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 첫날부터 폭등한 피그마의 인기
피그마(Figma)가 지난 7월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시장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공모가 33달러에 책정된 주가는 거래 시작과 함께 치솟아, 장 중 한때 142달러를 넘겼고, 결국 첫날 종가 115.50달러로 마감하며 공모가 대비 250%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약 680억 달러(약 94조 3,636억 원)로, 2022년 어도비가 인수를 목적으로 제시했던 200억 달러(약 27조 7,540억 원)를 3배 이상 뛰어넘는 가치를 평가받았다. 피그마의 폭발적 데뷔는 한동안 침체됐던 미국 기술주 IPO 시장을 다시 달궜다는 평가를 받았다. 8월 중순 이후에도 피그마 주가는 70~80달러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공모가 대비 2~3배 수준에 안착했다. 이번 글에서는 피그마 IPO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피그마는 디자인을 잘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큰 화제가 됐다. 그동안 IT 직군을 제외하면, 거의 이해하지 못했던 디자인의 비즈니스적 잠재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단순한 UI 디자인 도구가 아니라, 기업 내 다양한 팀이 함께 쓰는 생산성 소프트웨어로서의 가치를 알아차린 것이다.
실제로 피그마는 웹 브라우저 기반의 실시간 협업 툴로 시작하며 어도비, 스케치, 제플린 등 기존 디자인 관련 툴 시장의 지배자들에게 정면 도전했고, 현재 전 세계 디자이너의 약 90%가 사용하는 압도적인 독점력을 갖추게 됐다. 2024년 매출은 7억 4,900만 달러(약 1조 원)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급성장했고, 2025년 1분기에는 순이익까지 기록했다. 이는 피그마가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본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피그마는 상장 전부터 “AI 시대에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없앤다”라는 비전을 강조하며, 자사 제품이 AI를 활용한 협업의 중심에 설 것임을 부각했다. 실제로 피그마는 작년부터 AI로 디자인 작업을 대폭 개선한 업데이트를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공개한 피그마 메이크처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디자이너가 제품에 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게 하여, 디자이너가 협업의 중심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물론 한편으론 피그마가 너무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제 시장은 피그마를 알게 됐고, ‘디자인 툴’ 그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그마의 뉴욕증시 입성은 UX/UI 디자이너들에게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다. 좁아진 채용 시장에 침체됐던 디자이너 커뮤니티가 한 달은 시끌시끌할 정도였다. 과거 오랫동안 디자인 툴은 어도비의 독주 체제였고, 유망한 신생 디자인 툴들은 대형 업체에 인수되어 사라지곤 했다. 실제로 피그마도 한때 어도비에 인수될뻔 했다.
그런 피그마가 당당하게 가치를 평가받고, 어도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모습은 디자이너들의 시각에선 그동안 인정받지 못했던 디자인의 가치나, 역량을 인정받은 것과 비슷하다. 미국의 기술 매체 와이어드(Wired)는 이번 상장을 두고 “한 기업의 상장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의 IPO”라고 표현하며,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피그마 CEO 딜런 필드는 상장 당일 “Design is everyone’s business(디자인은 모두의 비즈니스)”라는 문구가 적힌 거대한 배너로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을 장식하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렸다. 이제 디자인이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 전반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피그마의 성공이 디자이너 직군의 위상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디자이너는 경영진과 투자자에게까지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는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피그마의 상장은 디자이너들에게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상장 이후 피그마의 행보는 단순한 디자인 툴을 넘어, ‘협업 중심 생산성 플랫폼’으로의 진화라는 방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피그마는 꾸준히 디자인 과정 전반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하고 있다. 아이디어 구상 → UI 디자인 → 프로토타입 → 개발 핸드오프까지 한곳에서 협업하는 환경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덕분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이 피그마를 공동 작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각자의 업무 단계에서 분리되어 일하던 디자이너와 다른 직군들이 이제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피그마를 매개로 머리를 맞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디자이너가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허브 역할을 맡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피그마가 협업 혁신의 중심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피그마는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능을 기반으로 디자이너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 프로세스를 통합할 수 있도록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즉, 피그마를 단순히 제품 디자인 단계에 국한하지 않고, 문서 작성이나 발표 자료 제작 등 업무 전반을 아우르는 생산성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당연히 앞으로는 더 치열한 경쟁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한때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시에 최대 경쟁사였던 어도비(Adobe)는 기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입지를 지키며, 다양한 도구에 클라우드 기반 협업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개발 중심의 도구들이 디자인 영역으로 진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생성형 AI를 활용해 디자인에 필요한 리소스를 최소화하려는 시도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결국 피그마 역시 누군가에게는 어도비와 같은 존재이며, 언젠가는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피그마가 ‘디자인의 민주화’와 ‘협업’이라는 화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곧 모든 비즈니스의 기반이 된 시대에, 이제 실무자들은 디자인 툴의 변화가 곧 업무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있다.
피그마의 향후 행보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개발자까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상장은 단순히 피그마라는 기업의 출발점에 그치지 않는다.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기술 산업의 전면에 등장한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며,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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