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PyCon Korea 2025에서 진행된 <초등! 파이썬을 만나다!> 세션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초등학생들과 파이썬 코드를 활용해 진행한 수업 사례와 초등학교 수학 내용으로 만든 파이썬 프로그램 등 발표자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발표 자료는 PyCon Korea 2025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추후 파이콘 한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초등! 파이썬을 만나다!
초등교사 조준혁

안녕하세요, ‘코딩계의 신’은 아니지만 ‘코딩계의 신’이라 불러주어서 행복한, 어쩌면 초등학생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부산 온샘초등학교 교사 조준혁입니다. 현재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수학·사회·영어 등 교과 간 융합 교육을 꿈꾸며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초등학생과 다른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파이썬 교육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려 합니다.

초등교사, 파이썬을 만나다

제가 초등교사로서 파이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부딪히며 느낀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2012년,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EPL)인 스크래치를 처음 접했고, 앱인벤터로 공개 수업용 앱을 개발하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즐겁게 몰입하고 높은 성취감을 느끼는지를 직접 보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능성과 가치를 체감했죠.

하지만 블록형 언어만으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고, 자연스럽게 C언어, Java, 그리고 파이썬까지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파이썬은 문법이 간결하면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이후 중학교 정보 영재 강사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수업에 활용하게 됐습니다.

수업을 하며 느낀 가장 큰 고민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컴퓨터 활용 능력과 프로그래밍 역량의 격차가 크다는 점, 또 하나는 교과 기초가 부족해 프로그래밍 수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는 점이었죠.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블록형 언어에만 의존하고, 교과와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파이썬을 기반으로 초등 수학, 사회 등 교과 내용을 융합한 교육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실천에 옮긴 첫 계기가 리송스쿨에서의 데이터 리터러시 스터디였습니다. 당시 최종 프로젝트로는 초등 사회 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나라 기온의 특징과 강수 분포’를 파이썬으로 시각화해 보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경험은 ‘초등 교실에서 파이썬’이라는 주제에 더욱 깊이 들어가는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며 ‘초등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파이썬 수업 내용을 발굴하고, 수업 방법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모두의 데이터 분석 with 파이썬』 교재를 활용해 내가 살고 있는 행정구역의 인구 피라미드를 분석해 봤고, 특히 대학가 주변에는 공통적으로 20대 인구가 많은 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주제는 5학년 사회 과목의 ‘우리나라의 행정구역’과 ‘인구 구성의 변화’ 단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5학년 아이들은 아직 살아온 시간이 짧다 보니, 이런 주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죠. 하지만 저는 어떻게든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수업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공데이터와 파이썬 코드를 활용해 인구 피라미드를 직접 시각화해 보고,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을 찾아라!’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파이썬 활용 사례: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을 찾아라!

1) 이곳은 어디일까요?

위 그래프는 2025년 5월 기준, ㅇㅇ면의 1세별* 인구 피라미드입니다. 이곳의 인구 분포의 특징은 무엇이며, 여긴 어디일까요?

*1세별: 0세, 1세, 2세 등 연령을 한 살씩 구분하여 각 연령별 인구수를 나타내는 통계

살펴보니 노년층(65세 이상)의 인구가 많고, 유소년층(0~14세) 인구가 작습니다. 청장년층(15~64세) 인구는 전체적으로 작지만 16~18세 인구가 유독 많습니다. 16~18세는 고등학생들의 나이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이 행정구역은 촌락이지만 유명한 고등학교가 있는 모양입니다. 바로 민족사관고등학교가 있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입니다.

2) 프로젝트 진행 방식

프로젝트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사이트를 통해 행정구역을 전국 > 광역 행정구역으로 살펴보면서 인구 현황도 함께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광역 행정구역 > 기초 행정구역 단계로 진행하면서 인구 현황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남녀별 인구 비교 등을 통해 궁금점을 가져보게 했습니다.

다음으로 인구 피라미드를 살펴보게 했습니다.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 > 그래프 > 연령대별 > 행정구역 및 조회 기간 > 검색 / 10세 단위로 검색하면, 인구 피라미드가 10세 단위로 나타납니다.

이 단계에서 행정구역과 함께 인구 구성을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했습니다. 특이한 인구 구성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구글 코랩에서 파이썬 코드를 활용하여 1세별 인구 피라미드 그래프를 도출하게 했습니다. 물론 코랩 사용법, 코드 업로드, 데이터 업로드 방법 등은 교사 안내에 따랐습니다.

<출처: 송석리,이현아, 모두의 데이터분석 with 파이썬, p121~122 코드 재구성 >

그리고 이렇게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을 찾았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16세, 17세, 18세가 가장 많은 횡성군 안흥면입니다. 이유를 찾아보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시설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지도를 통해 찾기 어려워할 경우, 네이버 검색을 활용해 해당 행정구역의 정보를 살펴보도록 안내했습니다. 특히 앞서 분석한 인구 구조와 관련된 특징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게 했는데요. 이후 각자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서로의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4) 실제 학생들의 발표 자료

위 자료는 또 다른 학생들의 발표 자료입니다. 이번에는 부산대학교가 위치한 장전1동을 조사했죠.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종합대학교의 단과대학이나, 전공에 따라 남녀 비율이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지만, 파이썬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를 통해 이런 부분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경험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종로구 종로 5·6가의 인구 피라미드입니다. 20대 인구가 유독 많은 것을 보고, 학생들은 이 근처에 대학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죠. 그런데 실제로는 해당 동에 대학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저에게 왜 그런지 질문하더라고요. 저도 궁금해서, 학생들 앞에서 직접 종로 5·6가 동사무소에 전화해 확인해 봤습니다.

그 결과, 이 지역에 성균관대학교 기숙사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기숙사에 입소한 학생들은 전입신고가 필수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됐습니다. 이 내용을 학생들과 바로 공유하며, 데이터 이면의 맥락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자료 역시 2022년 학생들이 찾아낸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인데, 연평면입니다. 실제로 연평도에, 해병대 연평부대와 해군이 주둔 중이라, 학생들이 나름 그럴듯하게 예상하고 조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2025년 올해 발표자가 담임을 맡고 있는 6학년 학생들의 발표 자료입니다. 신촌동에는 20·30대 인구 수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특히 20대 여성의 인구수가 더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다들 아시겠지만, 신촌에는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또 대학병원 주위에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마친 뒤, 학생들의 프로젝트 활동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파이썬을 처음 사용해 봤지만, 재미있는 활동이었다는 등 학생들의 소감은,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을 찾아라!’ 프로젝트의 교육적 효용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시간에 배운 개념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직접 체험하길 바랐고, 수학 시간에 배운 그래프의 활용성도 몸소 느껴보길 기대했습니다.

그런 저의 기대를 마치 정답처럼 소감으로 표현해 준 학생들이 있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파이썬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내가 조사한 동네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직접 찾아보는 과정이 뿌듯했다”는 말은 파이썬을 활용했기에 가능한 경험이었죠. 이처럼 학생들에게 파이썬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배운 내용을 직접 연결해 보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점에서 저 역시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대상 실제 파이썬 수업 사례

다음으로 초등학생 대상 파이썬 수업 사례로는, 부산광역시교육청의 온라인 코딩 교수학습 플랫폼인 ‘부산 에듀원’에서 진행한 수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초등학생들이기 때문에 파이썬 수업에 앞서 기본적인 키보드 사용법과 영타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타 연습은 단순한 타자 연습이 아니라, 코딩과 파이썬 관련 용어로 구성된 맞춤형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업과 연결되도록 구성했습니다.

1) 수업 과정

기초 문법부터 차근차근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f-string을 활용해 출력 결과를 확인할 때는, 다 함께 “짜잔!”이라고 외치며 실행해 보게 했는데요. 그 순간 아이들이 정말 신기해하면서 파이썬의 매력에 푹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수학 5학년 1학기 ‘약수와 배수’ 단원과 연계해, 약수를 구하는 파이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소수(prime number)’ 개념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빠라빠라밤~ 깜짝 퀴즈!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수를 뭐라고 할까요?”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확히 맞힙니다.

이후에는 소수를 구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만들어보고, ‘만(10,000)보다 큰 수 중 가장 작은 소수를 찾아보자’와 같은 탐구 활동으로 확장하며 흥미를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또 하나는 ‘폭탄 피하기 게임’을 파이썬으로 만들었다고 하면서, 코드를 보여주고 직접 실행해 보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완전 좋아하면서 파이썬 학습에 의욕을 불태웠습니다. 터틀 모듈을 활용한 터틀 레이스도 함께 진행했는데, 게임 자체도 재미있어했지만, 어떻게 만드는 건지 궁금해하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습니다. 나름 제가 의도한 대로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뿌듯한 활동이었습니다.

전체 수업을 마친 뒤, 소감을 남겨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내용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중 “다음에 파이썬 수업하면 조준혁 선생님이면 좋겠어요!”라는 말은 초등학교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파이썬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연수 사례: 초등 수학 파이썬으로 구현하기

이제 마지막으로 부산 에듀원 플랫폼을 활용한 교사 연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파이썬을 공부하면서 배운 자료형 변환, 리스트 슬라이싱, 문자열 split 같은 기초 문법을 초등 교과 내용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요. 실제로 수학이나 동기 부여 활동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뿌듯했고, 교사 연수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시켰습니다.

1) 동수누가 덧셈식을 곱셈식으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

초등 수학 2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동수누가’를 파이썬 코드로 구현한 예시입니다. 입력한 수를 반복 덧셈 형식으로 출력하고, 이를 곱셈식으로 바꾸어 결과를 보여주는 활동으로, 반복 구조의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2) 동수누감 뺄셈식을 나눗셈식으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

초등 수학 3학년 2학기 ‘나눗셈’ 단원과 관련된 활동으로, 반복되는 뺄셈 과정을 파이썬의 while 문으로 구현한 예시입니다. 나누어지는 수에서 나누는 수를 반복해 빼면서 뺄셈 과정을 문자열로 저장하고, 그 결과를 나눗셈 식으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써, 나눗셈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3)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어주는 프로그램

문자열의 .split() 메서드를 활용해, 입력된 가분수를 분자와 분모로 나눈 뒤, 몫과 나머지를 계산하여 대분수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초등 수학 ‘분수의 덧셈과 뺄셈’ 단원과 연결해, 가분수를 직접 입력하고 대분수로 바꾸는 과정을 코드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4) 100점이 나오는 영어단어를 찾아라 프로그램

수학은 아니지만, 영어 알파벳의 아스키코드 값을 이용해 단어의 점수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attitude’가 100점이라는 결과를 통해 자세의 중요성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파이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파이썬 활용 사례: 인구 구성이 특이한 행정구역을 찾아라

파이썬을 활용하면 인구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사회 시간에 배운 행정구역과 인구 구성의 특징을 실제 사례를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학이나 병원 등의 시설이 특정 지역의 인구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2) 초등학생 대상 파이썬 수업 사례

현재 초등학생을 포함해 중학생까지도 대부분 블록 코딩 중심의 수업을 받고 있지만, 초등학교 5~6학년부터는 파이썬 수업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 수업에서 학생들은 파이썬을 재미있고 도전적인 도구로 받아들였고, 학습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적절한 주제와 사례를 제공한다면, 파이썬은 초등 수업에서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교사 연수 사례: 초등 수학 파이썬으로 구현하기

교사 연수에서는 파이썬의 기본 문법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와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중요했습니다. 자료형 변환, 리스트 슬라이싱, 문자열 분리 등 기초 개념들이 초등 수학 수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실용적이었고, 연수 참여 교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렇듯 교실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예제가 많아질수록, 파이썬은 교사에게도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파이썬을 교과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배움의 경험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