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맞아 한 창업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AI 시대에, 나는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AI 시대를 맞아,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나는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2012년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한 이후, 지난 13년간 여러 기술적 전환점을 마주해왔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은 처음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저는 창업자로서의 경험과 반성을 되짚어보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시대의 후회: 상상력의 빈곤이 낳은 기회 손실

마이리얼트립의 첫 앱은 창업 3년 뒤인 2015년에 출시됐습니다.
그전까지 저는 모바일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관여 여행 상품을 구매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작은 화면과 느린 반응 속도, 부족한 신뢰도 등 여러 이유로 우리는 PC 웹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고, 실제 당시 데이터를 봐도 모바일에서의 구매는 10만 원 이하 소비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우리는 모바일 중심의 변화에 뒤늦게 반응해야 했고, 그 경험은 제게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대표의 상상력이 부족하면 회사 전체가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다짐했습니다. 다음 변화가 온다면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넓게 상상하겠다. 그리고 지금, 그 ‘다음’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AI는 모바일보다 더 거대한 변화입니다.
분업에서 통합으로: 조직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
AI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에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조직은 분업을 통해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 왔습니다. 기획자는 기획을,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개발자는 개발을 담당하며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때마다 이 구조는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인터넷, PC, 모바일은 업무의 경계를 흐리게 했고, 이제 AI는 그 흐름을 근본적으로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AI 기반 스타트업에서는 소수의 구성원이 다기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분업이 무너질 때, 각 개인은 더 넓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게 됩니다. 더 이상 팀 간의 조율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흐름은 결국, 리더십의 ‘조율’ 기능이 축소되고, IC(Individual Contributor)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기능보다 문화가 먼저다: 리터러시가 변화의 시작점
처음에는 AI 전담 조직을 만들어 특정 기능을 개발하고, 각 팀에서 의뢰된 솔루션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곧 병목이 발생했습니다. 요청 중심의 구조는 컨텍스트 이해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고, 팀 전체의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특정 팀이 AI를 담당하기보다는, 모든 구성원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우리는 실험적인 사례 공유 세션을 열고, 동료 간에 학습이 일어나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일부 팀에서는 ‘Bounty Hunter’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동료를 직접 찾고 포상하는 시도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리터러시는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기반입니다. AI를 일에 연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전사적인 학습과 자율적인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인위적 결핍: 역할 확장을 유도하는 구조적 설계
기존의 업무 구조 안에서 단순히 “AI를 써보라”고 권유하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흥미 위주의 실험으로 흐르기 마련이고, 실제 비즈니스 임팩트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위적 결핍’을 구조적으로 설계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의도적으로 특정 포지션 – 예를 들면, 디자이너나 개발자 - 없이 팀을 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을 확장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AI를 도구로 활용하게 됩니다.
물론 이 방식은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역할의 확장은 곧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실험이 구성원에게 위험이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반드시 보호와 보상, 그리고 맥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함께 설계하려고 노력합니다.
시의성의 가치: 완벽함보다 빠른 실험이 더 중요하다
모바일 시대에는 수많은 선례가 있었습니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등 성공적인 사례들을 벤치마킹하며 부드럽고 효율적인 전환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는 다릅니다. 참고할 만한 기업도, 적용 가능한 정답도 많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점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기준이 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시행착오가 따르더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만이 다음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변화에서는 ‘정확함’보다는 ‘속도’가, ‘정제됨’보다는 ‘실행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생산성에는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
AI를 통해 팀과 개인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면, 그에 걸맞는 더 큰 목표와 도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만약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생산성만 높아진다면, 구성원은 자신이 조직 내에서 ‘잉여’가 되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불안과 저항을 낳고, 변화의 모멘텀을 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단순히 ‘자동화’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그로 인해 구성원이 더 높은 가치의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합니다. 생산성이 높아진 조직은 반드시 더 큰 꿈을 꾸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마치며: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전환이다
AI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철학과 구조, 리더십의 역할, 그리고 개인의 일하는 방식까지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입니다. 이제 저는 창업 13년차를 맞은 경영자로서, 다시 창업 당시와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크게 상상하고, 더 빠르게 행동하려 합니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하시는 모든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IT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