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도 마케팅이 필요했을까?
제품 자체가 미쳐버린 챗GPT도 마케팅이 필요할까요? 저도 몰랐습니다. 저는 마케터도 아니어서 마케팅 전략에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한 달 전쯤 제가 구독하고 있는 레니의 팟캐스트(Lenny's Podcast) 유튜브에 오픈AI(OpenAI)의 첫 번째 마케터가 소개되어 알게 됐습니다. 아, 다 마케팅 전략이 있구나.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저장해뒀지만 정리를 계속 못하고 있었는데요.
정리를 안 하고 넘어가기는 아까워서, 발행된 지 한 달 지났지만 오늘이라도 그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오픈AI와 스트라이프(Stripe)의 첫 번째 마케터 크리티카 샨카라만(Krithika Shankarraman)의 이야기입니다. 오픈AI와 스트라이프의 첫 마케터라는 점도 흥미로운데 그 전략 또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크리티카는 “가장 성공적인 기술 기업에서도 마케팅이 필수적이며, 그 역할은 제품과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특히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명확한 정답이 되는 “플레이북”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크리티카 샨카라만은 누구?
크리티카 샨카라만은 단순히 마케팅 경력이 풍부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녀는 오픈AI의 첫 마케터이자 마케팅 부사장이었으며, 스트라이프에서는 첫 마케터로서 3년 동안 유일한 마케팅 담당자였습니다. 또한 Retool과 Dropbox의 초기 마케팅 리더를 역임했고 Google에서 Android 마케팅을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Thrive Capital의 EIR(Executive In Residence)로서 포트폴리오 기업과 창업가들의 마케팅 전반을 지원하고 초기 마케팅 리더 채용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ChatGPT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으로 불리는 만큼, OpenAI에서의 경험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플레이북'은 없다: 상황 진단과 차별화의 중요성
크리티카는 마케팅 문제에 대한 "하나의 명확한 정답"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모든 것에 대한 플레이북이나 프레임워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고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요. 회사의 고유한 상황(context), 경쟁 환경, 그리고 당시의 시대정신이 워낙 중요해서, 똑같은 전술이라도 전혀 다르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성공의 ‘결과’만 보지 말고 그 결과를 만든 ‘입력값’과 ‘변수’를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 제품 마케팅을 위해 뭘 해야 할까요? 플레이북 대신 크리티카가 제시하는 건 '진단(Diagnose)' 중심의 4단계 프로세스, 일명 DATE 프레임워크입니다.
D: Diagnosing (진단하기)
실제 문제를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리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보다 퍼널의 어느 단계에 문제가 있는지 진단해야 합니다. 상단 퍼널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만 전환율이 낮다면, 수요 생성(demand generation) 리더를 고용하는 것보다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이나 경쟁사와의 차별화, 포지셔닝 등을 고민하는 제품 마케터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잘 작동하는 채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며, 허영 지표(vanity metrics) 너머 실제 파이프라인과 매출에 기여하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A: Analyzing (분석하기)
경쟁 환경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보고, 우리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똑같이 하는 것보다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중요해요. 특히 AI 시대에는 가격 경쟁은 의미 없고, 고유한 가치와 경험을 주는 게 중요하죠.
T: Take a Different Path (다른 경로를 택하기)
말 그대로 남들과 다른 길을 가보는 것입니다. 리툴(Retool) 재직 시절, 경쟁사들이 콘텐츠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할 때, 리툴은 강력한 고객사들(Netflix 같은)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서 큰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는 따라 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하는 거죠. 나아가 차별화는 사용자의 니즈와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E: Experiment (실험하기)
마지막은 실험, 테스트, 검증입니다. 뭐가 통하는지 테스트하고, 효과 있는 것에 집중하고, 아닌 건 과감히 버리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콘텐츠라도 안 먹히면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특히 투입한 노력 때문에 잘 안 되는 것에 매달리는 오류(sunk cost fallacy)를 피해야 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심리적 안전성을 팀에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AI 제품의 가격 책정 모델과 같이 명확한 답이 없는 영역에서는 실험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마케팅 지표와 '허세 지표' 구분
크리티카가 허세 지표와 진짜 중요한 지표를 나눈 부분도 흥미로웠는데요. 그는 클릭 수, 조회 수, 노출 수와 같은 '허세 지표(vanity metrics)'는 중요하지 않다("bullshit numbers")고 단언합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지표는 실제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지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비즈니스 성장에 기여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 자체 사용(Self-serve) 제품/PLG(Product-Led Growth): 회원가입(signups)
- B2B 기업: 영업 리드(sales leads), 파이프라인(pipeline), 기회(opportunity), 매출(revenue)
오픈AI, 스트라이프, 리툴의 마케팅 전략
크리티카 샨카라만은 오픈AI, 스트라이프, 리툴 같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회사들에서 마케팅의 최전선을 이끌며, 우리가 흔히 아는 '플레이북'을 넘어선 독창적이고 실질적인 액션들로 성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공 사례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회사가 처한 독특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오픈AI: "챗GPT를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질문에 답하다
크리티카가 OpenAI의 첫 번째 마케터로 합류했을 때, ChatGPT는 이미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 중 하나였습니다. "챗GPT? 다 알지. 왜 마케팅이 필요해?"라고 생각하기 쉬운 상황이었죠. 하지만 그녀가 파악한 핵심 문제는 인지도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챗GPT를 알고 있었지만, "이걸 대체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근본적인 질문에 막혀 있었습니다. 검색을 써야 할까, 챗GPT를 써야 할까? 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마케팅의 역할은 단순히 클릭 수, 페이지뷰 같은 '허황된 지표(vanity metrics)'를 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사용 사례에 대한 깨달음(use case epiphany)'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와, 챗GPT로 저것도 할 수 있네? 전혀 몰랐다"라고 느끼게 만들고, 특정 이유 때문에 챗GPT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크리티카는 “저는 마케팅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단순히 일반적인 유입 경로 상단, 중간, 전환 중심의 전술을 다르는 것보다 훨씬 더 진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챗GPT는 B2B에서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B2B 마케팅에서 했던 첫 번째 중요한 액션 중 하나는 챗GPT 엔터프라이즈의'영업팀 문의 양식(contact sales form)'을 연 것이었습니다. 양식을 열자마자, 잠재 고객(리드)의 양이 하룻밤 새 40배나 폭증했다고 합니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좋은 성과였지만, 동시에 엄청난 운영 과제를 안겨줬죠.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그녀는 마케터의 전통적인 업무를 넘어선 실질적인 기술 액션을 취했습니다. 챗GPT를 직접 사용해 파이썬 스크립트를 코딩했고, 이 스크립트가 오픈AI의 초기 리드 자격 평가(lead qualification) 및 리드 스코어링(lead scoring) 모델 역할을 했습니다. 그녀는 나중에 이 스크립트가 실제 운영 환경에서 "필요 이상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렇게 오픈AI에서의 마케팅은 제품의 가치를 알리는 것을 넘어, 예상치 못한 성장에 따른 진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문제 해결 과정까지 포함했습니다.

스트라이프: 개발자 고객을 사로잡는 제품 이해와 고객 소통
크리티카가 스트라이프에 합류했을 때는 회사의 첫 번째 마케팅 담당자였고, 심지어 3년 동안 유일한 마케터였습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3년 동안 혼자 마케팅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스트라이프의 초기 고객은 주로 개발자였고, 개발자 출신 공동 창업자들이 사실상 첫 번째 마케터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트라이프에서의 경험을 통해 크리티카는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마케팅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개발자들은 코드의 버그를 찾아내듯, 마케팅 콘텐츠나 블로그 글에서도 오류를 귀신같이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자료가 제품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기에, 소통 방식에 있어 매우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했습니다.
Stripe에서의 마케팅 역할은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여러 챕터로 진화했습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이미 개발은 끝났지만 고객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기능들의 백로그를 해소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기능 개발만으로는 출시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알려서 사용(usage)과 참여(engagement)를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출시라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블로그 RSS 구독자를 넘어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출시를 알리고, 개발자 경험 및 개발자 관계 조직을 구축하며 열광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투자했습니다. 회사가 단일 결제 처리 회사에서 다양한 제품을 가진 생태계로 확장되면서, 마케팅은 복잡해진 제품군 속에서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솔루션을 이해하고 찾도록 돕는 역할로 변화했습니다.
실질적인 사례로, 크리티카는 고객의 목소리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라이프에는 모든 신규 입사자가 고객 지원 업무를 맡도록 하는 관행이 있는데요, 이 업무를 하면서 크리티카는 고객의 반복되는 질문을 알게 됐습니다. 구독 결제가 되는지, 송금 기능이 있는지 등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런 기능이 이미 존재하지만 고객은 이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는 고객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제품 마케팅 메시지를 빠르게 개선하는 "치트 코드"와 같았습니다. 그는 고객의 이러한 오해를 해소하고제품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랜딩 페이지와 문서를 제작했습니다. 이는 팀을 늘리지 않고도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는 특히 “개발자를 위한 교육 자료는 훌륭한 마케팅 퍼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개발자들은 그런 자료를 보는 것을 영업팀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이유죠.
또 다른 사례는 스트라이프 커넥트(Stripe Connect) 마케팅이었습니다. 경쟁사들이 'PayFac'(Payment Facilitator) 같은 업계 용어를 쓰며 직접 PayFac가 되도록 돕는 컨설팅 서비스처럼 접근했을 때, 스트라이프는 차별화 전략을 썼습니다. SEO를 위해 'PayFac' 용어를 사용하되, "결제 대행사(PayFac)가 되는 비밀 플레이북"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PayFac가 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성가신지 설명하며, 대신 Stripe Connect를 사용하라고 제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는 경쟁사와 다르게 움직이며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사 제품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린 사례입니다.

Retool: 인지도 낮은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다
로우코드 플랫폼 리툴에서의 경험은 오픈AI나 스트라이프와는 또 달랐습니다. 스트라이프나 오픈AI는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인바운드 중심 회사였던 반면, 리툴은 제품 시장 적합성(PMF)은 뛰어났지만 인지도가 부족하여 마케팅이 곧 매출로 직결되는 환경이었죠. 집 안에서 고객이 문을 두드리길 기다리는 대신, 집 밖으로 나가 이웃에게 스스로를 알려야 했습니다. 수요를 만들고 아웃바운드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크리티카는 여기서도 진단적 접근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유입되는 리드의 질을 분석하여 유료 소셜 채널 같은 기존 채널들이 겉보기 지표(vanity metrics)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 영업 기회(pipeline)나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콘텐츠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단순히 따라 하는 대신 차별화된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Retool의 진짜 강점은 이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실제 엔터프라이즈 기업 고객들이었고, 이를 활용해 고객 마케팅과 고객 스토리텔링에 집중했습니다. 고객사 로고를 활용하고 그들의 성공 사례를 알리는 것이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강력한 차별화 요소였습니다. 그들은 또한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웨비나, 세일즈 디너 등)를 실험하고 테스트하여,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 파악한 후 효과 있는 것에 집중하고 아닌 것은 과감히 버렸습니다.
리툴에서의 또 다른 구체적인 액션은 가격 전략 실험이었습니다. 영업팀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셀프 호스팅(self-hosted) 버전의 리툴을 누구나 영업팀과 대화 없이 셀프 서브로 이용 가능하게 바꾼 것입니다. 이 변화는 확실히 퍼널의 볼륨을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동시에 영업팀이 확보하는 잠재 고객의 양을 상당히 감소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영업팀이 더 높은 연간 계약 가치(ACV, Anual Contract Value)를 가진 대규모 고객(up market)에 집중하도록 돕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트레이드오프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오직 실험과 파일럿을 통해서만 확신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가격 책정 또한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시장 반응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비즈니스 목표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영역임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크리티카 샨카라만의 마케팅 경험은 각기 다른 회사의 고유한 문제에 대해 깊이 진단하고,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며, 구체적인 실험과 액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합니다.
IT 분야에서 일한다면, 곱씹어볼 만한 인사이트
이밖에도 인터뷰에서 크리티카 샨카라만은 마케터들을 위한 여러 조언을 했는데요. 저는 마케터는 아니지만 이 조언이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기술 중심 조직에서 ‘마케팅’이라는 역할이 점점 더 제품 기획과 개발, 고객 경험 전반과 맞물리는 오늘날, 그녀의 관점은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그녀의 조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5가지를 추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제품팀과의 '진짜 협업'이 마케팅의 출발점
크리티카는 마케팅을 제품 완성 후 덧붙이는 활동이 아닌,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움직이는 ‘연장선’으로 봅니다. 특히 기술적 고객층을 상대하는 경우, 마케팅 메시지는 제품의 확장(extension)이어야 하며, 높은 정확성과 품질이 요구됩니다. 스트라이프에서는 모든 신입 직원이 고객지원 업무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언어를 몸으로 이해하도록 했습니다.
2.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일수록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스타트업 환경에서는 ‘빨리 만들고 부수자’는 문화가 익숙하지만, 크리티카는 정반대의 주장을 합니다. 충분한 프로세스가 오히려 실행 속도를 높인다는 것. 명확한 마케팅 리뷰 체계, 전략과 실행 단계에서의 체크포인트 설정은 팀 전체의 정렬도를 높이고, 신입 구성원이 빠르게 기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3. 브랜드는 ‘결과’가 아니라 ‘설계’다
강력한 브랜드는 고객 신뢰를 형성하고, 제품 출시를 비롯한 모든 활동을 수월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로고나 톤앤매너를 넘어,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접점을 일관되게 설계해야 하며, 마케팅 팀은 그 시작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4. AI 시대, 차이를 만드는 건 여전히 사람의 ‘취향’과 ‘감각’
AI 도구가 콘텐츠 생성을 빠르게 만들고 있지만, 진짜 차별점은 사람의 ‘안목(taste)’과 ‘솜씨(craft)’에서 나온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이 안목은 훌륭한 결과물에 얼마나 많이 노출됐느냐(exposure hours)에 비례하며, 이는 직무를 막론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를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조언입니다.
5. 실패에서 도망치지 말고, 구조적으로 복기하라
스트라이프에서 시도했던 ‘스트라이프 릴레이(Stripe Relay)’의 실패 경험을 꺼내며, 크리티카는 실패를 솔직하게 돌아보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시장 타이밍, 사용자 리서치, 기술적 맥락의 부족함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실패가 단순한 좌절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위한 학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크리티카 샨카라만의 이야기는 단순히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기술 중심 조직에서 더 나은 커뮤니케이터, 문제 해결자, 협업자로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로 읽혔습니다.
마치며
OpenAI, Stripe, Retool 등 혁신 기업에서 초기 마케팅을 이끈 크리티카 샨카라만은 “모든 마케팅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답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만의 진단과 판단, 그리고 그 맥락에 맞는 의도적이고 사려 깊은 접근이라는 거죠.
그녀는 마케팅을 단지 성과 지표를 맞추는 기법이 아니라, 고객과 제품을 깊이 이해하고 실험하며, 차별화된 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DATE 프레임워크가 보여주는 이 진단 중심 접근은 기술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마케터들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줍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녀가 AI 시대의 마케팅에서도 여전히 ‘솜씨(craft)’와 ‘취향(taste)’이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입니다. 크리티카는 “AI는 노력을 증강해주는 도구일 뿐, 진짜 차이는 제품과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고 강조합니다. 좋은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작업물에 오랜 시간 노출된 경험(exposure hours)에서 길러진다고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누구나 AI를 도구처럼 쓸 수 있는 시대일수록, 기본기를 갖추고, 맥락을 읽고, 남들과 다른 감각을 기르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메시지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케팅뿐 아니라 기획, 브랜딩, 콘텐츠 등 다양한 창의적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관점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생각해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크리티카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AI 시대에도,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얼마나 의도적으로 접근하는가에서 비롯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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