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내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셨을 텐데요.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바쁘고, 이미 본업만으로도 벅찬데 ‘언제 내 걸 만들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AI의 등장으로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기획부터 개발, 운영까지 혼자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IT에서 ‘부업’ 주제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만난 김우영 개발자 역시, 처음엔 ‘내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부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긴 거죠. 그 시작 덕분에 지금은 론칭 6개월 만에 유료 사용자가 100명을 돌파했고, 신규 사용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본업은 개발자로 일하면서, 퇴근 후엔 자신만의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는 김우영 개발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봤습니다.
*이번 글은 '250915 요즘IT 주제 회의 공유의 건', 여러분의 선택은?에서 독자 여러분의 투표로 선정된 ‘부업’ 주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Shotomatic’이라는 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는 김우영입니다. 본업은 스타트업에서 5년 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했어요. 구매한 eBook을 ChatGPT에 넣고 읽고 싶었거든요. 요즘은 텍스트를 읽을 때 AI의 도움을 자주 받는데, eBook 형태에서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PDF나 이미지는 간단히 첨부할 수 있지만, eBook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책을 읽다가 해설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한 장 한 장 스크린샷을 찍어 ChatGPT에 넣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생각했죠. ‘음, 이거 자동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만들고 나니 ‘이거, 팔아봐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조금 더 다듬어 제품 형태로 출시하게 됐죠. 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AI의 힘을 빌린 게 컸어요. 마침 AI 코딩 도구들이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라,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품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팀원을 따로 모을 필요도 없었고요. 사실 누구든 AI 도구에 조금만 익숙하다면, MVP(최소 기능 제품) 정도는 금세 만들어볼 수 있어요. 운 좋게도 저는 개발자라, 이런 도구들에 익숙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개발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제품을 만드는 건 제 직업이 개발자이기도 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운 좋게 초기 반응도 좋았고요. 그런데 진짜 어려움은 그 다음이고, 제품을 만드는 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고객 응대부터 버그 픽스, 제품 개선까지 모두 혼자서 해야 했거든요. 여기에 제품 홍보도 직접 해야 하고, 로드맵 설계까지 챙기려니 일이 끊이지 않았죠.
어느 순간부터는 개발이 전체 할 일의 10%도 되지 않았어요. 또 ‘퇴근 후’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이 모든 일을 욱여넣다 보니, 잠도 줄이고 운동도 못 가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죠. 이런 상황이 좀 버거웠지만, 그래도 제 서비스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저도 적절한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정말 어려웠죠. 우선 비슷한 계열의 앱들이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를 조사했어요. 예를 들어, Xnapper나 Snagit 같은 스크린샷용 앱들이죠. 시중 도구들의 가격대를 살펴보니, 한 번 구매(one-time purchase) 형태의 제품들은 대체로 20~50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ChatGPT의 딥 리서치 기능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어서 그 언저리에서 가격을 정했어요. 물론 아직도 적정한 가격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좀 더 공부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SNS와 이메일을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받았어요. 레딧(Reddit)에 게시물을 올리고 댓글로 의견을 받은 뒤, 그 피드백을 반영해 다시 답글을 달곤 했죠. 또 이메일로도 사용자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새 구매자분들께는 “어떤 이유로 Shotomatic을 구매하셨는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시는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은 답이 없지만, 흔쾌히 응답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죠. 그런 분들과는 몇 달 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내 제품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지길 바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분은 “이 기능의 이 부분만 조금 개선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밤에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개발을 시작해서, 몇 시간 만에 수정해 배포하고 답장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너무 고맙다”는 답과 함께 결제까지 하시더라고요. 정말 짜릿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죠.

솔직히 이건 방법이 있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레딧에 올렸던 홍보 게시글이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거든요. 조회수가 5만 회를 넘고, 댓글도 백여 개가 달렸어요. 그중 10명이 넘는 분이 실제로 라이선스를 구매하셨고요. 아무래도 그 초반 반응이 저에겐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그때의 재미와 에너지가 계속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그 반응이 없었더라면, 아마 일찍 접고 다른 걸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홍보할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저곳 꾸준히 올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단순히 노출이 많다고 해서 꼭 구매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전에는 머리로만 알고 있던걸, 이번에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고 할까요? 결국 서비스의 타깃 고객이 아니라면, 아무리 바이럴이 되어도 구매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링크드인에서 제 게시물에 반응해 주시고 홈페이지를 방문하신 분들은 대부분 Shotomatic 자체보다는 ‘1인 개발’, ‘부업’ 같은 키워드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Shotomatic을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무래도 처음 구매가 일어났던 곳이 레딧이었기 때문에, ‘여기를 좀 더 파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기능을 추가하거나 제품을 개선할 때마다 홍보글을 꾸준히 올렸죠.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커뮤니티 가이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밴을 당하기도 하고, 게시글이 삭제되기도 했죠. 그러면서 어떤 글을, 어느 서브레딧에, 어떤 방식으로 올려야 하는지 나름 감을 잡게 됐어요. 방법과 장소만 잘 찾으면 조회수 몇천 정도는 비교적 쉽게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또 ChatGPT, Claude, Gemini가 제공하는 딥 리서치 기능을 활용해 조사해 보니, Lifetime Deal만을 취급하는 SNS 그룹이나 커뮤니티들이 있더라고요. 그중 규모가 큰 곳 몇 군데를 골라 관리자에게 직접 DM과 이메일을 보냈어요. ‘홍보해도 괜찮을까요?’ 하고요. 몇 군데에서 허락을 받아 게시했는데, 그 주에만 수십 명의 신규 고객이 생겼습니다.
영어권 사용자가 제 주요 타깃이었기 때문에, X(구 트위터)에도 꾸준히 제품 관련 글을 영어로 올렸어요. 마침 ‘빌드 인 퍼블릭(Build in Public)’, 즉 제품을 만들면서 겪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유행이었거든요. Levels, Tony, Danny 등 해외 개발자들이 그 방식을 통해 오디언스를 모으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X에서도 꽤 많은 고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AI를 사용하는 방식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마침 ChatGPT, Claude, Gemini 등 시중의 다양한 AI 툴들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써보고 있었거든요.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결국 깨달은 건, 돌고 돌아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게 핵심’이라는 점이었어요. AI 도구를 다양하게 쓰다 보니, 자주 사용하는 프롬프트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는 앱을 직접 만들고, 프롬프트를 잘 관리하면서 업무 효율화를 높였죠.
또 가능한 한 제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할 일은 많지만요.) 예를 들어, CS는 이메일로만 받습니다. 채널이 많아지면 감당이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이메일은 그래도 질문과 답변 사이에 어느 정도의 텀이 있을 거라고 서로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결제 관리는 Lemonsqueezy처럼 이미 잘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 제약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루틴을 따로 만들 여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AI 도구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고,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챗봇형 도구부터 Codex, Claude Code 같은 에이전틱 코딩 툴까지 모두 사용했어요.
또 이미 AI 도구를 잘 활용하고 있는 분들의 사례를 참고해, 저만의 작업 방식을 만들었죠. 예를 들어, 린트나 타입 체크 툴, 테스트 코드를 통해 하드 리밋(hard limit)을 주고, 피드백 루프를 단축해 소프트 리밋(soft limit)을 설정하는 식으로요. 결국 ‘그때그때 닥치는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방법을 익혀갔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이동 중에도 개발을 해보자’는 생각에, 모바일로 PC에 원격 접속해 AI에게 코드를 작성하게 하기도 했죠.
결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인데요. 정지 상태의 물체를 처음 움직이는 게 가장 어렵잖아요. 그 고비만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그저 돌을 굴리는 일처럼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몇 년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수익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어요. 아이디어 노트엔 수십 개의 메모가 쌓여 있었지만, “언젠가 해야지”, “지금은 아니야”, “좀 더 준비되면 하자” 같은 생각만 반복했죠. 두려움도 있었고, 너무 무겁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건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고, 그 순간 눈 딱 감고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 런칭했을 때는 버그가 많았어요. 어떤 유저는 앱이 켜지지도 않는다고 했죠. 그런데도 누군가 결제를 했고, “고쳐줄 수 있나요?”라는 이메일을 보내주셨어요. 바로 문제를 해결해 배포했더니, 그분이 “꼭 필요한 툴이었다”고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구나. 중요한 건 시작이구나.’ 그 짜릿했던 경험이 이후의 모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완벽함보다 실행을 하자는 쪽으로 바뀌었죠.
저는 부업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고, 시장을 계속 주시해 온 것도 아니라서 뭔가 자신 있게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저 우연히 출시한 제품이 조금의 관심을 받은 경우랄까요. 다만 제가 Shotomatic을 직접 만들어보며 느낀 건, 혼자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점이에요. 물론 AI의 발전 덕분이죠.
개발자는 그 어떤 직군보다 이 흐름을 빠르게 탈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1인 개발자가 훨씬 많아질 거고, 더 많은 분들이 독립을 꿈꾸며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도전하게 될 것 같아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겠지만요. 그래도 저는 걱정보다 기대가 큽니다. 아이디어가 파고들 틈은 여전히 많고, 개인에게 열려 있는 시장의 기회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AI가 우리에게 준 ‘속도’를 무기로 삼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도전해 볼만한 게임’이 되지 않을까요?
아직 서비스 운영에 대해 특별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계속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조금 더 다양한 채널에 제품을 홍보하고,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꾸준히 개선해 보려고요. 아직 백로그에 쌓아둔 태스크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거든요.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또 새로운 게 만들어져 있겠죠?
그 외에도 만들어보고 싶은 게 정말 많습니다. Shotomatic을 통해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된다’는 걸 체감했으니, 앞으로는 더 다양하게, 이것저것 만들어보려 합니다. 얼마 전에는 ‘Promptlight’라는, 프롬프트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macOS용 앱을 만들었어요. 기획부터 런칭까지 일주일밖에 안 걸렸고, 벌써 첫 구매도 일어났습니다. 이 서비스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소개해 보고 싶어요.

너무 많은 걸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개발자는 자신의 전문성이 오히려 제약이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려면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만들어야 하고…’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시작조차 못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문득 ‘이걸 만들어야겠다’는 강한 충동이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는 너무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그냥 해보는 게 맞아요. ‘이거 지금 너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게 바로 출발 신호입니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정말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꼭 도전해 보시길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죠. 김우영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는데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누구든 고민하고 계획하느라 망설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용기를 잃거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때도 있죠.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하면, 어떤 길이든 조금씩 열리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시작 앞에서 망설이고 계신가요? 그 고민을 끝내고,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도 바로 자신뿐이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김소희 에디터 sohee@wish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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