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지워지는 소셜미디어, 이대로 끝나는 걸까?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지난 메타(Meta)의 반독점 소송 재판에 출석해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증언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더 이상 ‘소셜하지 않다’라는 것이 그 근거였는데요.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소셜미디어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크 저커버그가 소셜미디어 시대의 종말을 고한 배경이 무엇인지, 해당 발언이 소셜미디어 업계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략적으로 대응합니다
저커버그의 발언은 올해 4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법정에서 나왔습니다. FTC는 메타가 2012년 인스타그램과 2014년 왓츠앱(WhatsApp) 인수를 통해 소셜미디어 시장의 경쟁을 억제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응하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Facebook)과 인스타그램(Instagram)이 더 이상 전통적인 소셜 네트워크가 아닌 디지털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전환되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사의 플랫폼이 유튜브(Youtube) 등과 경쟁하며 전통적 소셜 네트워크의 정의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끝났다는 저커버그의 주장은 소셜미디어가 속한 시장을 더 넓은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해, 반독점 소송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가 소셜적인 성격을 잃어간다고 강조한 저커버그의 발언은, 법정 방어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럼에도, 과거 대비 소셜미디어가 ‘덜’ 소셜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 이용 패턴의 전환
먼저 사용자들의 서비스 이용 패턴이 유의미하게 변화했습니다. 과거 소셜 네트워크가 친구 간 소통 중심의 서비스였다면, 현재는 유명인의 콘텐츠, 인기 포스트, 밈(meme), AI가 생성한 영상 등의 콘텐츠 소비가 이용의 주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는 소셜미디어가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변모한 것을 의미합니다. 저커버그의 주장과 일치하는 현상인 것이죠.
소셜미디어가 검색 엔진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플랫폼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브랜드 관련 정보를 탐색하는 검색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지인과 소통하는 네트워크로만 기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파악하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죠. 이 같은 이용 패턴의 변화가 소셜미디어를 더 이상 소셜스럽지 않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2) 알고리즘 중심의 콘텐츠 배포
다음으로 콘텐츠 배포 방식도 눈에 띄게 변화했습니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팔로우한 계정의 콘텐츠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는 플랫폼들이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화 추천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개별 사용자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알고리즘 중심의 콘텐츠 배포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능동적인 소셜 네트워킹보다는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에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소셜미디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공간에서 개인화된 미디어 소비 플랫폼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화된 콘텐츠가 주를 이루니, 사용자의 이용 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용 패턴의 변화와 새로운 콘텐츠 배포 방식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셜미디어의 소셜적인 성격이 옅어지고 있다는 저커버그 발언의 핵심은, 메타의 서비스가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넘어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도 경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전통적 의미에서 소셜미디어로 분류되지 않았던 레딧(Reddit)이나 유튜브, 넷플릭스(Netflix) 같은 서비스도 이제 경쟁 대상이라는 것이죠.
레딧은 수많은 주제별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한 정보 공유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서비스로, 페이스북 대신 찾는 커뮤니티형 서비스로 발전했습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며 다른 소셜 미디어의 광고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새로운 경쟁 서비스 간의 사용자 쟁탈전은 점점 치열해지는 중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용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승자 독식 형태의 경쟁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틱톡도 자주 사용하며,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 사용자 중 상당수가 틱톡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목적에 따라 서비스 소비 패턴이 뚜렷이 구분되었습니다. 지인과의 네트워킹을 위한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트렌디한 짧은 영상을 위해서는 유튜브에 접속하며, 여유로운 환경에서의 미디어 시청을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시청했던 것이죠.
하지만 더 이상 사용자는 특정 서비스에 일정 사용 시간을 할당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으로 기능하기에 서비스 간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용자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을 뜻하는데요. 이러한 변화는 소셜미디어에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집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는 플랫폼만의 뚜렷한 강점을 만들거나, 다른 서비스와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소셜미디어는 공개 타임라인 피드에 게시물을 올리고 소비하던 트렌드에서, 일회성 스토리와 개인 메시지(DM)로 소통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최근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책임자 아담 모세리(Adam Mosseri)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 변화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용자가 공개된 피드에는 예전만큼 포스트를 공유하지 않지만, 스토리에는 더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사진이나 영상은 오히려 개인 메시지로 가장 많이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소셜미디어에서의 네트워킹이 일방적으로 감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나에게 일어난 최근 소식 등의 정보 공유를 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 방식이 변화했다는 것이죠. 예전과는 달리 네트워킹이 더 프라이빗 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소셜미디어는 소셜의 성격을 완전히 걷어내기보다 변화된 이용 환경 내에서 새로운 소셜의 성격을 더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겁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알고리즘 노출에서 발생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프라이빗 한 공간에서 소통하려는 사용자의 니즈는 소셜미디어만 충족시킬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도 계속해야 하는데요. 이에 대해 최근 주목받는 AI 챗봇이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에 주요 소셜 플랫폼에 메타 AI(Meta AI)라는 AI 챗봇을 도입해, AI와 직접 대화하는 새로운 사용 패턴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메타 AI는 2025년 초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약 10억 명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메타의 AI 챗봇 전략이 틱톡, 유튜브, 스냅챗 등 경쟁 플랫폼과 차별화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컨대 틱톡은 지니(Genie) 챗봇 등을 통해 빠른 콘텐츠 생성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쟁 서비스는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편하게 생성하도록 돕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메타는 대화형 AI를 강조합니다.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사용자가 플랫폼에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방식을 차별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체류 시간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프라이빗 한 네트워킹이라는 사용자의 니즈도 충족할 수 있을 겁니다. AI 친구와 맺는 의미 있는 교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죠.
마치며
‘소셜미디어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마크 저커버그의 발언은 표면적으로 법적 방어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셜미디어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 경종이었습니다.
현재의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순수한 의미의 네트워킹 공간이 아닙니다.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배포, 상업적인 마케팅, 개인화된 미디어 소비가 결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변화했죠. 향후 소셜미디어는 단일한 형태가 아닌 다양한 목적과 사용자 니즈에 맞춘 유연한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할 겁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만 가져갈 수 있는 ‘연결’이라는 본질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경쟁해야 하는 시장의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 ‘연결’이라는 키워드는 소셜미디어 고유의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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