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 부킹이 40%가 넘었어요."
우분투한국커뮤니티의 연례 행사인 우부콘 코리아 2025의 참가 신청 상황을 설명하던 문준상 대표(22)의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묻어났습니다. 130명 정원에 184명이 신청했죠. 사실 그는 올해 모객을 걱정했었습니다. ‘IT 행사가 줄어드는 추세에, 우분투라는 리눅스 운영체제가 대중적이지도 않은데 과연 사람들이 올까?’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습니다. 우분투한국커뮤니티는 2005년 시작되어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우분투 커뮤니티 중 하나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커뮤니티의 대표가 2003년생이라는 점. 원년 멤버는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이 특별한 공동체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뉴비를 납치한다"는 농담이 오가는 이곳. 재무제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든 수익을 커뮤니티에 재투자하는 100% 비영리 조직. 대학생부터 교사, 백엔드 개발자, 그냥 집에서 취미로 리눅스를 만지는 사람까지 모두가 환영받는 곳.
ChatGPT도, 테슬라 자율주행도, 당신이 매일 접속하는 넷플릭스 서버도 모두 리눅스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중에서도 우분투는 가장 널리 쓰이는 리눅스 배포판 중 하나죠. 하지만 우분투한국커뮤니티가 특별한 이유는 기술 때문만이 아닙니다.
문준상 우분투한국커뮤니티 대표와 한영빈 고문, 임한 우부콘2025 오거나이저가 우분투한국커뮤니티가 20년이나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를 들려줬습니다.
문준상(대표): 우분투한국커뮤니티는 2005년부터 시작된 오픈소스 운영체제 우분투의 한국 사용자 모임입니다. 현재 20명의 운영진이 6개 팀(리딩, 이벤트, PR, 웹서비스, 리서치&컨트리뷰션, 커뮤니티 모더레이션)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어요. 모든 활동이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며, 정관에 수익 배분 금지 조항이 있어서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모든 수익은 다시 커뮤니티 활동에 사용됩니다.
한영빈(고문): 우분투 글로벌 커뮤니티의 로컬 커뮤니티 중 하나인데, 사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에요. 다른 나라의 경우 2005년에 시작했다가 세대교체가 안 돼서 활동을 중단한 곳도 많거든요. 대만, 포르투갈 정도가 우리처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준상: 저희끼리는 속된 말로 '납치'라고 해요. 새로운 젊은 사람이 오면 다들 신나서 "와, 뉴비다!" 하면서 잡아가려고 하는 문화가 있거든요. 실제로 저도 그렇게 잡혀왔고요(웃음).
정식으로는 매년 초에 운영진을 모집합니다. 포지션 오프닝을 하고, 지원서를 받아서 비디오콜 면접을 보고, 그다음에 바로 납치... 아니, 선발하죠. 자원을 빙자한 납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준상: 네, 실제로 포럼 모더레이터와 이벤트 오거나이저는 아직도 모집 중이에요. 2025년 초에 모집 공고를 냈는데 아직 지원자가 없어서 계속 열려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우분투한국커뮤니티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한영빈: 포지션마다 인기가 다른데, 인기 있는 포지션은 금방 마감되고 인기 없는 포지션은 오래 남아있기도 해요. 보통 연초에 필요한 역할을 논의해서 포럼에 공고를 올리고, 구글 폼으로 지원서를 받아서 화상 면접을 통해 결정합니다.
문준상: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첫째, 뉴비(초보자)가 와도 절대 잡아먹지 않아요. 2005년부터 시작된 오래된 커뮤니티지만 신규 회원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습니다. 둘째, 회계가 굉장히 투명하게 운영돼요. 매년 정기 총회에서 재무제표까지 공개할 정도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임한(우부콘 오거나이저): 한국에서 순수하게 비영리로 운영되는 IT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대부분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분투한국커뮤니티는 정말 투명하고 순수한 단체라고 느껴집니다.
한영빈: 우분투를 생각하는 게 사람마다 다 달라요. 서버 운영하는 인프라 엔지니어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임베디드 개발자, AI/머신러닝 하시는 분들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심지어 그냥 집에서 취미로 우분투를 쓰는 분들도 계세요.
임한: 운영체제다 보니 윈도우처럼 사용 목적에 따라 느끼는 게 달라요. 어떤 분은 IoT에서, 어떤 분은 백엔드 개발에서 사용하시죠. 그래서 우부콘에 오시는 분들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으러 오기보다는 "잘 모르지만 한번 들어볼까?" 하는 공유의 개념으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준상: 결국 '우분투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우분투는 아프리카 반투어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이거든요. 공동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분투에 관심 있는 사람이 계속 들어올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는 거죠.
한영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실현되는 걸 보는 게 큰 보람이에요. 처음 운영진을 시작했을 때는 우부콘 아시아 같은 국제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2021년 우부콘 아시아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개최했고, 이제는 매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준상: 필요에 따라 어디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게 우분투예요. 싱글보드 컴퓨터, 서버, IoT 장비처럼 윈도우나 macOS가 올라가지 못하는 곳에서도 작동하죠. 스팀덱 같은 휴대용 게임기도 리눅스 기반이고요. 특정 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한영빈: 백엔드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레퍼런스가 우분투 기반이 제일 많아요. 각종 개발 도구도 우분투에서 가장 잘 지원되고요. 개발 환경과 배포 환경을 통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죠.
임한: WSL(Windows Subsystem for Linux)을 쓸 때도 우분투가 가장 편해요. 특정 솔루션들은 아예 우분투 특정 버전을 지정해서 요청하는 경우도 많고요. 무엇보다 레퍼런스가 정말 많다는 게 장점입니다.
문준상: ROS(Robot Operating System)와 AI 쪽이 뜨고 있어요. ROS를 돌리려면 우분투가 필수적이고, AI 관련 프로그래밍에도 우분투가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사용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우부콘부터 관련 세션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문준상: 초보자라면 인스톨 페스트나 번역 워크샵이 가장 접근하기 좋아요. 인스톨 페스트는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열리는데, 직접 설치해보고 버그를 찾아보는 행사예요.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천천히 따라올 수 있게 진행됩니다.
운영진으로 더 깊게 참여하고 싶다면 우부콘 자원봉사자나 오거나이저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저도 고등학생 때 티켓 값 3만 원이 아까워서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가 여기까지 왔거든요(웃음).
임한: 정말 문이 활짝 열려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로그인하는 방법부터 물어봤거든요.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시니까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준상: 현재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에서만 열리는데, '로코로코(로컬 커뮤니티의 로컬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으로 확장하고 있어요. 부산에서는 이미 정기적으로 인스톨 페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포항과도 협업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포항시에서 새로 짓는 컨벤션 센터의 첫 행사로 우부콘 아시아를 유치하고 싶다고 제안해주셔서 협업 중인데, 포럼 모더레이터와 포항 지역 오거나이저를 7개월째 찾고 있어요. 관심 있으신 분은 꼭 연락 주세요!
궁극적으로는 언제든 처음 사용하는 우분투 유저가 들어와도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문준상: "우분투, 무서운 거 아니니까 ‘찍먹’ 한번 해보세요!"
한영빈: "그냥 일단 깔아서 사용해 보세요. 예전과 달리 설치도 쉬워졌고, WSL로 윈도우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
임한: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까 노크만 하시면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2025년 8월 10일, 우부콘 코리아 2025가 개최됩니다. 20주년을 맞은 우분투 코리아 커뮤니티는 여전히 새로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기술의 깊이와 상관없이, 경험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그저 호기심 하나만 있다면 충분하죠.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정신처럼, 커뮤니티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니다.
노희선 에디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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