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술만 배우면 평생 써먹을 수 있다.” 2015년, 첫 회사에 입사했을 때 선배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무조건 제이쿼리(jQuery)부터 공부해. 그거 못하면 개발자 생활 못 한다.”라는 말대로, 저는 야근을 하며 제이쿼리를 붙잡고 연습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제이쿼리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국민 기술’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프레임워크들이 등장하면서 조용히 뒤로 밀려났죠. 이 경험은 제게 “정말 영원히 쓰일 기술은 없는 걸까?”라는 큰 깨달음을 줬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지난 20년간의 기술 변화를 되짚어보며, 한때 뜨겁게 쓰이다가 사라진 기술과 여전히 살아남은 기술들, 그리고 AI 시대에 달라진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보다 윗세대 개발자분들이라면 플래시(Flash)를 기억하실 텐데요. 음악이 자동 재생되고, 버튼마다 반짝이는 효과가 들어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래시는 2020년 12월 31일 공식 지원 종료와 함께, 주요 브라우저에서 실행 자체가 차단되며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보안과 모바일 미지원이 결정타였죠. 그리고 2021년 1월 12일부터는 실행이 완전히 중단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사례는 앞서 말한 제이쿼리(jQuery)였습니다. 입사 첫날, “HTML/CSS도 중요하지만, 우선 jQuery부터 배워라.”라는 말을 들었죠. 당시만 해도 채용공고 곳곳에서 ‘jQuery 가능자’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ECMAScript의 발전과 모듈 생태계의 성숙, 그리고 리액트(React)·뷰(Vue) 같은 구성 요소 단위(UI 컴포넌트) 모델이 자리 잡으면서, 신규 프로젝트에서 제이쿼리의 존재감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2024~2025년 Stack Overflow 설문을 보면, 프런트엔드의 주요 관심사가 이미 React와 Next.js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죠.
이제 신규 프로젝트에서 제이쿼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아직도 쓰세요?”라는 농담 섞인 질문을 들을 정도죠. 이렇게 몇 년 전만 해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던 기술이, 불과 5~6년 만에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부트스트랩(Bootstrap)입니다. 반응형 웹의 대명사로 불리며, 수많은 사이트를 빠르게 만들 수 있게 해줬죠. “버튼 디자인은 그냥 Bootstrap 버튼을 쓰자”라는 말이 불문율처럼 통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테일윈드 CSS(Tailwind CSS)처럼 더 유연하고 커스터마이징이 쉬운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기술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는 사실입니다. 사라지는 이유는 보안 문제(Flash), 언어 자체의 진화(jQuery), 사용자 요구 변화(Bootstrap)처럼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죠.
현재 웹 프론트엔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레임워크는 단연 리액트(React)와 뷰(Vue)입니다. 저 역시 자주 사용하는 터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제 리액트 없이는 개발 못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과거에 제이쿼리도 그랬습니다. 그때도 “이건 표준이다,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리액트와 뷰는 다를까요?
프레임워크는 늘 순환합니다.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철학을 가진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 이전 세대의 기술은 서서히 뒤로 밀려납니다. 개발 생태계는 언제나 ‘대체와 혁신’의 사이클을 반복하기 때문이죠. 독자분들께도 묻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React만 잘하면 10년은 간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기술은 언젠가는 교체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대교체가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있습니다. 바로 HTML, CSS, JavaScript입니다. 이들은 웹을 구성하는 기본 뼈대이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프레임워크의 바탕이 되고 있죠.
1) HTML은 구조를 담당합니다
HTML은 웹페이지를 열었을 때 제목이 어디에 있고, 본문이 어떻게 이어지며, 이미지와 링크가 어떤 관계를 맺는지 틀을 짜는 역할을 합니다. 이 원리는 1990년대 웹이 막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재는 시맨틱 태그와 접근성 같은 개념이 더해져, 단순히 화면에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검색 엔진과 보조기기까지 고려하는 언어로 발전했습니다.
2) CSS는 표현을 담당합니다
CSS는글자 크기와 색상, 버튼의 모양, 화면의 배치를 결정하는 언어인데요. 1996년 초창기에는 단순히 디자인을 HTML에서 분리한다는 목적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크 모드, 반응형 레이아웃, CSS 그리드 같은 기능이 추가되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반드시 다뤄야 하는 언어가 됐습니다. Bootstrap이나 Tailwind 같은 도구도, 결국 CSS 위에서 만들어진 보조 도구입니다.
3) JavaScript는 동작을 맡습니다
JavaScript는 버튼을 클릭할 때 알림창이 뜨거나, 새로운 데이터를 불러오는 것처럼 웹을 ‘살아 있게’ 만드는 언어입니다. 2000년대 중반 AJAX가 등장하면서, 웹이 단순한 문서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됐고, 이후 Node.js를 통해 서버 영역까지 영향력을 넓혔습니다. 현재는 매년 ECMAScript 사양이 개정되면서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HTML, CSS, JavaScript는 웹 개발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React, Vue 같은 최신 프레임워크도 결국 HTML, CSS, JavaScript를 더 편리하게 쓰기 위해 등장한 추상화 계층일 뿐이죠. 저 역시 Vue에서 React로 넘어갈 때 느낀 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원리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에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유행하는 프레임워크를 얼마나 빨리 익히냐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기본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가 개발자의 진짜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DOM 구조, 렌더링 방식, 이벤트 루프 등과 같은 기초를 탄탄히 다져두면, 어떤 프레임워크가 등장하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기술이 사라져도, 여러분의 커리어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기술은 사라졌지만, 어떤 기술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이러한 기술의 생존과 소멸에는 분명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 차이를 더 명확히 보기 위해, 기술이 살아남는 이유와 사라지는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
기술의 유행은 옷과 같습니다. 여름에는 반팔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코트가 필요하듯, 시대마다 주류 기술이 달라집니다. React 18이든 Vue 3이든, 결국은 HTML·CSS·JavaScript 위에 얹힌 옷일 뿐이죠.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그 옷을 입을 수 있는 몸입니다.
AI의 시대라고 해서 이 기본 원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특정 기술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재생산하면서, 생태계를 더욱 정착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1️⃣ 기초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 HTML, CSS, JavaScript와 같은 기반 지식
2️⃣ AI가 주로 다루는 중심 기술의 숙련: React, Vue, Tailwind, Python 생태계 등
이 두 가지를 갖추고 있다면, 유행이 바뀌어도 두렵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 기술 흐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제 AI가 만든 새로운 국면을 짚어볼 차례입니다.
챗지피티(ChatGPT)의 등장은 기술 생태계에 전혀 다른 관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시대를 넘어, AI와 함께 개발하는 시대에 들어섰죠. 대표적인 예시가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이죠. 이 도구는 공개 저장소의 코드를 학습한 모델을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대시보드 만들어줘”라고 하면, 모델은 데이터상에서 가장 빈번하고 안전한 패턴을 우선 제안합니다.
그 결과, React + Next.js + Tailwind와 같은 디폴트 조합이 더 자주 등장하고, 이렇게 생성된 코드가 다시 저장소로 축적되며 패턴이 강화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Copilot의 훈련 데이터 설명을 살펴보면, 실제로 공개 저장소의 코드가 학습에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제는 매년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쏟아지기보다는, 이미 자리 잡은 주류 스택이 점점 더 개선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교체되는 대신, 기존 생태계가 고도화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자주 사용되는 스택일수록 AI가 더 자주 그 코드를 생성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코드가 다시 학습 데이터로 들어가면서, 특정 조합이 더욱 굳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2025년 Stack Overflow 설문에 따르면, 파이썬(Python)의 채택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AI·데이터·백엔드가 맞물리는 영역에서, 다시 한번 파이썬 중심의 생산성이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혹시 지금 어떤 기술을 배워야 할지 고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내가 배우려는 이 기술은 AI도 꾸준히 학습하는 기술일까? 그리고 나는 이 근본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까?”
이 두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커리어는 10년, 20년 후에도 굳건히 이어질 거라 믿습니다. 결국 변하지 않는 진실은 하나입니다. ‘기초가 단단한 개발자는 어떤 시대에도 살아남는다’는 점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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