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IT 기업은 한국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과 아이디어를 자랑합니다. 이들은 기업 블로그를 통해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요즘IT는 각 기업의 특색 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국내 대표 VC ‘매쉬업벤처스’의 이승국 파트너가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자주 하는 실수부터, 이를 극복하고 실제 성과를 이뤄내는 실전 가이드까지, 여러분의 성장 전략을 점검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매쉬업벤처스 이승국 파트너입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성장을 이끌며 그로스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앤디 존스(Andy Johns)는 많은 창업가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타겟 고객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것이며, 타겟 고객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게(comically narrow)”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수많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걸어온 길이기도 합니다.
제가 여러 창업팀의 IR 자료를 검토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저희 타겟은 20~30대 전체입니다’와 같은 말을 들을 때입니다. 이는 원대한 비전이 아니라, 아직 싸움의 첫 격전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타겟을 좁히는 것’과 ‘큰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서로 모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은 직선이 아닌, 하나의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연쇄 반응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 역설이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진실인지, 그리고 그 첫 번째 도미노를 어떻게 찾고 쓰러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
스타트업은 인력, 자본, 시간 등 모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우리의 노력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명확한 지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장 지배력 확보
넓은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보다, 작지만 명확하게 정의된 니치 마켓에서 압도적인 1위가 되는 것이 초기 생존과 성장에 훨씬 유리합니다.
지수 성장의 기반 구축 (가장 중요)
스타트업이 타겟을 좁혀야 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Market Fit)을 찾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고객이 만족을 넘어 우리 제품에 대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는 입소문(Word of Mouth, WoM)입니다. WoM은 그 자체로 강력한 성장 엔진인 동시에, 마케팅의 효율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WoM이 없는 상태에서의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비싼 돈을 붓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입소문은 어떻게 발생할까요? 사람들은 광고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의 추천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고 신뢰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타겟을 뾰족하게 설정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고 동질적인 집단을 타겟으로 해야, 그들 사이에서 “이거 모르면 대화가 안돼”,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다 이거 써”와 같은 강력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입소문이 폭발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입소문이 폭발하는 지점, 즉 ‘임계 질량(Critical Mass)’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의 ‘혁신 확산 이론’에 따르면, 어떤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특정 집단 내에서 약 15~18%의 점유율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자체적인 동력을 얻어 급속도로 퍼져나갑니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제품은 더 이상 소수의 혁신가가 쓰는 특이한 것이 아닌, ‘우리 그룹의 표준(Standard)’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나만 모르면 안 된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액션 플랜은 명확합니다. 뾰족한 타겟 그룹을 정의하고 그 안에서 빠르게 20% 수준의 침투율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타겟 설정의 중요성을 알지만, 실제로는 쉽게 실행하지 못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 함정이 있습니다.
‘비전’과 ‘전략’의 혼동
VC 미팅에서 “시장이 너무 작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을까 봐 창업가들은 수조 원짜리 전체 시장(TAM)을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바로 여기서 거대한 비전(TAM)과 날카로운 초기 전략을 혼동하는 오류가 발생합니다. 투자자는 ‘원대한 비전’(대륙 정복)과 ‘정교한 초기 전략’(상륙할 해변 설정)을 모두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솔루션’에 대한 맹신
많은 창업가들이 고객의 ‘문제’가 아닌 자신이 만든 ‘솔루션’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 결과, 이 솔루션을 필요로 할 ‘모든’ 사람을 찾아 헤매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가짜 성장’에 대한 집착
“일단 트래픽은 늘면 좋은 것 아니냐?”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아직 우리 제품에 만족하지 못할 고객들이 유입되면, 그들은 쉽게 이탈하고 “써봤는데 별로”라는 부정적 입소문(Negative WoM)을 퍼뜨리는 진원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고객 한 명의 불만족 후기는 잠재 고객 열 명을 떠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타겟을 좁힌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이건 당신을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창업가가 잠재 고객을 잃는다는 생각, 혹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게 됩니다.
“우리 고객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I-E-T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I-E-T 프레임워크를 채우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들을 던져야 할까요? 타겟이 B2B인지 B2C인지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B2B 타겟을 정의할 때 고려할 점들
B2C 타겟을 정의할 때 고려할 점들
1. Inclusion(포함 기준) 설정
우선 인구통계학적 정보(Demographics)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령, 성별, 소득, 직업,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특히 지역은 매우 중요합니다. 입소문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환경에서 더 강력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이 하버드에서, 당근이 판교에서 시작한 것처럼 많은 성공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인구통계학적 정보 외에는 누가 봐도 우리 타겟인지 아닌지를 즉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모호한 표현은 팀원 간의 혼란을 야기하고 리소스를 낭비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행동 기반의 정의는 팀 모두가 동일한 고객을 상상하고, 그들을 찾아내기 위한 명확한 액션을 취할 수 있게 합니다.
2. Exclusion(제외 기준) 설정
포함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우리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제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솔루션을 3개월 이상 사용 중인 고객”이나 “아이가 있지만 5세 이상인 경우” 와 같이 명확한 기준을 세워 리소스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3. Trigger(트리거) 파악
고객이 우리 제품을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나 변화를 의미합니다. 개인에게는 취직, 이사, 결혼, 출산 등이, 기업에게는 투자 유치, 팀원 급증, 사무실 이전 등이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I-E-T 프레임워크를 통해 정의된 우리의 타겟 그룹은 얼마나 작아야 할까요? 결론적으로, 1개월에서 6개월 내에 20%의 침투율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좁혀야 합니다. 고객 전환(Conversion)이 빠른 제품일수록 더 좁은 타겟을 대상으로 더 짧은 시간(예: 1개월)을 목표로 해야 하며, 전환이 느린 제품이라면 더 큰 규모의 타겟을 대상으로 다소 긴 기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전략의 기반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 즉 ‘인지적 공감’입니다. 인지적 공감이란 상대방의 상황과 관점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사용자 인터뷰입니다. 많은 팀이 서베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두 도구의 목적은 완전히 다릅니다.
효과적인 인터뷰를 위해서는 ‘연구 질문’과 ‘인터뷰 질문’을 분리해야 합니다.
“신뢰가 중요한가요?”라고 직접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행동’에 대해 물으면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얻은 파편적인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해 다음의 4가지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WHO: 어떤 사람인가?
타겟의 내면적인 심리, 동기, 믿음, 가치관은 무엇인가?
WHAT: 어떤 문제를 겪고, 어떤 기회를 보는가?
타겟이 현재 겪는 가장 큰 고충(Pain Point)은 무엇인가?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사업적 기회가 있는가?
HOW: 어떻게 행동하는가?
기존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수용도는 어떤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데 어떤 마찰 요인이 있을까? 어떤 경쟁 서비스를 고려하는가?
WHERE: 어디에 있는가? 누구와 연결되는가?
주로 어떤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정보를 얻고 시간을 보내는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는가?
인터뷰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이어야 합니다.
명확한 타겟을 정의했다면, 이제 그 시장을 지배하고 체계적으로 확장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재 우리 제품에 가장 잘 반응하는 ‘코어 세그먼트’ 안에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높은 리텐션, LTV, NPS를 보이는 유저 그룹을 식별하고, 목표는 단순한 만족을 넘어 고객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게 만드는 ‘Wow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핵심 시장에서의 성공은 다음 성장을 위한 ‘교두보’입니다. 이 기반을 활용해 '인접 유저'를 공략해야 합니다. 확장 과정은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항상 ‘물 들어오는 곳’에서 나옵니다. 우리 리소스의 대부분은 가장 거센 물줄기에서 더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물이 들어오기 시작할 수 있으므로 리소스의 일부(예: 20%)는 꾸준히 인접 유저를 탐색하고 실험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타겟을 좁혀야 한다”고 하면 많은 창업가들이 이런 고민에 빠집니다. ‘A 그룹도 우리 고객 같고, B 그룹도 가능성이 있는데, 이 중 딱 하나만 골라야 하나?’ 이 압박감이 깊어질수록, 결국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한 교집합을 타겟으로 삼거나, 가능성 있는 시장 하나를 완전히 포기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기 타겟은 하나일 필요가 없습니다. 단, 여기에는 ‘테스트하려는 모든 타겟이 그 자체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뾰족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붙습니다.
이는 ‘여기저기 다 걸쳐보자’는 안일한 태도와는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어떤 뾰족한 그룹이 우리 제품에 가장 폭발적으로 반응하는지, 가장 적은 리소스로 가장 빠르게 학습하기 위한 ‘체계적인 병렬 실험(Parallel Experiment)’에 가깝습니다. 아직 어떤 시장이 진짜 ‘대박’일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나의 가설에 모든 것을 거는 대신, 몇 개의 날카로운 가설을 동시에 테스트하며 최적의 격전지를 찾아내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단계별로 몇 개의 ‘뾰족한 가설’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초기 스타트업 ; 가설 검증 단계: 2~3개의 독립적이고 뾰족한 타겟 가설
이 단계의 목표는 ‘시장 지배’가 아니라 ‘학습’입니다.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는 선에서, 완전히 다른 성격의 2~3개 타겟 그룹을 설정하고, 어떤 그룹에서 가장 강력한 초기 신호(Traction)가 오는지 검증하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강남의 1인 헤어 디자이너’와 ‘성수동의 소규모 공방 운영자’라는 두 개의 뾰족한 가설을 동시에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성장 단계 기업 ; 성공 패턴 복제 및 탐색: 1~2개 집중 공략 + 3~5개 신규 탐색
초기 테스트를 통해 검증된 1~2개의 핵심 타겟 그룹을 본격적으로 공략(Exploitation)하여 시장 지배력을 높입니다. 동시에, 다음 성장 동력이 될 3~5개의 새로운 뾰족한 가설을 꾸준히 탐색(Exploration)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습니다.
대규모 기업 ; 시장 세분화 및 지배: 수십 개 이상의 동시 운영
성공 공식이 확립된 수십 개 이상의 세분화된 시장(Segment)을 각각의 팀과 리소스를 통해 동시에 운영하고 관리합니다.
이 관점에서 제프리 무어의 ‘볼링 핀 전략’을 다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여러 타겟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은, 어떤 핀이 가장 강력한 연쇄 반응을 일으킬 ‘1번 핀(Head Pin)’인지 탐색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일단 최적의 1번 핀이 무엇인지 데이터로 확인했다면, 그때부터는 모든 에너지를 그 핀을 확실하게 쓰러뜨리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Y-Combinator의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100만 명이 그럭저럭 좋아하는 것이 아닌, 100명이 사랑하는 것을 만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시도는 결국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은 타겟’을 설정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을 작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절실하게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집중하여 그들을 완벽히 만족시키고, 그들의 사랑을 기반으로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입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타겟 고객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자문해보세요.
“이것이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은가?”
‘저희 서비스의 타겟은 OOO입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정의하고, 그들을 어떻게 만족시켰는지 숫자로 증명하는 창업가를 만나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원문>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좁게: 타겟을 좁힐수록 시장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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