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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발표한 ‘State of the Markets Report 2025’ 보고서를 정리하여, 2025년 AI 기업의 흐름과 혁신 경제 전반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AI 열풍이 이어지면서 “과연 지금 현상은 거품인가, 아닌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SVB가 보고서에서 짚어낸 2025년 혁신 경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AI 논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보고서 집필에는 SVB 상업은행장인 마크 카디외(Marc Cadieux), 투자자 커버리지 책임자인 마크 갤러거(Mark Gallagher)가 주요 저자로 참여했으며, SVB 마켓 인사이트 팀이 자체 데이터와 전문 지식을 더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의 혁신 경제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동력이 한쪽에서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죠.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생성형 AI(Generative AI)’에 대한 평가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등장한 혁신 도구 중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일 수 있으며, 앞으로는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할 거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AI는 여전히 미국 벤처 캐피탈(VC) 투자의 중심에 있기도 하고요.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투자된 VC 자금 중 58%가 AI에 쓰였고, 거래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의 36%를 차지했죠.
하지만 이 열풍이 단순히 낙관적인 그림만 보여주는 것은 아닌데요. AI 중심의 투자는 벤처 캐피탈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진화하는 과정, 그리고 시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조정되는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새로운 균형에 도달했지만, 전체 성장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AI는 지금 벤처 캐피탈(VC) 투자 규모를 역사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OpenAI 딜 같은 전례 없는 초대형 펀딩(unprecedented fundings)이 있었죠. 이런 거래가 VC 투자 총액을 크게 끌어올린 주요 요인입니다. 실제로 VC 투자금의 거의 3분의 2가 5억 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에 들어가고 있고요. 이런 거대한 거래 증가는 사실상 ‘대규모 AI 딜’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투자 단계 전반에 걸쳐서도 꽤 큰 가치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Series D 단계의 AI 기업 가치는 비(非)AI 기업보다 무려 85% 더 높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AI 카테고리 기업들은 이전 세대 SaaS 스타트업에 비해 매출 성장률이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빠르게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야말로 전례 없는 성장세라는 거죠.
높은 가치 평가에도 불구하고, AI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효율성이 낮은 편인데요. 자본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더 많은 돈을 쓰고도 효율은 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번 레이트(burn rate, 기업이 현금을 태우듯 소비하는 속도)가 높다는 얘기죠.
예를 들어, 중앙값 기준 Series C 단계의 AI 기업은 새로운 매출 1달러를 벌기 위해 약 3.10달러를 쓰고 있는데요. 같은 단계의 비(非)AI 기업은 2.50달러 정도를 지출하니, 확실히 차이가 있죠. 일부 투자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AI 시장은 워낙 새롭기 때문에 선점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 그래서 높은 번 멀티플(multiple, 기업가치 대비 투자 배수)이 정당화된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 상황은 “거의 확실하게 거품”이라는 거예요. 현재의 가치 평가는 합리성을 벗어나기 시작했고요, 실제 기업 성장 속도로는 도저히 맞추기 힘든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더 큰 위험은 AI 생태계 구조에 있는데요. 비교적 소수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수많은 VC 지원 기업의 기반을 이루고 있고, 그 LLM의 고객들조차 VC 자금을 받은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러다 보니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한 위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지금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 환경이 훨씬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다음 단계 투자 라운드로 넘어가는 비율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고요. 라운드 간격도 길어지면서, 중앙값 기준으로시드(Seed)에서 시리즈 D(Series D)까지 가는 데 무려 10년이 걸릴 걸로 예상됩니다. 이는 2022년보다 45%나 늘어난 수치죠.
물론 성장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VC 지원 기술 기업의 75%가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중 63%는 수익성이 있거나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엔 뒷면도 있죠. 성장률을 낮추는 대신 수익성을 끌어올린 결과라는 겁니다.
투자자들도 훨씬 깐깐해졌습니다. 단순히 비전만 보고 투자하기보다, 실제 매출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Series C 단계에서 상위 25% 안에 들려면 2025년 기준 매출이 4,500만 달러(한화 약 627억 원)는 되어야 합니다. 불과 2023년과 비교해도 65%나 높은 기준이죠.
AI가 대규모로 일자리를 없앨 거라는 주장은 점점 힘을 잃고 있는데요. 실제로 ChatGPT 출시 이후를 보면, 기술 업계의 해고 건수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대신 AI는 창업자들에게 더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죠. 예를 들어, 2024~2025년에 시드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은 불과 몇 년 전보다 평균 인원이 4명 더 적은 상태에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출구 시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IPO 시장이 아주 활발하진 않지만, 최소한 문이 다시 열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10개의 기술 기업이 상장을 했죠. 다만 2024~2025년에 나온 IPO 가운데 7개는 다운 라운드였다는 점에서 아직은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M&A 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7년 중 가장 높은 출구 비율을 기록했는데요, 문제는 거래의 90%가 비공개라 매도자에게는 불리한 조건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AI 인재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M&A 대신 인재 인수(acquihire) 방식이 늘어나고 있어요.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해 사내 개발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려는 전략이죠.
여기에 미국 기술 산업은 여전히 해외 인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유니콘 100개 중 최소 59개가 해외 출신 창업가가 세운 회사예요. 이들이 만들어낸 기업 가치는 무려 1.5조 달러(한화 약 2,000조)이상에 달합니다.
벤처 산업은 이제 예전처럼 소규모로 운영되는 업계(cottage industry)가 아니게 됐는데요. 지금은 사모 시장과 기술 혁신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VC 펀드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죠. 덕분에 벤처, 사모 펀드(PE), 심지어 사모 대출(private debt)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VC 산업은 점점 더 PE와 닮아가고 있는데요.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확장이 일반화되면서, VC도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대형 자본 시장 플레이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VC 자금 조달의 36% 이상이 10억 달러가 넘는 메가 펀드로 흘러가고 있고요. 이 거대한 플랫폼들이 사실상 VC 산업의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VC 펀딩은 2024년 대비 21%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수준은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관세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하고 있죠. 실제로 지난 6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2.7%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죠. 계속되는 적자 우려와 불확실한 물가 상황 때문에,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장기 투자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장기 자본이 눈에 띄게 저렴해지기는 쉽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혁신 경제를 보면, 상황이 다소 이중적입니다. 한쪽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FOMO(놓칠까 봐 두려운 심리)가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고요. 다른 한쪽에서는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여전히 냉소적인 ‘VC Vibecession(투자는 이어지지만 체감 경기는 침체된 상태)’ 상태에 머물러 있죠. VC 투자 총액은 AI 메가 딜 덕분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합리성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VC 산업도 변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제도화되는 동시에, 스타트업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죠. 이제는 수익성과 매출 규모 모두 더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SVB 상업은행장 마크 카디외(Marc Cadieux)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의 고평가와 거품 논쟁 속에서 상당수 기업은 결국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가장 뛰어난 기업들은 이 손실을 만회할 만큼 거대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결국 VC 투자자들은 ‘최고의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간다’라는 믿음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새로운 발명이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낳으면서, 혁신의 플라이휠은 앞으로도 계속 돌아갈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이겁니다. 과연 이 거대한 플라이휠이 멈추기 전에, 우리는 어떤 위치에서 혁신의 흐름을 타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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