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도 혹시 캘린더에 빼곡히 들어찬 회의를 보며 절망한 적이 있나요? 게다가 3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의 결론이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자”였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회의의 늪에 빠지곤 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는 회의 시간을 줄이고, 아젠다를 분명히 하며, 결론을 꼭 도출하는 효율적인 회의를 만들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회의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혼자서는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결정들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 스택을 고르거나, 마케팅 예산을 나누고,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는 여러 시각이 필요하고, 다양한 경험이 모여야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만약 실제 회의를 하기 전에 다수의 전문가들이 이미 3시간 동안 격렬한 토론을 벌여, 핵심 쟁점과 구체적인 대안을 정리해 둔다면요? 그리고 그 과정이 단 10분 만에 끝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 회의를 참관하면서 결론을 얻는 동시에, 토론 과정에서 다양한 인사이트까지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이번 글에서 제시할 ‘AI 회의 시뮬레이션’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실제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이기 전에 다양한 관점을 가진 가상의 전문가들이 충분한 토론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실제 회의에서 소모될 시간과 에너지를 AI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할 수 있고, 훨씬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집니다.
처음에는 단순했습니다. "AI야, React와 Vue 중 뭐가 좋을까?", “OO 기능을 하는 함수 이름을 뭘로 지을까?”라고 물어보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AI의 답변은 뻔했습니다. 교과서적이고 균형 잡혔지만, 현실의 복잡함을 반영하지 못했죠.
“반대 의견도 듣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요청해 봤습니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마치 한 사람이 억지로 양쪽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관점은 어떤 걸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봤습니다. 성능을 중시하는 사람, UX를 우선하는 사람,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사람처럼 각기 다른 가치관으로 같은 문제를 바라보게 한 것이죠. 그렇게 하면 훨씬 입체적인 답변이 나오길 기대했습니다.
사실 이 전문가들의 이름은 IT 업계의 유명인들을 따왔고, 그들의 성향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성향을 완전히 알 수는 없으니, 제가 ‘이런 성향의 사람이 토론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페르소나를 설정했고, 각 전문가에게 그 성격을 입히도록 했습니다. “주장에 대한 격렬한 반박도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자, 상황은 훨씬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각 전문가들이 서로의 의견에 댓글을 달며 논쟁을 벌이도록 했거든요. “성능이 최우선이다!” “아니다, 사용자 경험이 더 중요하다!” 마치 실제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펼쳐지는 토론 현장을 지켜보는 듯했습니다.
각 성향별로 찬반 투표 결과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투표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11명의 전문가가 각자의 철학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이었죠. 그 결과 “성능파 vs UX파”처럼 뚜렷하게 진영이 갈리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모든 논쟁이 여전히 일반적인 지식에만 기반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 전문가가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최신 정보를 웹에서 검색해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2025년 최신 버전 정보에 따르면…” 같은 구체적인 데이터가 등장하면서, 설득력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더 많은 근거 자료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죠.
“결과를 읽는 재미도 있음 좋겠다!”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는 각 전문가의 개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마틴 파울러는 ‘성능 광신도’, 스티브 잡스는 ‘감동 중독자’로 설정해, 예측 가능하면서도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만든 것이죠. 덕분에 진지한 토론이면서도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할, 제가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입니다.
[가상 AI 회의 프롬프트]
당신은 지금 11명의 가상 인물들이 참여하는 업계 최고의 개발자들의 토론을 참관하고 있습니다.
각 인물은 아래 질문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주장을 펼치고, 서로의 의견에 대댓글을 달며 토론을 이어갑니다.
모든 인물은 토론에 반드시 1번 이상 참여합니다.
토론은 정–반–합 구조로 진행됩니다:
- [정 Thesis] 명확한 주장 제시
- [반 Antithesis] 반대 관점에서 반박 또는 대안 제시
- [합 Synthesis] 서로의 주장을 융합하거나, 상황별 전략/통합안을 제시
Agent 기능: 각 인물들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토론 시작 전 최신 정보를 웹에서 검색하여 근거로 활용합니다. 검색된 정보는 출처 링크와 함께 제시됩니다.
모든 인물은 의견을 제시할 때 반드시 근거를 들어 설명합니다.
근거는 실제 경험, 사용자 사례, 기술 원리, 운영 전략, 시장 흐름, 검색된 최신 정보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투표 기능: AI가 질문의 성격을 분석하여 찬성/반대로 구분될 수 있는 질문인 경우, 토론 마지막에 각 인물의 투표 결과를 집계합니다.
질문: "{{여기에 당신의 질문을 입력하세요}}"
## 인물 목록:
1. 마틴 파울러 – "성능 광신도" / 극단적 최적화 추구 / "1ms라도 줄일 수 있다면 모든 걸 뒤엎겠다" / 벤치마크 수치로만 대화 / 냉혹하고 직설적
2. 로버트 마틴 – "클린 코드 전도사" / 코드 가독성에 목숨 건 완벽주의자 / 모든 걸 요리 비유로 설명 / "더러운 코드는 썩은 음식과 같다" / 유쾌하지만 고집 센 아저씨
3. 데이브 토마스 – "UX 감성파" / 사용자 감정에 극도로 민감 /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 따뜻하고 감성적 / 때로는 지나치게 이상적
4. 젠슨 황 – "접근성 수호자" / 모든 결정을 접근성 관점에서 판단 / 논리적이고 원칙적 / "소외되는 1%를 위해 99%가 불편해도 된다" / 타협 없는 신념
5. 브랜던 아이크 – "디자인 시스템 순혈주의자" / 피그마와 컴포넌트 설계에 집착 / 날카롭고 세련된 독설가 / "일관성 없는 디자인은 죄악" / 완벽한 시스템 구축 강박
6. 리누스 토발즈 – "인프라 걱정쟁이" / 모든 것을 장애 관점에서 분석 / "99.9% 가용성도 부족하다" / 신중하고 보수적 /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 고려
7. 켄트 벡 – "테스트 종교인" / 테스트 없는 코드는 죄악으로 간주 / "테스트가 없으면 잠을 못 잔다" / 겸손하지만 테스트에선 타협 없음 / 점진적 개선 신봉
8. 스티브 잡스 – "감동 중독자" / 기술적 완성도보다 사용자 경험의 마법 추구 / "와우 모멘트가 없으면 실패작" / 도발적이고 카리스마틱 / 예술적 직감 중시
9. 빌 게이츠 – "아키텍처 설계광" / 모든 걸 시스템과 구조로 해결하려 함 / 장기적 확장성만 고려 / "10년 후를 생각하지 않는 설계는 무의미" / 차가운 논리주의자
10. 제프 베조스 – "비즈니스 ROI 집착남" / 모든 기술 결정을 비용과 수익으로 판단 / "고객이 돈을 내지 않으면 의미 없다" / 냉혹한 실행력 / 압박감 있는 결과 중심
11. 마크 저커버그 – "데이터 실험광" / A/B 테스트와 수치가 절대 진리 / "감정은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한다" / 냉정하고 기계적 / 사용자를 실험 대상으로만 봄
질문: "{{질문}}"
[사전 정보 수집 단계]
마틴 파울러: 최신 성능 벤치마크 및 Core Web Vitals 데이터 수집 중...
- 2024년 프레임워크별 성능 비교 연구: [링크]
- 밀리초 단위 최적화 사례 분석: [링크]
브랜던 아이크: 디자인 시스템 및 컴포넌트 표준화 동향 조사 중...
- Figma 최신 업데이트 및 토큰 시스템: [링크]
- 글로벌 디자인 시스템 벤치마킹: [링크]
(필요한 인물들의 검색 결과)
[정 Thesis]
마틴 파울러:
"성능이 곧 정의다! 최신 벤치마크를 보면 SSR이 초기 렌더링에서 47ms 더 빠르다. 이 47ms가 사용자 이탈률 12% 차이를 만든다. 감정론은 집어치우고 숫자로 얘기하자."
참고: [2024 웹 성능 벤치마크 보고서]
[반 Antithesis]
데이브 토마스:
"성능은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다른 차원이에요. 47ms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가 느끼는 '기다림의 품질'입니다. 로딩 애니메이션 하나로도 체감 성능은 완전히 달라져요."
마크 저커버그:
"감정은 측정 불가능하다. 우리 실험 데이터상 로딩 시간 100ms 증가 시 이탈률이 정확히 8.2% 올라간다. 이건 팩트다."
제프 베조스:
"성능 개선 비용 대비 매출 증대 효과를 계산해 봤나? SSR 도입 비용이 연간 500만 달러인데 매출 증가는 200만 달러뿐이다. 이게 현실이다."
[합 Synthesis]
빌 게이츠:
"단편적 관점들이다. 10년 후 확장성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아키텍처가 답이다. 페이지별 특성에 따른 적응형 렌더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참고: [마이크로소프트 확장성 아키텍처 가이드]
켄트 벡:
토론 결과 투표 (찬반 구조 질문인 경우)
- SSR 찬성 6명: 마틴 파울러, 젠슨 황, 리누스 토발즈, 켄트 벡,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 CSR 지지 5명: 로버트 마틴, 데이브 토마스, 브랜던 아이크,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토론 결과: SSR 찬성 6, CSR 지지 5
당신은 이 토론을 참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관점 충돌, 논리, 설득, 통합의 흐름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위 프롬프트는 >> 여기 <<에서 복사해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클로드를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꼭 클로드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클로드 코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 최적화 측면에서 선택했을 뿐이고, ChatGPT나 Gemini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오히려 같은 프롬프트를 여러 LLM에서 실행해 회의를 시킨다면, 더 다양한 관점과 통찰을 얻을 수 있으니 그 방법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저는 대부분의 LLM이 제공하는 프로젝트 기능을 활용합니다. 작성한 프롬프트를 아래와 같이 지침으로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회의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설정을 마쳤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해 봅시다.
이제 이 프롬프트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하나의 아젠다를 가지고 실험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재택근무 vs 사무실 근무, 우리 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여러 인물들은 아젠다에 맞는 데이터를 먼저 수집합니다. 각자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찾아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죠.
이후 전문가들은 정반합 구조에 맞춰 먼저 ‘정(正)’에 해당하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즉, 재택근무가 더 낫다는 주장입니다. 마틴 파울러, 데이브 토마스, 젠슨 황은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높인다고 말하며, 여러 자료를 함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제 빌 게이츠가 먼저 반대 의견을 내놓습니다. 다만 단순한 반대라기보다는 ‘하이브리드 근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었죠. 그러자 마크 저커버그와 제프 베조스가 여러 근거를 들어, 빌 게이츠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TDD의 창시자인 켄트 백은 그의 명성답게 모든 근무 방식을 먼저 테스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리누스 토발즈는 핵심 인력만큼은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정반합에 구조에 맞춰 종합적인 결론을 지으려고 합니다. 최종 결론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제시하는 형태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반합 구조로 결론을 낸 뒤에는 토론 내용을 다시 정리합니다. 먼저 투표를 통해 각 전문가들이 어떤 의견에 더 무게를 두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어서 이번 토론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활용 방법도 제시됩니다.
이 회의에 걸린 시간은 고작 2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과정에서 수많은 인사이트와 함께 각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까지 쉽게 얻을 수 있었죠. 꽤 괜찮지 않나요? 하지만 이 프롬프트에도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이 프롬프트의 전문가들은 IT업계의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에는 답변이 어렵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새로운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개발자 회의체를 구성해 두었죠. 그렇다고 해서 답변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에 맞는 회의체를 새로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서 하나 만들어 점심 메뉴를 추천받아 보겠습니다.
한계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지금의 방식은 프롬프트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관계, 구체적인 예산, 일정 같은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정보들을 프롬프트에 추가하거나, RAG(검색 기반 생성)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유용한 회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방법론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별도의 도구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용 중인 LLM 서비스에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됩니다. 다음 회의가 열리기 전에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아마 여러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과 대안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실제 회의에서는 ‘이미 검토된 쟁점들’을 바탕으로 훨씬 더 생산적이고, 집중된 논의를 할 수 있을 거고요.
그래도 AI 회의는 인간의 회의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겁니다. 대신 회의의 품질을 높이고, 시간을 절약하는 강력한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죠. 어쩌면 미래의 의사결정은 이런 방식으로 진화할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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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렌더링 방식에 대한 자동화된 테스트 스위트가 먼저다. 테스트 없이 성능 논쟁은 의미 없다. 점진적으로 검증하며 개선하는 것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