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를 '잘 쓴다'는 것의 의미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 도구와 모델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얻고, 코드를 작성하며, 문서를 요약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어떤 순간에 AI의 도움을 받는 게 효과적인지, 또 사람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성과가 좋아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최신 AI 도구를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AI 활용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AI가 업무에 활용되는 영역을 나누어 살펴보고, 각 영역에서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여러분이 자신의 AI 활용 능력을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강해 AI를 진짜 업무 파트너로 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AI 활용 능력은 단순한 한 가지 개념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복잡한 업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문제 정의 능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 결과 검증 및 개선 능력, 도구 통합 능력, 그리고 윤리·보안 고려 능력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AI 활용의 첫 단추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내가 해결하려는 업무 문제를 AI가 정확히 이해하고 최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문제를 구체적이고 적절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바로 문제 정의 능력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문제를 잘게 쪼개고, AI가 처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업으로 바꾸는 과정이 핵심이다.
만약 당신이 마케팅팀의 일원이고, 10대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패션 앱 ‘스타일픽’의 초기 사용자 확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쁜 예(추상적인 질문): "10대에게 인기 있는 마케팅 방법을 알려줘."
좋은 예(구체적인 문제 정의):
이처럼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AI는 훨씬 더 실용적이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좋은 문제 정의는 AI 활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에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필요한 항목들을 모두 담아 질문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바로 질문을 작성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AI와 여러 번 대화를 주고받으며,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를 점점 구체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질문 마지막에 “내가 더 제공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줘”라는 문장을 덧붙여 보자. 그러면 AI는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풀기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안내해 줄 것이다. 이 과정은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동료와 대화하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2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이 중요해진다.
문제 정의가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에 대한 기술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떤 단어와 문장 구조를 쓰고, 어떤 맥락과 제약 조건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AI의 답변 품질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타일픽’ 앱의 틱톡 광고에 쓸 짧은 영상 스크립트 초안을 AI로 작성해 본다고 해보자.
Before (개선 전 프롬프트): "스타일픽 앱 틱톡 광고 문구 써줘."
After (개선 후 프롬프트): 너는 10대 소녀들의 말투와 유행에 정통한 틱톡 크리에이터 '스타일퀸'이야. 아래 조건에 맞춰 15초짜리 틱톡 챌린지 영상 스크립트를 작성해줘.
개선된 프롬프트는 AI에게 구체적인 역할(페르소나)을 부여하고, 명확한 목표와 맥락, 제약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훨씬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핵심적인 소통 능력이다.
정량적인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일들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광고 사례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에서도 AI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만들려는 결과물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알고 있다면, 빠르게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을 얻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인간처럼 깊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기초적인 작업이나 여러 차례의 프로토타이핑은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진행하고, 그 후 퀄리티를 높이는 과정은 사람이 맡는 방식이라면 업무 생산성은 확실히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작성해 준 답변을 그대로 믿고 사용해도 되는가? AI는 우리가 프롬프트로 제공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그 외의 영역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결과물은 반드시 사람이 검증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AI는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실이 아닌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이거나, 코드에 미묘한 오류가 숨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믿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확성과 품질을 점검해 수정하고, 개선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대별 평균 구매액을 계산하는 파이썬 코드를 AI에게 요청했다고 가정해 보자.
import pandas as pd
def calculate_average_purchase(data):
# 'age'와 'purchase_amount' 컬럼이 있다고 가정
age_groups = pd.cut(data['age'], bins=[10, 20, 30, 40, 50])
return data.groupby(age_groups)['purchase_amount'].mean()
import pandas as pd
def calculate_average_purchase_fixed(data):
bins = [10, 19, 29, 39, 49, float('inf')] # 각 연령대의 끝을 명확히 하고, 50세 이상을 포함하도록 수정
labels =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이상']
age_groups = pd.cut(data['age'], bins=bins, labels=labels, right=True) # right=True로 구간의 오른쪽 경계를 포함
AI가 만든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테스트하며 더 정확하고 견고한 코드로 개선하는 과정이 바로 결과 검증 및 개선 능력이다. 이는 특히 코드 생성, 데이터 분석, 법률, 의료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반드시 요구된다. 이 부분은 AI가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QA(품질 검증)를 거쳐야 한다. 로블록스의 프로덕트 리드인 Peter Yang은 “AI가 70%까지는 데려다 주지만, 나머지 30%는 사람이 직접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모두가 비슷한 퀄리티로 70%에 도달하더라도, 남은 30%를 누가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수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앞서 1, 2번에서처럼 요구사항을 명확히 제시하고, 중요한 로직에 대해서는 테스트 코드를 잘 작성해 둔다면, 상당 부분을 AI에게 맡길 수 있다. AI 활용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작성해 결과물을 받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쓰일 수 있으며, 필요한 영역에서 적절한 도구를 잘 선택해 활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역량이다.
하나의 뛰어난 AI 도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가 많다. 여러 도구의 강점을 이해하고, 이를 API, SDK, SaaS 형태로 엮어 하나의 워크플로로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IT 트렌드’를 주제로, 구독자 관심사에 맞는 개인화 뉴스레터를 매주 자동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상상해 보자.
이처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AI 도구들을 파이프라인처럼 연결하면, 한 사람이 수동으로 처리하면 시간이 걸릴 작업도 자동화하고 고도화할 수 있다. 또 목적에 맞는 AI 도구들은 지금도 계속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니, 실제로 사용할 시점에 찾아보는 것이 가장 좋다.
아래 이미지는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각 목적에 맞게 많이 쓰이는 AI 도구들을 카테고리별로 5개씩 추천한 것이다. 다만 이런 추천 리스트도 요즘은 금방 바뀌는 경우가 많아, 참고용으로 봐주길 바란다.
AI 활용은 편리함과 효율성 이상의 책임감을 요구한다. 생성된 결과물이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학습 데이터의 편향으로 특정 집단에 차별적인 결과를 내놓지는 않는지, 민감한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유출될 위험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사팀에서 AI를 활용해 이력서를 검토하고, 1차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윤리적·보안적 쟁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AI를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 우리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남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듯,AI를 사용할 때도 민감한 정보는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정보나 금융정보 같은 민감 정보는 주고받을 때 데이터 암호화 과정을 거치지만, AI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경각심 없이 쉽게 전송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쓰는 AI 도구도 결국 특정 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이며, 데이터가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까지 AI 활용 능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역량을 사례와 함께 살펴보았다. 이제는 단순히 많은 AI 도구의 사용법만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문제 정의), AI와 원활히 소통하며(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나온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결과 검증), 여러 도구를 잘 엮어 활용하며(도구 통합),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책임감 있게 다루는 것(윤리·보안)이 중요하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춰질 때 비로소 우리는 AI를 ‘잘 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개발자로서 실무에서 Cursor, Claude Code 같은 AI 도구를 활용해 코드를 작성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 도구들을 쓰는 것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코드가 엉뚱하게 작성되어 이해하는 데 더 애를 먹을 때도 많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을 절대 AI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것을 AI에만 맡기는 사람은 AI 수준의 결과물밖에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앞으로 AI를 현명하게 활용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란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