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이미 생활 속 필수재로 자리 잡은 요즘, 그 기술 뒤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정체와 비전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AI 기업 탐구〉시리즈는 AI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현재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AI를 이끄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현시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마크 저커버그 등 몇몇 인물이 떠오르실 것 같은데요. 흥미롭게도 ChatGPT가 꼽은 인물은 바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었습니다. AI 붐의 중심에 있고, GPU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화려한 쇼맨십으로 언론과 대중의 높은 관심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젠슨 황과 같은 거물의 언행은 그 파급력이 굉장히 커서,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최근 그가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는 아직 멀었다"라고 발언하자, 관련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는데요. 업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발언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젠슨 황이 한 번은 "매일 사용하는 AI 서비스가 있다"라고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퍼플렉시티 AI(Perplexity AI, 이하 퍼플렉시티)'입니다. (사실 젠슨 황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ChatGPT에 질문했는데, 한 번에 나와서 놀랐던 건 비밀입니다.)
퍼플렉시티가 얼마나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왔는지는 최근의 한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설립 4년 남짓한 스타트업이 무려 구글 크롬(Chrome)을 345억 달러(약 47조 8천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공개 제안한 것입니다. 전 세계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크롬은 구글의 핵심 사업부 중 하나이기에, 업계 전체가 술렁였습니다.
물론 이 제안이 성사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구글에게 크롬은 전략적 중요성이 워낙 큰 서비스이기도 하고,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약 180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 인수 금액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수 가능성보다는 “그 제안을 스타트업이 던졌다”라는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었고, 전 세계 언론을 주목시켰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퍼플렉시티가 더 이상 ‘작은 신생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테크 판도를 흔드는 잠재적 플레이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기업이, 이제는 구글과 같은 거대 공룡의 심장부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의 상징적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퍼플렉시티는 어떤 기업이기에, 설립 4년 만에 이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가치 100억 달러를 넘어선 AI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Anthropic, Safe Superintelligence(SSI), Thinking Machines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창업자가 모두 OpenAI 출신이라는 사실인데요. 이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사관학교는 OpenAI”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Anthropic은 전 OpenAI 부사장 다리오 아모데이가 동생과 함께 설립했고, SSI는 공동 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Thinking Machines는 전 CTO 미라 무라티가 설립했습니다. 이들 모두 OpenAI에서 쌓은 경험과 문제의식이 각기 다른 기업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퍼플렉시티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동문 스타트업을 넘어, '검색'이라는 오래되고 거대한 영역을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UC 버클리에서 AI 박사 학위를 받고, 구글 브레인, 메타 AI, OpenAI를 거쳤습니다. 글로벌 연구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차근차근 성장해 온 이력이 창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곤 했는데요. 하지만 정작 창업 아이템은 구글의 심장부, 검색 엔진을 정면으로 겨냥한 서비스였습니다. 존경이 곧 도전으로 바뀐 순간이었죠.
이 장면은 업계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OpenAI 입장에서는 핵심 인재가 경쟁자로 독립했고, 구글로서는 자신을 존경하던 연구자가 도전자로 마주 선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서사는 두 거인의 틈에서 존재감을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퍼플렉시티의 밑바탕에는 광고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검색이라는 철학이 있었습니다. 기존 검색 엔진은 광고 기반 수익 모델 탓에, 사용자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 광고주가 원하는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곤 했는데요. 퍼플렉시티는 “검색은 신속하고 효율적이어야 하며, 광고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신념을 세웠습니다. 질문에 곧바로 핵심 답변을 제시하고,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그 해답이었죠.
이 철학은 퍼플렉시티의 별칭인 “해답(answer)을 제공하는 엔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서비스는 초기부터 요약된 답변과 출처 링크를 함께 제시했고, 이는 전통적인 검색 엔진과의 차이를 뚜렷하게 각인시켰습니다.
퍼플렉시티의 대표 서비스는 동명의 AI 검색 엔진입니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언어 모델(LLM)을 검색 엔진에 결합해 사용자의 검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관련 문서를 검색해 불러오고, LLM이 이를 요약·정리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답을 제공합니다.
기존 검색은 키워드를 조합해 수십 개의 링크를 나열한 뒤, 사용자가 직접 클릭하며 정보를 추려내야 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질문을 곧바로 맥락 있는 답변으로 전환합니다. 쉽게 말해, 질문을 잘 이해하고 → 관련 정보를 잘 찾아내고 → 다시 잘 설명하는 과정을 자동화한 것입니다. 사용자는 원하는 답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탭을 열어둘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 구조는 흔히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검색 증강 생성)라고 불립니다. 대규모 언어 모델의 언어 이해력과 검색 엔진의 실시간성을 결합한 방식으로, 기존 챗봇이 가진 “지식이 업데이트되지 않는다”라는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덕분에 퍼플렉시티는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 상황에 따라 최신 지식과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실시간 지식 엔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퍼플렉시티가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신뢰를 얻은 이유는 단순히 편리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답변과 함께 출처를 제시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요약된 결과와 함께 어떤 웹사이트와 자료를 근거로 했는지가 링크로 표시되어, 사용자가 내용을 직접 검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답을 제공한다”가 아니라, “정답이 어디서 나왔는지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검색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 방식은 대형 언어 모델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할루시네이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기존 챗봇이 사실과 다른 답변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면, 퍼플렉시티는 투명성을 무기로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사용자는 답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필요하다면 원문을 직접 열람해 맥락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UX는 단순히 검색 효율성을 높인 수준을 넘어, 정보 소비문화 자체에 변화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가 단순히 답을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답의 근거를 함께 확인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통해 신뢰 기반 검색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갔습니다.
퍼플렉시티는 검색 서비스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웹 기반 검색을 넘어, 브라우저 자체를 AI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가 2024년 발표된 자체 브라우저 ‘코멧(Comet)’입니다.
코멧은 단순한 웹 탐색 도구가 아니라, 브라우징 과정에 AI 조력을 내장한 플랫폼입니다. 사용자가 기사를 읽으면 곧바로 요약을 제공하고, 논문을 열람하면 관련 연구를 추천하며, 쇼핑몰에서는 가격 비교와 리뷰를 정리해 줍니다. 검색창에 질문을 던져 답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순간마다 곧바로 AI의 도움을 받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것이죠.
이러한 흐름은 서두에 언급된 크롬 인수 제안과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화제를 모으려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검색과 브라우저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존 검색 엔진과 확연히 다릅니다. 구글이 광고 중심으로 무료 검색을 제공했다면, 퍼플렉시티는 구독 기반 모델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기본 요금제인 Perplexity Pro는 월 20달러(연 200달러)로 GPT, Claude, Gemini 등 여러 고급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파일 업로드, 음성 질의, 빠른 응답 속도 등 프리미엄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25년 7월에 도입된 최상위 요금제인 Perplexity Max는 한층 과감합니다. 월 200달러로, 무제한 Labs(스프레드시트, 리포트, 웹 앱 생성 등), Comet 브라우저 조기 접근, OpenAI o3-pro 및 Claude Opus 4 등 최신 AI 모델에 우선 접근할 수 있으며, 전용 지원도 우선 제공됩니다. 이는 “AI 슈퍼 유저, 전문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포지셔닝을 분명히 하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성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2024년 기준 약 24만 명의 프리미엄 구독자를 확보했고, 2025년 55만 명, 2026년에는 29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는데요. 이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유료 검색이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앞서 퍼플렉시티가 광고 없는 검색을 표방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구독만으로는 수익을 장기적으로 안정화하기 어렵습니다. 퍼플렉시티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광고와 제휴를 통한 수익 다각화에 나섰습니다. 2024년부터 검색 결과 옆에 “Sponsored” 표시가 붙은 후속 질문형 광고를 실험적으로 도입한 것인데요. 다만, 이 방식은 답변의 본문에 개입하지 않고 옆에서 맥락을 이어가며,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e커머스 제휴가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사용자가 제품을 검색하면 가격 비교, 리뷰, 구매 링크를 함께 제공해, 검색에서 바로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 구글 쇼핑이나 아마존과 경쟁하는 새로운 광고·커머스 모델로, 퍼플렉시티가 단순 검색을 넘어 상거래의 관문(gateway) 역할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검색 능력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인 '소나(Sonar)'를 개발하여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Zoom, Copy.ai 등 기업 고객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죠. 또한 퍼플렉시티는 개별 구독자 의존도를 줄이고, 기업 단위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결국 퍼플렉시티의 수익 전략은 “광고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접점을 통해 비용 구조를 완화한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광고·쇼핑·B2B를 아우르는 이러한 시도는, 기존 구글식 검색과 달리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수익을 곁들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구독 모델을 적용하고 있지만, 퍼플렉시티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입니다. 무료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역시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일 텐데요. 2023년 MAU는 약 200만 명에 불과했지만, 2024년 4월에는 1,500만 명, 같은 해 10월에는 2,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약 2,200만 명에 이르며,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대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검색량도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4년 8월에 월 2.3억 건 수준이던 검색 쿼리는 불과 9개월 뒤인 2025년 5월 기준, 월 7.8억 건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평균 3천만 건 이상 질문이 오간 셈으로, 이는 단순한 실험적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적인 검색 습관으로 정착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퍼플렉시티의 시장 내 위상도 바꾸고 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현재 AI 검색 엔진 중 ChatGPT에 이어 2위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의 소수점 대 비율을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구글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20년 동안 구글의 아성에 균열조차 내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시 2년 만에 검색 판도에 존재감을 새긴 드문 사례로 평가됩니다.
퍼플렉시티의 빠른 성장세는 투자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2023년 4월 시리즈 A 단계에서 약 2,600만 달러를 유치하며 출발한 이 회사는, 불과 1년 만에 엔비디아와 제프 베조스 등이 참여한 시리즈 B에서 7,360만 달러를 끌어모아, 기업가치 약 5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이어 2024년 4월 추가 투자 라운드에서는 기업가치 10억 달러를 돌파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라섰고요.
2025년에 들어서는 몸값이 폭발적으로 치솟았습니다. 6월에는 약 5억 달러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까지 상승했고, 한 달 뒤인 7월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엔비디아,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등이 다시 참여한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무려 180억 달러(약 24조 원)로 평가되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18배나 증가한 셈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퍼플렉시티가 자체 대형 언어 모델(LLM) 없이도 이 같은 가치를 달성했다는 사실입니다. OpenAI나 Anthropic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모델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GPT·Claude·LLaMA 같은 외부 모델을 조합해 검색 엔진과 결합하는 전략만으로도 이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냈는데요. “모델 개발이 아닌 서비스와 경험 혁신만으로도 메가유니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됩니다.
퍼플렉시티의 차별점인 ‘출처 기반 답변’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사나 논문을 직접 찾아 읽지 않아도 곧바로 요약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와 출판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비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웹사이트 방문 없이 요약만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광고 트래픽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언론사의 수익 모델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말,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사 다우존스와 뉴욕포스트 모기업은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퍼플렉시티가 “뉴스 기사를 대량 복사해 원본을 대체한다”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자사 독자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2025년 들어서는 BBC까지 합세해, 퍼플렉시티가 자사 기사를 무단 크롤링·요약하고 있다며 데이터 삭제와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자체 모델을 학습시키지 않고, 외부 모델을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뿐이라며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처 링크를 명시하기 때문에 트래픽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입을 돕는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원문을 클릭하지 않고 답변 요약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언론사 반발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퍼플렉시티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언론사와의 상생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일부 매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식이 유력한데요. 구글이 수년간 ‘뉴스 쇼케이스’ 같은 보상 모델로 갈등을 관리해 온 전례를 감안하면, 퍼플렉시티 역시 콘텐츠 제작자와의 새로운 합의점을 마련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을 겁니다.
퍼플렉시티는 오랫동안 GPT, Claude, Gemini 같은 외부 모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했지만, 구조적으로는 비용과 주도권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뒤따릅니다. 먼저 외부 API 호출 비용이 계속 늘어나면서,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변동비 부담이 커집니다. 또한 모델 제공사가 가격을 올리거나 접근 권한을 제한하면, 퍼플렉시티의 서비스 품질과 전략이 직접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퍼플렉시티는 자체 모델 소나를 활용해 외부 모델 호출량을 줄이고 있죠. 다만 소나는 본질적으로 경량 모델이기 때문에, 복잡한 창의적 작업이나 고급 코딩, 멀티모달 처리와 같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합니다. 따라서 소나가 외부 모델을 완전히 대체하기 전까지, 비용 부담과 기술 의존도 문제는 계속해서 퍼플렉시티의 성장에 제약 요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퍼플렉시티가 맞닥뜨린 가장 큰 외부 변수는 거세지는 검색 경쟁입니다. 구글은 이미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를 검색에 통합해, 검색 결과 상단에서 요약 답변을 기본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OpenAI 역시 ChatGPT에 브라우징 기능을 붙여 최신 정보 검색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사용자는 굳이 새로운 서비스로 옮겨가지 않아도, 기존 플랫폼 안에서 비슷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신생 경쟁자들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습니다. You.com, Andi 같은 글로벌 서비스는 물론, 한국에서도 앨런, oo.ai 등 AI 검색 스타트업이 연이어 출시되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뚜렷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퍼플렉시티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AI 검색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새로운 경쟁자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퍼플렉시티의 과제는 분명합니다. 거대 공룡과 틈새 경쟁자들이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퍼플렉시티가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퍼플렉시티는 단 4년 만에 “검색의 대안”에서 “포스트 구글” 후보군으로 부상했습니다. 자체 대형 언어 모델이 없음에도, 외부 모델을 유연하게 결합해 최적의 답을 제시하는 전략과 출처를 투명하게 제시하는 철학이 사용자 신뢰를 끌어낸 요인입니다. 여기에 유료 구독과 기업용 서비스까지 더하며,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사업적 가능성을 입증한 몇 안 되는 AI 검색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시에 도전 과제도 분명합니다. 언론사와의 저작권 갈등은 사업 기반을 뒤흔들 수 있고, 자체 모델 부재는 비용과 기술 주도권에서 불안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글과 OpenAI 같은 공룡이 유사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어, 퍼플렉시티의 차별성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그럼에도 퍼플렉시티가 던진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광고와 클릭에 얽매이지 않고, 곧바로 신뢰할 수 있는 답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퍼플렉시티는 이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해 새로운 정보 소비 습관을 열어 보였습니다.
앞으로 퍼플렉시티가 구글을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 혹은 특정 사용자층에 머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검색 엔진의 점유율의 90%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미 ‘검색’이라는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그 균열이 일시적인 흔들림일지, 아니면 전환의 시작일지는 이제 사용자와 시장이 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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