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불호가 갈리는 AI 광고의 명암
"제미나이, 시드니 선수가 내 딸에게 얼마나 영감을 주는지 알려주는 편지를 쓰게 도와줘.”
2024년 파리 올림픽 기간, 구글 광고의 이 한마디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AI에게 팬레터 작성을 부탁하는 이 광고는 ‘부모가 왜 교육을 방임하냐’, ‘굳이 AI에게 맡길 필요가 있냐’ 등의 항의로 결국 방송에서 철회되며, AI 광고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최근 AI로 만든 광고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광고는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고, 어떤 광고는 부자연스러움으로 비판을 받죠. 같은 AI 기술을 사용했는데 왜 이렇게 반응이 다른 걸까요?
구글의 'Dear Sydney' 광고는 육상 선수를 꿈꾸는 어린 딸과 그녀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시작됩니다. 아버지는 딸이 동경하는 미국 올림픽 육상 스타 시드니 맥러플린-레브론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구글 제미나이를 실행해, 딸이 시드니 선수에게 팬레터를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부분에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편지를 쓰는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활동인데, 이를 AI가 대체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인데요. 많은 부모들이 “왜 아이의 교육을 방임하는지 모르겠다.”, “어설퍼도 아이의 진심을 담은 편지면 충분하다.”, “왜 AI에 편지를 맡겨야 하냐” 등의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알렉산드라 페트리는 “이 광고는 요점을 놓쳤다. 이 광고를 볼 때마다 TV에 대형 해머를 던지고 싶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죠. 결국 구글은 이 광고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고요.
흥미로운 점은 광고의 창의성 측면에서는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시드니의 인간적인 스토리가 제품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무거운 감정을 끌어올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옹호한다는 점을 발견했거든요. 그럼에도 광고에 제미나이가 소개되면, 청중의 부정적인 반응이 발생한다는 것도 함께 확인된 사례입니다.
2025년 8월, 미국판 보그에 실린 게스의 AI 광고모델 '비비안' 광고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광고는 소비자가 AI 광고모델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과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됐는데요. "실존하지 않는 사람과 비교당해야 하나"라는 반응이 확산됐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신뢰성이었습니다. 2025년 8월 오픈애즈와 Madtimes 등 마케팅·광고 전문 매체에서 인용된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71%는 AI 생성 이미지나 콘텐츠의 신뢰성에 우려를 표하고, 83%는 AI 생성 콘텐츠에 법적 표시 의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수치는 소비자가 'AI인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보 비대칭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뷰티나 패션 광고에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데요. 뷰티, 패션계는 보통 외모나 생활 방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AI 광고 모델은 실제로 그런 변화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속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AI 광고로 큰 화제를 모은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AI 기업 뤼튼의 지드래곤 광고인데요. 2025년 6월, 지드래곤이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촬영한 세로형 영상에서 "이거 AI 광고야. 이름은 루이 아니고 리 아니고 뤼튼"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죠. 특별한 배경 음악도, 화려한 그래픽도 없이 지드래곤이 카메라를 보며, 한마디 하고 끝나는 이 광고는 큰 화제가 됐습니다. 한 달 만에 1,0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앱 다운로드 57%, 회원가입 44%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일부러 킹받게 해서 바이럴 성공한 듯",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어이도 없고ㅋㅋㅋㅋ", "너무 대충 만든 거 같은데...."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이 광고는 칸예 웨스트의 슈퍼볼 광고를 모티브로 한, 'Oddvertising'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이상하고(Odd), 당황스러운 광고를 만들어 화제성을 노린 것이죠.
이에 "단기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는 성공인데, 반응은 상당히 안 좋았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인데요. 지드래곤은 기억에 남지만, 정작 ‘뤼튼’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광고는 실패 사례밖에 없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잘 만든 AI 광고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이번엔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성공 기준은 광고제 수상 등의 업계 인정, 클릭률, 참여도 같은 구체적 마케팅 지표 개선을 비롯해, 소비자 신뢰도와 브랜드 호감도 상승 등을 포함했습니다.
2023년 코카콜라의 'Masterpiece' 광고는 칸 라이언즈 2023 필름 부문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AI를 이용한 광고의 모범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죠. 이 광고는 미술관 여기저기에 앉아 스케치를 연습하는 미술학도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특히 한 그림에서 목각 인형이 팔을 쭉 뻗으며, 앤디 워홀의 작품 속 콜라를 꺼내 다른 그림의 인물에게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러한 방식으로 콜라는 뭉크, 고흐, 앤디 워홀 등 다양한 작품을 거치다가, 박물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남자에게 최종 전달됩니다.
이 광고에서 주목할 부분은 코카콜라 병이 다른 작품으로 이동할 때마다, 디자인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코카콜라는 이를 위해 ‘스테이블 디퓨전’이라는 AI 모델을 활용했습니다. 유명 명화와 데이터를 딥러닝시켜, 예술품의 고유한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었죠. 이 광고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기존 예술 작품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창의적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했을 뿐, 인간의 창의성을 억지로 대체하지 않았습니다.
롯데는 올해 초 생성형 AI를 사용해 만든 신년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30초 분량으로 '새해 희망'을 주제로 제작되었는데요. 광고 대행사 측은 이번 영상에서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까지 광고의 모든 제작 과정에 활용됐다고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이 영상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가 4만 회를 넘기며, 기업의 AI 광고 콘텐츠로서는 이례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성공 요인은 바로 AI 사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였습니다. 솔직하게 AI 활용 과정을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죠. 이에 더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과 함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반응입니다.
카스는 지난 2024년 새해 첫 광고 캠페인으로 이른바 '축카스'를 진행했습니다. '축카스'는 '축하'와 '카스'가 합쳐진 단어인데요. 이 광고는 AI를 활용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축하할 사람의 이름과 문구를 적으면, 가수 비비가 AI 보이스로 축하 메시지를 읽어줍니다. 파티, 졸업, 이사, 공채 등 4가지 영상 템플릿 가운데, 원하는 템플릿을 직접 선택하고, 영상은 자유롭게 다운받거나 공유할 수 있었죠.
이 캠페인은 일반 모먼트 배너 광고에 대비해, 페이지뷰 기준 클릭률이 약 300%나 높게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특히 MZ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그 성과를 입증했습니다. 카스 광고의 성공 요인은 바로 AI를 활용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는 부분입니다. 참여형 콘텐츠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기술 자체보다는 경험 가치에 더욱 집중한 효과였습니다.
그렇다면, AI 광고에서 소비자의 반응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려 하는지, 아니면 '향상'시키려 하는지입니다. 영국의 마케팅 리서치 회사 System1의 CCO 존 에반스는 "AI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청중 사이에 지속적으로 두려움과 경멸을 불러일으킨다"고 했습니다. 또 "AI를 논하는 광고는 다른 광고에 비해 두 배나 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고 분석했죠.
부정적 반응은 대부분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이나, 감정 표현 등을 대체하려고 할 때였죠. 반면,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향상시키거나, 보조할 때, 기존에 불가능했던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도와줬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성공한 AI 광고의 공통점 중 하나는 ‘AI 사용’을 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는 사람들이 정보의 투명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데요.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AI 사용 여부 명시, 제작 과정 공개, 인간과 AI의 역할 구분 등이 있습니다.
반면, AI를 사용한 사실을 숨기거나, 모호하게 처리할 때는 소비자들이 속았다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는 곧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AI 활용 방식과 일치하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도브의 사례를 보면, AI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대항하여 '리얼 뷰티(Real Beauty)'를 표방했습니다. "광고 속 사람을 묘사할 때 절대 AI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도브는 AI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생성해 달라고 요청하자, AI가 마른 체형, 금발의 백인이라는 문화적 고정관념이 반영된 이미지를 생성했다고 전했습니다. 도브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편향은 여성의 자존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처럼 브랜드가 특정 가치를 추구하거나, 전통과 역사가 오래된 경우, 무분별하게 AI를 도입하는 건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리스크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업들은 AI 광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들이 AI 광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는 캐럿 AI 도입 후, 광고 제작비를 4분의 1이나 절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예산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에 AI는 큰 기회가 될 수 있죠. AI를 활용하면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다양한 버전의 광고 소재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복 브랜드 ‘제이키즈’의 경우, 사진 중심의 소재로 광고를 운영하다가, 생성형 AI를 통해 동영상 소재로 전환하자, ROAS(광고비 대비 매출)를 2,570%까지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제이키즈에 따르면, 동영상 소재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제품 이미지를 노출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컬러와 타이포를 활용한 것이 성과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AI는 실제로 불가능했던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어 줍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 예술 작품과의 융합을 시도하며, 실시간 개인화 콘텐츠 생성까지 가능해졌죠. 특히 올해는 이미지/영상 제작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들의 제작 퀄리티가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앞으로 더 정교한 제품 이미지 제작, 인터랙티브 데모 페이지, 고품질 광고 동영상 분야로 활용도가 높아질 거고요.
성공하는 AI 광고의 핵심은 AI와 인간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AI는 도구이고, 인간은 기획자이자 감독이어야 하죠. 또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스토리와 메시지에 집중하고, AI의 한계를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거나,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AI로 대체하려는 시도, 기술 자체를 과시하려는 접근은 피해야 합니다.
AI 광고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단계적 도입 전략을 택했습니다. 먼저 내부 도구로 시작해서 기획과 아이디어 생성 단계에서 AI를 활용했죠. 그리고 점차 이미지 편집이나 효과 추가 등 보조 역할로 확대한 다음, 마지막에 투명성을 보장하며, 핵심 콘텐츠에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또 단순히 화제성만 추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조회수와 다운로드 수가 올라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죠.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화제성과 브랜드 가치 전달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AI 광고가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일상과 감정에 개입하면,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거부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성공한 AI 광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을 보완하고, 기술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했으며,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스토리에 집중했습니다. 반대로 실패한 사례는 기술에만 치중하거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앞으로의 AI 광고는 인간과 AI의 협력으로 가능성을 넓히되, 투명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감정과 스토리가 중심이 되고, 기술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윤리적 활용과 사회적 책임도 필수입니다. 결국 좋은 광고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그리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소통입니다.
AI는 이를 강화하는 도구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과 감정이니까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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