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리오랩(매니패스트)’이 제작하고, 요즘IT가 기업 제휴 콘텐츠로 소개합니다.
혹시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하고 계신가요? 혹은, SI를 운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혹시, 이번 달 돈을 받지 못한 공짜 노동은 몇 시간 정도 하셨는지 계산해 보셨나요?
저는 가끔 프리랜서 일을 하는 부업으로 친구들을 만나는데,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번 주말에 한 5시간 투자해서 거의 오십만 원 받았잖아. 요즘 외주 일 꽤 쏠쏠해.” 프리랜서로 부수적인 수입을 얻는다는 것은 직장인들에게는 아주 멋진 일입니다. 단 몇십, 몇백만 원에 불과하더라도 그런 부수입은 우리들을 아주 행복하게 만들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외주 일을 하든, 부업으로 외주 일을 하든 외주 업무의 현실은 비청구시간 (Non-Billable Hours)과의 끝없는 싸움입니다.
외주 업무를 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시나리오를 복기해 봅시다. 열심히 클라이언트를 찾아다니고, 운 좋게 구한 예비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성사됩니다! 두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미팅하며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듣습니다. 집에 돌아와 세 시간을 들여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분석하여 제품의 핵심 기능을 도출합니다. 이 기능은 어떻게 구현하고, 저 기능은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혼자만의 회의를 거칩니다. 다시 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견적서를 작성해 발송합니다. 이 정도면 클라이언트가 받아들일까? 이 정도면 내가 (혹은 우리 팀원들이) 일했을 때 손해는 아닐까? 여기까지 총 6시간. 나의 시급을 5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30만 원어치의 노동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정중한 메일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클라이언트는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6시간의 노동은 비청구시간, 즉 순손실로 잡힙니다. 혹시 클라이언트와 계약하게 되더라도, 5시간 만에 번 줄 알았던 내 수입은 사실 11시간이 투입된 수입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최신 기술 스택을 마스터하고 AI로 코딩 시간을 50% 단축해도, 그것만으로는 영업 단계의 이 비청구시간을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해외 프리랜서 전문 매체 프리랜서 인포머(Freelance Informer)의 분석에 따르면, 많은 프리랜서가 업무 시간의 약 30%를 고객 확보, 행정, 제안서 작성 등 청구 불가능한 활동에 쏟고 있습니다. 이는 프리랜서가 실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약 30%가량 적은 수입을 얻고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고질적인 공짜 노동 시간을 유료 계약으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기, 바로 명료한 기획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만일 외주 업무를 하시는 분이라면, 혹은 부업으로 외주 업무를 시도하려고 생각하셨던 분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왜 수주에 실패할까요? 수많은 클라이언트 미팅이 왜 계약으로 이어지는 데 실패하는 걸까요? 우리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클라이언트는 IT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들은 보통 특정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그 제품이 어떤 방식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느낌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개발자가 제대로 만들어오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거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습니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면 계약은 성사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SI를 운영하고 많은 프리랜서들을 고용하기도 하면서, 클라이언트와 미팅하는 개발자/PM들에게서 세 가지 유형을 관찰했습니다.

- 클라이언트: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 특정 직업인들만 쓰는 거죠."
- 개발자: "아, 네. 가능합니다. 프론트엔드는 React Native로 하고, 백엔드는 Node.js와 Express, DB는 MySQL 할거구요... 예상 비용은..." (기술 설명)
- 클라이언트 속마음: "무슨 말이지? 이게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맞긴 맞나? 이렇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하나?" (불안감 상승) → 계약 포기.
코더 유형은 기술로만 소통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결과인데도 말입니다.
- 클라이언트: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 특정 직업인들만 쓰는 거죠."
- PM: "물론 가능합니다! 릴스 기능은 기본으로 넣을 수 있고, DM 기능에 AI 챗봇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과업 기간은 이 정도로 산정할 거구요." (과잉 약속)
- 클라이언트 속마음: "말은 청산유수인데... 저걸 다 하는데 이 견적이 맞나?" (의심 상승) → 계약 포기.
영업사원 유형은 언제나 예스를 남발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빠져있는 예스는 오히려 고객의 의심만 살 뿐입니다.
- 클라이언트: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 특정 직업인들만 쓰는 거죠."
- 개발자/PM: "네, 알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기능이 정말 많은데요. 혹시 대표님이 가장 구현하고 싶은 핵심 기능, 딱 하나만 꼽자면 무엇일까요? 1) 사진 공유 피드, 2) 릴스 같은 숏폼, 3) DM 기능 중 어떤 것인가요?" (기획 질문)
- 클라이언트 속마음: "아, 이 사람은 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고 노력하네." (1차 신뢰)
- 개발자/PM: "만약 사진 공유 피드가 핵심이라면, 유저는 가입하자마자 어떤 화면을 보게 될까요? 다른 사람의 사진일까요, 아니면 사진을 올리는 버튼일까요? 혹시 생각해 두신 게 없다면, 제 생각에는 다른 사람의 사진부터 올리고 그 다음 화면을 업로드 버튼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심층 질문 및 전문적 견해 피력)
- 클라이언트 속마음: "아, 내 아이디어가 아직 모호했었구나. 이런 게 다 필요한 거였네. 이 사람이랑 일하면 되겠다." (신뢰감 상승) → 계약.
고객은 기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의 해결책을 삽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갈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삽니다. 기획 역량은 이 단계에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심어주는 가장 강력한 영업 역량입니다.

저희가 제안하는, 파트너형 개발자가 되어 고객 수주율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도구는 바로 간단한 기획서입니다. 상담 단계는 개발 단계가 아니라 영업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고객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견적서 외에도 추가적인 분명한 결과물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희는 이 결과물을 보통 간단한 기획서를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간단한 기획서란, 당연히 모든 화면을 정의하고 상세 정책을 설명하는 80페이지짜리 두꺼운 기획서가 아닙니다. 미팅 내용을 바탕으로 개발자가 클라이언트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구체화했는지 보여주는 핵심 요약본입니다. 이 문서는 빠르면 미팅 후 24시간 이내, 늦어도 48시간 이내에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간단한 기획서에는 진짜 기획서처럼 모든 내용이 다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는 계약 성사 전에 제출하는 기획서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내용만을 포함하여 작성합니다.
1. 프로젝트 정의 (PRD): 우리가 만들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프로젝트의 북극성입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앱"이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20대에서 40대 부동산 중개인들을 타겟으로, 사진을 바탕으로 동네 소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처럼 명확하게 하는 거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이렇게 명확하게 정리함으로써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핵심 기능 명세서 (MVP):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가?
최종 제품에 포함될 모든 기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 고객과의 미팅에서 고객이 언급한 핵심 기능들과, 그리고 몇 가지 제안들을 포함하면 좋습니다. 저희는 보통 이 단계에서 MoSCoW 기법을 참고합니다.
이 분류만으로도 고객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3. 정보 구조도 (IA): 어떻게 작동하는가?

Figma나 Sketch로 거창한 와이어 프레임을 그릴 필요 없습니다. 고객은 그 화면이 예쁜지 아닌지에만 집중하게 되어 본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대신, 간단한 텍스트를 이용해 메뉴 구조와 사용자의 핵심 동선을 보여줍니다.
1. 홈 (피드 목록)
1-1. 피드 상세 (댓글)
2. 업로드
3. 검색(해시태그)
4. 마이페이지
4-1. 내가 쓴 글
4-2. 설정
이것만으로도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의뢰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받게 될 결과를 훨씬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객이 그 결과를 상상하게 했다면, 계약은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
4. 기능 기반 개략 견적(The How Much): 그래서 얼마인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총 2,000만 원"이라는 총액 견적(Lump Sum)은 고객에게 블랙박스처럼 느껴집니다. 대신, 2번에서 정의한 핵심 기능을 기반으로 견적을 제시합니다.
이 1페이지 기획서를 견적서와 함께 보내야 합니다. 이 문서는 클라이언트에게 "나는 당신의 아이디어를 이만큼 구체화했다"는 강력한 증거이자, 당신이 코더가 아닌 파트너라는 증명입니다. 이 문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프리랜서 개발자의 비청구시간을 줄이고 수주율을 높이는 핵심 역량입니다.
이렇게 명료한 기획서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기획력은 단지 수주율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도 개발자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3가지 강력한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기획서는 견적의 근거가 되어 신뢰를 줍니다. 클라이언트는 더 이상 뜬구름 잡는 비용이 아니라, 기능 단위로 명확하게 예산을 조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개발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가격 할인을 막아줍니다.
프로젝트 관리의 가장 큰 재앙은 스코프 크립(Scope Creep), 즉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 요구사항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협회(PMI)의 2021년 보고서(Pulse of the Profession)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34%가 스코프 크립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SI에서 일해보시거나 프리랜서로 일해보신 분이라면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마주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만드는 일이죠.

가장 간단한 예시로,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일 때, 클라이언트의 슬랙이 오는 거죠. "아, K님. 저희 내부에서 논의하다가 결정된 건데, 제품 마케팅 방안으로 추천인 제도가 결정됐거든요. 혹시 회원가입할 때 추천인 코드도 입력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간단한 수정 같은데."
이렇듯 업무의 시작부터 명료하게 작성한 기획서는 프로젝트의 범위를 지키는 명확한 스코프 쉴드(Scope Shield)이자 프로젝트의 기준이 됩니다. 감정적인 거절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기반한 비즈니스 협의가 가능해집니다.
명료한 기획으로 소통하고 약속한 범위 내에서 퀄리티를 지키는 개발자는 단순 용역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격상됩니다. 클라이언트는 "이 사람과는 말이 통한다", "이 사람은 내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해 준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개발자는 자연스럽게 이 고객으로부터 다음 프로젝트를 맡게 되거나, 유지보수 및 추가 작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프리랜서의 가장 큰 고민인 수입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고객 한 명의 생애 가치(LTV)가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GitHub Copilot, Claude 같은 AI 코딩 툴이 코딩 자체의 장벽을 크게 낮추었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입니다.McKinsey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생산성을 과거의 어떤 발전보다 크게 향상시켜, 개발자 생산성을 35%에서 4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코딩 속도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AI는 매우 빠르고 유능하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유능한 인턴과 같습니다.
미래의 프리랜서 개발자, 혹은 외주사의 몸값(시급)은 얼마나 빨리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기획하느냐"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기획력이 AI에게 줄 수 있는 프롬프트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7시간짜리 공짜 노동을 700만 원짜리 유료 계약으로 바꾸는 힘은, 화려한 코딩 스킬이 아닌 명료한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거나 SI를 운영하고 계시다면, 혹은 부업으로 외주 일을 맡아볼까 생각하고 계시다면, 어떻게 나의 기획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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