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이 이미 생활 속 필수재로 자리 잡은 요즘, 그 기술 뒤에서 움직이는 기업들의 정체와 비전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AI 기업 탐구〉시리즈는 AI 산업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며, 이들이 어떻게 탄생했고, 현재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미래를 그려나가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AI를 이끄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보세요.
최근 한국 AI 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소버린 AI'입니다. 자국의 데이터와 기술력으로 AI 주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이러한 시도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프랑스입니다. 실제 '토터스미디어'의 AI 경쟁력 지수를 보면, 8~12권에 머물던 프랑스가 2024년 급격한 성장 끝에 5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급격한 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오늘의 주인공 '미스트랄 AI(Mistral AI, 이하 미스트랄)'가 2023년 등장해 단기간에 글로벌 판도를 뒤흔들며, 프랑스 소버린 AI 전략의 첨병 역할을 제대로 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어떤 기업이길래 프랑스의 AI 경쟁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었는지, 자세히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미스트랄은 2023년 4월, 세 명의 젊은 AI 연구자들에 의해 설립된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빅테크의 AI 연구 조직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인데요. 공동 창업자인 아서 멘슈(Arthur Mensch)는 구글 딥마인드, 기욤 랑플(Guillaume Lample)과 티모테 라크루아(Timothée Lacroix)는 메타의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생성형 AI가 폭발적으로 진화하던 시기, 이들은 현장에서 유럽에도 자체 AI 모델을 보유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모국 프랑스에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하는데요. '미스트랄'이라는 이름 역시 프랑스 남부와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하는 강한 북서풍에서 따온 것으로, AI 시장에 프랑스발 거센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미스트랄은 등장부터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2023년 6월, 설립 두 달 만에 시드 라운드에서 약 1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2억 6천만 달러를 인정받았는데요. 이는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 시드 투자 기록입니다. 미스트랄이 시작하자마자 큰 관심을 받은 배경에는 유럽의 특수한 환경이 잘 맞물려 있습니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안정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풍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EU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인 AI 법(AI Act)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는데요. 이로 인해 외부 서비스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고, 동시에 유럽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체 모델을 보유하려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부합하는 대안으로 미스트랄이 가장 부합한 선택지가 된 것입니다.
특히 미스트랄은 창립 초기부터 "프런티어 AI, 당신의 손안에(Frontier AI, In Your Hands)"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AI 민주화를 지향했습니다. AI는 소수 빅테크가 독점하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데요. 이 철학은 자연스럽게 오픈소스 우선 전략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었고, 공개된 모델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프랑스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미스트랄은 자연스럽게 국가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2018~2024년 사이 총 72억 유로를 AI 분야에 투자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영국보다 60% 더 많은 규모입니다. 정부는 행정 절차 간소화, 규제 지원, 공공 조달 연계 등을 통해 미스트랄을 비롯한 자국 AI 기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스트랄의 역사는 이제 막 2년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서비스'보다 오픈소스 기반의 자체 AI 모델 개발에 집중해 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작고 빠르면서 효율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는 곧 빅테크 기업의 거대하고 폐쇄적인 AI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미스트랄의 첫 모델인 'Mistral 7B'는 파라미터 수 73억 개에 불과하지만, 당시 많은 인기를 끌던 메타의 LLaMA2-13B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쉽게 말해 가볍고 빠르지만, 더 똑똑한 모델인 셈인데요. 오픈소스 AI 모델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는 출시 직후부터 많은 다운로드 수와 좋아요를 기록하며, 고성능 경량형 모델의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스트랄은 이후 Mixture-of-Experts(MoE) 기법을 적용한 'Mixtral 8x7B'를 공개합니다. 이 모델은 73억 파라미터 모델 8개를 묶은 구조로, 요청마다 가장 적합한 '전문가 모델'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더 많은 파라미터 수를 가진 LLaMA2-70B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했으며, 가성비 최고의 오픈소스 AI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의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글쓰기, 영상 제작 등 콘텐츠 제작 영역은 사용자의 주관적 취향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의 편차가 큽니다. 반면 코딩은 정답에 근접한 응답이 비교적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생성형 AI가 개입했을 때 생산성 향상이 더욱 크게 체감되는 영역인데요. 최근 AI 모델들이 평가에서 '코딩 성능'을 핵심 기준 중 하나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스트랄 역시 2024년, 코드 생성에 특화된 'Codestral'을 공개합니다. 220억 파라미터 규모로, Python, C++, JavaScript 등 80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해하며, 자동완성 → 요약 → 테스트 코드 생성 → 리팩토링까지 수행하는 AI 개발 파트너를 지향합니다.
특히 코드 작업은 중간에 끼워 넣거나 수정해야 할 상황이 많기 때문에 Fill-in-the-Middel(FIM)이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FIM은 코드의 앞과 뒤 상황을 보고 그사이에 필요한 내용을 자동으로 생성·삽입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Codestral은 특히 이 부분에 있어 강점을 보였고, 실제로 오픈소스 계열 코드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모델을 만들던 미스트랄은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 AI 서비스 개발에도 나섭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Le Chat’(르 샤)입니다. 프랑스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이름이 붙은 이 서비스는 쉽게 말해 미스트랄 버전의 ChatGPT로, 자사의 프런티어 모델(Mistral Large)을 기반으로 구현된 멀티모달 AI 비서 플랫폼입니다.
Le Chat은 단순한 문답형 챗봇이 아니라, 웹 검색 → 요약 → 문서 업로드 분석(PDF·파워포인트 등) → 이미지 이해 → 코드 생성 등을 하나의 인터페이스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기존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가 “ChatGPT Plus보다 가볍고 저렴하며 빠르다”라는 것을 내세우며, 실험적 기능을 포함한 베타 버전을 무료 공개해 빠르게 사용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느 AI 스타트업이 그렇듯 미스트랄 역시 아직까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매우 낮은 단계입니다. 그러나 성장 속도만큼은 매우 가파른데요. 2024년 기준 약 3,000만 달러(약 420억 원) 수준이었지만, 아서 멘슈 CEO는 2025년 초 유럽과 미국 외 지역에서 수익이 3배로 증가했다며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비즈니스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미스트랄의 핵심 수익원은 자체 언어모델(Mistral, Mixtral, Codestral 등)을 API 형태로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API 비즈니스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구조로 반복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공공기관처럼 데이터 보안 요구가 높은 고객을 위해서는 모델 자체를 온프레미스(사내 서버)에 설치하는 라이선스 계약 방식도 제공하는데요. 실제로 프랑스 국방부, AFP 통신사, 스텔란티스(Stellantis) 등과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인 B2B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B2B 매출 기반 위에, 최근에는 B2C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Le Chat은 현재 무료 베타 버전이 중심이지만,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유료 구독 플랜(Le Chat Pro)도 함께 제공하며 수익화를 시작했습니다.
ChatGPT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쟁 서비스가 월 20달러의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는 반면, Le Chat은 월 14.99달러 수준의 가격 정책으로 가격 접근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미스트랄은 Le Chat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API 활용량도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어 “서비스 → 모델 판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미스트랄은 폭발적인 투자 유치와 함께 글로벌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미스트랄이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유통 채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미스트랄은 2024년 약 6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 약 60억 달러를 인정받았습니다. 최근에는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비록 절대적인 규모만 놓고 보면 미국 AI 스타트업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유럽 내에서는 단연 높은 평가를 받는 AI 기업으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유럽 AI 시장을 뒤흔든 미스트랄이지만, 넘어야 할 도전과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미스트랄은 “작고 빠른 모델”을 지향하며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의 최상위 경쟁 구도는 여전히 GPT-5, Claude 4 같은 수천억~1조 파라미터급 초거대 모델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Mistral Large 2 모델이 1,230억 파라미터 규모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이 레벨로는 시장에서 ‘최고 성능’을 요구하는 고객을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컴퓨팅 자본을 투입한 대형 모델 개발로 올라서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미스트랄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모든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개방형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동시에 윤리·보안·규제 리스크 역시 초래하는데요. 제로 오픈소스 대표주자였던 메타조차 최근 ‘초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며, 고성능 모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앞으로는 오픈소스 전략을 신중히 하겠다”라고 선회했습니다. AI 민주화라는 미스트랄의 철학이 국제 트렌드의 변수에 의해 뒤흔들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스트랄은 설립 직후부터 유럽의 자존심, 소버린 AI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부여받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빠르게 뛰어오른 만큼 '거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실적과 기술 양쪽에서 증명을 요구받는 상황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대비 매출 구조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점, IPO(기업공개) 혹은 대규모 M&A 없이 내부 수익 구조만으로 버틸 수 있을지 등이 시장의 다음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스트랄은 단 2년 만에 유럽 AI 생태계의 판을 뒤흔든 회사가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떠난 프랑스 출신 연구자들이 “유럽도 자체 기술로 AI를 만들 수 있다”라는 믿음 하나로 창업한 이 회사는, 작지만 강력한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AI의 민주화”라는 흐름을 이끌어냈습니다.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초거대 AI를 만들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그러나 미스트랄의 실험은 아직 ‘완결’이 아닌 ‘진행형’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직면하게 될 질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작고 효율적인 모델 전략이 대형 AI의 성능 경쟁을 어디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다른 하나는 오픈소스 전략이 규제와 수익성 압박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딥시크가 2025년 1월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앱으로 떠오르며 “효율적인 모델이 중심이 될 수 있다”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내 시장은 다시 초거대 모델 경쟁 중심으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불안 요소입니다.
특히 메타는 ‘라마3(Llama3)’를 넘어 초지능 연구소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AI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고, 오픈AI, 구글 등도 스케일을 더 확장하며 경쟁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PI 성능 경쟁이 심화되고, 기업 고객 역시 더 크고 똑똑한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데요. 여전히 미국으로 자본이 몰리고 있는 점 역시 미스트랄에는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입니다.
분명한 것은 미스트랄의 행보가 다가올 한국의 소버린 AI 전략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정부 주도의 AI 모델 개발이라는 한국 방식과 달리, 미스트랄은 민간 기업이 먼저 시작해 국가 전략 파트너로 채택되었다는 태생적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체 모델’, ‘민간 중심 생태계’, ‘오픈소스 기반 시장 확장’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이 있는데요. 미스트랄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행보를 꾸준히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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