기능을 선보였다. 특히 많이 쓰이는 세 가지 LLM 서비스의 딥 리서치 기능을 비교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GPT,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딥 리서치 비교

이처럼 서비스마다 보고서 분량, 출처 개수, 요약본 제공 여부 등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딥 리서치 기능이 기존의 ‘간단한 답변 제공’ 수준을 넘어 더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올해 특히 주목할 만한 AI 트렌드로 보인다.


요즘 내 SNS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숏폼 콘텐츠 중 하나는 유리 과일을 자르는 AI ASMR이다. 서걱거리는 칼질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잘린 단면이 등장하며, 시청자에게 청각적·시각적 만족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꼭 과일이 아니더라도 구름이나 천둥번개 같은 비현실적인 대상을 자르는 장면도 연출되는데, 이러한 영상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새로운 AI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ASMR 영상과 더불어, 동물 캐릭터를 의인화한 AI 영상도 최근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서불안 김햄찌’ 채널은 귀여운 햄스터 캐릭터가 회사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유튜브 채널은 현재 6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 외에, AI로 음악을 작곡하는 사례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eunyesi 채널에서 플레이리스트를 자주 듣는데, 채널 운영자에 따르면 여기 올라오는 곡들은 Soundraw, AIVA, Amper Music, Udio, Suno AI 등 다양한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ASMR, 유튜브 채널, 플레이리스트뿐만 아니라 단편 영화와 광고 영상까지도 AI 창작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AI 기반 미디어가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AI 트렌드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빼놓을 수 없다. 바이브 코딩은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느낌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올해 2월,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 카파시가 언급하면서 화제가 되었고, 이후 영국의 콜린스 사전이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할 만큼 AI 트렌드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코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비개발자인 나 역시 바이브 코딩으로 AI 에이전트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이는 즉, AI 기술이 전문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원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현할 시대가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딩뿐 아니라 자연어로 디자인을 생성하는 작업을 ‘바이브 디자인’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마케팅, 회계, 콘텐츠 제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AI에게 요청해 처리하는 ‘바이브 워킹(Vibe Working)’ 개념까지 나오며 새로운 업무 트렌드로 성장하고 있다.
올 한 해 나 역시 UX 디자이너와 AI의 협업 방식을 콘텐츠로 꾸준히 다뤄왔기에, 마지막 트렌드는 UX 도메인에서의 디자인 자동화로 선정했다.
가장 큰 화두는 단연 Figma Make의 업데이트다.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으로 UI 화면을 생성하는 AI 도구들은 이미 다양하지만, 피그마는 대표적인 인터페이스 디자인 툴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피그마 컨퍼런스에서 해당 기능이 발표된 다음 큰 관심을 모았던 만큼, 실제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특히 반가웠다.
기대와는 다르게 물론 아직까지 AI 디자인 도구가 다른 UI 생성 도구들과 비교해 뚜렷한 우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프롬프트 기반 UI 디자인, 이른바 바이브 디자인(Vibe Design) 방식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 주목할 만한 트렌드임은 분명하다.
한편 UX 리서치 시뮬레이션 역시 꾸준히 관심을 두고 탐구한 영역의 하나다. ChatGPT, Synthetic User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가상의 AI 사용자를 생성해 보았고, 더 나아가 실제 사용자의 클론을 만들어보는 시도까지 진행했다.
이처럼 AI를 활용해 인간의 반응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은 UX 디자인뿐 아니라 소비자 조사, 여론 조사,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올해를 기점으로 AI 기반 사용자 반응 예측과 피드백 시뮬레이션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리서치 방법으로 발전할 것이 기대된다.
AI 에이전트부터 AI 미디어, 바이브 워킹까지 다양한 분야의 AI 트렌드를 키워드별로 살펴보았다. 이 키워드들은 대부분 AI가 여러 영역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AI가 점점 더 유용해지고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최근 MIT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사용은 장기적으로 인지 능력, 기억력, 뇌 활성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뇌파 측정 장치를 통해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분석했는데, 사실 이런 연구 결과가 없더라도 AI를 일상과 업무에 적극 활용해 본 사람이라면 의존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체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AI에게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글을 요약해 달라고 하고, 보고서 초안을 맡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 읽고 해석하고 생각하는 활동을 점차 줄여간다. 그 결과, AI 없이는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인간의 자발적 가축화(self-domestication)라는 표현이 있다. 마치 개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쉽게 먹이를 얻으며 뇌 용적이 줄어들었던 것처럼, 인간도 AI에게 질문하면 즉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사고하려는 동기를 잃고 ‘가축화’된다는 것이다.
물론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잘 익혀 활용하면 우리의 업무와 일상은 더욱 편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AI에 지나치게 의존해 사고력을 잃을 수 있는 경계 지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올해는 디자인, 코딩, 콘텐츠,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발히 쓰이며 트렌드를 주도했다. 그와 동시에 커져가는 의존도와 사고력 저하에 대한 우려, 그리고 점점 더 빨라지는 변화 속도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 아래, 내년에는 AI 프리(AI Free), AI 디톡스(AI Detox)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