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둔감한 개발자가 현시대를 살아가는 법
생성형 AI ChatGPT가 등장한 이후, 매년 저를 놀라게 할만한 기술들이 우후죽순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7년 차 백엔드 개발자인 저는 언제나 한발 늦게 트렌드를 좇는 사람이었습니다. 2022년 11월경 ChatGPT가 나왔을 때 잠깐 써보고, “2021년도 데이터가 최신이라고? 아직 멀었네”라는 생각과 함께 여전히 구글 검색을 더 많이 하던 사람이었죠.
그리고 2023년에는 요즘IT에 기고할 기회가 생겨 정보 수집 용도로 사용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제가 2025년에는 돌변하여 AI를 적극 활용하여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2024년에 이어서 2025년도 AI를 활용한 개발이 트렌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코드, 로우코드와 같이 반짝이는 트렌드와는 달리, AI는 2026년 이후에도 개발자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2023년 중순, ChatGPT로 무언가를 개발해 보기로 결심한 저는 코드를 생성하고, 붙여 넣고, 실행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곧 깨달았습니다. AI는 동작하지 않는 코드를 만들어내는, 그저 ‘구린 아이’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인지, 2021년 이전 데이터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무료 버전의 한계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AI와의 첫 개발 경험은 상처만을 남긴 채 잊혀져 갔습니다. (그때 Claude를 알았더라면…)

2024년 11월, 안 좋았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Claude가 코딩에 적합한 AI”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정말 AI와 함께 개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Claude에게 코드를 짜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실행만 하면 없는 메서드를 만들어내던 ChatGPT와 달리, 확실히 코딩에 특화된 LLM은 달랐습니다.
저는 익숙하지 않은 Python으로, 게임 속 원하는 퀘스트만 자동으로 받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당시에는 Cursor나 MCP, Agent 같은 도구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웹 환경에서 Claude와 대화하며 개발을 이어갔습니다. 제한된 Context 길이로 여러 번 세션을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025년 6월, 저는 Claude Code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Cursor로 코드를 생성, 빌드와 실행은 Intellij로 하던 저의 불편함을 앤트로픽은 알아차렸던 걸까요? CLI 기반 코딩 에이전트는 저에게 한 차원 다른, 높은 효율성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Cursor로 알아서 파일을 읽고 쓰는 편안함을 알고 있던 저였지만, 웹에서 일일이 파일을 주고받았던 경험 때문인지 Claude의 성장에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처음 현업에서 Claude Code의 활용은, 작성한 코드를 Clean Code 원칙에 맞는 소스코드로 변환해 달라는, 일종의 리팩토링 용도로 AI를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메서드 단위의 개발에서 피처 단위 개발로 넘어가며,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 프로젝트를 할 때는 거의 전부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DDD 아키텍처에 맞는 프로젝트 구성을 함께 설계하고, 도메인별로 개발을 맡기죠. 소스 코드 생성, 수정, 리뷰, 테스트 코드 작성까지, 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대화를 통해 정의하고, 그에 따라 개발 계획을 세운 뒤 AI가 코드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Plan Mode를 이용하면, 모호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스스로 질의응답을 통해 계획을 구체화합니다. AI가 없을 땐 “어떻게 설계하고, 개발할까?”를 고민하며 인터넷 검색에 온종일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이젠 제가 묻는 말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생긴 듯합니다. 이에 2026년에는 더 명확한 기능 요구사항을 작성할 줄 아는 개발자가, AI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2024년 4월 이직 후 현재까지, 제가 있는 회사는 약 100명 규모의 스타트업입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7년 차라는 경력과 1년 넘게 서비스를 운영하며 쌓은 도메인 이해를 바탕으로 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능 개발이 쌓이다 보니, 초기 백엔드 4명으로 시작했던 팀이 저 혼자 남는 시기를 거쳐 현재는 7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제 전형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마침 Claude Code를 막 도입하던 시기라, 면접에서 지원자분들에게 “AI를 함께 사용해 과제를 진행하셨나요?”라고 물어보곤 했는데, 대부분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중 한 지원자분의 과제를 검토하던 중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소스코드의 모든 로직마다 친절한 번호와 주석이 달려 있는걸 보니, AI가 작성했다는 게 한눈에 보였습니다. 과제의 목적은 Redis나 Database 수준에서 동시성 제어를 어떻게 구현했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드를 보니 Java로 직접 Thread Lock을 구현하고, 트랜잭션 격리 수준을 ISOLATION_SERIALIZABLE로 설정해 두었더군요. “이 정도까지 구현했다고?” 하는 놀라서 해당 소스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분은 웹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었습니다. 데스크톱 앱만 개발해 왔고, 웹은 이번 과제가 처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웹 브라우저와 서버의 통신 구조나, 트랜잭션 개념조차 질문했을 때 대답을 하지 못했죠.
이 상황에 ‘황당함’보다는 AI로 필요한 요구사항을 만들고, 이걸 또 AI가 알아서 다 만든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요구사항 작성도 AI에게 시키고, 개발도 AI에게 시켜야겠다는 것을 말이죠.

회사에서 최근 체감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운영팀의 자동화입니다. 백엔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클라이언트 요청을 처리하기도 바빴고, 정작 내부 운영팀의 불편함은 개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운영팀의 개선 요청은 하나둘 쌓여 갔지만, 에러가 아닌 ‘불편함’ 수준의 이슈라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조용해졌죠.
그런데 회사 워크숍 중 부서별 발표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운영팀 한 분이, 개발팀에서 처리하지 못하던 불편한 업무들을 Claude Code를 활용해 직접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은 파이썬과 셀레니움으로 자동화하고, 데이터베이스 읽기 권한을 드렸더니, 운영팀에 필요한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와 통계 화면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AI는 개발자에게도 강력한 도구지만, 비개발자들에게도 생각만 했던 일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난 이거 못하니까”라는 수동적인 생각이 “AI랑 이거 만들어볼까?”라는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속으로만 생각하다 넘어간 게 수년째입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 내가 저렇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지만, 변하지 않는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니, ‘날로 먹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순화해 말하자면, ‘조금 덜 일하고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변명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진짜로, 일을 조금만 해도 그보다 훨씬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물론 AI에게 명확한 요구사항을 주려면,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막연하고 추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뚜렷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서 작성을 싫어하는 개발자로서 여간 힘든 것이 아니겠지만, 2026년에는 이러한 능력을 쌓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출시까지 모두 AI에게 시키는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시키기만 하면 일을 대신해 주는 속된 말로 “개꿀” 시대가 왔습니다. 유튜브가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AI는 1인 기업 시대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빠른거라는 걸 누구나 알고 계실겁니다.
“너무 소심하고 까다롭게 자신의 행동을 고민하지 말라. 모든 인생은 실험이다. 더 많이 실험할수록 더 나아진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지금 당장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 어제 겪었던 불편함, 떠오르는 어떤 것이든 실험해 봅시다.
여태까지는 기획자가 정의한 서비스 요구사항을 받고, 개발자는 그 내용을 개발로 풀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쳐서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만들어냈죠. 그러나 이제 코드로 해결할 생각에서 벗어나,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을 작성하듯, 개발자는 AI에게 요구사항을 작성하는 제2의 기획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C, Java, Python, JavaScript 등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연어로 개발하는 시대가 진짜 와버렸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코드를 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명확하게 생각하고 명령하느냐입니다. AI는 개발자의 손을 대신하지만, 생각까지 대신해 주진 않으니까요.
따라서 앞으로의 개발자는 ‘생각을 구현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설계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표현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것이 바로 2025년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변화의 방향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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