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도구를 뽑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저는 슬랙(Slack)일 겁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도, 업무 계획을 알릴 때도, 생각이나 자료를 나눌 때도, 거의 모든 시점에 필요하니까요.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회사에서 슬랙 비즈니스 플랜을 업그레이드(Pro → Business+) 했습니다. 덕분에 기능이 여럿 열렸는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슬랙의 AI 기능들이었습니다. 입맛을 다시며 바로 써보았습니다. 슬랙에 붙은 AI는 제 일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까요?
플랜 업그레이드와 함께 슬랙이 배포한 AI 기능 교육용 자료를 공유받았습니다. 자료에서 강조하는 기능은 아래 여섯가지였습니다.
슬랙에서 원하는 자료를 검색할 때마다 매번 고생한 만큼, 검색 기능이 얼마나 좋아졌을지 가장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는 LLM이 가장 잘하는 것들, 그러니까 요약, 번역 등이 곳곳에 배치된 모습입니다. 메신저에서 생각해 볼법한 AI는 모조리 들어간 느낌이네요.
중요한 것은 퀄리티겠죠. 다시 말해 “정말 내가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입니다.
슬랙에서 검색이 필요한 시점은 주로 이런 때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IT 회원이 가입할 때 이메일 인증을 받지 못해, 공식 메일로 요청했다고 합시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이런 대응은 제 일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과거 동료가 “이메일 오류에 대응한 과정”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누구한테 어떤 정보로 요청했는지 말이죠.
하지만, “요즘it 이메일 오류”라고 검색하자, 전혀 상관없는 요즘IT 공동구매 소식이나 회원가입 플로우 변경 소식이 먼저 나왔습니다. 검색 실패입니다. 원래 슬랙에서는 이런 일이 많았고요.
슬랙AI는 이를 보완하고자, 검색 결과 최상단에 추천 질문을 제안합니다.
아래처럼 “요즘it 이메일 오류” 키워드만 검색해도, “요즘IT 회원들이 이메일 오류로 문의한 적이 있나요?”라는 예상 질문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답을 주는 겁니다.
그 답변에서 출처로 나온 [1], [2] 링크를 클릭하니 같은 화면에서 곧바로 해당 스레드를 보여줬습니다.
제가 원하던 스레드가 맞네요. 해당 스레드에서 오간 내용을 그대로 참고해 대응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필요한 문서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요즘IT는 댓글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별도 문서로 두고 있습니다. 그 문서가 필요한 때가 종종 있는데요, 그래서 사이트로 갈 것 없이 곧바로 링크를 받을 수 있을지 검색해 보았습니다.
“요즘it 댓글 정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문서 링크는 주지 않고 전반적인 정책 자체를 알려 주네요. 만약 이 정책이 궁금했다면 유용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답은 아닙니다.
더 정교한 검색이 필요하겠다 싶어 “문서”라는 키워드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링크가 둘 다 이상합니다. 심지어 링크 중의 하나는 아예 상관없는 콘텐츠 관련 스레드로 저를 보냈습니다.
다시 정확한 문서의 이름을 찾아 “요즘it 댓글 가이드”를 검색했습니다. (검색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도구(노션)에서 정확한 문서 이름을 찾았으니, 이번 검색은 실패한 거고요.) 그제야 제대로 된 스레드를 안내해 주었는데요, 다만 저 버전은 옛날 버전입니다. 분명 최근 새로 바꾼 가이드 문서를 공유했는데 말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검색을 시도해 봤습니다. 기능에 대한 의사결정이라든가, 공유받은 문서의 탐색 같은 것들을 목적으로요. 다음 회식 장소를 어디로 잡았었는지도 찾아봤죠.
그 결과, 분명 AI 검색이 스레드를 찾는 것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한계도 분명히 느꼈습니다. 특히 반복 이벤트에 ‘최근’이라는 시점이 붙거나, 문서의 제목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여전히 검색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AI 검색 기능 후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슬랙을 쓰다 보면 문득 지칠 때가 있습니다. 잠시 외근이라든가 회의라든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무언가 알아야 할 논의가 길게 이어진 상황이죠. 그럴 때면 누군가 알잘딱깔센 세 줄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슬랙AI의 요약과 정리 기능은 그런 제게 구원의 동앗줄이 될까요?
#요즘it_주제-수집은 요즘IT에서 다뤄볼 만한 주제를 두서없이 마구 던지는 채널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이 채널에 올라온 모든 내용을 요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화면 우측 상단의 채널 요약 버튼을 누르고 일정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요약이 진행됩니다.
나름 키워드 단위로 필요한 것이 곧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중구난방인 이슈들을 키워드 단위로 잘 묶었고, 토글에서는 이를 언급한 사람, 더 자세한 키워드, 바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마구 내용을 던지는 채널의 정보를 요약할 때는 분명 도움이 되겠네요.
한편, 개별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채널보다 스레드에 등장할 때가 많습니다. 며칠을 두고 한 업무에 대한 의견이 오가기도 하죠. 이런 스레드도 요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5일에 걸쳐 댓글 14개가 달린 스레드의 요약을 요청했습니다.
좋네요. 누가 어떤 의견을 냈으며 그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채널과 스레드, 결국 이 모두는 메시지가 다수일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메시지 그 자체가 지독하게 복잡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길고 복잡하며, 문장 하나가 어마어마하게 긴 메시지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무언가 “해줘”라고 요청은 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뭘 해달란 거야” 싶은 메시지죠. 여기에도 슬랙 AI는 도움을 주려나 봅니다. ‘메시지 설명’ 버튼을 누르면 개별 메시지에 대한 설명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AI도 이렇게 어지러운 메시지는 설명을 못 한다고 합니다. 5분이 넘게 기다렸는데 전혀 설명해내지 못했습니다.
가혹한 것을 알았기에 첫 문단만 잘라서 다시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아하, 어려운 용어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군요. 하지만 제가 기대한 것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리야?”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좀 더 편하고 간편한 “3줄 요약”은 아직 어려운가 봅니다.
그래도 다른 일반적인 메시지에는 꽤 좋았습니다. 특히 빠른 암산이 필요하거나, 오름차순/내림차순처럼 헷갈리는 경우, 이를 쉽게 풀어주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느낀 것은 분명합니다. 요약 기능은 쓸만합니다. 대신 그 원본인 메시지가 어지러우면, AI도 어지럽습니다.
물론 남겨진 요약본은 감정이 배제된 아주 딱딱한 글입니다. 따라서, 어떤 분위기에서 논의가 이어졌는지는 알아서 파악해야 합니다. 요약본만을 판단의 근거를 삼았을 때는 미묘한 커뮤니케이션의 온도에서 오는 차이를 읽기 어렵다는 겁니다.
사실 다른 AI 기능은 원래 존재하던 기능을 보조해 조금 더 사용을 편하게 만든 방식을 취합니다. 그와는 다르게 온전히 새로운 기능 영역을 잡아 나온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 눈에 정리”입니다.
쉽게 말하면 “채널별 요약본 받아보기” 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래 두 가지 구성이 핵심입니다.
교육 자료에서는 아래 채널을 넣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즉, “모두 보기는 피곤한데, 안 보기는 아쉬운 채널”을 요약본으로 받아보라는 거네요. 컨셉은 마음에 듭니다.
저도 몇 가지 채널을 요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요청한 다음날 받아본 정리는 이렇습니다.
메시지의 핵심 요약이 있고, 토글을 열어보면 더 상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또, 메시지 단위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레드에 달린 댓글까지 정리해 주니 꽤 유용합니다. 컨셉에 맞게 정보를 받아볼 채널이 많다면 정말 유용해 보입니다.
(다만, 매우 많은 메시지가 쏟아지는 채널에 대한 요청은 받지 못했습니다. 팀의 슬랙 사용 특성상 그토록 많은 메시지가 나오는 채널은 없었거든요. 그런 경우 성능은 어떨지, 써본 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 주세요)
슬랙에는 구성원끼리 영상/음성 대화를 지원하는 ‘허들’ 기능이 있습니다. 그 허들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주요 내용은 요약까지 해줍니다. 캔버스 형태로 주는데요, 한글로 설정했을 때 가끔 놓치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처리하는 ‘워크플로’는 슬랙에서 유용한 기능이죠. 이 워크플로를 “자연어 요청”, 즉, 채팅으로 요청해서 만들 수 있는 기능입니다. 실제로 아주 단순한 “정해진 시간에 메시지를 반복해 보내줘”라는 요청에는 좋은 워크플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추가 요청이 들어가니 그건 좀 어렵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메시지를 번역해 주는 기능입니다. 약간의 번역투는 남아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모든 메시지와 댓글에 반응하며, 다양한 언어를 많이 지원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슬랙 AI는 꽤 유용합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무엇보다 가장 깊이 받은 인상은 “슬랙을 만드는 사람들은 고객이 무엇이 불편한지 알고 있구나”였습니다. 성능과는 별개로 ‘불편한 검색, 어지러운 채널과 스레드의 정리’라는 문제를 슬랙이 결국에는 해결해 주겠다 싶었습니다. 실제 지금 기능으로도 당장 덜 중요한 정보들을 나열해 보기에는 좋았습니다. 회의 요약과 번역처럼, 다른 도구를 거쳐야 했던 기능들도 적절히 쓸만했고요. 또, 슬랙 안에서 AI를 적용하는 방식이 하나도 어렵지 않아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다만 개별 성능은 더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출력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 때도 많았고, 그 품질이 아쉬울 때도 있었습니다. 특히 대화형 AI 사용에 익숙해서인지, 한번 나온 결과물에 추가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것이 꽤 불편했습니다. 한편 이런 문제는 기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에서 출발하기도 합니다. 애초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얘기로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면, 아무리 AI를 끼고 있다 하더라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래도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의 개선 방향이 좋다는 것은 여러모로 만족감을 높여 줍니다. 또 한동안 슬랙과 멀어지기는 힘들겠네요.
*물론, 이는 모두 제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슬랙에 돈을 내며, 메시지 유출에 대한 보안 우려를 크게 하지 않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